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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화정 집에서 쉬면서 차 우려 마셨다.

 

 

 

 

 

월초 뻬쩨르 갔을 때 로모노소프 샵에서 건져온 찻잔 하나 더. 원래는 네바 강 그려진 찻잔과 새로 나온 빨간색 홀리데이 찻잔만 골랐는데 그때 세일 행사를 해서 2+1이라 하나 더 고르라 해서 이것을 골랐다. 예쁜 드레스 차려입고 있는 귀족 아가씨 찻잔.

 

 

 

작년인가부터 이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주제는 18~19세기의 러시아 귀족 패션이다. 물론 여인들 복식이 더 예쁘지만 나는 푸쉬킨을 사랑하므로 저 연노랑색 남성 복식 찻잔을 먼저 샀었다. 왜냐하면 저 남자가 너무나도 푸쉬킨을 똑 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득템해 온 연파랑 찻잔. 이거 말고 연분홍 찻잔도 있었는데 거기 그려진 여인은 나탈리야 곤차로바를 닮았었다. 그거 고를까 하다가 분홍색보다는 푸른색을 더 좋아하는 터라 이걸 골랐다. 곤차로바는 그리고 원망스럽단 말이야 흑흑... (뭐 곤차로바가 아니었다 해도 푸쉬킨은 어쩐지 요절했을 것 같긴 하다만)

 

 

하여튼 그래서 이 시리즈 찻잔 두 개를 모았다. 나란히 찍어봄. 받침접시에 그려진 모자가 깨알같다.

 

 

 

 

 

 

 

 

 

찻잔 양면에 서로 다른 의상의 여인이 그려져 있음. 한쪽엔 푸른 드레스, 한쪽엔 오렌지 드레스.

 

 

 

 

 

이것은 무엇이냐면... 초콜릿이 아니고.... 이번에 갔을 때 부끄보예드 서점에서 새로 나온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페테르부르크의 명소들을 종이공작으로 만드는 시리즈였는데 이삭 성당을 비롯해 이것저것 많았다. 나는 물론 마린스키 극장을 골랐다. 마린스키 극장이 제일 비쌌다. 그 이유는...

 

 

다 접으면 이 사진처럼 진짜 극장 모양의 입체가 되기 때문이다. 이삭 성당이나 다른 건물들은 앞면 위주로 접으면 되지만 마린스키는 무대 때문에 반원형 건물인터라 더 그렇다. 다 조립된 샘플을 봤는데 은근히 그럴싸했다.

 

 

하여튼 호기있게 사왔는데... 그리고 오늘 오후에 한번 잘 접어볼까 하고 두근거리는 맘으로 스티커 씰을 떼고 상자를 열어보았는데...

 

 

 

 

두둥!!!!

 

으악 뭐가 이렇게 많아!!!!!

 

 

 

내가 몇장 안 꺼내놔서 쉬워보이는 것임... 45개 피스로 되어 있는데 이게 극장 설계도를 원형으로 만든 거라서 엄청 복잡하다!!!! 그냥 직선 평면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가위랑 풀은 필요없고 저 번호 순서대로 각각 떼어내서 조립을 하면 되는데 설명서도 엄청 길고.... 게다가 생각해보니 나는 앞발... 어릴때부터 프라모델이고 무슨 조립식 장난감이고 뭐고 진짜 못했음... 앜... 마린스키에 눈이 멀어서 너무 호기있게 사온 것 같음...

 

 

뚜껑을 보면 7살부터 조립할 수 있다고 하는데... 으앙, 나는 앞발이라서 7살 능력도 안될지도 몰라 아아아아...

 

 

설명서를 뚫어지게 보고... 45개 피스를 모두 하나하나 뜯어보고... 오후에 진득하게 한번 조립해볼까 하다가 급 피로감이 몰려와서 도로 박스 안에 넣어두었음. 이것은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할때 집중해서 해야겠다 흐흑...

 

 

으아앙 우렁집사가 나타나서 이거 조립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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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이번 블라디보스톡 여행에서 득템한 것들. 포숑 다즐링과 쿠스미 미니 티캔들은 인터넷 면세로 샀고 마트료슈카랑 브로치, 러시아 정교 부활절 도자기 달걀이랑 찻잔, 종이봉지에 담겨 있는 홍차는 빠끄로프 사원에 딸린 이콘 샵에서 샀다.

 

 

간만에 마트료슈카 샀다. 두개 사서 좀더 조그맣고 화려한 애는 쥬인에게 주고 나는 세상 순하게 생긴 저 빨간 애 택함. 쥬인에게 간 애는 금색과 흰색과 파란색이다. 쥬인네에는 '마순이'라는 마트료슈카가 있다. 마자 돌림으로 해서 어제 준 애 이름은 '마냐'로 낙착.

 

 

내가 데려온 저 빨간 애는 네개짜리인데다 크기에 비해 색칠도 대충대충, 막내는 얼굴도 완전 대충 그려놓았음 ㅋㅋ (비싼 애들일 수록 장식과 색칠과 세공이 화려하고 들어있는 애들 숫자도 많고 아무리 작아도 얼굴이 섬세함)

 

 

울집은 화정 집이랑 2집에 이미 로조치카, 타마라, 마샤가 있으므로, 얘한테도 러시아 이름 붙여주기로.. 근데 아무리 봐도 너무 순둥해보여서 완전 시골 이름에다 옛날 이름인 '아꿀리나'라는 이름 붙여줌 ㅋㅋㅋ 푸쉬킨의 '귀족아가씨-농부아가씨' 읽으신 분들은 이 이름 유래를 아실 거에요~

 

 

 

하여튼, 세상 순둥하기 그지없는 시골 아가씨 아꿀리나(ㅋㅋ)는 부유하고 세련된 정통 러시아 미인인 마샤 옆에 거대하게 자리잡으심~ 선반 자리 모자라서 속에 있는 애들은 안 꺼냄.

 

 

요즘은 마트료슈카든 천사든 도자기 인형이든, 하여튼 그런 거 살때는 얼굴이 착하게 생긴 애를 고르려는 편이다. 못되거나 영악하게 생긴 애들보단 좀 띨해보여도 착하고 순해보이는 애들이 좋다~ 우리 아꿀리나 참 순해 보여서 좋다 ㅋㅋ

 

 

아꿀리나는 2집으로 데려갈까 했는데 2집엔 또다른 순둥 아가씨 타마라가 이미 가 있고, 또 화정 집에 놓으니 더 어울리는 것 같아서 여기 정착시키는 것으로 함 :)

 

마샤랑 아꿀리나 뒤에서 포스 내뿜고 계신 말 탄 분은 성자 게오르기, 그 옆의 인자한 큰 눈 천사는 금발의 가브리엘 이콘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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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내일 아침에 페테르부르크를 떠난다. 9박 10일이지만 경유와 시차 때문에 이곳에서 온전히 보낸 시간은 8일이다. 떠나기 사흘 전에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날아왔었다. 그간 쌓아둔 마일리지 덕에 항공권 값은 들지 않았지만 하여튼 먼 곳에 왔다 가므로 이래저래 또 유리지갑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럴 거 각오하고 온 거였으니까.


