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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카프로바 거리로 진입하는 골목의 조그만 카페 간판 아래 서서 커피 마시던 분. 왜 이 사진을 찍었냐면 저 간판이 귀여웠고 저때 나는 버스에서 내려 카페 에벨에 자리가 있기만을 바라며 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종종걸음으로 걷고 있었는데 저 남자의 모습이 어쩐지 나처럼 하염없어 보여서... (뭔가 의식의 흐름) 아마 이때 나는 이미 자리가 없으리라 예상을 했던 것 같다.




...



아직도 시차 적응이 다 안됐다. 며칠째 두시 반쯤 깨고 다섯시반쯤 다시 깬다. 오늘은 다시 잠드는데 실패, 잠이 모자란 상태였고 머리도 아파서 타이레놀도 두알이나 먹고 나갔는데 생각지 않게 카페인을 다량 섭취한 날이었다. (카페 4곳을 갔다!) 졸리긴 한데 이것이 또 잠 못자게 방해하지 않기만 바랄뿐이다.



10시 반쯤 방을 나섰다. 에벨에 평일 이른 시간에 가면 자리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런데 일, 월욜에 추운데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가 많이 아팠고 특히 안쓰던 허벅지 근육이 저려서 잘때 힘들었기 때문에 오늘도 교통 3일권을 적극 활용하기로 함.





사실 에벨까지 1.1킬로라 걸어가는게 더 빨랐으나 문명의 이기를 활용.... 했는데 고생함. 숙소가 나메스티 레푸블리키와 빌라 라부트 두 정거장 사이에 있는데 후저가 아주 약간 더 가깝다. 구글맵 검색을 하니 거기서 207번을 타고 스타로메스트카 지하철역에서 내리라 한다. 얼추 들로우하를 지나는구나 했다. 그런데 이 207은 트램이 아니라 버스였다! 그렇게 여러번 왔고 살아본적도 있지만 프라하에서 트램, 택시, 지하철, 남의 차만 타봤지 시내버스는 처음이었다(스튜던트 에이전시는 외국이나 교외로 가는 거니까 제외) 버스는 포석깔린 길에선 쥐약이라 엄청 흔들렸고 좁은 도로를 난폭 운전했다. 들로우하에서 대각선 코스를 타야 금방인데 우회하여 강변을 돌아서 역 앞으로 가니 시간도 두 걸렸다. 으윽 이럴줄 알았음 걸어갈걸. 어차피 역에서도 걸어야 하는데.



에벨엔 자리가 없었다 ㅠㅠ 들어갔다가 줄까지 서 있었고 추워서 도저히 테이크아웃은 못할거 같아 도로 나왔다. 오늘은 1도라는데, 비도 안오는데 너무 스산하고 추웠다. 패딩을 입었는데도. 몸이 허한가 ㅠㅠ 추워서 어디든 들어가고 싶었는데 어제 우 크노플리치쿠 생각이 나서 거의 자동적으로 움직였다. 거의 로봇처럼 스타로메트카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1정거장 가서 말로스트란스카에서 내렸고 지상으로 올라와 22번 트램을 타고 세 정거장 가서 우예즈드에서 내렸다. 여기는 워낙 자주 가던 곳이라 그렇다.



우 크노플리치쿠 얘긴 따로 올렸으니 짧게. 단체 손님이 있어 주인 아주머니와 점원이 너무 바빠서 한참 기다렸다가 주문을 했다. 오랜만에 이곳의 향수 어린 메뉴인 자허 케익 (with 휘핑크림), 그리고 하니 앤 손즈 가향 홍차를 골랐다. 4년만에 다시 와서 좋았는데 여기도 내부가 좀 추웠다.



여기서 좀 내려가면 전에 고기 빼준 마파두부를 먹곤 했던 중국식당이 있어 거기 갈까 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요즘 너무 맛없어지고 최악이란 리뷰가 많아 포기했다. 그런데 날이 스산해 너무 추웠다. 에벨 근처에 지나가다 봐둔 한국식 중국음식점이 있어서(리뷰도 나쁘지 않았음) 또 구글맵 검색을 해서 최소로 걸을 수 있는 루트를 찾아봤다. 22번을 타고 한 정거장 가서 국립극장 앞에서 내려 반대방향에서 2번(? 긴가민가 기억이)을 타고 2정거장을 가면 스타로메스트카 역이라고 한다. 이렇게까지 환승을 해서? 싶었지만 문명의 이기! 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가보았다.



그런데 스타로메스트카 바로 앞이 아니라 건너편 커브 너머 골목에 세워줘서 툴툴대며 내렸다. 식당까진 5분도 안 걸었는데 너무 추워서 온몸이 떨렸다. 정말 왜 그렇게 추웠나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 추위를 못 견디게 된 것 같다. 어릴때 어떻게 영하 20도 뻬쩨르에서 지냈나 싶다. (영하 30도로도 한번 내려갔었는데 꿈만 같다) 몸의 지방질은 분명 그때보다 두배는 더 생긴 거 같은데 왜ㅠㅠ




하여튼 식당에 갔고 마파두부밥과 계란국 콤보, 자스민 차를 시켜서 먹었다. 가격이 매우 비쌌다. 중국식당의 거의 3배 가까이라 너무하다 싶었지만 워낙 추웠고 여태 저녁도 대충 때워왔으므로 그냥 잘 먹고 몸이 약간 데워져서 나옴. 그런데 너무 비싸서 다시 가진 않을 것 같다. 마파두부밥이 350코루나 너무 비쌈. (2만원 가까이! 요리도 아닌데!!! 아무리 프라하라지만)





식당에서 나와 혹시나 실낱같은 기대를 품고 에벨에 갔는데 우와, 자리가 있었다ㅠㅠ 세번만에 성공! 얼른 앉았고 카페 라떼를 마셨고 찻잔과 찻잎 한봉지(그루지야 홍차라 해서 궁금하여 사봄)를 사서 나왔다. 에벨도 따로 올린 포스팅에.













