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후 + 듸냐 + 예전 러시아 추리소설 등 tasty and happy2021. 8. 16. 15:00
대체휴일이라 쉬면서 오후의 티타임. 행복... 내일도 놀면 참 좋겠다.
노란 장미가 이제 많이 피어났다.
하미과 멜론. 옛날에 러시아에서 지낼 때 기숙사 앞 마당이나 좌판, 시장에서 중앙아시아 상인들이 여름부터 9월 무렵까지 커다란 아르부즈와 듸냐를 쌓아두고 팔았다. 아르부즈는 수박. 듸냐는 그대로 번역하면 참외인데 그 동네엔 우리가 먹는 조그만 노란 참외는 없고 멜론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먹었던 아르부즈와 듸냐는 우리나라에서 먹는 수박과 멜론과는 맛이 달랐다. 수박은 더 크고 씨가 덜하고 색이 좀더 연하면서도 엄청 달았고, 듸냐는 겉이 호박같은 누르스름한 색이었는데 엄청나게, 엄청나게 달았다. 흔히들 먹는 머스크 멜론과도 달랐고 참외류 특유의 오이향도 거의 없었다. 아르부즈와 듸냐는 엄청 컸으므로 혼자 먹을 수는 없어서 친구들과 같이 먹어야 했으므로 누군가가 이걸 사오면 잔치 같은 기분이 되었다.
나는 원래 참외류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듸냐만은 무척 좋아했다. 쥬인도 듸냐를 엄청 좋아했다. 그래서 지금도 러시아에 가면 컷팅 듸냐를 가끔 사먹는데 맛있긴 하지만 그 맛은 아니다. 오래전 대학 동기 한명과 뻬쩨르에 놀러갔을 때 이친구와 시장에서 듸냐를 사와서 먹었는데 친구가 '하미과랑 되게 비슷한데' 라고 말했다. 친구는 중국에서 일년 정도 연수를 했었는데 그때 먹은 하미과와 듸냐가 비슷하다 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하미과 재배를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몇몇 사이트에서 판매를 했다. 그래서 큰맘먹고 사보았다. 비싸다... 작은데 비싸다. 그런데 맛있다. 그 듸냐랑 생긴건 좀 다른데(이건 겉이 머스크 멜론 색깔이고 속은 칸탈로프처럼 연한 오렌지색임), 맛은 똑같진 않아도 좀 비슷해서 옛 생각이 났다. 그리고 쥬인이랑 같이 먹고파진다.
이것은 나온지 꽤 오래된 단편집인데 오랜만에 꺼내 읽고 있음. 간만에 다시 읽으니 재미있다. 이것도 나온지 십여년이 지났다. 그 당시엔 그래도 러시아 판타지와 추리소설이 가끔 번역되어 나와서 좋았는데 이젠 아예 안 나온다 흐흑... 마리니나 추리소설도 옛날엔 몇권 나왔는데. 나는 90년대말부터 마리니나의 아나스타시야 카멘스카야 시리즈를 탐독하여 번역본 외에도 웬만한 소설들은 원서로 다 구해 읽었는데(당시 웹으로도 게재되어 그걸로 많이 읽기도 하고, 러시아 갈때마다 페이퍼백 사서 읽고... 아마 그때가 노어로 된 텍스트 제일 많이 읽었을 때인듯하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노동에 파묻혀) 찾아보지 않게 되었다.
얼마전 쓰는 글 때문에 90년대 배경이라 당시 자료를 찾다가 마리니나 소설 언급이 필요해서(주인공 중 하나가 이 작가 책들의 애독자라서) 다시 뒤져보니 세상에나 최근에도 아나스타시야 카멘스카야 소설이 나왔었다, 그런데... 그 연보를 읽다가 내가 좋아했던 인물 하나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매우 빈정상하여... 안 찾아 읽을 것 같음. 흑흑... 오래 이어지는 시리즈는 이게 문제야 엉엉... 오랫동안 읽어오면서 정든 캐릭터가 죽으면 넘 속상해진단 말이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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