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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이나 기차역을 떠올리면 여행 생각에 기분이 좋고 설레는 사람들이 많다. 불행하게도 나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비행을 딱히 즐기지 않고 비행기든 기차든 버스든, 하여튼 각종 이동수단이라면 피곤함이 앞서는데다 공항이라면 수속, 줄, 무거운 가방, 추위, 딱딱한 의자, 불편함, 기다림, 임박한 비행에 대한 둔중한 울렁거림 등등만 떠오른다. 나에게 여행의 설렘과 자동 연동되는 건 공항이 아니라 호텔인 것 같다. 
 




 
지난 11월, 여행하기에는 가장 나쁜 시기에 프라하에 다녀왔다. 너무 바빴기 때문에 여행 당일에도 큰 행사를 하나 치르고, 밤 11시가 넘어서 출발하는 아주 늦은 비행기를 탔다. 밤 비행기를 타면 시간도 절약되고 좋다고 생각했었다. 지나고 보니 앞으로는 밤 비행기는 타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예전에 일본이나 블라디보스톡처럼 가까운 곳에는 밤 비행기를 타고 갔던 적이 있었지만 장거리 비행은 처음이었는데, 이건 일단 몸이 버티기 힘들었다. 나처럼 게으르고 체력이 약하고 또 비행을 무서워하는데다 노동에 찌든 인간으로서는 비즈니스를 타지 않는 한 한밤중 장거리 비행을 한다고 해서 여행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유까지 해야 했으므로 더욱 그랬다. 헬싱키에서 경유했는데 거기서 조금 연착도 되었고, 프라하 숙소에는 당초 예상보다 거의 두시간 쯤 늦게 도착했는데 오후 2시 전후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뻗어 자버린 결과 저녁 늦게서야 정신을 차렸고 그사이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서 결국 하루는 그대로 날렸다. 이럴 거라면 조금 더 저렴하고 또 전날 밤 집의 침대에서 잠을 자고서 나올 수 있는 아침 비행기가 나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밤중 출발하는 핀에어를 탔다. 헬싱키 반타 공항에 새벽 5시 반에 도착해 4시간 쯤 후 프라하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프라하까지 경유를 하자니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었다. 예전엔 항상 직항을 탔었으니까. 지금은 그래도 프라하 직항이 되살아났다고 한다. 빡세게 일하고 저녁에 택시를 불러 인천공항에 갔다. 짐을 부치고 수속을 밟은 후 들어왔는데 늦은 밤이라 가게고 식당이고 다 문을 닫고 딱 한 군데 푸드코트가 절반만 열려 있어 거기서 대충 밥을 좀 먹고 비행기를 탔다. 

 


 
여행 떠나던 날 인천공항과 핀에어, 반타공항 사진 몇 장. 지금 사진을 봐도 설레는 기분은 안 들고 '저때 추웠지. 저때 무지무지 피곤했지' 하는 기분만 든다. 

 
 


 
 

 

 


 
 

 
 



 
핀에어를 십여년 만에 다시 탔다. 중간에 샌드위치와 비스킷 간식을 주었다. 핀에어는 깔끔하고 무뚝뚝한 타입이다. 예전엔 저렴한 게 장점이었는데 이제는 별로 저렴하지 않다. 이 사진을 찍어둔 것은 마리메꼬 문양 냅킨 때문이다. 
 



 
 

 
 

 



 
반타 공항의 카페. 




 
 
