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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30. 00:22

우 크노플리치쿠 카페 2017-18 praha2018. 12. 30. 00:22





말라 스트라나의 작은 케익 카페 우 크노플리치쿠. 좋아하는 곳이다 :) 케익이 맛있고 창 너머로 빨간 트램 지나가는 거 보는 즐거움이 있다. 글쓰기에도 좋다.










여기 가면 꼭 먹는 자허 케익. 저렴하지만 의외로 제대로 만든 자허 케익임. 맛있다 :) 너무 달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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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이 동네에 있는 카페 우 크노플리치쿠의 창가. 오후에 갔었다.



..



종일 눈발이 날렸다. 중간중간은 꽤나 펄펄 내렸다. 다행히 기온이 그리 낮지 않아 쌓이거나 얼지는 않았다. 우산 놔두고 패딩 모자로 머리 감싸고 나가서 종일 쏘다니기도 하고 지하철과 트램도 몇번 탔다.



나중에 말로스트란스카 역 앞에서 피곤해 멍때리다 트램을 반대 방향으로 타기도 했다. 숙소 쪽이 아니라 어느새 흐라드차니 쪽으로 계속 올라가 프라하 성이 다가오고 있는 것에 깜놀해 중간에 내려서 반대 방향으로 가서 다시 탔음. 뭐냐, 여기 한두번 다닌 것도 아닌데 흑...








원래는 날이 흐리다 해서 아침에 그냥 트램 타고 신시가지의 세포라에 가볼 생각이었는데 그냥 흐린게 아니고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눈 오는 프라하 쏘다니자’ 병이 도져 캄파와 블타바 강변, 말라 스트라나 골목들을 돌아다니고 백조떼와 오리들을 보고 등등..



이후 지하철과 트램 타고 나로드니 트르지다에 있는 세포라에 가긴 갔다. 근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별로 땡기는게 없어서 암것도 안 삼. 낼 숙소 옮기면 거기서 더 가까우니 다시 가봐야지.



배고파서 근처에서 점심 먹으려다 바츨라프 광장에 들어선 크리스마스 노점 중 한곳에서 닭꼬치(닭고기, 파프리카, 양파, 햄을 끼워 구워줌) 바게트 사서 눈 맞으며 광장의 입식 간이테이블에 서서 먹음.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서 ㅋㅋ) 바게뜨는 맛없어서 거의 안먹고 햄은 빼냈지만 하여튼 잘 먹음.







신시가지라서 가까운 도브라 차요브나에 갔다. ‘요기 티’ 란 것에 도전했는데 카페에서 특별 블렌딩한 인도식 차였다. 각종 향료가 들어 있고 꿀과 우유를 넣어 마시는 거였는데... 차이 티 좋아하는 내게도 좀 셌다. 향료가 너무 톡 쏘고 강해서 ‘흐앙 그냥 다즐링이나 마실 걸 ㅠ’ 하며 슬퍼하였다.



차 마시고 나와서 무스텍 역에서 지하철 타고 말로스트한스카 역에 갔다. 좀 걸어서 나로드니 트르지다에서 트램 타면 한방에 가는데 눈오고 다리아파서 지하철이랑 트램 타려 했던 것이다. 근데 이때 내려서 트램을 반대 방향으로 탔음 흐잉...



한정거장 전인 말로스트란스케 광장에서 내려 숙소까지 걸어내려오며 기념품 가게, 크리스마스 오나먼트 가게 등 구경. 근데 이쁜게 없어 한개도 안샀음. 하긴 여기 몇번을 왔는데 새로울건 더 없지.




숙소에 돌아와 무거운 카메라를 내려놓고 근처에 있는 케익 카페인 우 크노플리치쿠에 와서 얼그레이 마시며 자허 케익 먹고 있다. 가성비도 좋고 여기 케익들 맛있어서 좋아하는 카페이다. 근데 오늘은 빨간 입술 찻잔을 안줌. 힝, 여긴 그 찻잔이 매력인디.



이 카페는 창가가 예쁘다. 봄과 가을엔 이 창가에 빛이 둘어왔고 빨간 트램 지나가는 걸 구경할 수 있는게 묘미였다. 오늘은 겨울이라 일찍 해가 져서 어두컴컴... 난 밝은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기자기 이쁘다.



