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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5. 22:03

추울 때를 생각하며 russia2013. 6. 5. 22:03

 

다시 이런 순간이 왔다. 추웠던 때를 그리워하게 되는 순간 -_- 매년 여름마다 반복됨

2010년 2월. 페테르부르크. 찌아뜨르 거리. 마린스키 극장 맞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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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종종 듣는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왈츠 2번. 아주 유명한 곡이라 많이들 아실 듯. 예전에 대한항공에서 페테르부르크 취항 광고에 삽입하기도 했고, 더 옛날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도 삽입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대한항공 광고 아주 좋아했었는데 :)

 

 

링크한 이 버전은 어느 오케스트라인지 잘 모르겠다만. 모스크바 풍경이 무척 아름답게 나와 있어서 이걸로 올려봄. 스타일이 꼭 러시아 홍보 필름 같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스크바 야경 + 발레 + 체조 선수들 + 여군 등등등... 내 기억 속의 모스크바는 저렇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지만 ㅎㅎㅎ

 

보너스로 하나 더. 이건 2001년 로테르담 필하모닉 라이브,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 버전. 게르기예프 버전은 템포가 좀 빠른 편이고 비장하고 깊은 맛보다는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진짜 춤곡 같은 느낌이다.

 

 

글 쓸 때도 그렇고 마음이 심란할 때도 자주 듣는 음악이다.

 

*  이 곡과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쇼스타코비치 작품인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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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3. 5. 14. 20:22

모이카에서 그리보예도프 운하로 russia2013. 5. 14. 20:22

 

 

요 며칠 동안 다시 페테르부르크 다녀오고 싶어하다 숙박비가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작년 가을에 다녀온 사진 보며 슬픔을 달래는 중. 모이카 운하에서 그리보예도프 운하 쪽으로 쭈욱 걸어가는 길. 이 길 따라 쭉 걸어가면 스빠스 나 끄로비 사원(피의 구세주 사원)이 나온다.

이 날 모스크바에서 페테르부르크로 넘어왔는데 비오고 춥고 온통 회색빛의 거대하게 내리누르는 모스크바에서 기차를 타고 페테르부르크에 왔더니 날씨는 쌀쌀했지만 하늘이 맑고 햇살이 찬란한데다 황금빛 첨탑들과 파란 물결이 반짝이는 네바 강과 운하가 '어서 와, 다시 와서 반가워' 라고 맞이해주는 느낌이었다. 역시 마음의 고향 :) 모스크바 싫어!! (미안하다 모스크바야 근데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호텔에 짐 풀고 기어나와 해군성 - 네바 강변 - 에르미타주 - 겨울 운하 - 모이카 운하 - 그리보예도프 운하 - 카잔 성당 - 호텔 코스로 쭉 산책했다. 얼마나 행복하던지..

사진을 잘 보면 저 조그만 교각 아래로 유람 보트가 슬슬 나오고 있다.

 

 

 

 

 

이건 스빠스 나 끄로비 사원 뒷쪽에 있는 교각. 마침 신랑신부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아, 사진을 보니 다시 가고 싶은 마음만 모락모락...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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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3. 5. 12. 15:38

표도르 톨스토이, 뜨개질 방에서 arts2013. 5. 12. 15:38

 

표도르 톨스토이, 뜨개질 방에서

 

오랜만에 러시아 그림 한 점. 전에 두어 번 소개했던 러시아 그래픽 화가 표도르 톨스토이의 그림이다. 다른 그림들은 아래를 클릭.

http://tveye.tistory.com/1672
http://tveye.tistory.com/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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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3. 4. 28. 14:12

카페 엘리펀트, 카를로비 바리 about writing2013. 4. 28. 14:12

 

 

 

 

내가 지난 2월 프라하로 떠났던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고 누구에게도 그 모든 이유들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곳에서 어떤 것은 해결이 되었고 어떤 것은 그대로 남았다. 뭐 겨우 두 달 머물렀으니 그럴만도 하다.

 

글쓰기도 큰 이유 중 하나였는데, 실은 도착해서 거의 한 달 가량 쓰기를 시작할 수 없었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나날이 한동안 계속되었는데 그러다가 친구가 나를 만나러 와줘서 카를로비 바리에 잠깐 갔었다.

 

친구는 일 때문에 늦게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먼저 카를로비 바리에 도착해 거리를 산책하다가 호텔 근처에 있는 저 카페 엘리펀트에 들어갔다.

 

 

사실 저 카페에 들어갈 때만 해도 난 엉망이었다. 몸이 아팠고 열이 나고 정신도 산란했다. 나중에 도착해 숙소에서 날 만난 친구는 아픈 애를 괜히 데려왔다고 미안해했다. (그 친구임. 복지리를 갈망하는 애. 뭐 그래서 얘가 카를로비 바리 있는 내내 날 잘 먹이고 짐도 다 들어주고 보살펴주고 챙겨줬기 때문에 신났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ㅋㅋ)

 

 

그런데 사실 나는 그때 기분이 꽤 좋았었다. 몸은 아팠지만 카페 엘리펀트에서 보낸 한 시간이 지금껏 프라하에서 보냈던 20여일의 시간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카를로비 바리에 갔을 때 나는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따위를 들고 가지 않았다. 오로지 도블라토프의 소설 한 권, 펜 한 자루와 스프링 노트 한 권을 챙겼을 뿐이었다. 그리고 때로는 그게 전부다. 

