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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 해당되는 글 386

  1. 2016.10.13 흐라드차니에서 걸어내려오며 찍은 사진들 몇 장 6
  2. 2016.10.12 사제 없는 고해. 심문관의 독백, 혼자 다니는 사람, 집단주의 47
  3. 2016.10.12 파란 하늘, 녹색 물 6
  4. 2016.10.11 이웃님들 조우의 장소들 : 아스토리아 빨간 지붕, 니콜스키 사원 앞 다리, 다스베이더 앞 12
  5. 2016.10.10 프라하 성벽에서 내려다본 도시 전경 10
  6. 2016.10.10 석양
  7. 2016.10.10 집처럼 작고 아늑한 카피치코 4
  8. 2016.10.08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살받으며 여기저기 걸었다 2
  9. 2016.10.08 첫날 거닐며 2
  10. 2016.10.06 셋의 시선을 뺏은 세 가지 4
  11. 2016.10.06 프라하의 여러가지 모습들 6
  12. 2016.10.05 진짜 새 가짜 새 8
  13. 2016.10.05 Green : 이번엔 프라하 녹색 시리즈 6
  14. 2016.10.04 Yellow : 프라하 골목의 노란색들 8
  15. 2016.10.04 프라하에서 작별한 옷들 6
  16. 2016.10.04 못 먹고 결국 놔두고 옴 6
  17. 2016.10.03 버리긴 버렸는데.. 8
  18. 2016.10.03 골목에서 발견한 아주 작은 것들 6
  19. 2016.10.02 홈메이드 마멀레이드와 크루아상이 있대요 6
  20. 2016.10.02 잠안와서 깬 김에 프라하 몇장 더 10
  21. 2016.10.01 트램 지나가는 창가에 앉아, 우 크노플리치쿠 4
  22. 2016.10.01 4
  23. 2016.09.30 프라하, 소실점 4
  24. 2016.09.29 잘 다녀왔습니다. 프라하 사진 몇 장 6
  25. 2016.09.29 9.28 수요일 저녁 : 공항에서 탑승 기다리며, 어느쪽인지, 잘 지냈어 프라하야, 에벨과 안젤라또, 탑승 기다림

 

 

프라하 성과 그 위 로레타 사원, 스트라호프 수도원 등이 있는 구역이 흐라드차니인데 특히 프라하 성까지 내려오기 전까지의 구역이 평화롭고 고적해서 걷기 좋다. (내려올때만... 올라갈때는 다리 부러짐.. 그래서 갈땐 트램타고, 내려올때만 보통 걸어옴)

 

흐라드차니 따라 걸어내려오며 찍은 사진들 몇장.

 

위의 사진에서 h란 간판은 예쁜 레스토랑 host이다. 여기서 닭가슴살 스테이크랑 생강 레모네이드를 먹었는데 맛있었고 바깥 전망도 근사했다.

그냥 걸어내려오면서, 내 취향 저격하는 풍경들 찍은 사진들. (창문이라든지, 선명한 색채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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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프라하 로레타 사원에서 내가 찍은 것들)

 

 

..

 

 

아래 글은 가끔 발췌했던 트로이와 미샤가 등장하는 장편의 중반부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지난번에 지나이다가 병실의 미샤를 면회하러 온 이야기(http://tveye.tistory.com/5309)를 올린 적이 있는데 이 에피소드는 그 이야기 직전에 있었던 일과 미샤의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샤는 사적인 일로 운나쁘게 부상을 입고 트로이의 아파트에서 밤을 보낸다. 트로이는 그를 보살펴주고 발췌본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미샤의 오랜 애인이자 주치의인 유리 아스케로프(미샤가 부르는 애칭은 유라)가 들러서 그를 치료해주고 돌아간 직후이다. 트로이는 진통제 약물에 취한 미샤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기억들을 들춰낸다. 그리고 미샤가 몇년 전에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 발레학교를 졸업하기 몇달 전 겪었던 일에 대해.

 

..

 

 

나는 이 소설을 2012년 겨울부터 2013년 초까지 썼다. 당시 나는 몸이 아파서 잠시 일을 쉬고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좀 힘든 일들이 있기도 했다. 물론 지금과는 좀 다르지만. 그리고 2012년 겨울은 '그' 2012년 겨울이었다. 