돌아가면 당분간 매우매우매우 긴축재정을 해야 한다. 올해 몇달 동안 일을 쉬었고 바깥에는 세번이나 나왔으니 유리지갑은 유리먼지가 되어 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번에 온 것 때문에 엄마가 굉장히 화를 내시기도 했는데 그것 때문에 사실 기분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로 왔다. 그렇지만 회사에 돌아가기로 결정한 이상 마지막으로 충동적이고 자신을 위한 짓을 하나 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온 것은 잘한 것 같다. 물론 다음주부터 다시 회사에 돌아가 출근할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과연 어디로 발령을 받을지 모르므로 더더욱 매우매우 심란하지만 어쨌든 이곳에 잠시라도 와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오지 않았다면 더 우울하고 더 심란하고 아마 더 두려웠을 것이다.


이번에 머무는 짧은 기간 동안, 해는 더욱 짧았다. 요즘은 거의 여름 시즌에만 왔고 이런 한겨울에 왔던 건 2015년 초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때는 그나마도 1월말이었기에 지금보다는 해가 길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날씨 운이 별로 없어서 예전만큼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공연은 두개 봤고 그래도 박물관은 세곳 갔다. 새로운 카페와 식당은 거의 개척하지 않았다. 호텔 카페에 자주 갔고 날씨가 궂어서 가까이 있는 고스찌에 자주 갔다. 이번엔 수프 비노에 가지 못했다. 아쉽긴 한데 눈보라가 자주 쳐서 그 길 따라 걷기가 힘들었음 ㅠㅠ


..





어제 1시 반쯤 잠들었는데, 김릿을 마셨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았었다.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떠나온 터라 병원에 들렀다 오지 못해 약이 조금 모자라기도 하고, 또 약 먹을때 술마시면 안된다 해서 어젠 아침이랑 저녁에 약을 안 먹고 잤다. 원래 약을 먹기 전에도 술 마시면 자다가 깨버리곤 했었다.


하여튼 어제 8킬로 가까이 걸어서 내 기준으로는 엄청 걸었던 건데(무거운 어그부츠와 패딩, 짐, 그리고 눈보라를 맞았으니 체감 10킬로 이상 걸은 듯) 아주 피곤했지만 새벽에 두어번 깼고 두번째 깼을땐 잠이 안와서 한두시간 누워 있다가 조식 알람을 꺼버리고 다시 잤다. 아무래도 귀국 날짜도 다가오고, 귀국보다도 이제 복직 날짜가 코앞이라 그런 것 같다.


여기는 내 로망이었던 아스토리아 호텔이라, 비수기 요금으로 운좋게 묵긴 했지만 그래도 조식을 꼬박꼬박 먹어줘야 이득인 건데 머무는 동안 반타작했다. 반은 먹었고 반은 못먹었다 흐흑... 조식 카운터의 아름다운 여인이 아침에 내가 가면 이름 부르며 '외국에서 와주신 손님이 여러 날 머무르며 아침 드시러 오면 참 반가워요' 라고 했었는데... 그 이후 연이틀 조식 먹으러 안 감 ㅋ 내일 떠나는 날이니 시계 일찍 맞춰놓고 조식 먹으러 가려고 한다. 내일 아침 9시 40분 택시를 예약했다.


..




날씨가 흐렸다. 그래도 어제 펑펑 오던 눈은 그쳐 있었다. 기온은 영하 10도 가량이었지만 물론 이 동네는 바다와 강변, 늪지에 세워진 도시인데다 아스토리아 호텔과 이삭 성당은 네바 강에서 가깝기 때문에 바람이 씽씽 불어서 체감온도가 더 낮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몸도 많이 피곤했고(머무는 내내 그래도 줄기차게 돌아다녔음) 짐도 싸야 했고 돌아가면 이제 숨가쁜 나날들(지방 내려감, 새로운 집2 계약과 집정리, 복직, 새로운 부서 발령, 다시 일 시작, 길 위의 인생 다시 시작)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오늘은 그냥 밥먹고 기념품 가게나 잠깐 가기로 했다.


역시나 추워서 멀리 안 가고 호텔에서 걸어서 한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말라야 모르스카야의 고골에 갔다. 여기는 보르쉬가 제일 맛있지만 오늘은 항상 먹어보고팠던(그러나 좀 비싸서 안 먹었던) 생선수프 우하를 먹었다. 나는 우하를 좋아한다. 크림 넣은 핀란드식 우하보다는 맑게 끓인 러시아 우하가 더 좋다. 연어와 대구, 토마토와 감자, 양파, 셀러리가 들어 있었는데 살짝 짰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그거랑 전에 맛있게 먹었던 수도원식 생선파이를 먹었다. 수프가 생선이니 메인은 딴걸 먹는게 좋았겠지만...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거 같아서 헉헉거리며 나왔다.


..




네프스키에 있는 부크보예드 라는 서점에 갔다가 뒤늦게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라는 재미있는 책과 옛날에 좋아했던 알렉산드라 마리니나의 옛 추리소설 페이퍼백 두권을 샀다.


그리고 기념품 가게 두어 곳에 들렀다. 전에 샀던 목각 천사의 친구를 사고팠는데 그 이후 올때마다 실패했었다. 천사를 파는 곳이 점점 줄어들었고 그나마 파는 곳도 천사 얼굴이 너무 이목구비가 만화같고 진하고 못돼 보였다. 나는 착하고 온순한 눈빛의 천사가 좋은데...


그런데 이번에 간 곳에서 눈이 덜 크고 온화하게 생긴 천사 딱 하나를 발견. 그걸 고르자 점원 여인이 '어머나, 그거 너무 이뻐서 사실 안 팔고 제가 그냥 할까 했었어요. 걔만 얼굴이 다르거든요' 라고 웃었다. 그래서 내가 '저를 위해 남겨두셨군요~' 라고 했고 둘이 막 웃었다.


(실내에서 찍어서 색이 노랗게 나왔다만.. 원래는 더 파란색이고 더 하얗다)


집에 있는 천사는 녹색 망토, 오늘 산 천사는 푸른 망토이다. 정교 이콘에서 녹색은 원래 가브리엘, 파랑은 미카엘이니까 그렇게 부를까 한다. 물론 노어로 불러야 하니 집에 있는 애는 가브릴라, 오늘 산 애는 미하일... (그러나 둘다 여자처럼 생겼다 ㅋㅋ 집에 있는 애랑 오늘 산 애를 비교하면 얼굴은 가브리엘이 더 이쁜데... 뭐 러시아 이콘들도 보면 미카엘보다 가브리엘이 더 이쁘니까 괜찮음. 미카엘은 싸우는 애고 가브리엘은 자비의 전령이라 그런가 ㅋㅋ)


그리고 조그만 브로치를 두개 샀다. 유리지갑 가루라서 이번엔 책이고 찻잔이고 이쁜 것들이고 거의 안 샀는데... cd도 안 샀고 마린스키에서도 샵의 할머니가 찾아준 루지마토프 젊은 시절 사진들 몇장과 슈클랴로프 사진 한장 외엔 안 샀는데 막상 돌아갈 때가 되니 '돈 조금 더 찾지 뭐' 하며 자신을 위해 작고 이쁜 걸 사기로 했다.