 

 

나는 그곳 창가에 앉아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던 글의 전체 흐름을 정리해보았다. 이건 플롯이 아니라 슈젯을 정리하는 편에 가까웠다. 내가 그토록 힘들었던 것은 이 글에 너무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미 나는 그 글을 쓰려다 두 번이나 포기한 후 워밍업을 위해 다른 글을 두 편이나 썼다. 때로 어떤 글을 시작한다는 것은 사랑을 새로 시작하는 것만큼, 아니,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버리는 것만큼 어렵다. 이제 카페 엘리펀트 창가에 앉아 스프링 노트를 가로로 펼치고 펜을 잡은 나는 단순하게 시간적 흐름에 따라 사건과 인물과 내용의 골자를 배열하고 전체적 맥락을 다시 잡았다.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페이지에 걸쳐 기다란 흐름을 정리하고 나자 뭔가가 명확해졌다. 그리고 이 소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하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인물이 어떤 일을 겪고 그곳에 존재하게 되는지, 이 소설에서 그의 행동 패턴이 왜 변화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와 나 둘을 모두 납득시켜야 했다. 그건 단순히 그가 나이를 먹거나 철이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서 원래 쓰고자 했던 글을 위한 프리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원래는 짧게 툭툭 던져지는 배경으로만 묘사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프라하에 돌아와서 그 글을 시작했고 꾸준히 썼다. 그리고 서울에 와서 글을 끝냈다.

 

 

다음날 아침 호텔의 조그만 식당 창가에 앉아 아침을 먹으면서 친구가 말했다.

 

" 다 나 덕분인 줄 알아라. "

 

" 뭐가? "

 

" 안 아프게 된 거. "

 

" 아직 좀 아픈데. "

 

" 그래도 얼굴이 동그래졌어. 어제 온천 시키고 슈니첼을 먹였더니 이제 사람다워진 거야. 이제 가방 들고 다닐 수 있겠지. 사람 구실을 하겠지. "

 

" 슈니첼 먹고 자서 얼굴이 부은 거야! 좋은 게 아니잖아 ㅠㅠ "

 

" 아니야, 좋아진 거야. 눈에 빛이 돌아왔어. "

 

" 그래, 어떻게 보면 네 덕분이 맞아. 엄밀히 얘기하면 카페 엘리펀트 때문이야. "

 

" 온천보다, 맛있는 음식보다, 좋은 호텔보다 카페 따위가 더 좋단 말이냐! 어딜 가나 널려 있는 카페 따위가! "

 

" 엉... 그게 꼭 그런 건 아닌데... 좀 그래. "

 

" 근데 왜 아직도 결혼을 못했지? 이 여자는 저비용으로 꼬시기에 아주 적합한 타입인데. "

 

" 이 자식이.. 상대를 앞에 두고 3인칭으로 칭하지 마라. "

 

 

사실 친구 말이 맞다. 네 덕분이다. 카를로비 바리에 가자고 꼬셔줬잖아. 세번째 찾는 카를로비 바리였지만 이때가 가장 즐거웠다. 그리고 여기서 카페 엘리펀트에 갔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고맙다 :)

 

 

 

 

 

 

카페 엘리펀트는 카를로비 바리 온천지대를 따라 쭈욱 걸어가다가 이 동네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호텔일 GRAND HOTEL PUPP으로 접어들기 좀 전에 나타난다. (그 호텔엔 전에 출장와서 행사만 들어가봤다. 이번에 묵었던 곳은 다른 곳)

 

휴양지인 카를로비 바리라는 동네 특성이 그렇듯, 이 카페에도 두터운 외투를 벗고 앉아 쉬는 중년이나 노년 부부들이 많았다. 카페는 널찍한 그랜드 카페 스타일이었다. 이른 오후였고 창가에 앉자 싸늘한 바깥 날씨와는 달리 햇살이 스며들어와서 좋았다.

 

점심 먹을 때 차를 마셨기 때문에 평소엔 잘 마시지 않지만 카푸치노를 주문해봤다. 그리고 모양이 예뻐서 마블 케익 주문. 케익은 커스터드가 진했고 꽤 달아서 다 먹지는 못했다. 카푸치노는 부드럽고 맛있었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좀 호텔 커피숍 같은 분위기인가..

 

 

 

 

고맙구나, 카페 엘리펀트. 그리고 카페 에벨도. 친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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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  주말에 비엔나에 다녀올 예정이다. 원래는 화-목 정도를 생각했는데 일기예보를 보니 눈이 오고 추워진다고 해서 토~월로 변경했다. 덕분에 어젯밤에 버스 티켓 예매와 호텔 예약하느라 피곤했다.

기차를 타고 갈까 했는데 스튜던트 에이전시가 기차보다 훨씬 저렴해서 버스 표를 끊었다. 카를로비 바리 두시간 타고 가는 것도 살짝 버거웠는데 과연 5시간 동안 잘 타고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다녀올 듯.

날씨 때문에 앞당기긴 했지만 주말도 역시 춥다는 예보가 있다. 체감온도가 영하 4~5도라나. 부츠를 신고 가야 할지 고민 중이다.

여기 와서 후회한 것 중 하나가 백팩을 안 가져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레스포삭 가방도 안 가져왔다. 뭘 얼마나 쏘다니겠어 싶어서. 막상 이렇게 다른 곳에서 자야 하는 경우엔 가방 들고 가기가 참 난감하다. 그렇다고 기내 가방을 끌고 갈 수도 없고. 하루를 자든 이틀을 자든 화장품과 세면도구와 잠옷을 챙겨가야 하니 부피와 무게가 늘어난다.