 

이 소설을 마친 후 얼마 있지 않아 잠시 프라하에 가 있었다. 거기서 이 소설과 현재의 가브릴로프 본편을 잇는 프리퀄을 구상해 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아래 에피소드 중 후반부에서 KGB 심문관 그라도프의 독백 일부를 발췌하며 이런 메모를 남긴 적이 있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집단으로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수학여행을 비롯해 교련, 운동회, 매스 게임 등등을 모두 싫어했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집단주의의 횡포를 견딜 수가 없다. 아니, 이게 꼭 횡포가 아닐 수도 있다. 순기능적인 면이 강조될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횡포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내겐 그게 횡포였다.

 

직장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인데. 그나마 우리 회사는 그런 면이 꽤 덜한 편이라 다행이지만. 그래도 부임해오는 임원에 따라 가끔 주말 산행이 생겨나기도 했다. 나는 '조직 문화'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이러한 단체행동이 사실은 강압이며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주말이 아니라 해도, 본래 회사에서 봄이나 가을에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체육대회나 산행도 좋아하지 않는다. 게을러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난 줄을 서서 다 같이 뭔가를 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다. 그리고 집단 행동을 함으로써 단결력이 강화되고 '우리'라는 끈끈한 정이 생겨난다는 말을 믿지도 않는다. 그래본 적이 없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상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이며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집단 행동을 통해 '우리'라는 이름의 뜨거운 결속력을 획득하고 팀으로서 거듭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쪽에 포함되지 않았다. 단 한번도. 아마 내가 소련 시절에 태어났다면 정치 이념이나 먹고살기 힘든 사회나 그런걸 다 떠나서 그 망할 놈의 집단주의 때문에 미치거나 수용소에 끌려갔을 것 같다.

 

작년부터 쓰고 있는 시리즈의 주인공에게도 그런 성향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물론 그는 나와는 꽤 다른 인물이지만, '우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집단주의를 견뎌내지 못하는 것은 비슷하다. 그래서 보안위원회의 어느 인물은 어느 날 그 애를 불러다놓고 이런 말을 한다. '애'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이 저 당시 주인공은 아직 학교를 졸업하기 전이었다.

 

 

... 그런데 내가 아주 미워하는 애들이 있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놈들, 이토록 선량하고 교양 있는 나조차도 그런 녀석들은 아주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그건 말이지, 혼자 다니는 놈들이야. 모두가 노래할 때 혼자 침묵하는 녀석, 다같이 컨베이어 벨트를 돌릴 때 혼자 뒤돌아 서 있는 녀석, 동지들끼리 모여 차를 마실 때 길거리로 사라지는 녀석. 가끔 가다 보면 꼭 그런 인간이 있어. 차라리 떠들고 선동하는 놈들이 나아, 왜냐하면 그것들은 항상 여럿이 모여 있으니까. 그리고 무리 짓는 인간들은 언제나 소비에트의 품에 안길 준비가 되어 있는 놈들이야. 문제는 바로 혼자 다니는 애들이야. 도무지 집단에 끼어들지 않는 놈, 미제 자본주의자들의 타락한 정신을 따라가는 놈. 줄을 서는 게 싫다는 이유로 빵과 우유를 사러 가지 않고 꼬박 며칠 동안 처자식을 굶기는 놈, 존경하는 레닌 동지와 레오니드 일리치 동지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해버리는 건방진 놈들. 차라리 소리 높여 욕하는 놈들이 훨씬 나아. 언제나 혼자 있으려고 하는 놈들, 자기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며 이 세상에서 혼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정신 나간 놈들, 그런 놈들이 제일 나빠....

 

 

저 자의 장광설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물론 저 설교가 주인공을 바꿔놓지는 못한다. 저때 꽤 혼이 나고 고생을 하게 되지만 그래도 그 애는 여전히 '혼자 다니는 놈'으로 남는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저날 메모의 전문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1948 (2013.3.22 금요일 저녁 : 여행 준비 중, 혼자, 우리, 집단, 샐러드 등등)

 

 

..

 

 

내가 왜 지금 이 에피소드를 발췌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이 에피소드는 이 소설에서 가장 우울한 파트 중 하나이고, 또 내밀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블로그에 올리거나 타인에게 공개하는 건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은 이 이야기가 그때도, 지금도, 아마 이후에도 내겐 중요하다. 여러 측면에서 그렇다. 아마 나는 의사에게 그냥 이 이야기를 소리내어 읽어주고 싶었던 적이 있기도 했을 것이다. 한번쯤은. 물론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글쓰기란 아주 사적이고 내밀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여기에 올리고 있는지, 솔직히 나도 머리 아프다.