위의 내용까지 쓰고 카페를 나와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 구시가지 쪽으로 방을 옮기므로 가방을 꾸렸다. 대체 어제랑 오늘 구입한 것도 한개도 없는데 왜케 다시 ‘가방 싸기 힘들어 여행성인 우렁집사 플리즈!’를 외치게 되는 거야아ㅠㅠ



말라 스트라나 쪽에는 16년부터 지금까지 세번 묵어봤는데(그 전엔 항상 구시가지에 묵거나 머물렀다) 여기는 확실히 볕과 빛이 매력적인 동네라 그런지 겨울엔 쫌 아쉽다.



가방을 대충 꾸려놓고 나서 근처 수퍼에서 사왔던 두부를 좀 데워서(이 호텔은 전기포트가 없다. 궁하면 통한다고 세면대에 뜨거운 물 받아서 팩째 담가서 미지근하게 데움) 볶음김치랑 같이 저녁 먹음. 추운 것보다도 캄캄해서 나가기 시러서 ㅠㅠ



그저께 비행기에서, 그리고 어젯밤에 아이패드에 저장해둔 이전의 창작노트들(대부분 글 완결 후 쓴 후기 노트)을 다시 읽었다. 블로그 등에서 이웃님들과 글쓰기에 대해 나누었던 글들도 다시 읽으며 나 자신과 쓰는 행위, 가슴과 머리와 손과 마음에 달라붙어 있거나 스쳐지나갔던 글들에 대해 돌아보았다.



원래 오늘 우 크노플리치쿠에는 글을 쓰러 간 거였는데(프라하 올때 노트북은 안 챙겨 왔지만 아이패드용 키보드는 챙겨옴), 생각보다 카페가 어두워서 글을 쓰는 대신 스케치만 그렸다. 집에서야 밤에 글을 많이 쓰는 편이지만 밖에 나가면 빛이 좀 들어와야 글이 잘 써짐.



가방도 꾸렸고 밥도 먹었으니 자기 전까지 글을 조금 써볼까 싶었는데 시차 때문에 너무 졸려온다. 오늘도 새벽에 깨서 뒤척여서 잠이 모자람. 흑, 이 저질체력 하잘것없는 몸뚱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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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정오 즈음에 에벨에 도착했다.



오늘은 비 온 후라서 창가에 볕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드디어 창가 자리에 앉았다. 일주일 동안 안면을 트고 많이 친해진 서글서글하고 눈이 동그란 금발의 점원 아가씨와 밝은 인사를 나누었다. 이제 내가 오면 메뉴도 안 줌 ㅋ 그리고 원래 홍차 시키면 우유 저그 주는데 내가 시키면 우유 저그도 안 줌.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거 알아서... 그래서 내가 '오늘은 메뉴 주세요' 라고 했더니 깜놀하는 분위기 ㅋㅋ



어제의 맥주 때문에 빈속에 카페인 마시기는 좀 그래서 속을 따뜻하게 하는 걸 먹어야 할것 같았다. 그래서 꿀을 곁들인 생강차를 시켰고 거기에 모짜렐라 토마토 루꼴라 페스토 베이글을 시켰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 베이글이 항상 생각난다... 참 맛있는데...










생강차에는 꿀과 레몬을 곁들여 주었고 너무나 센스 있게 레몬짜개에 레몬조각을 끼워주었다. 생강차는 집에서 내가 끓이는 것처럼 토막난 생강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딱 그 맛이다. 거기에 꿀을 전부 넣고 레몬즙도 다 짜 넣었다. 몇모금 마시자 몸이 후끈해지면서 땀이 좀 났다. 베이글도 무척 맛있었다. 숙취와 괴로움, 친구랑 약혼자가 떠난 슬픔에도 불구하고 생강차랑 베이글 맛있게 먹고 좀 힘을 냄.



..




에벨에 오래 앉아 있진 않았다. 내일 떠나야 하니 오늘은 좋아하는 카페들 순례하려는 생각이었으므로. 에벨에서 15분 도보 거리에 있는 도브라 차요브나에 가서 예루살렘의 추억이나 다른 신기한 이름의 차 마시고 바클라바 또 먹어야지 했다. 그런데 두둥!!! 갔더니 아직 오픈 전이었다. 일요일은 두시에 연다는 것이다. 한시간이나 더 기다릴 수는 없었고 심지어 빗방울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방에 우산을 두고 왔다는 것이 떠올랐다. 악...