공항 카페들은 약속이나 한듯 차갑고 딱딱하고 불편하다. 아마도 경유지에서 스쳐지나가는 손님들을 상대로 하는 곳들이기 때문이겠지만 아늑한 곳은 단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의자도 불편하고 미니멀리즘의 결정판으로 무장한 곳들이 태반이다. 그리고 음료나 음식도 당연히 별로다.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한다. 반타 공항도 이런 차갑고 딱딱하고 불편하고 맛없는 미니멀리즘 카페와 식당들로 채워져 있다. 돌아오던 날 무민 카페에도 잠깐 들렀는데, 메뉴가 맘에 들지 않아 뭔가를 먹지는 않았다. 반타 공항에 차라리 파제르 카페라도 들어와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의 카페는 새벽 5시 반에 도착해 추위에 떨며 어떻게든 뭔가를 먹고 프라하행 비행기 탈 때까지 버텨보려고 헤매다 발견한 곳이다. 공항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음식도 아니고 음료도 아니다. 어차피 둘다 엉망일 테니까. 중요한 건 바로 <콘센트>이다. 의외로 콘센트 딸린 자리 찾기가 아주 힘들다. 이 카페는 엄청 썰렁했지만 안쪽에 저렇게 콘센트가 있었던 터라 뭔가 보물찾은 기분으로 자리를 잡았다. 겨울 새벽, 텅 빈 공항 카페에 앉아 '부디 연착은 하지 마라', '부디 비행기 흔들리지 말아라' 하는 바람과 함께 아주 맛없는 크루아상과 티백 홍차로 배를 채웠다. 


 



 
 

 
 


 
척 봐도 춥고 딱딱하고 불편해 보이는 의자들. 하지만 콘센트 있는 자리를 발견했으므로 나름대로 만족했다. 


 


 
 

 


 


 
홍차는 싸구려 티백에서 우러나오는 딱 그 정도의 맛이었고 크루아상은 마르고 퍽퍽하고 맛이 없었다. 결국 나는 게이샤 초콜릿 바를 추가로 사서 먹었다. 
 



 
 

 
 


 
프라하행 비행기를 타러 가서 창 너머로 노르웨이 항공 비행기를 구경했다. 천천히 날이 밝아지고 있었다. 날씨는 추웠고 눈이 약간 내리고 있었다. 




 
 
 

 
 




 
내가 타야 하는 비행기인데,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비행기에 문제가 생겨서 계속해서 정비차가 왔고 결국 한시간 넘게 연착했다. 슬며시 여름의 폴란드항공 연착으로 인해 비행기 놓쳤던 것이 생각나서 좀 불안했고 타고난 비행공포증 환자답게 부품 고장, 정비 불량 등등 온갖 불안함이 추가로 밀려왔다. 그나마 다행히 한시간 쯤 후엔 정상화가 되었고 비행기는 거의 흔들리지 않고 프라하까지 날아갔다. 


 



 

 
 





 
비행기 기다리면서. 




 
 
 
 

 
 



 
마침내 탑승해서 창 너머 바라보면서. 보통 비행기 타면 통로 자리에 앉지만 한두시간 정도의 짧은 비행일 땐 창가에 앉는다. 



 
 
 

 
 



 
그래서 다시 발트 해를 건너 프라하로 향했다. 




 
 
 

 
 




 
 

 
 

 



 
비행기 창문으로 조금씩 성에가 끼면서 서리 결정이 맺혔다. 한시간 쯤 후 프라하 공항에 도착하자 눈이 한겹 깔려 있었고 숙소로 가는 길에도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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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2. 11. 28. 23:39

11.28 월요일 오후 : 다시 반타 공항 2022-23 praha2022. 11. 28. 23:39






20분 정도 연착했지만 그럭저럭 잘 타고 와서 반타 공항에 내렸다. EU 내에서 경유를 해서 그런지 검색대 통과가 없었다. 사진은 발트 해 상공 통과할때.




반타 공항에 전보다 식당, 카페는 조금 생겼지만 먹을게 정말 없고 하는수 없이 폰 충전 되는 제일 구석 카페에 앉아 진짜 맛없는 시나몬롤 먹는 중. 그외 선택지는 차가운 샌드위치와 머핀, 그나마 라멘집 두개 있는데 라멘은 안 좋아해서ㅠㅠ 홍차도 립톤 티백임 ㅠㅠ 역시 핀란드는 먹을 게 없어!!!









무민 카페. 여기도 먹을만한게 없어서 구경만 함.











이 시나몬롤을 데워주기라도 했음 좀 나았을텐데...




이제 20여분 후 탑승한다. 기나긴 비행을 잘 견디길. 비행기 안 흔들리고 무사히 돌아가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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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