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음식점, 집밥 보르쉬 2022-23 praha2022. 11. 26. 19:31
여기는 월요일에 가서 보르쉬를 맛있게 먹고는 따로 올려야지 하고 사진만 갈무리해두고 그날그날 쏘다니느라 놓쳤던 그 러시아 식품점이다. 가는 길은 전혀 관광지 쪽이 아니고 심지어 좀 황량한 동네라 블라디보스톡이나 뻬쩨르 외곽 동네 느낌이 났다. 트램을 환승해 타고 여러 정거장을 가서 디바들로 나 피들로바체라는 이름도 어려운 정류장에서 내렸다.
바로 이런 썰렁한 정류장. 구글 맵을 켜고 길을 건너 아주 썰렁하고 작은 공원을 지나 이런 이끼 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설마 문 닫진 않았겠지? 이렇게 멀리 왔는데’ 하고 불안해함 ㅎㅎ
요렇게 가게가 나타나고, 아이들 몇명이 우르르 들어가 초콜릿을 고르고... 키 높은 간이 테이블이 딱 둘 있는데 그 중 하나엔 척 봐도 곰같은 러시아 남자가 앉아 보르쉬를 드시고 있었다. 그냥 식품점, 매점 같은데 펠메니, 바레니키, 보르쉬, 우하 등의 메뉴가 있었다. 이날 아주 스산하고 추웠다. 나도 보르쉬를 시키고 연어 든 조그만 삐로슈까를 시켰다. 삐로슈까는 데워줘서 물렁해져서 좀 별로였지만 보르쉬가 너무 맛있었다. 테이블이 높아서 힘들게 걸터앉아 정신없이 흡입. 인생 보르쉬에 들어감! 비트와 감자 등 건더기를 아끼지 않았다.
내가 잘 먹자 카운터의 주인 아주머니가 좋아하셨다. 냉장고에서 조그만 유리 종지에 든 차갑게 식힌 고기를 가져다주었다. 육수 내고 발라놓은 소고기를 결대로 찢어놓은 건데, 나는 비위가 약해서 조금만 잡내가 나면 고기를 못먹는다. 그래서 어떻게 먹은 척 조금만 먹지 했는데 아니 이것이 또 너무 맛있는 거였다! 결국 고기도 수프에 다 빠뜨려서 끝까지 다 먹음! 꼭 엄마가 육개장 끓이실때 고기 삶아서 결대로 찢어놓은 걸 나중에 넣어주시는 느낌이었다.
며칠 후 제대로 된 러시아 식당 가서 또 보르쉬를 먹었지만 여기 것이 더 맛있었다. 그건 식당 보르쉬, 이건 엄마 집밥 느낌. 아주머니에게 너무 맛있다고 하자 엄청 좋아하시며 또 오라고 했다.
사실 우하도 먹고프고 또 진열대에 까르또슈까도 팔아서 막바지에 한번 더 갈까 했는데, 옮긴 숙소 바로 근처에도 러시아 식품점이 있어 아무래도 멀어서 안 갈 것만 같다. 우하는 먹고픈데 이제 여행이 다 끝나가니 저 먼곳에 다시 가기가 좀 어려워짐.
맛있었던 집밥 같은 보르쉬.
삐로슈까는 좀 실패. 근데 여기는 러시아어 리뷰들을 보면 펠메니가 또 그렇게 맛있다고 한다. 아 좀 가까우면 좋울텐데 ㅠㅠ
원래 러시아 식품점이었으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삭품점으로 바꾼 듯하다.
고려인 당근 샐러드, 비네그레트, 올리비에, 까르또슈까 등도 있고...
요런 매점 같은 곳인데 저 안 주방에서 음식이 나옴 :) 좀 학교 앞 수퍼 겸 간이분식집 같은 느낌.
도시락 컵라면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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