 

모범적으로 말해보자면, 아마 글쓰기가 양날의 검이며 사적인 행위인 동시에 타인을 향한 외침이기 때문이겠지.

 

 

..

 

 

 

언급되는 이름 순서대로. 여기서 표트르 일리치와 레오니드 일리치를 빼고는 모두 내가 만들어낸 인물들이다. 루뱐카와 프시후슈카는 실재했고.

 

표트르 일리치는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이다. 미샤는 존경하는 역사 속 인물을 이름과 부칭을 붙여 부르는 버릇이 있다.

 

루뱐카는 모스크바의 KGB 본부 속칭이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몇차례 언급되었고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도 등장했던 공산당 고위 간부이다. 모스크바 쪽 의원이며 KGB 출신으로 미샤의 후원자이자 정부이다.

 

베리야는 스탈린 시절 비밀경찰의 권력자로 온갖 횡포와 수탈, 어린 소녀들에 대한 농락 등 각종 범죄를 자행한 인물이다.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 마로조프는 레닌그라드 쪽 의원으로 역시 고위 당 간부이며 미샤가 소년 시절부터 관계를 맺어온 사람이다. 이 사람의 시점으로 전개된 단편을 몇번 발췌한 적이 있다. 그라도프가 그를 추기경이라고 부르기는 하는데 진짜 추기경은 당연히 아니고 정치계에서 그가 가진 별명 중 하나이다. 서리의 왕도 마찬가지이다.

 

니콜카는 미샤의 정부 중 하나이다.

 

레오니드 일리치 동지는 당시 소련 최고 권력자인 당 서기장 브레즈네프의 이름이다.

 

세르게이 야스민은 미샤의 아버지이다.

 

프시후슈카는 정신교화 수용소이다.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청동기사상. 사진은 alex gouliaev)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30분 쯤 후 미샤가 깨어나 부엌으로 왔다. 주전자 주둥이에 입을 대고 남아 있던 식은 차를 정신없이 마셨다. 갈증이 가시지 않는 듯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보드카 병을 움켜쥐더니 입으로 가져갔다. 트로이는 술병을 뺏지도 않고 놔두었다. 이미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지치고 취해서 내버려두고 싶었지만 미샤가 싱크대로 가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려고 했기 때문에 의자에서 일어나 저지해야 했다.

 

 

“ 더 토하고 싶어? ”

 

“ 석회질이 마약을 걸러내 줄 거야. ”

 

“ 대신 누가 좋아하는 작곡가처럼 콜레라에 걸려 죽겠지. ”

 

“ 내 앞에서 표트르 일리치를 모독하면 안 되지. 그리고 이건 운하 물이 아냐, 권위 넘치는 레닌그라드 수도국에서 틀어주는 물이야. ”

 

 

트로이는 싱크대를 자기 몸으로 가로막았다. 가스렌지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물을 끓이면서 두통을 견디지 못해 보드카를 한 병 더 땄다. 이고리와 코스챠가 지난번에 싸들고 왔던 술이었다. 미샤가 손을 뻗지 못하게 하려고 손을 높이 쳐들어 병째로 마셨다. 미샤는 술에 흥미를 잃은 듯 끓인 물을 컵에 따르고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평소처럼 침착한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 같았다. 이른 새벽이었기 때문에 부엌에 깔려 있던 어둠 위로 푸르스름한 빛이 스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을 마신 후 미샤가 의자 옆 바닥에 앉았다. 트로이의 무릎에 기대면서 생각난 듯 말했다.

 

 

“ 좋지 않아, 그렇게 많이 마시는 건. ”

 

“ 많이 마시는 게 아니야. 네가 술이 약한 거지. ”

 

“ 충분히 많이 마시고 있어. 이고리보다 더 심해. ”

 

“ 난 걔들처럼 매일 마시지 않아. ”

 

“ 곧 매일 마시게 될지도 몰라. ”

 

“ 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게다가 난 춤을 추는 인간도 아니잖아. ”

 

“ 아... ”

 

 

미샤가 침묵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를 기댄 채 두 팔로 의자 다리와 그의 무릎을 끌어안았을 뿐이었다. 그 포옹이 너무 세차고 부드러워서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갑자기 울고 싶었다.

 

“ 그때 모스크바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

 

 

그는 차마 루뱐카라고 묻지 못했다.