..





오후에 방에 돌아오니 호텔에서 컴플리멘트 선물을 준비해 두었다. 테이블에 과일 접시와 아스토리아 호텔 초콜릿, 손으로 쓴 카드가 놓여 있었다. 즐겁고 기뻤지만.. 줄 거면 초장에 좀 주지... 낼 가야 하는데 이 과일이랑 초콜릿을 어떻게 다 먹니 흑흑...


예전에 그랜드 호텔 유럽에 갔을때 거기서 예상치 않은 이런 선물을 받고 무척 기뻤던 적이 있다. 거기는 도착한 날이면 웰컴 과일이 있었고 처음 갔을때는 샴페인과 케익을 주었다. (나중에 두어번 더 갔을땐 샴페인 대신 에비앙으로 바뀌어서 좀 슬펐지만 ㅋㅋ)


아스토리아도 그랜드 호텔 유럽과 비슷하게 친절하고 서비스도 좋긴 한데, 손님을 더 편안하게 해주고 뭔가 더 아늑하고 덜 어색한 건 후자인 것 같다. 비교하면, 그랜드 호텔 유럽은 내가 막 해골옷 입고 돌아다니고 카페에 편하게 내려가도 별로 위화감이 안 느껴지는데 여기는 괜히 좀더 잘 차려입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진짜로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다. (유럽 호텔 문지기 아저씨가 더 친절해서 그런지도... 여기는 문지기 젊은이들-아저씨 아님-이 인사를 해도 잘 안 받아줌 -_-) 그래도 아스토리아는 나무바닥이라 카펫 깔린 유럽호텔보다 인테리어는 더 맘에 든다. 유럽호텔의 그 꽃무늬 커튼보다는 아스토리아의 파란 줄무늬 커튼이 좀더 내 취향이긴 하다.


하여튼 아주 오랜 옛날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 읽었을때부터 로망의 호텔이었으니 여기서 며칠 묵은 것 자체로 뭔가 소녀의 꿈이 또 하나 이루어졌음. (그랜드 호텔 유럽에 묵었을때 소녀의 꿈1 이루고 이번에 꿈2 이룸 ㅋㅋ)


..


짐 싸기 전에 차 한잔 마시고 싶었다. 아스토리아에서 대각선으로 좀 걸어가 길을 건너면 포시즌스가 있다. 거기 묵을 형편이야 당연 안되고... 그래도 차는 한잔 마셔보고 싶어서 한번 가볼까 싶었다. 여기야 묵고 있는 호텔이니 가벼운 옷차림으로 카페에 드나들었다만 그래도 포시즌스는 다른 호텔이니 여기 싸와서 한번밖에 못 입은 문제의 그 코트를 걸치고 나갔다(여기 오기 전날 쥬인이랑 백화점 갔다 질러버린 코트. 쥬인이 일명 '다마치까 코트'라고 부른다.


즉 귀부인 코트. ('다마'가 부인, 귀부인이고 다마치까는 지소체 애칭임) 그 이유는 이 롱코트가 로브처럼 끈을 매는 디자인에 풍성한 털이 좀 귀부인처럼 달려 있어서 ㅋ) 그러나 이 있어보이는 귀부인 코트는 복슬거리는 털이 달리긴 했지만 모자가 달려 있지 않아 머리랑 귀가 시리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여기에 나의 비니를 눌러쓰자니 안 어울리고... 그래서 귀부인처럼 입기 위해 막 추위에 떨며 머리를 내놓고(ㅜㅜ) 긴 코트를 펄럭이면서 호텔을 나왔다.


근데 길을 건너려다 보니 우리 호텔 자매호텔인 앙글레테르에 붙어 있는 카페 샤스찌예의 창가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다. 이 카페는 전에도 몇번 갔는데 음식보단 차랑 디저트가 낫다. 그리고 이삭 성당이 그대로 보인다. 저 자리 비는 적이 별로 없으므로 뭔가 하늘의 계시 같아서 '귀부인이고 포시즌스고 내 팔자에 무슨 귀부인~ 나는 여기로~' 하면서 샤스찌예로 쏙 들어갔다.






그래서 샤스찌예 창가에 앉아 어스름 속의 이삭 성당을 실컷 보면서 얼그레이를 마시고 맛있는 메도빅을 먹었다. 이번에 페테르부르크 와서는 메도빅만 서너번 먹은 것 같다. 그리고 아까 서점에서 산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란 책을 좀 읽었는데 무지 재밌었다.


..




한시간 쯤 후 방에 돌아와 가방을 꾸렸다. 무게가 좀 간당간당한 것 같다. 모스크바로 국내선을 타고 가야 하니 이게 항상 딜레마임. 대한항공 직항이면 모닝캄이라 30킬로까지 괜찮은데.. 여름에 돌아갈떈 오래 머물러서 짐이 좀 무거웠다. 그나마 아에로플롯도 스카이팀이라 무게는 봐주는데 대신 가방 두개로 부쳐야 한다고 했다. 그때 가방 한개가 20킬로가 넘으면 안된다 해서 두개로 급하게 만들어 부쳤었다. 가방 하나만 부치면 23킬로 제한인데...


하여튼 입국할때랑 비교해서 다 쓴것, 선물한 것, 버린 것과 새로 산 것들을 따져보며 지금 가방을 얼추 계산해보면 23킬로가 좀 넘을거 같기도 하다. 겨울옷과 카메라, 렌즈, 노트북 등등이 있어서 그렇다. 풀코보 공항은 예전에 엄청 후졌던 시절엔 그래도 무게 재는 저울이 있었는데 좋아진 지금은 막상 저울이 없다 ㅠㅠ 일단 가방을 싸면서 책들을 에코백에 따로 집어넣었다. 내일 공항 가서 무게 재보고 23킬로 넘으면 그 책들을 잽싸게 빼서 보조가방에 쑤셔넣어 두개로 부쳐야겠다. 아이고 피곤해...


짐 싸는 게 제일 싫다. 여행 가기 위해 싸는 것도 싫은데 돌아가기 위한 짐은 당연히 더더욱 싸기 싫다 ㅠㅠ


..


짐을 다 쌌을때쯤 료샤가 왔다. 그냥 밖에 안 나가고 방에서 얘기 나누었다. 호텔에서 준 과일들이랑 초콜릿, 그리고 어제 세베르에서 사왔던 에클레어를 꺼내놓고 먹었다.


료샤는 여전히 내가 복직하는 것에 반대하고, 그냥 무슨 일이든 찾아서 러시아에 남으라는 마음이긴 하다. 하지만 오늘은 '나 더 이상 너한테 가지 말라고 안할게' 라고 했다.


내가 '왜? 설득하느라 지쳤어? 지겨워?' 하고 묻자 료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그만큼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돌아가는 거니까 어쨌든 뭔가가 조금은 남아 있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해보려고.' 라고 했다.