다시금 루키야넨코의 명언을 되새기는 중. 돈 없는 자들만이 여행가방을 바리바리 꾸려가지고 다닌다. 부자는 현지에서 모든 것을 조달할 수 있다.

 

*  전에는 혼자 쏘다니는 것이 좋았다. 게으르고 겁도 많은 편이지만 혼자 출장도 잘 다니고 여행도 잘 다녔다. 그런데 요즘은 피곤해서 그런 건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보지 않았던 나라와 도시들을 찾아 떠나는 것이 전처럼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설레는 마음도 훨씬 덜하다. 이렇게 사람이 칙칙해지나 보다.

전 같으면 벌써 비엔나 관련 모든 정보를 검색해서 메모를 하고 근처 서점에 가서 지도라도 사 와서 체크를 하고 있었을 텐데 지금은 한국에서 몇장 뜯어온 비엔나 관련 여행 책자를 한번 들춰보고 지하철, 트램 노선을 폰에 저장한 것이 끝. 호텔에 가면 지도를 주겠지, 가서 대충 쏘다니자 이런 마음이다.

이제 혼자 열심히 찾아서 챙기고 쏘다닐만큼 부지런하거나 열망으로 넘쳐나지 않게 된 것 같아 좀 씁쓸하다. 이렇게 해서 나이를 먹고 급기야는 패키지 여행에 끼게 되나보다. 지금까지는 패키지, 단체여행이라면 정말 토할 것처럼 싫지만. 

그 좋아하던 미술관들과 음악, 공연들에 대한 갈망도 전 같지 않다. 아마 이건 내가 작년부터 이쪽에 서서히 피로를 느끼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미술 쪽이 그렇다. 업무 관련해서 심적으로 많이 소진되었는지 프라하에 와서도 미술이나 건축 쪽은 그렇게 많이 보러 다니지 않았다. 꼭 가보고 싶었던 현대 미술 갤러리가 몇 군데 있었는데 곁을 지나치면서도 들어가본 적도 없다.

 

*  패키지, 단체 여행 얘기가 나와서 잠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집단으로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수학여행을 비롯해 교련, 운동회, 매스 게임 등등을 모두 싫어했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집단주의의 횡포를 견딜 수가 없다. 아니, 이게 꼭 횡포가 아닐 수도 있다. 순기능적인 면이 강조될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횡포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내겐 그게 횡포였다.

직장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인데. 그나마 우리 회사는 그런 면이 꽤 덜한 편이라 다행이지만. 그래도 부임해오는 임원에 따라 가끔 주말 산행이 생겨나기도 했다. 나는 '조직 문화'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이러한 단체행동이 사실은 강압이며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주말이 아니라 해도, 본래 회사에서 봄이나 가을에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체육대회나 산행도 좋아하지 않는다. 게을러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난 줄을 서서 다 같이 뭔가를 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다. 그리고 집단 행동을 함으로써 단결력이 강화되고 '우리'라는 끈끈한 정이 생겨난다는 말을 믿지도 않는다. 그래본 적이 없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상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이며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집단 행동을 통해 '우리'라는 이름의 뜨거운 결속력을 획득하고 팀으로서 거듭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쪽에 포함되지 않았다. 단 한번도. 아마 내가 소련 시절에 태어났다면 정치 이념이나 먹고살기 힘든 사회나 그런걸 다 떠나서 그 망할 놈의 집단주의 때문에 미치거나 수용소에 끌려갔을 것 같다.

작년부터 쓰고 있는 시리즈의 주인공에게도 그런 성향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물론 그는 나와는 꽤 다른 인물이지만, '우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집단주의를 견뎌내지 못하는 것은 비슷하다. 그래서 보안위원회의 어느 인물은 어느 날 그 애를 불러다놓고 이런 말을 한다. '애'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이 저 당시 주인공은 아직 학교를 졸업하기 전이었다.

 

... 그런데 내가 아주 미워하는 애들이 있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놈들, 이토록 선량하고 교양 있는 나조차도 그런 녀석들은 아주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그건 말이지, 혼자 다니는 놈들이야. 모두가 노래할 때 혼자 침묵하는 녀석, 다같이 컨베이어 벨트를 돌릴 때 혼자 뒤돌아 서 있는 녀석, 동지들끼리 모여 차를 마실 때 길거리로 사라지는 녀석. 가끔 가다 보면 꼭 그런 인간이 있어. 차라리 떠들고 선동하는 놈들이 나아, 왜냐하면 그것들은 항상 여럿이 모여 있으니까. 그리고 무리 짓는 인간들은 언제나 소비에트의 품에 안길 준비가 되어 있는 놈들이야. 문제는 바로 혼자 다니는 애들이야. 도무지 집단에 끼어들지 않는 놈, 미제 자본주의자들의 타락한 정신을 따라가는 놈. 줄을 서는 게 싫다는 이유로 빵과 우유를 사러 가지 않고 꼬박 며칠 동안 처자식을 굶기는 놈, 존경하는 레닌 동지와 레오니드 일리치 동지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해버리는 건방진 놈들. 차라리 소리 높여 욕하는 놈들이 훨씬 나아. 언제나 혼자 있으려고 하는 놈들, 자기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며 이 세상에서 혼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정신 나간 놈들, 그런 놈들이 제일 나빠....