 

 

미샤가 대답해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약 기운에서도 어느 정도 풀려나 있었고 평소 같으면 결코 보여주지 않았을 모습을 드러낸 것을 수치스러워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조금 전에 던졌던 그의 정부들에 대한 쓸모없는 질문들처럼. 차라리 그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볼쇼이에 갔었어, 계약하자고 해서. 문화국에서도 불렀고... 스비제르스키도. ”

 

“ 스비제르스키는 그때부터 알았어? ”

 

“ 아니, 71년인가 콩쿠르 때부터. 그때 후원자였거든. 그래서 그 개자식이 콩쿠르 출신 애들을 모아서 크레믈린 궁전 강당에서 춤을 추게 만들었어. 이틀 연속으로. 문화국 간부들이랑 자기 서클 패거리들 앞에서. 자기 집에서 파티도 하고. 거기서도 춤추게 시키고. ”

 

“ 왜 집에까지 데려가서 그런 걸 시키는 거야? ”

 

“ 그놈들 많이들 그래. 요즘도 가끔 가, 별장들에. 나만 그런 거 아냐, 극장에 있으면 그런 일이 많아. ”

 

“ 베리야 같은 놈들. ”

 

“ 꼭 그런 건 아냐. 그냥 여흥이 필요해서 부르는 경우가 더 많아. 다행히 난 여자가 아니니까 같이 자야 하는 일은 훨씬 덜하지만. ”

 

“ 그럼 볼쇼이는 잠깐이고 내내 당 간부들에게 끌려다닌 거야? ”

 

“ 음, 그래야 했는데 두 번째 날 크레믈린 무대에 안 갔어. "

 

“ 뭐라고 핑계를 대고? ”

 

“ 무슨 핑계가 필요해, 난 학생이었는데. 아직 발레 단원도 아니었는데. 그놈들에게 그럴 권리가 어디 있어. ”

 

“ 그럼 말도 안하고 그냥 숨었어? ”

 

숨지는 않았어. 트레치야코프에도 가고 전에 알던 사람들도 만나고 아르바트에서 놀았어. 내가 어디 있는지 다 알았을 걸. 어두워지니까 누가 나타나서 스비제르스키 집 파티에 데려갔으니까. 심지어 내가 제일 빨리 도착했어. ”

 

“ 그럼 파티에서는 춤춰야 했겠네. ”

 

“ 안 췄어. 도망쳤어. ”

 

 

미샤가 무의식적으로 입을 막았다. 다시 역겨워지는 것 같았다.

 

 

춤추는 것도 모자라서 그 위선자들 옆에 앉아 귀염 받으며 밥 먹고 헛소리 듣고 기념사진까지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어. 그래서 의상으로 갈아입으러 갈 때 빠져나와서 정원사 자전거 훔쳐 타고 시내로 돌아왔어. 레닌그라드 역으로 가려고 했는데 가방이랑 지갑을 전부 거기 놔두고 와서 할 수 없이 숙소로 돌아간 거야. 그때 무임승차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자전거를 팔아치울 수도 있었는데 그날 밤에는 생각을 못했어. ”

 

“ 그래, 가방 챙겨다 준 사람은 있었어? ”

 

“ 없었어. 아침에 자전거를 팔면 되겠다는 생각이 나서 역으로 가려고 하는데 경찰이 들이닥쳐서 차에 태웠어. ”

 

“ 자전거 훔쳐서? ”

 

 

미샤가 그의 무릎을 더 꽉 끌어안았다.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세게.

 

 

“ 이제 그만하자. 졸려. ”

 

“ 얘기해봐. 그럼 훨씬 나아질 거야. ”

 

“ 뭐가? 얘기한다고 변하는 것도 없는데. 기분이? ”

 

“ 그래, 기분이. ”

 

“ 글쎄. 그냥 다시 기절하게 해줘. ”

 

“ 원한다면 귀 막고 있을게. 저쪽에 가서 얘기해. ”

 

“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해야 돼? ”

 

“ 그럼 네 기분이 좀 나아질 거야. ”

 

“ 교회에 가서 고해하는 것처럼? ”

 

“ 그래. ”

 

“ 사제도 없이 종탑에 대고? ”

 

“ 어차피 무신론자라며. ”

 

“ 문학적 표절인데. ”

 

“ 난 푸쉬킨이 아니니까 좀 봐줘. ”

 

“ 난 푸쉬킨보다 널 더 좋아해. ”

 

 

 

트로이는 의자에서 내려왔다.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미샤의 머리를 감싸안고 성한 쪽 뺨에 입을 맞췄다. 한 손으로 어깨와 등을 쓸자 손바닥에 붕대가 만져졌다. 니콜카를 죽여버렸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유리 아스케로프도. 스비제르스키도. 그리고 마로조프, 이름과 부칭으로 불리는 그 도살자를. 더 이상 물어보지 못했던 다른 무수한 정부들과 애인들을. 그들 모두가 미래에서 온 살인자들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미처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존재를 파괴하고 상처 입히고 마침내 울게 만들고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영영 도망쳐버리게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에.