나는 '뭔가가 조금 남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돌아가보는 거야. 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라고 대답했고 료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못마땅한 눈초리로 말했다. '너 힘들게 한 사람들 아직 있잖아. 그 사람들 보기 싫잖아. 난 그거 때문에라도 네가 안 갔음 좋겠어' 라고 덧붙였다.


나는 '가지 말라고 안한다더니!' 하고 쿠사리를 준 후 '나도 그 사람들 다시 보는 게 껄끄럽고 아직 좀 두려워. 이상해, 어린애가 된 것처럼. 그렇지만 가면 또 어떻게든 지나갈거라 생각해' 라고 대답했다.


료샤는 뭐라고 더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때 내가 귤을 까다가 바닥에 떨어뜨려서 나 구박하느라 화제가 다른데로 옮아갔다.


..


료샤가 돌아간 후 나는 카메라의 사진들을 노트북에 옮겼고 이제 이 메모를 쓰고 있다. 오늘 돌아다닌 것도 거의 없고 한 일도 별로 없는데 메모는 참 길구나...


오늘은 부디 편안하게 쭈욱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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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13. 21:33

브로치 2016 petersburg2016. 12. 13. 21:33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자신에게 선물. 작은 브로치 두개.

흐린 날 오후. 잠깐 방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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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9월에 프라하 갔을 때 친구 쥬인의 부탁으로 도자기 가게에서 새알종을 사다 주었었다. 도자기 새와 계란과 종이라서 세트로 새알종이라 부른 것이다. 쥬인에게는 하얀 새(쥬인이 지어준 이름 : 새돌이), 파란 알, 파란 종을 사다 주었다.

(그 새알종에 대한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5188)

 

사실은 우리 집에도 새알종이 있다. 새와 종은 3년 전에 사왔던 것이고 알은 이번에 사온 것이다. 그중 새와 알만. 종은 부엌 창문에 달려 있는데 커튼 대용 스카프로 가려져 있어서 귀찮아서 안 찍음. 종은 흰색과 하늘색이다.

 

쥬인에겐 파란 알을 사다주었지만 내가 산건 노랑초록 무늬 알.

 

거실 선반에 새랑 알 걸어두었다. 우리 집 새는 쥬인에게 사다줬던 새돌이만큼 순해보이지 않는다 ㅠㅠ 글고 나는 얘들한테 이름도 안 붙여줌. 그냥 새랑 계란이다 ㅋㅋ

 

 

 

울집 새는 얼굴이 좀 갸름함... 나는 동그랗고 얼띠게 생긴 애가 좋던데 ㅋㅋ

 

 

톡 깨면 맛있는 흰자 노른자가 나올 것 같은 이쁜 도자기 달걀~

 

 

이건 6월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샀던 수호천사 미니 접이액자.

 

그리고 선반의 천사들 + 마트료슈카 + bravebird님이 전에 선물해주신 프란시스코 주르바란의 그림 엽서 :)

(잘 보면 선반 오른편 아래에 주황색 줄이 보인다... 도자기 달걀에 달려 있는 줄임 ㅋㅋ)

 

:
Posted by liontamer

 

 

여기는 마린스키 극장 신관의 기념품샵.

 

전에 여기서 오페라글라스를 비롯해 후드티나 에코백, 엽서, 음반 등 이것저것 사곤 했는데 이번에 갔을땐 액세서리 코너에서 예쁜 백조 브로치를 샀다. 실은 백조와 토슈즈 중 뭘 살까 고민하다가 백조를 산 거였다.

 

이 얘기를 하자 쥬인이 토슈즈 브로치를 궁금해했다. 그래서 며칠 후 다시 극장에 갔을때 샵에 들러 이렇게 진열장 사진을 찍은 후 쥬인에게 보내주었다.

 

너무 많아서 헷갈리나...

 

 

 

클로즈업..

 

실제로 보면 굉장히 앙증맞고 예뻤다. 쥬인은 예쁘긴 한데 브로치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고 옷에 맞추기 힘들것 같으니 안 사다 줘도 된다고 했다. 사실은 나도 이 브로치는 코디를 잘 할 자신이 없었다.. 그냥 브로치 자체만 장식해놓으면 예쁠 것 같다...

 

맨위 진열장 사진에서 아래에서 두번째 줄, 가위와 발레리나 사이에 있는 하프 브로치도 좀 갖고 싶었음...

 

 

 

이게 내가 산 백조 브로치. 큐빅이 박혀 있다.

 

진열장 사진을 자세히 보면 파란 큐빅 박혀 있는 것도 있는데 난 그냥 투명큐빅 백조를 고름.

 

 

그래서 이렇게 달고 극장에 갔었습니다 :)

 

:
Posted by liontamer


집 냉장고 앞문.

기분전환하려고 이번에 페테르부르크에서 득템한 자석들 붙임. 알파벳 중 하나는 bravebird님이 선물해주신 것이다.


전에 있던 자석도 한두개 있다.


아래 엽서 하나는 돔 끄니기, 하나는 암스테르담의 라익스 박물관에서 산 것이다.

분홍색 엽서는... 아침에 잘먹을때 & 저녁에 잘먹을 때.. 를 비교해 놓은 포스터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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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대신 홍차를 즐기는데 이 기호는 오랜 옛날 처음 러시아에서 연수를 할때 생긴 것이다. 물론 거기서야 워낙 추우니 그 나라 사람들 하는대로 티백을 진하게 우리고 설탕을 푹푹 떠넣어 달콤하고 진하게 마셨지만 돌아와서는 아무 것도 안넣고 스트레이트로 우려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첫 경험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요즘도 몸이 좀 아프거나 춥거나 목이 부으면 러시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홍차에 레몬즙과 꿀을 넣어 마신다. 꿀을 넣으면 탄닌과 결합해 안좋은 작용을 한다는데 그깟거 무시한다.

 

나는 비교적 취향이 한결같은 편이라서 홍차 중에서도 클래식한 다즐링을 좋아하는데 이 기호는 오랫동안 변함이 없고 마셔도 마셔도 질리지 않는다. 티백과 잎차가 다르고 같은 잎차라도 다원과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만... 출근하면 아침엔 정신차리려고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백을 우려 마시곤 했는데 이건 카페인 충전용이라 별다른 브랜드를 따지지 않았다.

 

이따금 아삼이나 얼그레이, 실론, 그외 여러 차를 마시기도 하는데 사실 나는 강한 베르가못향이나 스모키한 향을 좋아하지 않아서 얼그레이 같은 경우는 엄청 느끼한 걸 먹었을 때 주로 마시려는 편이다. 그리고 마리아쥬 프레르나 포숑 등에서 나오는 수많은 가향차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밀크티도 좋아하지 않는다. 차에 우유가 들어가서 탁해지는 게 싫기도 하고 아마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스트레이트 티에 달콤한 걸 곁들이는 건 좋은데 차 자체를 달콤하게 마시는 것은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하여튼 이렇게 차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우리나라가 아쉽다. 지금이야 그래도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커피가 대세이기 때문에 차 전문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홍차 카페를 찾아내 가봐도 구색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고, 마리아쥬 프레르, 다망, 포숑 등 몇가지 브랜드 = 고급 홍차 란 인식인지 괜찮은 카페들도 대부분 이 브랜드에 한정되어 있다. 아니면 티백들. 잎차 우려주는 카페에 가면 기쁘고, 거기에 찻잎이나 티백 홀더를 주는 카페이기까지 하면 횡재 수준이다...