 

.. 저 자의 장광설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물론 저 설교가 주인공을 바꿔놓지는 못한다. 저때 꽤 혼이 나고 고생을 하게 되지만 그래도 그 애는 여전히 '혼자 다니는 놈'으로 남는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  오늘은 8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그래도 중간에 한번 깨서 1시간 넘게 뒤척이긴 했다. 계속 자고 싶어서 괴로웠는데 바깥을 보니 어제보다 날씨가 더 흐렸다. 오늘은 나가지 않고 내일 비엔나 갈 준비와 다른 이것저것들을 했는데 열어놓은 창 너머에서 불어들어오는 바람이 매우 찼다.

틈날 때마다 꾸준히 걷고는 있지만 운동 부족이 분명하다. 그런데 따뜻한 날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더 움직이고 싶어도 힘들었다. 며칠 동안 입맛도 없고 몸이 힘들었는데 내일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좀전에 힘을 내어 카프레제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여기는 아주 조그만 모짜렐라 치즈 덩어리를 한팩씩 포장해 팔기 때문에 편하다. 가격도 싸고.

 

* 아이팟 랜덤 재생을 해놨더니 new kids on the block의 time is on our side 가 나오고 있다. 좋아했던 노래인데. 역시 세대가 나오는군 :) 요즘 아이들은 뉴키즈 잘 모르겠지 ㅠ.ㅠ

 

... 그러고 보니 이걸 어느 폴더에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글 얘기가 있으니 about writing 에 일단 넣어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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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3. 2. 21. 02:38

프라하 장식미술 박물관에 다녀왔다 arts2013. 2. 21. 02:38

 

공예박물관이라고 계속 썼지만 '장식미술 박물관'이란 명칭이 더 정확한 듯. 체코어로는 Uměleckoprůmyslové museum. 요세포프 지역의 Listopadu 거리에 있다. 바로 건너편에는 루돌피눔이 있다. 집에서 걸어가니 15분 정도 걸렸다.

오늘도 눈발이 날렸고 바람이 꽤 세게 불어서 체감온도가 낮았다. 블타바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외투에 달린 모자를 썼는데도 피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돌아오니 머리가 멍멍했다.

박물관 소장 전시와 특별전시를 합쳐서 120코루나 티켓을 샀다. 특별전시는 matchbox 라는 제목이어서 난 다양한 성냥갑 디자인에 대한 전시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매치박스는 장난감 모형자동차들 시리즈의 이름이었다. 몇십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무수한 모형자동차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아이들이 바글거리며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별로 그쪽에 큰 흥미가 없어서 가볍게 둘러보고 소장 전시실로 갔다.

 

이게 그 매치박스 전시 포스터.

 

내부 사진은 찍지 않았기 때문에 박물관 홈페이지(www.upm.cz)에서 가져온 이미지들 몇 장으로 대신한다.

각종 유리 공예, 도자기, 섬유와 의상, 금속 공예품, 시계, 가구, 포스터와 사진들, 보석 장신구, 북 아트 등 다양한 전시실이 이어졌다. 사실 미술이란 영역은 아주 광범위한데 나는 예술로서의 미술이라면 고전적인 회화와 현대 미술의 총아인 비디오 아트, 사진 쪽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이런 공예와 장식미술 작품들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이전에 직장에서 몇 년 동안 미술 관련 업무를 맡았는데(요즘은 미술이란 표현보다는 시각예술 이란 표현을 쓴다), 그때도 이 광범위한 분야를 한꺼번에 시각예술로 통칭하다보니 공예나 조각, 서예, 장식미술 등을 전공한 작가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해가 간다..

전시는 모두 재미있었고 눈을 사로잡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작품들이 즐비했다. 난 유리나 금속보다는 도자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옛날 찻잔이나 티포트를 보는 것이 즐거웠고 해시계나 12궁도 등이 응용된 시계들, 나침반, 각종 장신구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오늘 옛 가구들을 주욱 보면서 내가 바로크 시대의 목재 테이블과 책상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반원형의 매끄러운 나무 책상 하나만 갖고프다!!

아르누보 시대를 좋아하기 때문에 당시 포스터들을 보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의상 전시실은 전시품이 너무 적어서 아쉽긴 했는데, 옛날 귀족 아가씨가 입던 드레스를 보니 기장이 짧은 것이, 역시 옛날에 태어났으면 나는 호빗이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입어보고 싶었다 :)

드레스나 의상도 그렇고 공예작품들도 그렇고 역시 대량생산의 시대로 접어들자 화려하고 아름다운 디자인들은 퇴색하고 점점 볼거리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게 꼭 나쁘다는 건 물론 아니다. 이 박물관에 전시된 대부분의 옛 아름다운 전시품들은 귀족들과 부르주아들의 생활 용품이었으니까. 귀족으로 태어나지 않는 한 그 시대에 살아봤자 좋을 건 없었을 거고. 사실 귀족으로 태어났다 해도 그건 희생과 착취를 토대로 한 향유였을 것이다. (하긴 그렇다고 지금 이 순간의 사회가 완전히 평등한 것도 아니고 불균형과 착취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어쨌든 1920년대까지의 아르누보 디자인들에서 갑자기 30년대 이후로 넘어오면서 의상과 공예품, 가구들이 칙칙해진 건 사실이다 ㅠ.ㅠ 특히 여자 옷... (정작 자신은 맨날 블랙에 레드, 단순한 스타일만 추구하면서 보는 건 아르누보를 즐긴다 -_-)

홈페이지에는 이미지가 너무 적게 올라와 있어 아쉽다. 몇 장 올려본다.

