6월 24일. 이날 운좋게 매진됐던 표를 득템하여 마린스키 구관에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가 춘 지젤을 보러 갔었다. 근 10년 전 슈클랴로프의 첫 무대를 본 게 바로 지젤이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그날 찍었던 휘황하고 아름다운 마린스키 극장 샹들리에와 램프, 그리고 내부 사진 몇 장.
세상에 극장은 많다. 아름답고 호화스런 극장들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극장들도. 그러나 그 많은 극장들 중 나의 첫 극장이자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극장, 여전히 내 마음 속에서는 가장 사랑하는 극장은 바로 이곳, 마린스키 극장이다. 신관도 좋지만 역시 구관이 가장 매혹적이다. 리노베이션을 한다 해도 제발 저 전통적인 아름다움은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신관과는 달리 마린스키 구관에는 여기저기 카페가 숨어 있다. 처음 가는 사람들이야 다들 2층 벨에타쥐 쪽에 있는 카페로 몰리지만 공연 많이 보러 온 사람들은 보통 2야루스(4층) 양쪽 윙에 딸려 있는 조그만 카페를 선호한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입장 가능한 시간에 딱 맞춰가서(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가능) 프로그램을 산 후 잽싸게 2야루스 쪽 카페로 달려간다. 나는 좀더 편안한 레프트 윙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바로 여기... 층계와 복도 사이의 조그만 귀퉁이에 카페가 있다. 테이블이 몇개 없기 때문에 빨리 가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 자리에 오는 사람들은 거의가 러시아 관객들. 특히 비싼 표 대신 4~5층(2야루스, 3야루스) 표 끊어서 자주 보러 오는 진짜 애호가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내가 료샤를 여기 데려가기도 했음 ㅋㅋ)
작년에 마린스키 숍에서 사서 잘 쓰고 있는 오페라 글라스와 이 날의 지젤 프로그램.
이 날은 빨리 가서 제일 좋아하는 층계 옆 테이블 득템... 옆으로는 기다란 층계가 있고 거대하고 화려한 거울이 있어서 저 계단 올라오는 여인들마다 모두 저 거울 앞에서 매무새를 고치고 미모를 뽐낸다.
내가 좋아하는 이곳의 티라미수 :)
옆으로는 이렇게 층계가 보이고...
마린스키의 색깔인 푸른색... (볼쇼이는 붉은색이다. 이건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의 색채이기도 하다)
나도 러시아풍으로 꾸미고 갔음 :) 목걸이와 브로치.
이때 내가 득템한 자리는 1층 칸막이 좌석인 베누아르. 시작 전 첫번째나 두번째 벨이 울린 후 직원 할머니가 오셔서 열쇠로 저 칸막이 문을 하나하나 열어주면 그때 들어갈 수 있다.
복도의 램프들.
샹들리에.
오래된 극장들의 샹들리에들은 굉장히 아름답다. 마린스키 샹들리에도 예외는 아닌데, 전에 마린스키 페이지에서는 연중행사로 저 샹들리에 내려서 청소하는 영상을 보여주기도 해서 무척 재미있었다.
좌석 칸막이 위의 램프.
이날 파루흐 루지마토프 사진 몇장과 테미르카노프의 호두까기 인형 지휘 cd 득템. 그런데 저 비닐봉지가 더 가슴 설렘. 항상 그렇다. 그래서 여기서 받아온 비닐 봉지는 하나도 안 버리고 차곡차곡 모아놨음 :)
그냥 이걸로 끝내면 아쉬우니 이날 춤춘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 사진도 한 장.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는 명불허전...
(이때 찍은 사진 몇장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