..



트램을 타고 다시 말라 스트라나로 갔다. 카피치코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번에 와서는 카피치코에 가지 않았었다. 좀 묘한 이유였다. 카피치코는 무척 내밀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었다. 주인 아저씨 로만과 다정했던 점원 베트라와 나눈 이야기들이 좋았고 내게 위안이 되었지만 그당시 내가 많이 약해져 있었기 때문인지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았다. 에벨과는 좀 달랐다. 카피치코에 가는 것이 살짝 부끄러웠다. 또는, 다시 가기보다는 그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기도 했다. 에벨은 언제나 편안하게 드나들며 적절한 익명성과 적절한 친교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카페이지만 카피치코는 조금 더 조용하고 조금 더 내밀하고, 그리고 조금 더 약해지는 곳이다. 아마 빈 테이블들이 많고 또 소음이 거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헬리초바에 내려서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비가 많이 왔다. 바람도 씽씽 불었다. 계속 더웠기 때문에 빨아서 말려놨던 여름 원피스 한장만 걸치고 있었는데 추웠다!!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챙겨나온 얇은 카디건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막 뛰었다. 일요일이라 카피치코도 늦게 열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과 함께 뛰었는데 다행히 창문 너머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새까맣고 새하얀 카피치코 간판이 어찌나 반갑던지! 






주인 아저씨 로만이 있었다. '도브리 덴' 하고 인사를 하고 들어가자 메뉴판 두개를 가져오시며 체코어로 '체코 메뉴판 드리면 되죠?' 라고 묻는다. 그래서 '아니요 영어 메뉴 주세요' 라고 말했다. 로만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미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다 내 스타일도 좀 바뀌어 있었고 이곳은 좀 한적해보이긴 해도 수많은 손님들이 오고 가는 곳이다. 살짝 섭섭했지만 동시에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아마 부끄러웠기 때문인 것 같다.



주인 아저씨 로만은 여전히 키가 크고 어딘지 좀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과 다름없이, 오후에 찾아오는 말씨가 어눌하고 다리를 저는 약간 유로지브이 같은 남자가 오자 밝게 웃으며 맞아주었고 테이블에 함께 앉아 체스 비슷한 게임을 했다. 작년에도 그 모습을 보고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진 않지만 친해지면 무척 따뜻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지.



나는 다즐링과 메도브닉을 시켰다. 워머에 올려진 투박하고 이 빠진 세라믹 주전자와 손잡이 없는 찻잔, 그리고 52코루나밖에 하지 않지만 너무나 맛있는 이곳의 메도브닉이 나왔다. 나는 본시 투박한 도자기도 좋아하지 않고 이 빠진 그릇을 보면 빈정상하고 손잡이 없는 찻잔을 주면 싫어하는 사람이다(뜨거우니까)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카피치코와는 놀랍게 어울린다...
















바깥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빗방울이 거세게 쏟아졌다. 카페는 두어 테이블 외에는 비어 있었다. 나는 좋아하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차를 마셨고 메도브닉을 먹었고 문을 닫은 도브라 차요브나에 대해, 그리고 카피치코에 대해 낙서를 했다.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부는데 나는 따뜻하고 조용하고 한적한 카피치코 안에 앉아 향긋하고 뜨거운 차를 마시고 달콤한 메도브닉을 먹고 있었다.



이것은 에벨과는 다른 종류의 충만함이며 아마 다른 곳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행복감일 것이다.



..




비가 좀 그친 후 카피치코에서 나왔다. 카피치코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숙소로 갔고 30여분 정도 쉬었다. 그리고 긴 바지와 긴 티셔츠로 갈아입고 스카프를 둘러매고 노트북을 들고 다시 나섰다. 스카프 두장이나 챙겨왔고 트렌치코트도 챙겨왔었지 ㅠㅠ 카디건도 두장이나 챙겨왔어... 그런데 내내 엄청 더웠지... 흑흑... 트렌치코트는 한번도 안 입었고 가방 속에서 부피만 차지하고... 스카프도 오늘 처음 둘렀다. 검은 셔츠를 입기도 했거니와 비오는 우중충한 날씨라 흑백 스카프와 빨강주황 스카프 중 후자를 골랐음.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우 크노플리치쿠에 갔다. 가성비 제일 좋은 카페. 젊은 점원 아가씨가 좀 불친절하긴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친절하다. 카피치코에서 홍차를 마셨으므로 레드베리 티를 시켰고 목도 말라서 사과주스도 시켰다.









