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4. 21:36
겨울, 눈과 얼음 + about writing2020. 6. 14. 21:36
한겨울,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페테르부르크를 걸으며 찍은 사진 몇 장. 맨 마지막의 성에 낀 창문 사진을 빼고는 모두 2016년 12월에 찍은 것이다.
아래는 두어 달 전에 쓴 단편 후반부에서 발췌한 문장 몇 개. 미샤가 자신의 도시 레닌그라드-페테르부르크에 대해, 겨울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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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습기. 안개. 바람. 그리고 겨울이 온다. 길고 무겁고 조용하게. 빛은 아주 짧게 머문다. 얼음 위로 눈이 쌓이고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리는 햇살이 투명하고 차갑게 번쩍였다 사라진다. 운 좋은 날이면 우리에게 주어진 낮의 전부, 통틀어 하루 네 시간 동안 파란 하늘과 칼날 같은 햇살 아래 꽁꽁 얼고 온통 지저분해진 포석을 밟으며 운하를 따라 산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건 정말로 드문 행복이다. 기나긴 겨울 동안 그런 날은 거의 오지 않는다. 여름과 빛, 겨울과 어둠. 우리의 도시는 너무나 극단적이라 포용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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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이 사진은 훨씬 오래됐다. 2010년 2월에 찍었다. 버스를 타고 바실리예프스키 섬에 갔고 볼쇼이 대로에서 내렸다. 사진은 내리기 직전, 버스 창 너머를 바라보며 찍은 것이다. 창문에 온통 얼음과 성에가 얼어붙어 있었다. 몇년 후 나는 Frost라는 단편을 쓰면서 이 이미지를 떠올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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