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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와서 처음으로 거의 8시간 가량 잤다. 새벽에 깼다가 다행히 다시 잠들었다. 베개가 너무 높고 커서 목이 뻐근해 고생하다 쿠션으로 바꿔 베고 잤음. 유럽인 사이즈인가...




종일 비가 주룩주룩 와서 우산을 써야 했다. 후드로 막을 수준이 아니었다. 우산 살대 하나가 빠져나왔는데 끼워넣을 수가 없다ㅠㅠ 제일 작고 가벼운 걸 가지고 다니는 대가... 일욜까지 여기서 이걸로 버텨보고 돌아가서 새로 사야겠다. 그래도 3년쯤 잘 가지고 다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태 프라하에 왔을때 이렇게 비가 자주, 많이 왔던 적이 없는데 뭔가 이상하다 ㅠㅠ 11월에 안 와본 것도 아닌데.






새 호텔의 조식은 그럭저럭, 그래도 계란을 두개만 써서 오믈렛을 조그맣게 만들어주고 간도 잘 돼 있는 건 좋았다(오믈렛이 너무 크면 부담스러움)



원래 오늘 로레타에 종소리 들으러 갈까 했지만 비오는 날이라 멀리 가기도 어렵다 싶어 ‘그래 오늘은 카페와 쇼핑이다!’ 하고 결정. 오전엔 어제 저녁에 발견한 헤드 샷 커피에 가서 카푸치노를 마셨다. 즉 내 마음에 많이 든 카페라는 뜻이다 :) 카푸치노는 부드러웠고 에벨만큼의 풍미는 덜했지만 그래도 마실만 했다. 무엇보다 저 청록빛 민트블루 컬러들 때문에 좋았고 음악도 좋았다(약간 앰비언트 계열이었고 나중엔 그냥 조용한 팝이 나왔다)



그런데 어제 본 남자 대신 다른 남자가 카운터에 있었다. 이 분이 주인인가? 아님 둘다 그냥 점원? 하여튼 이 분도 친절하셨다. 비가 오는 아침에 작은 카페의 높은 테이블에 걸터앉아 창 밖을 보며 가벼운 책을 읽고(심지어 책도 기대 안했는데 재미있었음), 앰비언트 음악을 듣고, 출근 안하고(매우 중요), 돌이켜보면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건 바로 이런 순간들이다.



챙겨온 바디 로션이 떨어졌고 호텔에서 주는건 너무 작아서 융만노바/나로드니 트르지다 쪽의 쇼핑몰에 갔다. 마뉴팍투라에서 전에 가끔 쓰던 바디 로션을 사고 지하의 Billa 수퍼에서 에비앙 1.5리터들이를 29코루나로 할인하고 있어 물도 샀다.


나는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고 여행 가면 물 이것저것 마셔보는 걸 좋아하는데 프라하는 사실 맛있는 물이 별로 없다. 6월 빌니우스 여행때 생각지 않게 맛있는 물을 발견했는데 그건 켐핀스키에서 방에 놔주는 생수였다. 티셰라는 브랜드였는데 이것이 참 맛있어서 수퍼에서도 사 마셨다. 돌아와서 이 물을 구해보려 했으나 수입을 안한다. 검색해보니 리투아니아 브랜드로 맛있는 물인가 뭔가 상도 받았다고 함(그래서 내겐 리투아니아에서 제일 좋은 아이템은 바로 이 생수가 되었다 + 팅기니스/키비나이 ㅎㅎㅎ) 하여튼 29코루나면 다른 1.5리터 생수보다 여전히 비싸지만 그래도 여기 다른 물들에 비하면 에비앙이 확실히 더 맛있고 1800원 가량이라 우리 나라보다도 훨씬 싸므로 좋아하며 샀다. 프라하에서 무슨 기념품도 아니고 1800원 주고 1.5리터 에비앙 샀다고 기뻐하는 나...


바디 로션에 생수까지 가방이 무거워져서 일단 숙소로 돌아옴. 오는 길에 어제 찜만 해뒀던 티샵에 들러 시향 후 다즐링 한 봉지, 네팔 히말라야 부케 한 봉지도 샀다. 쇼핑의 날! (근데 그래도 이 정도면 옛날과 비교해서 많이 안 샀다. 일단 이번엔 장식품, 찻잔, 기념품 등을 안 사고 있음)









방에 돌아오니 청소도 말끔히 되어 있어 매우 만족함. 첫 숙소보다 훨씬 낫다. 바디로션, 할인해서 득템한 에비앙, 그리고 홍차 두 봉지 나란히 :)



좀 쉬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1시 반쯤 방을 나섰다. 숙소 근처에 아시아 음식점이 정말 많은데 태국, 베트남 음식들이다. 거기 갈까 하다가 단백질 부족인 것 같아(햄과 맥주와 돼지고기의 나라에 왔지만 육류를 계속 안먹었음), 트램을 타고 우예즈드의 카페 사보이에 갔다. 여기는 항상 복작대고 서비스도 그냥 그렇고 또 많이 비싸다. 그래도 간만에 왔으니까 그냥 가서 비엔나 슈니첼을 먹었다. 맛있긴 했는데 예전의 그 맛은 좀 안 났다. 그리고 역시 비싸...