 

 

옛날 전시품만 있는 건 아니어서 이렇게 1920년대 찻잔과 티포트도 있었다. 이 세트 무척 맘에 들어서 좀 갖고팠다. 안 그래도 요즘 티포트와 찻잔을 사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지하철 타고 아울렛 매장에 갈 엄두를 못 냈다.

오늘 이 박물관 샵에서 괜찮은 포트와 찻잔 있으면 살까 했지만 생각보다 물건이 없었고 그나마 전에 큐비즘 박물관 샵에서 봤던 입체주의 티포트와 찻잔이 대다수였다. 비싸서 포기 -_-

 

 

:
Posted by liontamer
2013. 2. 5. 17:55

옛날엔 이런 거 안 챙겼었지 russia2013. 2. 5. 17:55

 

원래 출장이나 여행으로 외국에 나갈때 김치, 고추장 등을 바리바리 싸갖고 다니는 타입은 아니다. 역한 건 못먹지만 그렇다고 밥 없이 못 사는 사람은 아니라서.

특히 남자분들과 출장을 가게 되면 음식 때문에 무척 괴로워하시는 경우를 많이 봤다. 취사가 가능한 숙소를 잡아 2주 가까이 머물 때면 이분들은 공항에서 사오신 김치와 고추장, 햇반,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셨다. 맛있는 음식들이 천지에 가득한 이탈리아에서도!!

나도 밥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아침엔 빵 한조각, 차 한잔 정도로도 거뜬한데다 기간이 길어져서 점점 국물과 밥이 먹고 싶어지면 중국 식당에 한번쯤 가주면 되니 훨씬 수월했다. 그래서 그 남자분들의 식성에 맞춰 같이 차려먹는 게 참 고역이었다. 일이 바쁘니까..

근데 최근 1~2년 사이에 변한 게 있다. 내가.. 컵라면 두어개와 볶음김치 1봉지, 즉석누룽지 두어팩을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음식이 맛없는 곳에 가게 될때 그렇긴 하지만..(러시아!)

나이든 게 분명하다!!

사진은 페테르부르크 앙글레테르 호텔 방. 지난 9월에 러시아 갔을 때.

이날은 새벽에 모스크바에서 고속철을 타고 페테르부르크로 이동했다. 막 호텔 방에 들어오고 나니 너무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빈 속에 짐가방 끌고 오느라 고생해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컵라면에 물 붓고 늘어져 있는 중이었다. 잘 보면 뒤에 누룽지 봉지도 보인다.

나이가 든 거야!!

집에서는 결코 안 먹는 컵라면. 나오면 보양식 :)

하긴 러시아에는 굴지의 '도시락' 컵라면이 있으니 굳이 저렇게 싸오지 않아도 된다. 이때는 이렇게 호텔 도착하자마자 녹초가 될 것 같아서 저렇게 한개 챙겨갔는데 잘 먹었다.

 

역시 앙글레테르 호텔 방에서 그날 저녁 먹은 것.

혼자 가면 딱히 맛있는 음식들을 챙겨먹지 않는다. 게다가 러시아는 자주 갔던 곳이라 더 그렇다. 근처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의 맛있는 빵집 부셰에서 테이크아웃해 온 시저 샐러드. (노어로는 살랏 쩨자리) 그리고 저 컵에 든 것은.. 누룽지 :)

물론 누룽지와 푸성귀는 어울리지 않았다 ㅠ.ㅠ 샐러드는 나쁘지 않았지만 훈제 칠면조 고기로 추정되는 퍽퍽한 조류 고기가 들어 있어 괴로웠다.

.. 갑자기 왜 이런 포스팅을 하냐면.. 낼 비행기를 타야 해서 짐가방 챙기다가 문득 생각나서!

 

* 말라야 모르스카야의 빵집 부셰에 대한 포스팅은 아래를~

http://tveye.tistory.com/706 

http://tveye.tistory.com/648
http://tveye.tistory.com/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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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2. 4. 22:26

다시, 궁전 광장 russia2013. 2. 4. 22:26

 

궁전 광장, 작년 9월.

역시 페테르부르크로 갈 걸 그랬나.. 사진을 다시 보니 부쩍 향수가 치솟는다. 프라하의 구시가지 광장도 물론 아름답지만 궁전 광장과는 느낌이 아주 다르다. 페테르부르크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장소 중 하나.

* 궁전 광장 다른 사진들은 아래에.. 좋아하는 곳이라 그런지 많이도 찍고 많이도 올렸었네.

http://tveye.tistory.com/1369
http://tveye.tistory.com/1174
http://tveye.tistory.com/1048
http://tveye.tistory.com/996
http://tveye.tistory.com/788
http://tveye.tistory.com/254
http://tveye.tistory.com/245
http://tveye.tistory.com/134
http://tveye.tistory.com/64
http://tveye.tistory.com/60
http://tveye.tistory.com/31
http://tveye.tistory.com/27


* 이건 궁전광장 돌바닥 사진

http://tveye.tistory.com/1681
http://tveye.tistory.com/173
http://tveye.tistory.com/278
http://tveye.tistory.com/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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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27. 23:50

앙리 팡땡 라뚜르, 레몬과 사과와 튤립 arts2013. 1. 27. 23:50

 

앙리 팡땡 라뚜르, 레몬과 사과와 튤립

아주 오랜만에 팡땡 라뚜르의 정물화 한 점.