 

 

미샤가 코끝으로 그의 귀를 가만히 비볐다. 때로 그에게는 그런 조그만 동물 같은 면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트로이는 표현하기 힘들 만큼 강렬하게 밀려오는 보호 본능을 느꼈다. 그건 애정보다 더 원시적이고 깊은 감각이었는데 어쩌면 결코 생겨나지 않을 그 자신의 아이와 마주하게 될 때에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일지도 몰랐다.

 

 

미샤가 딱딱한 부엌 바닥에 길게 누웠다. 여전히 트로이의 귀와 목덜미 사이에 머리를 묻은 채 몸을 꼭 밀착시켰다. 두툼하게 감겨진 붕대가 와 닿았다, 비정상적인 열기가 발산되는 맨몸도. 잠옷을 찢어 내던진 후 그는 짧은 복서 팬티 하나 밖에 입고 있지 않았다. 트로이는 담요를 가지러 일어나는 대신 자기가 입고 있던 제니트 티셔츠를 벗어 그에게 덮어씌웠다. 미샤는 셔츠를 입혀주도록 잠깐 머리와 팔을 들었을 뿐 다시 그에게 바짝 기댔다. 다치지 않은 쪽 다리로 그의 다리를 감았다. 한순간 트로이는 아스케로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 같으면 할 거야, 그것도 오늘. 그래서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때 아스케로프의 그 말을 떠올리지 않았다면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미샤의 부어오른 입을 자신의 키스로 막고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그 애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다시 몰아넣었을 것이다. 그 열기가 깊게 찔린 상처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 애의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안았을 것이다. 오로지 위안과 평온을 위해. 그것도 미샤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위안을 위해, 귓가에 웅웅거리는 니콜카의 고함 소리들을 잠재우고 전신으로 부드럽게 스며들 이기적 평온함을 위해서. 그건 그와 어둠 속의 그림자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때마침 유리 아스케로프의 말이 떠올랐고 그는 그 타오르는 애의 몸을 취하지 않았다, 그의 그림자들도 함께 정지했다.

 

 

 

*    *    *

 

 

 

거긴 일반적인 사무실이나 다름이 없었어. 책상이 있고 의자가 있었어. 서랍과 캐비닛이. 회색 벽이 있었어. 그림도 걸려 있었지. 말레비치 모사품이. 거기 그자가 기다리고 있었어. 성은 그라도프. 이름은 몰라. 직위도 계급도. 채찍을 몇 갈래로 꼬아서 맨 위에 이콘 후광처럼 둥그런 머리를 얹어놓은 것처럼 보였어. 그런데 그 실루엣 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아. 키도, 체격도, 얼굴도, 아무 것도. 기억나는 건 채찍 위의 이콘 후광뿐이야. 건드리면 굴러 떨어질 것처럼 보였어.

 

 

심지어 목소리조차 기억나지 않아. 그는 낮고 툭툭 긁히는 어조로 말했는데 그 모든 말들은 타자기로 찍어내는 단어들처럼 하나하나 튀어나와 지루한 공산주의 선언문처럼 눈앞의 잿빛 벽에 등사되는 것 같았어. 나는 그의 말을 듣는다기보다는 읽었어. 어쩌면 그건 주사 때문이었을지도 몰라. 그자의 사무실에 들어오기 직전에 비서실에 앉아 있던 어떤 여자가 내 소매를 걷더니 바늘을 찔러 넣었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마치 검역이나 예방접종 같았어.

 

 

그는 맨 처음에 내게 왜 볼쇼이와의 계약을 망설이느냐고 물었어. 그 질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어.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대답했어. 아직 졸업식도 하지 않았고 다른 극장들과의 면담도 많이 남아 있다고. 그러자 그자가 말했어. 레닌그라드에 남고 싶은 이유가 드미트리 마로조프 때문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했어. 모스크바로 온다면 게르만 스비제르스키가 기꺼이 새 후원자가 되어줄 거라고 했어.