작년에 이곳과 에벨에서 글을 좀 구상하고 조금 쓰기도 했었다. 한동안 바탕화면에 이곳의 빨간 입술 찻잔 사진을 깔아놓기도 했었다. 여기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 내부가 은근히 분위기 있고(좀 꽃무늬 시골풍이긴 한데 묘하게 어울림), 화분이 가득 놓여 있는 창 너머로는 빨간 트램 지나가는 게 보여서 좋다.



차를 마시며 글을 좀 썼다. 비가 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의외로 글이 잘 써져서 두페이지를 쓸 수 있었다. 작년에 여기서 구상했던 글이지....



..



우 크노플리치쿠에서 나와 살짝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빗방울이 약간씩 떨어지고 있었고 바람이 불어서 꽤 싸늘했다. 스카프를 펼쳐서 숄처럼 어깨와 목 전체를 감쌌다.



추워서 뭔가 따뜻한 것,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한번 갔었던 우예즈드 근처의 중국식당이 생각나서 거기 갔다. 여기 마파두부에는 돼지고기를 빼달라면 빼준다. 베지테리안 메뉴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과 흰밥과 자스민 차를 시켜서 먹었다. 어제의 맥주와 비프버거가 좀 씻겨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흑... 지난주에 영원한 휴가님과도 얘기 나누었지만 나는 체코에서는 못 살것 같아.. 음식이 너무 입에 안 맞아서... 신선한 야채도 없고 해산물도 별로 없고 짜디짠 소시지와 햄과 돼지고기와 맥주 천국이니...



몇년 전에 프라하에 두어달 살때는 직접 장을 봐서 음식 해먹긴 했지만 그때도 '아아 해산물...' 하고 괴로워했었다. 어디든 바다 있는 나라에 살아야 해...


..



밥을 먹은 후 이제는 반대로 중국음식의 맛을 없애기 위해 안젤라또에 갔다. 오늘은 쌀쌀해서 바깥까지 줄이 늘어서 있진 않았다. 마파두부로 자극된 입안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역시 스트라치아텔라~ 추워서 안젤라또 안에 앉아서 스트라치아텔라 먹음. 역시 맛있었다. 올리브유 바질이 맛있긴 했지만 그래도 스트라치아텔라가 제일 좋다.





.. 그러고 보니 오늘의 이 두번째 파트는 전부 먹고 마신 얘기밖에 없네!!



..



그리고는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내일 오후 공항 가는 택시를 예약했고 방에 올라와서 씻은 후 가방을 쌌다. 이번에는 산 게 별로 많지 않았고 찻잔 몇개도 그때그때 뽁뽁이로 싸놓아서 가방 금방 꾸릴 줄 알았지만 역시나 시간 꽤 걸렸다. 가방 다 싸고 나니 녹초...



아마 돌아가기가 싫으니 가방 싸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듯.. 흐흑..



방에 돌아와 와이파이를 잡아보니 료샤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잘 도착했고 레냐는 자기 엄마에게 데려다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면 그냥 확 집어치우고 내일이라도 그냥 뻬쩨르로 오라고 농담을 하고 있었다. ㅋㅋ 그래서 나는 '프라하는 음식이 맛없고 뻬쩨르는 6월에 눈이 오는데 선택지가 너무 적다...' 고 답을 해주었다.



내일은 조식 먹고 체크아웃한 후 에벨에서 시간 보내다 공항에 가야겠다. 여유가 있으면 도브라 차요브나에 먼저 갔다가 에벨에서 점심 먹어도 되긴 하는데 좀 생각 중...


아아... 휴가가 끝났어어어어...




** 카피치코에서 그린 스케치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6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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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여행을 오면 너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첫날 도착해 정돈된 차가운 시트 위에 맨 다리를 쭉 뻗고 누울때의 그 기쁨(오늘이 첫날이니까 많이 남았다~)이 벌써부터 그리워지니 ㅠㅠ



옮겨온 호텔 방은 에어컨이 없고 미니 선풍기가 있다. 옛날 건물을 개조한 호텔이라 고풍스럽고 예쁜데 대신 좀 구식이다. 엘리베이터도 도착하면 바깥 도어를 밀어서 열어야 탈 수가 있다.















