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 토요일 밤 : 연핑크 알스트로메리아, 수면양말, 먹태깡, 등장인물의 입담, 겨울 시즌 fragments2023. 11. 11. 22:11
너무나도 기다렸던 토요일.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보일러를 틀었다. 다행히 물을 빼야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고 집이 훈훈해졌다. 온갖 꿈에 시달려서 그런지 깼다 잤다 반복하며 꽤 많이 잤는데도 뒷골이 띵하고 몸이 피곤했다. 따뜻한 물을 채운 욕조에 들어가니 좀 살 것 같았다. 아점을 먹은 후 차를 우리기 직전에 꽃이 도착했다. 이번 꽃은 연핑크 알스트로메리아인데 하단의 잎사귀들이 잘 정리된 채 와서 별로 다듬을 게 없어 좋았다. 알스트로메리아는 철쭉이랑 좀 비슷하게 생겨서 돈 주고 주문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이번엔 좀 마음이 동해서 사보았다. 풍성해서 예쁘다. 연핑크색도 여리여리하고.
신고 있던 수면양말에 물이 튀어 젖는 바람에 갈아신으려고 옷장 서랍을 열었다가 지난번 바르샤바 여행 때 폴란드항공에서 준 기내 양말이 눈에 띄어서 이것을 신어보았다. 비즈니스 어메니티 주머니에 들어있었는데 질이 막 좋고 그런 건 아니다만 그래도 신을 만하다. 일반적인 수면양말보다는 얇고 보통 양말보다는 약간 도톰하다. 그런데 남녀 공용이라 그런지 길이가 너무 길어서 발목에서 주름을 잡아 접어야 했다. 새 수면양말들을 좀 사야 하는데. 지난 겨울까지 신었던 수면양말들은 다 늘어나고 보풀이 일어서 한두 켤레를 제외하곤 다 버려야 할 것 같다.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이소도 있고 수면양말과 일반 양말을 걸어놓고 파는 가게도 두엇 있는데 맨날 생각만 하고 귀찮아서 그냥 지나치곤 했다. 이제 추워졌으니 꼭 사야 되는데. 이따금 공원 근처에 세워둔 트럭에서 수면양말을 잔뜩 싸게 팔 때도 있는데 그건 또 너무 많기도 하고 금방 늘어날 것 같아서 사지 않았다. 다음주에는 꼭 사야겠다. 오늘이랑 내일은 이 폴란드항공 양말을...
어제 귀가하는데 편의점에서 이것을 발견하고 사보았다. 딱히 막 먹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구하기 힘들다는 것으로 유명했으니 신기해서. 그런데 이것은 꼭 예전의 허니버터칩 같았다. 구하기 힘든 놈인데 막상 먹어보니 맛이 없음. 청양마요 맛이라기에는 너무 달았다. 아무리 단짠이 유행이라지만 이런 것이 왜 이런 단맛이 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많이 남았는데 버리기도 아깝고. 신기한 것을 한번 먹어본 것으로 만족해야지. 마요네즈에 진짜 먹태 찍어먹는 건 맛있던데... (그나마도 나는 술을 마시지 않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술자리 가서 두어번 조금 집어먹는 정도이지만)
오후에 볕을 받으며 베란다에 앉아 차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 이후엔 글을 좀 썼다. 마냐의 입담이 술술 터지고 있음. 똑같은 1인칭이라도 이렇게 입담이 잘 터지는 인물이 있고 말을 아끼거나 빙빙 돌리거나 뒤틀리는 인물이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인물은 작년까지 썼던 글의 주인공인 게냐였는데 이것은 인물의 성격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마냐는 입담이 잘 터지니 좋긴 한데 그러다보니 정작 미샤가 아직 말 한 마디 못 뗐음. 하지만 곧 이 사람도 말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추워서 좀 힘들긴 하지만 사실 나는 가을과 겨울이 좋다. 봄과 여름보다는 훨씬 좋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월이 가는 게 아쉬워서 연말로 접어들수록 속상한 점과 일에 치어 살다 보니 춥고 컴컴한 겨울이면 몸과 마음이 고된 점이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등 집중하기에는 이 시즌이 더 좋다. 점점 여러가지로 힘들어지고 환멸감이 더해지는 환경 속에서 일을 해나가는 상황이라 마음이 지치지만 그래도 기운을 내야겠다. 아직 일요일 하루를 더 쉴 수 있어 다행이다. 글을 조금 더 쓰다가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꽃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오늘 도착한 저 연핑크 알스트로메리아와 두 송이 남은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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