 

이보다 더 안 좋은 건 우리 나라에선 차 값이 비싸다. 예전에 듣기론 국내 차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가 높다고 한다. 그래서 해외보다 훨씬 비싸다. 너무하다... 외국 차에 관세를 높이든 낮추든 국내 차 산업에 뭐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짧은 식견으론 잘 모르겠다. 국내에서야 보통 차밭에서 수확한 차로는 녹차를 만들지 홍차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녹차와 홍차는 같은 찻잎에서 나와도 완전히 다르다. 덖는 방식과 과정 등등... 그러니까 관세 좀 낮춰줘요... 그래도 우리 나라 녹차 잘 마실 거라고요.. 보성 녹차도 마시고 오설록도 자주 갈게요 ㅠㅠ

 

하여튼 그래서 해외에 출장을 가든 여행을 가든 수퍼마켓을 비롯해 차 가게에 들러 홍차를 사온다. 면세점에서도 그리 비싸지 않으면 차를 산다. 러시아에 갈 때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공항 면세에서도 쿠스미 티를 비롯 차를 꽤 팔았는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경제 제재와 식품수입 금지 따위 때문인지 홍차들은 싹 사라져 좀 슬프긴 하다만... (쿠스미도 너무 가향차라 많이 즐기진 않지만 다즐링은 마실만 했음)

 

 

위의 사진은 이번에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사온 잎차들. 대부분 종이봉지에 담겨 있던 것들이라 집에 있던 예전 홍차 캔들에 옮겨담고 메모를 붙여 놓았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블라지미르스키 대로의 홍차전문가게, 그리고 큰 수퍼마켓 랜드에서 사왔다. 뒷줄 맨 왼쪽에 있는 것만 나갈 때 공항 면세에서 미리 주문했던 포숑 다즐링임. 이번엔 스트레이트 티 외에도 다른 재밌는 것들도 좀 사왔다.

 

 

 

 

양쪽 두개는 블라지미르스키 대로 쪽에 있는 조그만 홍차전문가게 '운찌야'라는 곳에서 산 것이다. 친절한 아가씨와 차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이것저것 다 시향해보고 골랐다.

 

내가 스트레이트 티와 다즐링을 좋아한다고 하자 권해준 것이 왼쪽의 큰 봉지. 점원 아가씨에게 이름 적어달랬는데 슬프게도 필기체로 적어주어서 난 아무리 봐도 저 이름이 다 해독이 안됨 엉엉... 노어 전공자인데도 필기체 잘 못 읽어 흐흑.. 뭔가 정확히 알아먹을 수 있는 건 중간의 '에니그마'란 단어 뿐이다. 그러니까 뭔가의 수수께끼! 이다. 이 차는 다즐링과 실론 등이 섞여 있는 비교적 클래식한 스트레이트 티인데 일반 다즐링보다는 조금 더 풀냄새가 나고 연하고 떫은 맛이 살짝 돈다. 아마 퍼스트플러쉬 쪽과 섞은 모양이다. 오늘 우려 마셔봤다. 괜찮았다. (이 차 우린 자태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905)

 

맨 오른편의 차는 역시 그 운찌야에서 각종 시향 끝에 고른 것으로 이름은 '바이칼의 꿀'!! 원래 가향티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향긋한 꽃냄새와 살짝 달콤한 향이 감도는 차였는데 맘에 들었다. 아마 희미한 꿀 냄새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것도 이번주 중 우려 마셔봐야겠다. 차들은 이렇게 사왔는데 돌아와선 아팠던데다 내시경 검사 이후 카페인 먹지 말래서 계속 방치하고 있었다.

 

중간의 조그만 봉지는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갔을때 수도원 뒷뜰에서 열린 시장에서 산 것이다. 이름은 무려 '태양의 왕'!!! 내용물은 계피, 정향, 홍차, 생강 등등...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차이다. 일반적인 크리스마스 티와 비슷할 것이다. 나는 이런 향의 따뜻한 차도 좋아해서... 게다가 태양왕이라는데 어떻게 안사... ㅎㅎㅎ

 

(저거 사는데 료샤가 막 쿠사리줬다... '너 이름 보고 막 고르는 거지? 그러면서... 야! 나 그 시장에 있는 차 다 시향해봤거든!!!)

 

 

 

이것이 태양의 왕.

 

 

 

 

종이봉지는 잘 찢어지는데다 향이 금방 날아갈 위험이 있어서 다쓴 포숑 다즐링 캔에 담아 보관. 캔이 좀 작아서 넘쳐난다... 이것도 이번주에 마셔봐야 하는데... 종이에 붙어 있던 스티커만 떼어 붙임. 뭐뭐 들어있는지 다 적혀 있어 좋다.

 

 

 

이것이 바이칼의 꿀.

바이칼 호수 근처에서 나는 식물들과 블랙 티를 배합한 것이다. 이것도 이번주에 시험을...

 

 

 

이건 다 마신 쿠스미 다즐링 캔에.. 125그램짜리 캔인데 이게 150그램이 넘어서 좀 넘친다.. 억지로 눌러 담았다. 눌러 담으면 안 좋은데...

 

차 전문점이나 시장에서 사면 좋은게 내가 사고 싶은 무게만큼 덜어서 살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험일것 같은 차는 100그램 전후로만 사고 뭐 그런거지. 안전한 다즐링은 좀 많이 사고... 그럼 보통 저울에 달아서 그 찻잎을 종이봉지에 넣어주고 스티커를 붙여주거나 손으로 이름을 써준다. (근데 필기체로 써줘서 아직도 알아먹을 수가 없는 무슨무슨 에니그마 엉엉)

 

 

 

 

 

이것이 문제의 무슨무슨 에니그마. 뭔가의 수수께끼. 첨엔 첫 단어를 '뚜르찌야'라고 생각하고는 터키의 수수께끼 어쩌고인가보다 했는데 다시 글씨를 잘보니 저 단어가 뚜르찌야가 아니다. 터키가 아니라 딴 단어 같다. 대체 뭐야 엉엉.. 사전 뒤져봐도 모르겠어. 필기체 해독 못해... 나 노어 전공자 맞아? 까막눈 ㅠㅠ

 

아무래도 료샤에게 저 사진 보내주고 인쇄체로 좀 적어달라 해야겠다. 아니면 뭔 뜻이냐 물어보거나.

 

근데 아마 얘도 읽을 줄은 알아도 저게 찻잎이나 풀 종류의 이름이라면 뭔뜻인지 모를 수 있음. 수도원 시장에서 각종 차들에 적힌 성분들(무슨 향초, 무슨 풀 어쩌고저쩌고)을 읽자 '나 하나도 모르겠어!' 하고 기가 막혀 했기 때문이다.

 

하여튼 저 무슨무슨 수수께끼는 클래식한 티라서 좀 많이 샀다. 그래서 쿠스미 125그램 캔으로는 모자라서 일부만 덜어놨다. 다른 캔 두개 씻어서 지금 말리는 중이니 내일 옮겨야지...