 

 

그때 난 그자를 한 대 치려고 했던 것 같아. 내게 그런 이름들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야? 난 결코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에게 내 무대를 봐달라고 한 적이 없어. 만일 그 서리의 왕이 단 한번이라도 학교나 극장에, 콩쿠르에 내 이름을 비추며 압력을 가한 적이 있었다면 난 다시는 그를 보지 않았을 거야. 나와 춤 사이에는 그 어떤 것도 없었어. 스비제르스키는 또 뭐란 말야, 그자가 크레믈린 무대를 억지로 만들어내고 자기 파티에 와서 춤추게 강요한다고 해서 거기 끌려간 애들 전부가 그자의 노예가 되는 건 아니잖아. 걔들은 그저 명령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을 뿐이야. 그 역겨운 인간이 지폐와 금붙이를 쌓아놓고 꼬드긴다 해도 결코 그런 놈을 후원자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을 거야.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내 주먹은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날아갔어. 그라도프는 웃기만 했어. 그리고는 캐비닛을 열고 서류철을 꺼냈어. 상투적이지, 안 그래? 꼬박 10분 동안 그는 내 서류를 읽었어, 라디오 방송처럼. 별로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었어. 그는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에 대한 부분은 읽지 않았어, 어쩌면 아예 적혀 있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유라에 대해서는 단 한 줄, 시립병원의 외과의라고 언급했어. 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는 너도 알 수 있을 거야. 그 몇 개의 단어만으로도 한 인간을 서류에서 지워버릴 수 있어. 그리고 서류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은 인생에서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 거지.

 

 

나는 그들이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라도프는 그저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내 행적을 짜맞추고 있을 뿐이었어. 그래서 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처럼 굴었어. 내게는 여자 친구들이 많았어. 학교 파트너들도. 그라도프도 그걸 알고 있었어. 그는 별로 흥분하거나 동요하지도 않고서 나중에 확인해보자고 했어. 그런데 그 ‘나중에’란 말이 갑자기 너무 무섭게 느껴져서 난 깜짝 놀랐어. 난 협박에 민감한 편이 아니야,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 그런데 그 순간에는 너무 무서워서 기절할 것 같았어.

 

 

그건 내 몸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야.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지고 있었어. 그제야 난 내가 그라도프의 말을 듣고 있지 않고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그의 얼굴은 이콘 후광처럼 단번에 그려 넣은 하나의 원에 지나지 않으며 그 원은 여러 갈래로 꼬인 채찍 위에 얹혀서 좌우로 까딱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난 다시 한 번 손을 들어올려 보려고 했어. 하지만 팔이 너무 무거워서 아래로 축 처지기 시작했어.

 

 

그라도프가 내게 의자에 앉으라고 했어, 자기 사무실에서는 누구나 서 있어야 하지만 내겐 특별히 허락해주겠다고 했어. 그런 말을 듣고 의자에 앉을 놈은 세상에 없을 거야. 그런데 난 앉았어. 마치 내 몸이 나와 분리되어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 같았어.

 

 

그자가 서랍을 열더니 다른 서류를 꺼냈어. 낡고 오래된 종이 뭉치를. 그는 직인이 찍힌 그 서류 앞장을 내게 잠깐 보여주었어. 그리고 내 출신 성분에 대해 말했어. 12년 전 오늘 체포되어 사라진 세르게이 야스민의 서류를 읽었어. 그의 죄목과 재판정에서의 그의 항변, 수용소에서의 불복종과 징계, 치료, 그리고 죽음에 대해 연대기를 읽듯 기술했어. 그때쯤 난 이미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엎드려 있었어. 의자가 아니라 바닥에.

 

 

그라도프가 다가왔어. 의자에 앉았어. 이콘 후광이 이제 위아래로 까딱거리며 여러 겹의 원으로 변했어. 서류 뭉치로 내 머리를 건드렸어. 종이 한 장이 바닥에 떨어져 바스락거렸어. 난 아마 영원히 그 빛바랜 종이 위에 떠올라온 글자들을 기억하겠지, 갈색의 둥근 커피 얼룩이 핏자국처럼 번져 있는 그 조서의 맨 윗줄에 씌어 있는 이름을. Е 모음이 반쯤 비스듬하게 걸려 있고 М의 끝부분이 반쯤 잘려나간 형태로 타이프된 세르게이 야스민이란 이름을.

 

 

후광을 얹은 채찍이 천천히 몸을 흔들면서 노래하듯 말하기 시작했어. 그건 장조였어, 그것도 4분의 2박자짜리 경박한 춤곡이었어.