난 팡땡 라뚜르를 랭보와 베를렌느가 끼어 있는 당시 프랑스 문인들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로 처음 알았었다. 이후 에르미타주에서 그의 정물화들과 나이아드 그림을 보고 그 아름답고 부드러운 색채에 매혹되었다. 지금도 그의 꽃들을 좋아한다.

팡땡 라뚜르의 모란꽃 그림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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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22. 15:46

미하일 브루벨의 악마들과 백조 공주 arts2013. 1. 22. 15:46

 

앉아 있는 악마, 미하일 브루벨

 전에 브루벨의 악마 그림 두어점과 백조 공주 그림을 올린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 쓴 글에 잠깐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에 다른 그림들과 함께 올려본다.

트레치야코프 미술관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건 역시 브루벨의 그림들이었다. 그리고 이바노프의 민중 앞에 나타나신 그리스도 정도..

그림 파일은 원작의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터치와 질감들이 살아나지 않아 무척 아쉽지만..

브루벨의 악마는 레르몬토프의 시에 등장하는 사랑에 빠진 젊고 불행한 악마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의 그림 속의 악마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존재다. 그 그림들은 아름답고 무척 슬프다.

 

 미하일 브루벨, 의기소침한 악마

 

 미하일 브루벨, 날아가는 악마

브루벨의 악마 시리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다. 실지로 이 그림 앞에 서면 숨이 막힌다.

 

 미하일 브루벨, 백조 공주

정말이지 아름다운 그림이다. 이 그림 하나 때문에 다시 모스크바에 가고 싶다.

 

이건 백조 공주 스케치

* 브루벨의 다른 그림들은 아래를~

http://tveye.tistory.com/895
http://tveye.tistory.com/428
http://tveye.tistory.com/410
http://tveye.tistory.com/187
http://tveye.tistory.com/80
http://tveye.tistory.com/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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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8. 22:00

카페 에덴의 메뉴 간판 russia2013. 1. 18. 22:00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서 발견한 메뉴 간판. 카페 에덴이란 곳이네. 영어로 씌어 있다.

메뉴를 읽고 있자니 샤실릭과 하챠푸리가 좀 당긴다 :)

* 러시아의 다른 손글씨 메뉴판은 여기를 클릭. 포스팅의 맨 아래 사진 :)

http://tveye.tistory.com/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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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7. 22:36

모르스카야 나베레즈나야 russia2013. 1. 17. 22:36

 

페테르부르크 어느 동네의 주소 표지판. 모르스카야 나베레즈나야 라고 씌어 있다.

맨처음 러시아에 갔을 때 살았던 기숙사가 있는 바닷가 동네다 :)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때의 추억 때문에 페테르부르크에 가게 되면 꼭 한번은 이 동네에 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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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6. 16:28

지나이다 세레브랴코바, 카드로 만든 집 arts2013. 1. 16. 16:28

지나이다 세레브랴코바, 카드로 만든 집

 

종종 포스팅했던 세레브랴코바의 귀여운 아이들 그림 한 점 더. 아이들 볼의 홍조와 동그란 눈동자가 너무 귀엽다.

* 세레브랴코바의 다른 그림들은 아래를 클릭~

http://tveye.tistory.com/1615
http://tveye.tistory.com/713
http://tveye.tistory.com/671
http://tveye.tistory.com/582
http://tveye.tistory.com/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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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3. 17:42

베르흐느이 레뱌쥐이 다리 russia2013. 1. 13. 17:42

 

레트니 사드(여름 정원) 앞의 조그마한 다리.

이름은 제목과 같다. 베르흐느이 레뱌쥐이 다리. 발음하기 참 힘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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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8. 15:59

소련 광고 포스터 : 연어 통조림 arts2013. 1. 8. 15:59

 

오랜만에 소련 식료품 광고 포스터 한 점~ 연어통조림 포스터 :)

맛이 없어보인다.. 소련 통조림들은 전부 맛이 없어 보인다 ㅜㅜ

* 소련 광고 포스터 관련 글들은 아래를 보세요~

  http://tveye.tistory.com/1470
  http://tveye.tistory.com/1401
  http://tveye.tistory.com/1397
  http://tveye.tistory.com/943
  http://tveye.tistory.com/937
  http://tveye.tistory.com/928
  http://tveye.tistory.com/927
  http://tveye.tistory.com/926
  http://tveye.tistory.com/925
  http://tveye.tistory.com/924
  http://tveye.tistory.com/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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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7. 20:49

천사와 불빛이 비쳐드는 창문 russia2013. 1. 7. 20:49

좀전에 about writing 폴더에서도 얘기했지만, 오늘은 러시아 정교회 성탄절. 그래서 기념으로 페테르부르크 도심 호텔의 창문 사진을 올려본다. 잘 보면 기다란 수직의 유리창문들 위로 이삭 성당과 꼭대기의 천사상, 그리고 조그만 불빛들이 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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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 윌리스의 시간여행 SF 소설들을 읽다 보면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 대한 사랑과 찬사가 종종 나온다. 제목의 저 문장은 폭격을 앞두고 그 아름다운 성당의 운명에 대해 찬사와 탄식, 절망을 담은 토로이다. 어떻게 보면 고색창연하고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는 문장인데 소설을 읽다 보면 이입하게 되기 때문에 함께 저 문장을 되뇌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궁금하신 분들은 코니 윌리스의 '화재감시원'과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꼭 읽어보시기를. 북받치는 슬픔과 비극적 엔딩을 견딜 수 있다면 그 시간여행 연작의 '둠즈데이 북'도. 후자는 세인트폴 성당과는 관계가 없지만..