 

 

 

 

이것이 그 무슨무슨 수수께끼.

 

 

 

양이 많아 캔 여러개에 소분해야 하니 다른 차들처럼 오려서 붙이지도 못하고... 어찌어찌 글자 따라 그려서 써 붙여놓긴 했는데 나도 몰라... 도와다오 료슈카 나의 친구야!!!

 

(이 사진 보내고 뭐냐고 물어보면 짜증낼 거 같아 엉엉 ㅠㅠ 자기 노란색 맥심은 안사다 주고 이상한것만 물어본다고 툴툴댈거야 힝...)

 

 

 

이건 수도원 시장에서 산 차. '수도원의 차'란 이름인데 예전에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지하카페에서도 수도원 차를 샀지만 이건 성분이 다르다. 다른 수도원에서 만들었다 한다.  척 보면 알겠지만 신기한 게 많이 들어있다. 평소엔 주문하는 데 알레르기가 있지만 차 파는 아주머니에게는 열심히 물었다. '이건 무슨뜻이에요? 이 풀은 뭐에요?' 등등... 아주머니는 저 열매나 풀잎 각각을 하나하나 집어들어 이게 뭐고 이건 뭐라고 설명해주고 부숴뜨려 냄새도 맡게 해줘서 즐거웠다. 아아, 나는 홍차 소믈리에가 되고 싶구나.

 

하여튼 그러고 있는 동안 레냐는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비둘기들이랑 놀고 료샤는 뒤에서 툴툴대고 있었다. 왜냐면... 페테르부르크 가서 그날 첨 만났던 건데 내가 홍차들에 정신팔려 있고 듣도보도 못한 약초와 향초 이름에 폭 빠져 있어서... '개신교 집안이라더니 정교 수도원 들어와있고 여기서 차 사고 꿀 사고 냄새 맡고 무슨 중세시대 수녀처럼 약이 되는 차에 대해 논하고 있냐' 등등...

 

 

 

이 차도 원래 종이봉지에 들어 있었는데 반쯤 덜어서 친구에게 선물했다. 나도 성분을 하나하나 외울수가 없어 저런식으로 메모를 붙였고 모르는 단어는 사전 찾아서 뒤에 한국말로도 적었다. 근데 한국어로 적어도 이해 안되는게 수두룩...

 

이 수도원 차에 들어간 풀들은... 노어로 보면 아는거 반 모르는 거 반...

 

블랙 티(베이스)

먀따(민트)

두쉬짜(사전 찾아보니 : 순형과 초목으로 향유를 함유하고 있다 함) : 대체 순형과 초목이 뭐여... 우리말로도 몰라..

리또브이 쯔베똑 : 리뜨 꽃... 이라고밖에 모르겠음. 이거 사전에도 안 나옴. 아마 수도원 정원에 자라는 야생화인 듯.

즈베로보이(고추나물) : 엥? 고추나물????? 오잉????

꼬르니 제뱌실라 : 들국화 뿌리

쉬뽀브닉 : 들장미

 

.. 흐음... 홍차 더하기 허브와 열매인데... 이것도 이번주에..

 

근데 이 차를 선물받은 친구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매우 경계하며... 이상한 맛일 것 같으니 남편에게 먼저 먹여보고 자기가 마셔볼지 말지 결정하겠다 함... 으앙...

 

하여튼 이거 사고 있는 나에게 료샤도 '역시 토끼! 초식동물이야! 풀 우려먹냐!' 하고 쿠사리 줬음.

 

 

 

 

여기가 그 수도원에 열린 천막시장. 오른쪽은 꿀 파는 곳. 여기 말고 다른 칸에서 꿀도 샀지 ㅠㅠ

 

 

 

그니까.. 여기서 차를 산 것이다. 각 차마다 저렇게 이름과 성분이 씌어 있고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면 시향과 동시에 각종 이파리와 열매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태양의 왕과 수도원 차가 저것들. 그리고 그 뒤의 타이가 호수는... 이름이 맘에 드는데 냄새를 맡아보니 묘하게 반쯤 좋고 반쯤 싫었다. 좋은 건 내가 좋아하는 숲과 흙, 나무 냄새가 나서 좋았는데 나쁜 건 슬쩍 스모키한 향이 났다는 것이다. 난 스모키한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슬며시 스파이시했다. 아주머니에게 성분을 물어봤는데 이것저것 알려주셨는데 하나도 모르는 이름이었고 아주머니도 '전부 타이가 삼림대에 자라는 허브와 열매라서 그래요'라고 말해주었다. 음, 식물도감이 없으니...

 

그래서 고민하다 수도원 차랑 태양의 왕만 샀더니 아주머니가 타이가의 호수를 좀 덜어주시면서 한번 마셔보라고 덤으로 줌. 아직 안 마셔봤는데 저것도 이번주.. 이번주는 차 하나하나 시음하는 주인가..

 

근데 저 타이가 호수 향이 장난 아니다. 저건 일회용 티백 주머니에 담아주셔서 비닐봉지 두겹으로 묶어서 가져왔는데 호텔 옷장에 넣어놨더니 옷장에 향이 다 배었고 돌아오니 여행가방에도 저 차 향이 가득 배었다. 으음... 이건 좋은걸까 나쁜걸까... 배어 있는 향 자체는 좋다만 커피도 그렇지만 차는 더더욱 향과 실제 마실 때가 좀 달라서... 하여튼 이것도 이번주에 도전을...

 

 

 

마지막은 호텔 옆의 큰 랜드 수퍼마켓에서 산 티백들.

 

왼편은 로네펠트 디카페인 홍차. 우리나라에선 로네펠트가 무척 비싸고 게다가 디카페인 티는 거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냉큼 두 팩 샀는데 페테르부르크에서 계속 아파서 카페인 없는 차 마시느라 한 팩은 뜯어마셨고 돌아와서도 며칠은 저거 마셨다. 맛은... 그냥 실론 티 맛이다... (무난하고 특색없음) 한두 팩 더 사오고팠는데 가방에 자리가 없었다...

 

오른편은 러시아 브랜드 그린필드의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저가 브랜드라 차도 좀 저렴한 맛이지만 이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는 차이 향이 은근히 나쁘지 않아서 볼때마다 사온다.

 

..

 

... 료샤에게 '무슨무슨 수수께끼' 해독해달라고 보내야겠다 ㅠㅠ

 

..

 

덧글.

이거 말고 랜드 수퍼마켓에서 하나 더 산 게 있었다. 이름하여 '곰의 힘'(메드베지야 실라)

이름이 좀 웃긴데... 녹차와 사과, 민트, 그리고 히비스커스가 섞여 있는 차였다. 쥬인이 사과 홍차가 맘에 든다 해서 이것저것 뒤진 끝에 사다 준 건데... 쥬인은 사과를 좋아하지만 히비스커스 티를 매우 경계한다는 것을 간과했다.. 히비스커스 맛 나면 어쩌지.. 빨갛게 우려지면 우짤꼬..

 

덧글 2.