조식 먹으러 내려와서는 꽤 만족했다. 음식도 나쁘지 않았고(심지어 푸성귀가 있다!) 기사들의 갑옷들이 진열되어 있고 스테인드글라스도 있고 피아노 연주자도 있다.



부르주아라 웬만한 좋은 호텔 다 가본 료샤도 맘에 들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맨날 이름있는 삐까한 호텔만 묵어봐서 이런 풍의 호텔은 처음이라는 거였다. 기사 갑옷 입어보고 싶다고 해서 '너 저거 입으면 갑옷 다 터지겠다' 하고 놀려주었다. 그러자 료샤는 '그렇지! 역시 내가 키도 크고 근육질의 멋진 남자니까 저런 갑옷 따위도 나한텐 안 맞겠지~' 라고 좋아했다. 좋아하라고 말해준 건 아니었는데 ㅋㅋㅋ



..




조식 먹은 후 료샤는 일을 잠깐 처리한 후 공항에 레냐를 데리러 갔다. 비서와 그의 아내가 레냐를 데리고 오기로 되어 있었다. 료샤 말로는 비서 베냐에게 일 시켜먹으려고 출장 오게 만들었는데 오는 김에 레냐 데리고 오라고 했단다... 불쌍한 베냐 ㅠㅠ 그래도 료샤는 일이 별로 없고 주말엔 아내랑 프라하에서 놀 수 있으니 이런 출장을 오게 해주는 자기가 얼마나 좋은 보스냐고 으쓱거린다. 야 임마... 그래도 일은 일이라고 ㅠㅠ 나는 일 때문에 해외출장 갔을 땐 한번도 좋은 적 없었어어어 ㅠㅠ



그동안 나는 트램 22번을 타고 로레타에 갔다. 이번 여행에선 프라하 성과 카를 교는 전부 패스하기로 했다. 어차피 좋아하는 곳도 아니고... 원래는 프라하 오면 제일 먼저 가는 곳이 에벨과 로레타인데 이번에는 숙소를 말라 스트라나로 옮기는 후반부까지 로레타를 아껴놓았다.



열한시 반 정도에 도착했다. 일부러 정오 종소리 들으려고 맞춰 간 것이다. 로레타 부근은 가까운 프라하 성 쪽과는 달리 고요하고 한적한 편이다. 주변을 산책하다 10여분 전이 되었을때 사원 앞의 돌계단에 앉았다. 사원 안을 보지 않고 종소리만 듣고 싶을 땐 항상 이 계단에 앉는다. 시계탑과 종들도 잘 보이고 나름 좋은 자리이다.











정오에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여전히 아름답고 쨍하고 깊고 동시에 가벼운 울림과 함께 사라지는 로레타의 종소리. 오늘 하늘은 새파랬다. 햇살이 눈부셨다. 로레타의 지붕은 황금빛으로 반짝거렸고 종들이 순서대로 울려퍼졌다. 로레타의 종소리가 울려퍼질 때만큼 행복하고 충만하고 온전한 순간이 또 있을까? 아마도 네프스키 수도원의 종소리?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종소리? 하지만 후자들은 경건하고 전자는 경건하다기보다는 그저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




종소리를 들은 후 다시 트램을 타고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까지 왔다. 오늘 이제껏 프라하에 여행왔을 때와 지냈던 거 통틀어서 처음으로 트램에서 검표원과 마주쳤다. 그래도 티켓을 끊어놓았기 때문에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우 크노플리치쿠 카페에 갔다. 빨간 입술 그려진 머그에 차를 우려주고 케익이 저렴하고 맛있는 곳이다. 작년에 머물때 종종 갔었고 글도 썼었다. 오늘도 하니 앤 손즈 다즐링 티백 홍차와 자허토르테를 시켰다. 여기 자허토르테는 좀 조그맣지만 나름대로 딸기에 휘핑크림도 잔뜩 얹어주고 초콜릿 코팅 안에는 살구잼까지 들어있는 등 있을 건 다 있다. 그리고 홍차랑 자허토르테 다 합쳐서 90코루나, 4500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프라하에서 내가 좋아하는 카페 중 가성비가 제일 좋다.




(찻잔 이가 나가서 좀 슬프긴 했지만... 그래도 가성비 좋은 카페니까 용서함... 나도 입술무늬 옆에 내 입술자국 찍음)







..



