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다분히 불경스러운 이유로 성 세바스찬과 성 게오르기(혹은 성 조지)를 좋아한다.
용을 무찌르는 성 조지의 생명력과는 달리 성 세바스찬은 죽음과 부활의 경계를 오가는 모호함과 에로틱함으로 가득차 있다. 언제나 화살에 맞아 죽어가는 젊은이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성 세바스찬은 젊음과 죽음의 순간, 그리고 화살에 관통당하는 처절한 죽음의 방법 때문인지 항상 성적 긴장감이 감돈다.
물론 당시의 화가들이 그런 것을 염두에 두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난 성 세바스찬을 묘사한 그림들을 볼때마다 레오나르도의 세례 요한 그림을 떠올린다. (이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레오나르도의 그림이다) 성 세바스찬은 양성적이고, 때로는 노골적일 만큼 에로틱하고 섹시한 퀴어 회화의 느낌을 풍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세례 요한
성인/성녀들의 법열을 성적 오르가즘과 연관시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가끔은 그 이유를 이해한다. 내겐 성 세바스찬의 그림들이 바로 그렇다.
특히 에르미타주의 니콜로 레니에리 그림이 그렇다. 광대한 에르미타주의 무수한 전시실들을 지나면 어느 커다란 전시실 구석에 걸려 있는 작은 그림이다.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난 그 그림을 무척 좋아했다. 맨 처음 레니에리의 그림 앞에 섰을 때 들었던 느낌이란 이런 거였다. 아, 성 세바스찬이 너무나 에로틱하구나. 성인(saint)이라기보다는 죽음 앞에서 세속적 열망과 욕망으로 몸부림치는 젊은이 같아. 매혹된 나는 오랫동안 그 그림을 보고 있었다.
리베라, 성녀 이렌느에게 치유받는 성 세바스찬
니콜로 레니에리, 성 세바스찬
프라하성 나로드니 갤러리에서 본 그 작품은 제목이 생각 안나서 도저히 못 찾겠다.
나로드니 갤러리와 프라하성 갤러리 사이트에 들어가도 못찾겠고..
** 스빠스 나 끄로비 사원의 성 조지 모자이크는 아래를 클릭
http://tveye.tistory.com/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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