 

 

 

 

아,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동지. 난 언제나 당과 사회를 비판하고 선동을 일삼는 놈들에겐 연민을 느끼지. 뭐 그놈들을 미워해본 적은 없어, 왜냐하면 그런 놈들 대부분은 구제불능의 알콜 중독자이며 수탉처럼 제 잘난 맛에 취해 사는 얼간이들이기 때문이지.

 

물론 그놈들은 몽땅 잡아들여야 해, 대부분은 재판에 회부할 필요조차 없어. 많은 경우 술병을 빼앗으면 얘기는 끝나. 어떤 놈들은 두들겨 패주면 되고, 어떤 놈들은 좀 귀찮긴 하지만 수용소에 처넣어 버릇을 고쳐주면 돼. 다들 정신을 차려. 선동자들이 가장 쉬워. 나사를 반대로 돌려주기만 하면 최고의 프로파간다 기술자가 될 수 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내버려둔다 한들 큰 문제도 없어. 가끔 몇 놈을 붙잡아 들여 본보기를 보여주면 될 뿐, 그냥 떠들게 내버려둬도 괜찮아. 골치 아프게 굴면 그냥 미국 따위 제국주의자 놈들에게 추방해버리면 돼.

 

 

그런데 내가 아주 미워하는 애들이 있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놈들, 이토록 선량하고 교양 있는 나조차도 그런 녀석들은 아주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그건 말이지, 혼자 다니는 놈들이야. 모두가 노래할 때 혼자 침묵하는 녀석, 다같이 컨베이어 벨트를 돌릴 때 혼자 뒤돌아 서 있는 녀석, 동지들끼리 모여 차를 마실 때 길거리로 사라지는 녀석. 가끔 가다 보면 꼭 그런 인간이 있어. 차라리 떠들고 선동하는 놈들이 나아, 왜냐하면 그것들은 항상 여럿이 모여 있거든. 그리고 무리 짓는 인간들은 언제나 소비에트의 품에 안길 준비가 되어 있는 놈들이야.

 

문제는 바로 혼자 다니는 애들이야. 도무지 집단에 끼어들지 않는 놈, 미제 자본주의자들의 타락한 정신을 따라가는 놈. 줄을 서는 게 싫다는 이유로 빵과 우유를 사러 가지 않고 꼬박 며칠 동안 처자식을 굶기는 놈, 존경하는 레닌 동지와 레오니드 일리치 동지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해버리는 건방진 놈들, 차라리 소리 높여 욕하는 놈들이 훨씬 나아. 언제나 혼자 있으려고 하는 놈들, 자기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며 이 세상에서 혼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정신 나간 놈들, 그런 놈들이 제일 나빠.

 

그런데 그런 놈들 중에서도 더 악질적인 애들이 있어. 그건 바로 뭔가 내세울 게 있는 인간이야. 혼자 다니는 놈들 대부분은 병신들이야, 열등감에 사로잡힌 우울증 환자에 지나지 않아. 그런데 가끔 가다 뭔가 잘못된 경우가 있어. 누가 봐도 잘난 놈인데, 미래에 소비에트 영웅이 될 수도 있고 당으로부터 훈장을 받을 수도 있을 만큼 재능이 뛰어난 놈인데 궤도를 잘못 탄 거지.

 

난 그런 놈들을 오랫동안 유심히 관찰했어. 애초부터 우리 안에 끼어 있어야 정상인데 가족이나 환경을 잘못 만나면 그렇게 되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어. 예를 들어, 당원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교육을 잘 받고 콤소몰 경력도 나쁘지 않았던 남자가 당과 서기장과 국가 정책을 비방하며 선동을 일삼는 거야. 맨 처음엔 알콜 중독자가 아닌가, 나사를 조여주면 우리 쪽으로 돌아올 선동가 타입이 아닌가 의심을 해보지만 재판과 심문 결과 그자는 혼자 다니는 놈에 더 가깝다는 게 밝혀지지. 그런 인간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수용소의 강제 노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그래서 그자는 프시후슈카로 후송되지.

 

그럼 그런 인간을 아버지로 두고 자란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운 좋게 어릴 때 아버지가 체포되었으니 완전한 악영향을 받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영향이 있었을 거야. 이미 얼룩이 튀어버린 거야. 그래서 엇나가기 시작하지. 이탈을 반복하고 춤을 핑계로 피오네르 활동과 이념 교육은 완전히 무시하지. 아마 콤소몰에도 가입하지 않으려고 버티겠지. 집단의 신성함 자체를 무시하고 언제나 혼자 생각하고 혼자 머리를 쳐들고 걸어가지. 그런데 재능이 있어, 그것도 눈을 의심할 만큼 분명하고 강력한 재능이. 그런 애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애들이라면 평생 영광으로 생각할 크레믈린 무대와 의원님의 초청을 헌신짝처럼 무시하고 달아나는 젊은이는 과연 우리에게 필요하기나 한 존재일까?