우 크노플리치쿠에 앉아 스케치를 좀 하며 쉬고 있으니 료샤가 레냐를 데리고 왔다. 레냐는 작년 겨울에 페테르부르크에서 봤을 때보다 또 커 있었다! 그리고 살이 좀 빠져 있었다. 아니 벌써 쭉쭉 크는 나이로 접어드는 건 아니겠지 흐흑...



레냐는 카페 안으로 뛰어들어오더니 '쥬쥬~' 하고 소리치며 곧장 내 테이블로 와서 뽀뽀를 쪽 했다 :)) 그리고는 '쥬쥬! 머리색이 바뀌었어! 쥬쥬! 오늘은 원피스를 입었어~ 해골 어디 갔어?' 하고 조잘댔다. 나는 '해골 옷도 가져왔는데 너네 아빠가 싫어해' 라고 대답했다. 레냐는 하하 웃더니 '나는 해골도 좋아~' 라고 한다. 아이고 귀여워... 내 약혼자의 무한한 사랑 :))


그러더니 역시나 내 접시의 케익을 보며 '우아... 나도 케익. 아빠 나도 케익' 하고 조르기 시작... 료샤는 엄격하게 거절!



료샤 : 안돼! 점심 먹어야 돼! 벌써 두시가 다 됐어!


레냐 : 쥬쥬는 케익 먹었는데 ㅠㅠㅠ


료샤 : 쥬쥬는 한국 사람이니까 우리랑 좀 달라!


나 : 한국 사람이라서 다른 게 아니야아아... 너네 기다리면서 잠 깨려고 차 마셨어. 차 마시면 케익 먹고프단 말이야아


레냐 : 그래 맞아! 차랑 케익 먹으면 맛있어! 초콜릿도!!!!


료샤 : 안돼! 지금은 점심 먹어야 돼!!!!!



..




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카페 사보이에 점심 먹으러 갔다. 사실 어제부터 영원한 휴가님 포스팅에 있던 프렌치토스트 때문에 사보이의 맛있는 프렌치토스트가 먹고프긴 했는데 점심 시간이라 밥을 먹어야 했고 게다가 나는 이미 자허토르테를 한조각 해치운 후라서 토스트는 포기...






대신 치킨 슈니첼 시켰는데 이것이 꽤나 맛있었다. 곁들여준 감자샐러드도 맛있었다. 그래서 지난번 드레스덴에서 먹었던 얇고 질긴 가죽같던 비엔나 슈니첼의 슬픔을 만회하였다(물론 오늘 먹은 건 송아지 고기가 아니라 닭고기였지만...) 슈니첼 양이 많아서 레냐에게도 좀 나눠주었다. 료샤는 포크 슈니첼을 먹었고 레냐는 뭔가 완자 같은 음식을 먹었다. 나보고 먹어보라 했지만 돼지고기가 들어 있어서 먹지는 못했다 ㅠㅠ






레냐는 카페 사보이의 화려한 천정 장식을 보며 좋아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해서 내가 손잡고 데려갔다. 카페 사보이 화장실은 지하에 있어서 나선계단 따라 내려가야 하는데 아이 혼자 내려가는 게 어쩐지 위험한 것 같아서. 화장실이 있는 층에는 통유리창이 있고 주방이 그대로 보인다. 레냐는 신기해했다.


다시 계단을 올라오면서 레냐가 물었다.



레냐 : 쥬쥬, 프라하가 페테르부르크보다 더 좋아?


나 : 아니. 페테르부르크가 제일 좋아.


레냐 : 근데 왜 여름에 우리한테 안 오고 프라하로 왔어?


나 : 으응, 페테르부르크 가는 비행기가 더 적고 더 비싸서 ㅠㅠ


레냐 : 그렇구나... 그러면 프라하 온 거 용서해줄게.



아빠보다 더 쿨한 아들 레냐 ㅋㅋㅋ



..




카페 사보이에서 나와서 우리는 골목을 좀 거닐었고 호텔로 돌아왔다. 레냐가 하품을 했다. 아침에 비행기 타고 온데다 간밤에 게임하느라 늦게 잤다고 한다. 나도 졸렸고 무척 피곤했다. 료샤가 선심썼다는 듯 '낮잠 자고 좀있다 놀자!' 하고 선언했다. (사실은 이놈도 밥먹으면서 맥주 한잔 마셔서 졸렸던 것임)



그래서 우리는 각각 방으로 돌아가서 낮잠을 좀 잤다. 한시간 좀 넘게 잤는데 정말 피곤하고 달게 잤다. 몸이 막 침대로 빨려드는 느낌이었다.