페테르부르크에서도 난 종종 저 문장을 생각한다. 그건 바로 이 니콜스키 사원 같은 곳 앞에서다. 프라하에서도 화려한 고딕풍의 거대한 비투스 성당이 아니라 우아하고 여성적인 로레타와 고풍스런 아녜슈카 앞에서 더 사랑을 느꼈듯 페테르부르크에서 내가 정말로 사랑한 사원들은 거대하고 웅장한 이삭 성당이나 화사한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무시무시하고 어쩐지 음산한 카잔 성당이 아니라 작고 우아한 니콜스키 사원이나 안드레이 사원 같은 곳들이었다. 특히 니콜스키 사원은 스몰니 수도원과 비슷한 황금빛 푸른빛이지만 훨씬 작고 소박하고 차분하다.  

석양 무렵의 니콜스키 사원은 눈보라에 휩싸였을 때만큼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눈보라에 휩싸였을 때 사진은 여기를 클릭 : http://tveye.tistory.com/647

마린스키 극장 공연 보러 갔다가 시간이 남아 근처 니콜스키 사원 산책할 때 찍은 사진 몇장. 사원 안에 들어갔더니 평일이었지만 기도하러 온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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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프라하 여행 관련 포스팅에서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프라하에서 주소 표지판 하나만 고르라면 아녜슈카 수도원 표지판을 고르고 싶다고 (http://tveye.tistory.com/1421)

러시아에서 주소 표지판을 사올 수 있다면 이걸 고르고 싶다.

노어 발음대로 읽어보면 '찌아뜨랄나야 쁠로샤지'. 즉 '극장 광장' 이란 표지판이다. 마린스키 극장과 림스키 코르사코프 음악원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저 표지판 조그맣게 축소해서 하나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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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30. 18:00

두 도시의 성 게오르기 russia2012. 12. 30. 18:00

이건 모스크바, 크레믈린 성벽의 성 게오르기.

 

이건 페테르부르크. 스파스 나 크로비(피의 구세주 사원) 벽의 성 게오르기 모자이크.

사원 내부나 벽에서 성 게오르기 그림이나 모자이크를 발견하면 기분이 좋다. 위안을 준다. 이유는 좀 다르지만 성 세바스찬 그림이나 모자이크를 발견할 때도 행복하다. 전자는 위안, 후자는 미학적 만족에 가까운 것 같다.

 

**

http://tveye.tistory.com/1326 성 게오르기

http://tveye.tistory.com/184 성 세바스찬

http://tveye.tistory.com/34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성 게오르기 모자이크 클로즈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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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9. 17:37

트로이츠키 다리 russia2012. 12. 29. 17:37

 페테르부르크는 네바 강과 크고 작은 운하들의 도시이기 때문에 다리들도 많다. 이 도시의 운하와 교각들을 다룬 사진집도 여러 권 찾아볼 수 있다.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다리들과 건축 양식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다리는 네바 강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트로이츠키 다리. 아마 가장 유명한 교각들 중 하나일 것이다. 거대하고 장식적인 가로등 램프들이 눈에 띈다. 이 다리 근처에 레트니 사드(여름 정원)가 있다. 에르미타주 쪽에서 네바 강변을 따라 레트니 사드 쪽으로 쭈욱 걸어올라가면 이 다리가 나온다. 여름 정원을 지나서 더 올라가면 스몰니 사원이 나온다.

나는 거대한 다리보다는 작고 우아한 다리들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이 다리는 살짝 취향에서 벗어나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른 아침에 네바 강의 창백한 물살 위로 굳건하게 서 있는 트로이츠키 다리와 가로등 램프들을 지나쳐가는 건 행복한 일이다.

사실 지금 쓰는 글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의 이름도 이 다리에서 따왔다. 뭐 꼭 이 교각 뿐만은 아니고, 내가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원 중 하나의 이름도 트로이츠키 사원이라서. 그 인물의 성격 상 사원 쪽이 더 어울리긴 하지만 그래도 그 사람에 대해 묘사할 때 가끔 이 다리를 생각한다.

트로이츠키 다리 사진들 몇 장 더. 지난 9월에 갔을 때 찍은 사진들.

* 참고로 내가 가지고 있는 페테르부르크의 운하/다리/강에 대한 책자에 따르면 이 다리는 1897~ 1903년에 지어졌으며 건축가는 프랑스의 에펠. (바로 그 에펠이란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200주년 기념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300주년은 2003년이었다) 그래서 장중한 맛이 있나보다. 페테르부르크는 유럽을 향한 창으로 건설된 도시이기 때문에 서유럽 건축가들의 작품들이 유독 많다.

 

  다리는 근사하지만.. 늘상 계속되는 러시아워, 항상 밀리는 차들!~

 

 이렇게 강변을 따라 걸어가면서 강과 건너편 풍경과 트로이츠키 다리 구경.

 

 가로등 램프와 교각 아치 아래는 이렇게 생겼다.

 

 구도가 좀 비뚤어졌지만 거대한 가로등 풀샷.

