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3 수요일 밤 : 숙소 옮김, 안 해봤던 것, 새로운 것들, 다른 러시아 식당, 에릭은 못옴, 에클레어 카페, 트라이앵글 이동, 피곤 2022-23 praha2022. 11. 24. 05:55
오늘은 자잘한 것들 이것저것 하느라 많이 지친 하루. 오늘로 여행 딱 절반이 지나가서(토욜은 도착해서 그냥 뻗었으니 안 치고ㅠㅠ) 이제 벌써 아쉽기 시작...
숙소 옮기는 날이었다. 처음 묵었던 임페리얼 호텔은 유서깊기만 하지 호텔 자체는 딱히 좋은 느낌이 없었고 방도 불편하고 어둡고 테이블조차 없어 이래저래 좀 맘에 안 들었는데 오늘 옮겨온 곳은 비슷한 타입일 거라 생각했으나 의외로 무척 마음에 들어 다행이다. 어쩌면 첨에 별로인 데 묵어서 상대적으로 더 좋은지도 :) 하여튼 체크아웃할 때 찍은 예전 방 한 장.
계속 잠을 충분히 이루지 못한다. 오늘도 새벽 네시에 깼고 한참 뒤척이다 약을 조금 더 먹었는데 아침 일찍 줌 회의 참관할 게 있어 결국 많이 못 잤다(시차 때문에 나만 아침 일찍)
열한시 즈음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긴 후 근처를 산책했다. 전에 안 가봤던 쪽들을 골라서 걸었는데 결국 그게 새 숙소로 향하는 길이었다.
오늘은 덜 추웠다. 다행이다. 그래서 오후엔 코트로 갈아입고 나갔다. 하긴 안에 더 껴입긴 했다.
안 가봤던 동네 사진 두 장.
벽화 잡으려고 조도를 확 낮춰 찍었다. 맘에 드는 사진.
저 벽화 찍은 거리의 정류장에서 트램 6번을 타고 I.P.Pavlova 정거장까지 갔다. 비노흐라디 동네는 힙한 도시인들의 동네인데 나는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내 취향엔 좀 딱딱하고 넓어서(좀 페트로그라드스카야랑 비슷함) 정이 안 간다. 하여튼 여기 맛있는 러시아 식당(우크라이나 식당으로 광고 중임)이 있다 해서 가봤다. 며칠전 러시아 식료품점과는 달리 제대로 갖춰진 레스토랑이었다. 프라하에 와서 맥주고 체코 음식이고 다 안 먹고 러시아 식당들 찾아가는 중(체코 음식은 케익 빼곤 안 좋아하는 자 ㅋ)
수프가 보르쉬와 살랸카 뿐이라 다시 보르쉬 시켰는데 아주 제대로 잘 만든 빰뿌슈까 마늘브리오쉬에 풍미 있는 마늘 오일이 같이 나옴. 보르쉬도 맛있었다. 근데 며칠 전 매점 보르쉬가 더 풍미 있고 집밥 같았다. 이건 좀 묽었다. 모르스 오랜만에 마셔서 행복... 그리고 연어랑 시금치 넣은 삐로그를 시켰는데 양이 많아서 남겼다 ㅠㅠ 나는 이런 삐로그는 껍질이 바삭한 걸 좋아하는데 이건 좀 두꺼운 빵 같았다. 그냥 조그만 닭고기 버섯 삐로슈까 시켰으면 양이 맞았을텐데. 펠메니와 키예프 커틀릿도 있었으나 당연히 나 혼자라 못 시킴. 에릭이 왔으면 좋았을텐데.