낮잠 잔 후 좀 게으름피우다가 나오니 저녁 일곱시였다. 같이 캄파 공원과 블타바 강변을 산책했다. 공원에서 두명의 뮤지션이 퍼커션과 일렉트릭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완전 내 취향이었다. 바이올린보다는 첼로를 더 좋아하지만 그건 클래식일 때 그렇고, 일렉트릭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고 적당한 비트가 가미되는 모던은 나도 좋아한다. 모르는 음악이었지만 리히터를 좀 연상시키는 리듬과 멜로디여서 한동안 근처에 서서 음악을 들었다.






료샤는 지루한 것 같았지만 나와 레냐가 손잡고 음악을 듣고 있으니 할수 없이 기다렸다. (레냐는 음악을 좋아한다. 작년엔 나랑 둘이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연주회도 갔었다)



한곡 더 듣고팠지만 료샤가 불쌍해서 우리는 다시 공원을 산책했다. 그리고 안젤라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료샤는 목마르다면서 망고 소르베를 시켰고 레냐는 스트라치아텔라(내가 추천함), 나는 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료샤는 '야! 어제는 올리브유 바질 먹더니 오늘은 쌀이야?' 하고 기가 막혀 했다.



나 : 너 리조 아이스크림 안 먹어봤어?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 되게 맛있는데. 덜 달고 담백하고...


료샤 : 달지 않으면 그게 아이스크림이냐!


나 : 달긴 달아 근데 많이 달지 않은 거지... 맛있어, 한번 먹어봐


료샤 : 싫어! 어제처럼 피볼 거야!


레냐 : 나는 먹어볼래 쥬쥬!






레냐는 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맛있다는 것이다. 그래, 맛있다니까!


료샤도 좀 궁금해졌는지 한 입 먹어보았다. 그러더니 이건 괜찮다고 함. 칫, 올리브유 바질도 맛있었다고... 지는 망고 먹으면서... (정작 나는 망고 아이스크림 매우 싫어해서 맛도 안 봤음 ㅋㅋ)



..




료샤 방에 올라가서 체리랑 샌드위치랑 과자 같은 거 늘어놓고(+ 레냐를 위해 내가 사온 양갱도) 같이 늦은 저녁 먹으며 윷놀이함... 셋이서 윷놀이를 한 결과... 료샤 1등, 레냐 2등, 나 꼴등... 사실 레냐에게는 내가 져주긴 했는데... 죽어도 료샤는 못 이기겠다... 그에게 도박꾼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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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 스트라나의 우예즈드에 있는 디저트 카페 우 크노플리치쿠. 와이파이도 잡히고 케익도 맛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어서 종종 갔다. 의외로 이 카페에서 글을 좀 썼다. 에벨이나 우 즐라테호 프스트로사보다 여기서 조금 더 썼다.

 

우예즈드 대로변에 있어서 창 너머로 트램 지나가는 풍경이 그대로 보였다. 그리고 주민과 관광객들이 섞여서 지나가는 모습도. 말라 스트라나는 그래도 구시가지보다는 관광객 비중이 적고 주민들이 꽤 많이 보인다. 조금 더 가면 주거지역이 몰려 있는 스미호프 같은 지역도 있고... 사람 살기에는 더 좋은 곳이다. 더 따뜻하고 더 소박한 느낌이 든다. 물론 여기도 조금만 가면 관광지와 카를교와 프라하성이 널려 있긴 하다만 그래도 구시가지보다는 더 정감이 간다.

 

 

트램이 지나가지 않을때면 이렇게 한산하다.

말라 스트라나에 머물때는 거의 기온이 30도에 육박했고 내내 해가 났었다.

 

 

 

 

이게 이 카페 갔던 첫날이다. 이때는 몸이 안좋아서 카페인 없는 차를 마셔야 했기에 레드 베리 차를 마셨음... 이때 이후로는 언제나 빨간 입술 그려진 큰 찻잔을 주었음. 그 찻잔이 키치 느낌이라 재밌긴 했는데 한두번 정도 그 찻잔으로 마시고 나니 이 찻잔이 좀 그립기도 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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