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화요일 밤 : 엽서들, 간밤엔 잘 잤음, 쉬었음, 다시 노동의 나날로 fragments2023. 10. 3. 20:43
사진은 거실과 부엌 사이에 놓아둔 냉장고. 자석 대신 페테르부르크 사진과 엽서 몇 장을 붙여두곤 했는데 작년에 빌니우스 엽서가 하나 추가되었고 어제 저녁에 바르샤바 엽서도 아래 한 장 붙였다. 여기는 와지엔키 공원이다. 사스키 공원 엽서가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사실 그 공원은 큰 분수 하나만 덜렁 있고 그외에는 그냥 녹지가 많은 곳일 뿐이라 큰 특색이 없고 일요일에 쇼팽 연주회를 하는 이 공원이 더 유명하고 그리기도 쉬워서 이 엽서를 팔았던 게 아닌가 싶다. 바르샤바 대학 앞 서점에서 산 엽서인데 그래도 이건 귀여웠다. 맨 위 귀퉁이만 나온 건 페테르부르크 지도 엽서. 그러니까 위부터 아래로 순서대로 페테르부르크, 빌니우스, 바르샤바이다. 이건 위도 순서이기도 하려나. 대충 그럴 것 같기는 한데....
어제 열한시 좀 넘어서 잠들었다. 여독이 심했는지 너무 정신없이 잤다. 꿈도 이것저것 꿨던 것 같은데 기억이 별로 안 나는 걸로 봐서 그래도 잘 잔 것 같다. 드물게 여덟시간 정도 내리 잤다. 자다가 몸이 너무 쑤시고 뒷골이 아파서 괴로워했던 기억이 좀 나지만 도로 잤고, 퍼뜩 깼을 때는 '분명히 새벽 서너시겠지... 지금 깨버리면 다시 못 자고 괴롭겠지' 라 생각하며 어떻게든 도로 자려고 했다. 그러다 헐거운 안대 아래로 희미한 빛이 스며드는 것을 깨달았고 '이 정도면 여섯시는 넘었을지도...' 라 생각하며 더듬더듬 폰을 끌어당겨 시간을 확인하니 일곱시 반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간밤엔 잘 잔 건데... 본시 여독 때문에 첫날은 시차 괴로움이 덜하고 그 다음날부터가 힘든 거라서, 오늘 밤에 잘 자는 것이 관건이다. 내일부터는 다시 다섯시 반에 일어나 출근해야 하니까.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아침 일찍 깨긴 했지만 이마트에서 아침 배송 온 식료품과 생필품 중 과일만 하나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머지는 그냥 미뤄둔 채 침대에 계속 누워 비몽사몽 게으름 피웠다. 그렇게 침대와 한몸이 되어 있다가 열한시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목욕을 하고 아점을 챙겨먹은 후 좀 이르게 오후의 차를 마셨다. 부모님과 동생과 통화를 하고(엄마의 칠순이 다가오고 있어서 이것저것...) 책을 좀 읽고 쉬었다. 분명 일찍 깨어났지만 오늘 하루는 순식간에 다 지나갔다. 여독이 풀린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루를 통째로 쉴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은 여행 전에 구상했던 글을 시작해보고 싶었지만 휴식이 더 필요한 것 같아서 그냥 쉬었다. 이번 주말에 쓰기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빡센 노동의 나날이다. 여행 전날까지 너무 바빴고 온갖 골칫거리들이 터져나왔기 때문에 내일 출근하면 해결해야 할 일들이 어마어마하게 산적해 있을 것이다. 속썩이는 사람 문제도 있고 업무 조정 문제도 있다. 아 모르겠다, 어차피 내일 일찍 출근할 거니까 내일부터 또 정신없이 일하면서 대처하겠지 ㅜㅜ 그러고보니 지갑에서 유로와 즈워티 몇 장을 빼야 하는구나. 엉엉 여행이 끝났어. 이럴 때 제일 실감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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