저 '운찌야' 가게에서는 쥬인을 위해 커피 원두를 샀다. (커피도 판매함) 그런데 나는 커피를 잘 모르기 때문에 쥬인의 평소 취향을 고려해 '신맛은 절대 안되고요, 너무 써도 안되고, 고소한 견과나 모카 냄새를 좋아해요' 라고 했고 또 여러가지 시향을 통해 '레스느이 아레흐'(숲의 호두)란 뜻의 아주아주 고소한 향을 풍기는 커피원두를 한봉지 사다주었다..

쥬인은 집에 가서 그것을 갈아서 내려마셨다... 그것은.. 헤이즐넛이었다고 한다.

앜 이게 뭐야 엉엉... 비싼 가게에서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결국 사다준 게 헤이즐넛 커피 원두인가!! 생각해보니 헤이즐넛이 숲에서 자라는 개암 같은 거 아닌가? 맞네 숲의 견과 ㅠㅠ 커피를 모르는 토끼 의문의 1패...

 

** 추가

수도원 차 우려 마셔봄. 여기 : http://tveye.tistory.com/4936

 

** 추가

태양의 왕 우려 마셔봄. 여기 : http://tveye.tistory.com/4941

 

** 추가

타이가 호수 우려 마셔봄. 여기 : http://tveye.tistory.com/4960

 

 

:
Posted by liontamer
2016. 7. 5. 22:34

bravebird님의 서프라이즈 선물 2016 petersburg2016. 7. 5. 22:34

 

 

 

 

몇주 전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간 다음날 bravebird님과 그곳에서 조우했다. 처음으로 뵙는 거였는데 2박3일 정도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둘째날 같이 부끄보예드 서점에서 기념품을 산 후 아스토리아 로툰다 카페에 차를 마시러 갔는데 갑자기 bravebird님이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셨다 :) 그날 러시아 박물관에 다녀오시면서 내가 좋아하는 금발의 가브리엘과 박스트의 supper, 그리고 브루벨의 세라핌 천사 엽서를 사오신 것이다. 게다가 좀전에 서점에서 러시아어 알파벳 냉장고 자석들을 놓고 이거할까 저거할까 끝까지 망설이다 a를 택하느라 막판에 포기한 저 냉장고 자석도 마치 본인 기념품처럼 사는 척하더니 나에게 선물로 주심!

 

넘넘 감동했어요 >,<

 

감사해요 bravebird님!!

 

그래서 러시아 박물관 비닐봉투에 나의 입술로 감사의 뽀뽀 자국을 남겼습니다 ㅋㅋ 맨 위 사진이 대체 뭐였냐면 비닐봉투 귀퉁이의 내 뽀뽀 입술자국입니다... 근데 반만 찍혔네 ㅎㅎ

 

 

이렇게 :)

 

bravebird님, 감사해요~!!!

 

:
Posted by liontamer

 

 

예전에는 러시아에 가면 가끔 러시아 음식이 그려진 달력을 사왔었다. 이런 달력의 포인트는 음식 사진이 촌스럽다는 데 있다 :) 요즘은 그래도 좀 세련된 요리책도 나오고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면 플레이팅도 많이 근사해졌다만 원래 러시아 음식은 좀 촌스러운 게 특색.. (그래도 맛있으면 되지 ㅋㅋ)

 

지난 7월에 페테르부르크 갔을때, 떠나는 날 루스끼 무제이(러시아 박물관) 가서 그림 보고 놀다가 박물관 샵에서 사온 러시아 음식 컵받침 시리즈. 찻잔이야 받침접시가 있으니 그걸 쓰지만 물컵 등 머그를 쓸 땐 컵받침을 매일 쓴다. 이전에 프라하에서 사온 무하 시리즈를 잘 썼는데 그것들도 오래돼서 낡아서 겸사겸사 사옴. 코르크에 사진이 코팅된 재질이다.

 

 

 

블린과 홍차 :)

 

 

 

이게 사진만 봐서는 좀 헷갈리는데 양배추 수프처럼 보인다.. 그리고 옆에는 피로슈카들... 속을 채워넣은 조그만 파이들이다. 이걸 크게 구워내면 피로그. 조그맣게 구워내면 피로슈카. 여러개 모여있음으면 보통 복수형으로 피로슈키라고 한다.

 

왜 뜬금없이 마늘이 옆에 있느냐고 하신다면.. 이것이 러시아 음식들의 정통 플레이팅 방식인지 옛날부터 러시아 요리책이나 음식 사진들을 보면 이렇게 마늘이나 양파 등 야채 등속이 옆에 널려 있는 경우가 많다 :)

 

 

 

양배추 샐러드... 빨간 것들은 아마도 나무열매나 마리네이드한 비트인 듯..

여기도 양파와 마늘이 :)

 

 

 

펠메니 :)

 

 

 

간만에 호화스럽게.. 이끄라! 즉 캐비아이다. 새까만 것은 보통 생각하는 캐비아, 즉 철갑상어알. 하지만 저 빨간 연어알도 이끄라라고 부른다. 까만 건 비싸기 때문에 저 빨간 게 많이 나옴.. 크리스탈 잔에 담긴 건 아마도 보드카일듯.

 

그런데 나는 싸구려 입맛인지.. 비린 걸 못참는 편이라 그런지 캐비아는 아무리 먹어봐도 입맛에 안 맞다 ㅠㅠ

 

 

 

러시아 빵들~ 그리고 홍차.

 

 

 

오늘은 쉬는 날이라 엄청 늦게까지 자고... 늦게 아점(..이라기보다 그냥 점심) 만들어 먹고.. 차 한 잔 마시는 중.

 

 

 

쿠마야, 또 딸기 케익 사왔어. 나 착하지?

 

 

쿠마 : 토끼야 드디어 네가 개과천선했구나!!

 

 

:
Posted by liontamer

 

 

일전에 러시아 수퍼마켓에서 사온 먹거리들 사진(http://tveye.tistory.com/3931)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 외에 서점이나 다른 가게에서 샀던 것들 몇 개. 이번에는 머문 기간도 짧은데다 요즘은 일년에 두어번은 가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사오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번 여름에는 너무 정신도 없고 여유도 없어서 책도 두권밖에 안 샀음.

 

 

 

이건 사무실 동료들에게 나눠주려고 샀던 러시아 초콜릿 캔디. 사실 나는 러시아 초콜릿 캔디는 입맛에 잘 맞지 않아서... 러시아 초콜릿은 특유의 달고 씁쓸한 맛이 있는데 옛날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초콜릿이 들어가는 디저트인 까르또슈까는 매우 좋아한다) 사무실 사람들이 많아서 기념품을 하나하나 사다주는 것도 힘들고 가방 싸기도 귀찮아서 요즘은 그냥 이렇게 사탕 몇 봉지 사가서 나눠주고 끝낸다.