하여튼 슈니첼 덕에 매우 배가 불러진 채 나와서 소화를 시키려고 레기 교를 걸어 건넜다. 비는 좀 그쳤으나 날씨는 아주 우중충. 원래 이 다리 건너며 프라하 성과 캄파 구경하는거 좋아했는데 오늘 날씨는... 이랬다.










잿빛.... ㅠㅠ



레기 교를 건너오면 대로를 따라 국립극장-나로드니 트르지다로 이어진다. 예전에 살았을 때 아파트가 릴리오바 거리에 있었는데 이 대로 중간의 골목으로 들어가 바르톨로메이스카, 베틀렘스카 거리를 거쳐 돌아가곤 했다. 거의 항상 걸어다녔다. 테스코에 장보러 갈 때도 그 루트를 탔다. 그리고 그 루트 주변의 후소바, 베이보도바 등등 여러 골목들을 많이 산책했었다. 오늘은 돌아오는 길에 그쪽으로 다시 가보았다. 그러나 릴리오바로는 가지 않았다. 거기 가면 레테조바 거리가 나오는데 이제 거기 에벨은 문을 닫아서.




대신 베이보도바 거리 모퉁이에 있는 아티잔 카페에 다시 갔다. 여기는 고풍스럽고 예쁘고 아늑해서 좋아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들러서 시끄럽긴 하지만 회전이 빠르고 한순간 텅 비며 조용해지곤 한다. 여기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잠시 고민했는데 사실 4년전 여행 막바지에 대차게 아파서 체크아웃 후 이 카페에 와서 빈사 상태로 앉아 있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래도 안 들르면 아쉬울 것 같아서 들어갔고 홍차랑 라즈베리 무스 치즈케익을 먹으며 책을 읽었다. 단체 관광객이 엄청 시끄러웠지만 얼마 후 나가면서 카페가 텅 비어 매우 평화로웠고 책도 재밌게 읽다가 4시 해질녘이 되어 나도 나왔다.




사진 한 장.












어차피 여기선 트램을 타려 해도 앞뒤로 걸어야 하는터러 천천히 숙소까지 걸어갔다. 너무 친숙한 거리들이라 옛 생각이 많이 났다.











바츨라프 광장에 접어들자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 중이었다. 구시가지 광장은 토요일 밤에 점등식이 있다고 한다. 옛날 맨첨 왔을때 아무것도 모르고 밤에 광장 갔다가 점등식 때문에 인파에 떠밀려 혼비백산한 기억이 있다(그때 메모를 찾아보니 압사 공포 얘길 썼었다)












근처 마트에서 휴대용 0.5리터짜리 물을 사서 들어오면서 숙소에서 좀더 거슬러 가보았지만 딱히 코스타나 별다방 같이 편하게 잠깐 앉을 곳이 보이지 않아 그냥 방으로 돌아왔다(책이 조금 남아서 읽고 들어갈까 했고 방에 가려니 좀 아까워서. 지금 숙소에선 도브라 차요브나가 가까운데 슈니첼에 치즈케익까지 너무 배가 불러서 또 티룸에 갈 엄두가 안 났음. 내일 가야지)




방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수퍼에서 사온 벨리니(짝퉁) 한 잔과 조식 테이블에서 집어온 서양배를 먹으며 오늘 가지고 나갔던 책을 마저 다 읽고 다른 책도 좀 읽며 쉬었다. 폰으로 메모 적는 것만 힘들다. 아이구 손가락 아파. 오타도 많이 나온다. 보이면 고친다만 하여튼 이번 프라하 여행 메모에 오타가 많다면 그건 다 폰으로 적고 있기 때문임.












이 서양배가 의외로 맛있었다!





내일 비가 안 오면 로레타에 가서 종소리를 들어야겠다. 이제 여행도 사흘밖에 안 남았네. 왜 이렇게 휴가는 빨리 지나가는 걸까.



... 헉 근데 오늘 6.8킬로, 11,078보나 걸었네?!!! 역시 다리 건너고 많이 걸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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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