에릭은 결국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했다. 무슨 시험기간이라 도저히 안된다고 한다. 갑자기 오라고 한 내가 너무한 거지 ㅎㅎ 미안해하기에 대신 너는 이제 서울에 와야 한다고 했다 (막상 코펜하겐도 한번도 안가본 주제에 왜 나는 당당한지 ㅋㅋ) 대신 줌으로 잠깐 얼굴 보며 이야기 나눴다. 어머 에릭 정말 날씬해진 거 같다! 그렇게 말했더니 늙어서 얼굴살만 빠진 거라고 자학하기에 ‘야 임마 내가 너보다 두살이나 많다 확!‘ 하고 야단을 쳐줌. 그러자 ’아니야 그래도 넌 언제나 나의 러블리 리틀 베이비야‘ 라고 말하는 에릭 ㅠㅠ 고마워 친구야 허헝 나한테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 정말 태어나 너 하나뿐 ㅠㅠ
밥을 먹고 나니 입가심도 하고프고 새 숙소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서 러시아 식당 근처에 괜찮은 카페 없나 검색하자 바로 1분 거리에 심지어 ‘에클레어 카페’ 란 곳이 나왔다! 아니 에클레어를 사랑하는 내가 안 갈 수 없지! 리뷰도 좋았다. 근데 막 가봤더니 10분만 비운다는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그래서 소화도 시킬 겸 근처 공원을 산책했는데 알고보니 이 길은 바츨라프 광장 꼭대기의 국립박물관으로 통하는 길이었다. 트램은 여러 정거장이지만 결국 광장을 가운데 끼고 삥삥 도는구나, 그런데 프라하에 벌써 8번째고 심지어 그중 한번은 두달이나 살았는데 이제야 그런 지리적 그림이 그려지다니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에 머리가 띵했다.
하여튼 다시 카페에 갔더니 문이 열려 있었고 나는 라즈베리 에클레어를 먹었다. 클래식인 초코 에클레어나 바닐라 피칸을 먹고팠지만 연어 삐로그 때문에 느끼해서 라즈베리.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카페는 인테리어도 좀 썰렁했고 주인 아저씨도 어딘가 정이 안 갔다. 그래서 이 카페는 그냥 이렇게 스쳐가는 곳으로... 30분 정도 앉아 있다가 나왔다. 나는 내부가 너무 하얗고 텅 빈 느낌에 약해보이는 가구가 있는 카페는 별로 취향이 아니다. 내 마음속에 ‘이케아 느낌’ 이라는 선입견이 좀 있음(이케아 안 좋아하는 자)
다시 트램 6번을 타고(이때 새로 3일권을 끊음) 나메스티 레푸블리키에서 내려 첫 숙소에 맡겨둔 짐을 찾고 볼트로 택시를 잡아서 새 호텔로 옮겨왔다. 아주 가까운 거리인데 차가 곧장 못 들어가서 좀 돌아야 했다. 볼트 기사가 러시아인이라 노어로 얘길 좀 나눴다. 서울과 부산에 가봤다고 한다.
새 호텔은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리셉션도 아주 친절했고 방도 7층을 주었다. (첫 숙소와 비교됨!) 방도 이쁘고 아늑하고 테이블도 소파도, 커다란 캐비닛 테이블과 큰 옷장도 있다. 그래서 다시 좀 행복해짐 :)
사진은 그럭저럭 나왔지만 실제로는 더 아늑해서 맘에 든다. 커피와 차 종류도 아주 여럿이다. 그리고 저 소파가 의외로 아주 편하다 :)
엘리베이터 앞 라운지도 이쁘게 해놓음 :)
짐을 후다닥 풀어놓고, 곧 해가 지는게 아쉬워서 4시 좀 넘어서 나왔다. 근처에 차와 커피 카페가 있대서 찾아갔는데 거기는 완전히 찻잎과 커피 파는 전문점이고 앉아서 마실 자리는 없었다. 찻잎을 내일쯤 사러 가야겠다. 아까는 목이 너무 마르고 정말 앉고파서 그냥 나옴.
그래서 아까 따로 올린 헤드 샷 커피에 갔다. 맘에 드는 곳이었다. 카페에서 나와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서 근방에 있다는 또다른 러시아 식료품점을 찾아가봤다. 이 세 곳이 숙소에선 비슷한 거리인데 사실 다 다른 방향이라 결국 트라이앵글로 걸음 ㅠㅠ 그리고 여기 가는 길은 많이 어둡고 공사 중이라 후회함. 찾긴 했는데 물을 사야 한다는 사실에 더 무거워지면 안되니 그냥 구경만 하고 나왔다. 내일 밝을때 여기랑 그 티샵에 가야겠다.
좀 돌아서 마트에 가서 1.5리터와 0.5리터 물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너무너무 피곤하다. 오늘은 뭘 제대로 구경한 건 없는데 자잘하게 움직이며 한 게 많다. 오늘도 6.5킬로, 만보 넘게 걸었다. 이제 자야겠다. 제발 오늘은 새벽에 안 깨고 푹, 많이 잘 수 있게 해주세요.
숙소에서 나와 걸어가며 찍은 사진 한 장으로 마무리. 이게 네시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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