 

 

 

이건 전에 한번 얘기한 적 있는 피크닉 초코바. 예전에 러시아에서 지낼 때 좋아했던 초코바인데 요즘은 러시아 수퍼에서도 이거 구하기가 쉽지 않다... 크기가 다양해서 좋다. 극장에 공연 보러 갈때 한개씩 챙겨가서 막간에 먹으면 딱 좋은데..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의 가게에서 이 피크닉을 팔기 때문에 들러서 여러 개 샀음. 친구(쥬인)도 이걸 좋아하기 때문에 친구 것까지 사느라 좀 많다. 그런데 돌아와서 아직도 친구를 못 만나서 저 초코바들이 냉장고에 들어 있음.

 

옆에 있는 분홍색 초코바는 핀란드 브랜드인 파제르의 게이샤. 파제르 초콜릿은 맛있다 :)

 

 

 

 

예전엔 어디든 여행을 가면 냉장고 자석을 한두개씩 모았는데 이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귀찮아서 그런지 지금은 자석을 거의 사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갔을 때 어느 서점에서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재기넘치는 자석이 있어서 두개 골라서 사왔다.

 

왼편의 자석은 페테르부르크를 상징하는 것들을 알파벳에 따라 나열한 것인데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나는 알파벳 'Г'(게)에 해당되는 자석을 골랐다. 상징파 시인 지나이다 기피우스, 가스찌니 드보르, 그리고 고골!! 사실 고골이 너무 귀엽게 그려져 있어서 ㅎㅎ

 

오른편의 자석은 페테르부르크에서 쓰는 단어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이건 노어를 좀 알아야 재밌는 거라서.. 영어에서도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가 다르듯이, 모스크바 사람들이 쓰는 단어와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이 쓰는 단어가 좀 다른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저 자석의 왼쪽 맨 아래의 러시아식 도넛. 모스크바에서는 뽄치크라고 부르지만 페테르부르크에선 쁘이슈까라고 부른다 :) 그리고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은 자기들이 쓰는 단어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페테르부르크 시민처럼 말하기' 뭐 이런 광고 간판도 가끔 세우고... 책들 읽다보면 저런 얘기가 종종 나와서 나 같은 외국인으로서는 참 재밌다.

 

사족을 붙이자면, 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의 도시 사랑은 유명해서 모스크바랑 비교하면 짜증내는 경우도 많다 :) 어쨌든 문화와 예술과 교양의 도시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모스크바 사람들은 돈 버는 데 눈이 멀어 예의없고 인정머리 없다고 여기기도 하고...

 

 

 

자석 샀던 서점에서 사온 에코백. 하나는 선물용, 하나는 내가 쓰려고 샀다. 이것도 페테르부르크의 상징물들을 그려놓은 것이다 :) 고양이도 있고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도 있고 네바 강물도 있고, 잘 보면 수면 위로 퐁당 하고 물방울이 두 방울 그려져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전에 얘기했던 네바 강의 물고기 코류슈카..(가 물 속으로 들어갔다고 씌어 있다 ㅠㅎㅎ), 그리고 비!! 워낙 비가 자주 오는 동네라서... 그리고 페테르부르크의 지붕들에 대한 얘기도 있고, 쁘이슈까 도넛도 있고... 책 두권이 보이시는지. 바로 도스토예프스키!! 너무 귀엽다 :)

 

이거 말고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문구가 씌어져 있는 에코백도 있었는데 그것도 갖고팠지만 그래도 그림이 그려져 있는 이걸 택했다.

 

 

이번에 사온 책 두 권.

 

왼편은 '루스까야 꾸흐냐 버전 2.0', 우리 말로 번역하면 러시아 요리 버전 2.0 정도 되겠다. 이것은 긴자 프로젝트라는 유명한 러시아 레스토랑 브랜드의 젊은 셰프인 알렉산드르 벨코비치가 쓴 러시아 요리책이다. 소박하면서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러시아 가정식 레시피들이 담겨 있다. 심심할 때 넘겨보고 있음.

 

오른편은 '비정형화된 페테르부르크 여행서' 시리즈 중 하나. 이 시리즈 두 권을 먼저 샀는데 이번에 가니 이게 새로 나와서. 이 책들 참 재밌다. 이번에 사온 건 페테르부르크의 수많은 골목과 거리들에 붙어 있는 애칭과 특징들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이것도 심심할 때 조금씩 보고 있다.

 

 

 

요리책~

이것은 보드카를 넣고 끓인 우하 수프.

 

 

 

오늘 차를 마시면서..

 

 

위의 페테르부르크 여행서 읽음

 

 

안은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이건 얼마 전 주말.

 

 

이건 보르쉬와 오크로슈카 수프.

 

오크로슈카는 약한 알콜 음료인 크바스에 오이 등 야채를 넣어 만드는 냉수프이다.

 

 

 

이건 러시아식 감자팬케익. 그때 이거 보면서 감자호박전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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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4. 3. 21:58

천사, 아직 오지 않은 부활절 기념 arts2015. 4. 3. 21:58

 

 

지난 2월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첫눈에 반해 사온 천사 목각 인형. 원래는 마트료슈카를 하나 더 살까 했는데 이 천사를 발견하고는 마트료슈카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옷 색깔도 여러 가지였고 같은 종류 천사도 많았는데, 수많은 천사들을 다 살폈지만 제일 처음 봤던 이 천사가 가장 마음을 사로잡아서 결국 첫번째 천사 선택.

 

머리색이나 옷 색깔을 보니 가브리엘 같은데.. 뭐 아닐 수도 있다만. 내 마음 속으로는 금발의 가브리엘이라고 부르고 있다. 금발의 가브리엘은 러시아 박물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자 가장 아름다운 이콘이기도 하다. 그 이콘 이미지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7

 

금발의 가브리엘 이콘을 너무 좋아해서 예전에 마무리한 미샤와 레닌그라드 우주 본편 소설 하나는 그 이콘이 있는 전시실에서 에필로그를 맺었다. 지금 쓰고 있는(그러다 서무 시리즈 때문에 잠시 중단된) 본편의 배경이 되는 지방 소도시 '가브릴로프'란 이름 자체도 천사 가브리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 이름에 대해서도 소설 내에서는 중요한 배경 설명이 있는데 그건 언젠가 따로...

 

오늘은 '그' 금요일. 그리고 이번주 일요일이 부활절이다. 교회 안 간지도 오래됐고 사실 기독교 신자라기에는 엄청나게 날라리라서 실질적으로야 별로 종교적이지는 않은 인간이지만, 그래도 고난주간과 부활절은 언제나 내겐 어느 정도 상징적인 시기이다. 그래서 천사 인형 사진 올려본다. 사와서 호텔 방 창가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천사는 나랑 비행기 타고 와서 지금은 우리 집 선반 위에 있다. 마트료슈카들이랑 금발의 가브리엘 엽서, 루지마토프 사진 엽서 등과...

 

사진에 나온 크기랑 실제 크기랑 거의 같다.

원래는 매달아 놓는 거라서 고리가 달려 있지만 난 그냥 선반에 올려놨다.

 

 

 

 

 

 

 

** 작년에 썼던 부활절 기념 단편 Jewels 링크는 아래

1장 : http://tveye.tistory.com/3390

2장 : http://tveye.tistory.com/3391

3장 : http://tveye.tistory.com/3393

4장 : http://tveye.tistory.com/3394

5장 : http://tveye.tistory.com/3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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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