 

 다리 정면 풍경은 이렇다. 정면에서 보면 별로 예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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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8. 23:55

금요일 밤 : 서울시향 '합창' 연주회 + arts2012. 12. 28. 23:55

*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회 갔다가 방금 돌아왔다. 제때 표를 구하지 못해 체념하고 있었는데 듀나게시판에서 티켓 나눔을 해주신 분이 계셔서 갈 수 있었다. 블로그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혹시나 누가 될까 하여 아이디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  연말이 되면 이 곡을 꼭 듣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인지, 아니면 원래 베토벤을 좋아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베토벤의 합창을 들으며 보내는 연말과 그렇지 않은 연말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오늘은 정명훈씨 지휘였는데 전반적으로 깔끔한 연주였다. 난 클래식에 대해서는 아주 기초적인 청취자이기 때문에 곡에 대한 정통 해석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드라마틱하게 몰아치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오늘 연주는 1~3악장까지 드라마틱하다기보다는 꽤 냉철하고 정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4악장이야 뭐 가슴 설레는 부분이고 :)

오늘 연주 실황으로 음반 녹음을 한다는 방송이 나왔는데 그래서인지, 아니면 정명훈씨 지휘의 이 곡은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 딱 한곡 밖에 연주하지 않았다. 앵콜곡조차도 합창 마지막 부분을 아주 짧게 되풀이하고 끝. 좀 서운했다 ㅠ.ㅠ

오늘 서울시향 1월 공연 일정을 봤는데 1월 17일에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와 교향곡 5번 운명, 그리고 25일에 바그너 연주회가 잡혀 있었다. 바그너는 매우 대중적이며 듣기 좋은 곡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탄호이저 서곡,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 + 사랑의 죽음, 니벨룽겐의 반지 관현악 모음곡.

17일 베토벤보다도 25일 바그너 연주회 무지 가고픈데 그때 내가 서울에 있을지 잘 모르겠다. 표를 구할 수나 있으려나...

 

*  오늘 합창 들으면서 다시금 든 생각 : 나는 정말로 근사한 중저음으로 말하는 남자로 한번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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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7. 21:39

러시아 한파 뉴스를 보니.. russia2012. 12. 27. 21:39

사진은 2010년 겨울 페테르부르크에서 찍은 것들.

러시아 한파 뉴스를 보니 죽은 사람들도 가엾고 그곳의 추위가 생각나 몸이 바르르 떨린다. 영하 13도만 되어도 여기서도 벌벌 떨고 있는데.

옛날에 페테르부르크에 살 때의 일이다. 아주 오래 전인데, 새해 휴가가 끝나고 학교에 가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기온이 영하 30도로 뚝 떨어져서 어마어마하게 추웠다. 아마 지금 같으면 추우니까 학교에 가지 않고 따뜻한 기숙사방에서 뒹굴었을텐데 그땐 나이도 어리고 영하 30도가 어느 정도인지 감도 안 왔기 때문에 호기 있게 버스를 타러 갔다.

얼어죽는 줄 알았다^^; 콧속과 눈가가 꽁꽁 얼어붙어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다. 얼굴에서 얼음 결정이 톡톡 부서지며 떨어졌다. 니트 모자 위에 가죽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그래도 머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나중에 돌아올 때는 낡은 버스 엔진이 얼어 멈춰버렸기 때문에 그 추운 날 거리에 내려 걸어가야 했다.

그래도 그땐 어렸으니까 잘 버텼는데, 지금은 생각도 하기 싫다!

추운 페테르부르크 사진 몇 장 더. 그래도 이땐 영하 15도 정도로 양호.. 폭설 때문에 눈이 많이 쌓여 있다.

 

 

 

 

* 그건 그렇고 이 포스팅이 러시아 폴더 300번째 포스팅. 역시 러시아 폴더라 추운 날씨 얘기로 300번째 포스팅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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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에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내한해서 들려줬던 곡. 링크한 유튜브 영상의 오케스트라는 마린스키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게르기예프가 여기저기 지휘를 하고 있어서.. 음, 다시 보니 제목에 마린스키라고 뜨는구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맞나보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차이코프스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어진다. 그의 교향곡 중 가장 유명한 건 아마도 6번 비창이겠지만 난 이 작품이 더 좋다. 차이코프스키 작품들은 대부분 좋아하는데 비창만은 견디기가 힘들다. 근데 우리 나라에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연주를 하거나 러시아 쪽에서 내한하면 꼭 비창을 들고 온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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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러진 날개 앞에서도

내 마음 속에 동정심은 들지 않아

나는 강압과 무력함을 증오하네

십자가에 박힌 그리스도만은 가엾을 뿐

Когда я вижу сломанные крылья,

Нет жалости во мне, и неспроста:

Я не люблю насилья и бессилья,

Вот только жаль распятого Христа.

.. Владимир Высоцкий, Я не люблю ..

(.. 블라지미르 브이소츠키, '나는 좋아하지 않네' .. )


 

얼마 전 지금 쓰고 있는 글을 위해 블라지미르 브이소츠키의 노래를 한 곡 번역할 일이 있었다. 인용한 부분은 그 노래의 일부이다. 그때도 이 부분 번역할 때 울컥했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살짝 더 슬프다.

 

.. 나는 세대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실 브이소츠키의 보컬보다는 빅토르 최와 키노가 더 취향에 맞지만, 그래도 그의 시적 가사들만큼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한다. 달리 배우이자 음유시인이 아니다.

인용한 부분에서 특히 '나는 강압과 무력함을 증오하네' (Я не люблю насилья и бессилья)를 듣고 있으면 아직도 내 심장에 뜨거운 뭔가가 살아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저토록 단순한 어휘와 단순한 표현인데도 그렇다.

 

** 발췌만 하고 나니 아쉬워서 브이소츠키가 생전에 이 노래 불렀던 영상 유튜브 첨부


** 사진은 뜬금없지만 프라하 카를 교 조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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