이건 우예즈드에서 발견한 낙서. 존 (레넌)이 보고 계신단다.

(앗 다시 보니 watching 이 아니고 witching 같기도…)










그리고 오늘의 예기치 않은 즐거움. 여행의 묘미. 기억과 우연의 교차. 영원한 휴가님과 톡을 나누다 13년전 프라하에 잠깐 오셨던 얘길 하셨고 그때 사진을 보니 카페에 한군데 갔었다고 하셨다. 어느 동네인지도 기억이 잘 안 나는 곳이라고. 보여주신 사진에 간판이 있어 구글맵에 검색해보니 아직 영업 중인데다 심지어 요세포프에 있었다! 에벨에서 걸어서 10분 이내! 대충 어딘지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정말 많이 산책하던 동네였다. 시나고그들을 지나면 나오는 곳!



제가 토바타가 되어보겠어요! (토끼 아바타 ㅋ) 하며 영원한 휴가님의 추억을 따라 그냥 재미삼아 가봤다. 금세 찾았다. Mansson 베이커리라는 곳이었다.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나중에 체코 손님과 관광객 두 테이블 더 들어옴) 주인 아주머니가 오렌지 진저 헤어의 잘 웃는 분이었다. 제 친구가 13년 전에 왔었대요 사진 보내줘서 구글링으로 찾아서 왔어요 라고 하자 엄청 좋아하셨다 :)






친절한 주인 때문에 녹차만 마시려다 심지어 브라우니까지 시켰다. 브라우니를 데워서 휘핑크림에 딸기까지 곁들여 내주는 정성! 이미 나는 조식 테이블에서 레몬/꿀 넣은 홍차 한잔(추워서), 우 크노플리치쿠에서 가향 홍차 큰 잔, 중국집에서 자스민 차, 에벨에서 카페 라떼까지 마신 터라 카페인 과다에 배도 불렀지만 하여튼 브라우니도 거의 다 먹고 녹차도 마심! 오늘 당분과 카페인으로 점철된 날! 갑자기 비엔나 갔을때 세끼를 케익으로 해결했던 날이 떠오름.




정말 기분 좋았던 건 이 카페에서 옛날에 좋아했던 락발라드들을 줄창 틀어준 것이다. 노래를 거의 다 알아서 나도 놀라고 ㅋ 너무 오랜만에 듣는 노래들이라 추억이 되살아나고... 한적한 카페 창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관광지이지만 혼잡한 거리 바로 안쪽으로 비켜 있고, 십대 때 듣던 락/메탈 발라드가 나오고... 영원한 휴가님과 거리도 떨어져 있고 13년의 시간차를 두고 있지만 어느 순간 함께 앉아 서로가 공유하는 움악을 들으며 이야기하는 기분에 무척 즐거웠다. 노래는 포리너, 스팅, 브라이언 아담스, 스콜피언스, 스틸 하트 등등이 나옴 ㅎㅎㅎㅎ 본 조비만 나오면 완벽했는데 :)










바로 이 창가에 앉아서 :)




그리고는 카페를 나와서 숙소까지 걸어서 돌아왔다. 4시 좀 안된 시간이었고 이번엔 청소가 되어 있었다. 짐을 내려두고 책을 들고 이제는 마음의 카페로 등극한 ’집 앞 별다방‘에 사흘째 갔다 :) 호텔 방은 조명이 어둡고 좁아서 여기가 좋다! 맞은편 코스타 커피에 가볼까 하다가 충실하게 별다방으로! (그 코스타 커피는 쇼핑몰 안에 있어서 추워보였다)










그래서 오늘도 푸르스름한 별다방 사진. 아 나 돌아가면 여기 그리울 것 같다! 내일 숙소를 옮기니 오늘이 마지막!



5시쯤 물을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씻고는 가방을 대충 꾸렸다. 내일 숙소를 옮기기 때문이다. 새 숙소는 바츨라프 광장에서 가깝다. 아마 거기도 방이 작겠지ㅠㅠ 여기보단 넓었으면 좋겠는데 ㅠㅠ




저녁은 조식 테이블에서 가져왔던 서양배와 오렌지, 그리고 첫날 샀던 감자칩 남은 거 약간. 이미 오늘 넘 많이 먹었음. 오늘 카페를 4곳 갔음. 그나마 별다방에선 비타민 워터 마심.




아아 뿅 하면 하루의 메모가 다 정리되면 좋겠다. 이렇게 하루를 정리하는 건 좋은데 폰으로 긴 메모 쓰기 너무 힘들어. 이제 침대로 들어가 좀 쉬다가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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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