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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하순.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 

 

 

프라하에는 자주 갔었고 몇달 살았던 적도 있었다. 대체로 관광지가 아름다운 도시에서는 첫 여행 때는 이런 유명한 곳에 가면 즐겁고 눈요기가 되지만 그게 반복되면 가능한 한 랜드마크를 피해다니게 되기 마련이다. 프라하에서는 그런 곳이 이 구시가지 광장과 카를 교였다. 그러나 프라하에 며칠 머무르며 도보로 이동하다 보면 결국은 이 광장을 지나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때가 많아서 결국은 몇 차례 이상은 다시 찾게 된다. 

 

 

사진은 도착 다음날 오전. 이날은 눈발이 계속 흩날렸고 상당히 음습하고 싸늘한 날이었다. 왼편으로 유명한 오를로이 천문 시계탑이 보인다. 이 시계탑이야말로 가장 피하고 싶은 곳이지만 그래도 맨 처음 갔을 때는 감탄하며 바라보고 즐거워했었다. 

 

 

광장 사진을 올려보는 이유는 지금 쓰고 있는 단편이 바로 이 광장의 저 시계탑 아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벼운 소품이라 금방 휙휙 쓸 것 같았지만 요즘 심신이 너무 힘들어서인지 잘 되지 않는다. 아마 너무 가벼운 소품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인물을 내세워 제대로 된 플롯이 있는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와는 많이 다른 인물, 한없이 단순하고 해맑은 인물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제 주인공이 광장에서 나와서 이십년 동안 짝사랑했던 여자랑 같이 강변으로 걸어가려는 중이다. 

 

 

이 여행 때는 dslr을 한번도 안 꺼내고 내내 폰으로만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사진들의 퀄리티는 딱히 좋지 않지만, 프라하에 너무 자주 왔기 때문에 '멋진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망이 모두 탈색되었는지 별로 아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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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