 

혹은, 이 건방진 녀석은 그저 자기를 후원하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자리에 계신 각하의 위세를 믿고 까불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거라면 일은 간단하지, 각하들은 도처에 존재하며 언젠가는 권좌에서 내려오게 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높으신 분들이야 그런 꼬마들이 조금만 나이를 먹거나 미모가 손상되자마자 다른 애들로 갈아타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어,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야스민 동지. 네가 어느 쪽인 건지. 아, 넌 그렇게 불리는 걸 싫어한다면서. 볼쇼이에 낸 서류에도 이름을 줄여 기재했던데. 부칭은 약자조차 쓰지 않았더군, 미샤 야스민. 그 볼품없이 짧은 이름이 전부였어. 그게 반동으로 체포되어 죽은 아버지 이름과 연관되는 게 싫어서라면 칭찬할 만한 일이겠지. 그런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단 말이야.

 

그래, 널 뭐라고 불러야 할까. 미샤라고 부르기는 싫은데. 내가 아는 수많은 미샤들은 전부 모범적이고 착하고 순종적인 남자들이었지. 그건 보수적이고 영웅적인 소련 인민들의 이름이야. 차라리 미하일루슈카나 미슐랴는 어때? 그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는 어떻게 부르나, 귀여워하며 미셰츠카라고 부를까? 상투적으로 꼬마 비둘기, 작은 태양? 아니면 무대 위의 천사라고? 그래, 아마도 천사라고 부르겠지, 그게 높으신 분 성향에 더 맞을 테니까. 하긴 이름 따윈 아예 부르지도 않을 수도 있어. 그 얼음의 제왕은 자길 놀라게 하는 애들을 좋아하지. 그중 예쁜 애들은 데리고 자고. 계집애든 사내애든 관계없이.

 

오해하지 마, 미하일루슈카. 난 추기경 각하에겐 전혀 악감정이 없어. 우리도 그런 분은 건드리지 않아. 하지만 우리가 그 사람을 받들어 모신다고 해서 너까지 가만히 내버려둘 거라고 믿는다면 그건 오산이야.

 

 

 

 

그라도프가 내 팔을 잡아 일으켰어. 분명 발이 땅에 닿는 게 보였어, 내 발로 걷고 있는데도 다리에 감각이 하나도 없었어. 잿빛 벽 구석에는 문이 하나 더 있었어. 그는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어. 작은 직사각형 문이 열리자 냉기와 어둠이 뻗어 나왔어. 그 어둠이 너무나도 농밀하고 새까매서 냄새와 질감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어. 왜 내 발이 바닥을 딛는 것은 느껴지지 않으면서 그 어둠의 촉감은 그토록 생생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 그러나 그 어둠은 내게 낯익었어.

 

 

내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어. 잠시 어둠 속에 잠겼을 때 그라도프의 숨결이 오른쪽 귓가에 와 닿았어.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 같은 숨결이었어. 그는 내게 혼자 움직여 보라고 했어. 걸어보라고, 무대 위에서처럼 회전하고 뛰어올라보라고 했어. 그럴 수 있겠느냐고 물었어. 난 물론 그 개 같은 놈의 말을 무시하려고 했지. 그런데 내가 움직이지 않은 건 그놈의 명령에 불복종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어, 난 말 그대로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어. 심지어 내 힘으로 서 있는 것도 아니었어. 그라도프가 내 양쪽 어깨를 꽉 잡은 채 벽에 기대어 세워 놓고 있는 거였어.

 

 

도처에 어둠이 있었는데 그 어둠은 안팎에서 밀려나오고 있었어. 그때 그라도프가 스위치를 올려 불을 켰지. 그 방은 먼젓번 사무실보다 작았고 정방형이었어. 그건 끔찍한 방이었어. 온통 흰색으로 칠해진 방. 바닥조차 흰색이었어. 벽에는 결박 도구가 고정되어 있었고 이상한 모양의 의자가 하나 있었어. 스위치들과 전선들이 보였어. 방 한가운데에는 크롬으로 도금된 듯한 직사각형의 기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었어. 그리고 또다시, 그 어둠이 밀려들었어. 눈부신 형광등 빛과 정방형의 흰색들 사이에 그 어둠이 있었어.

 

 

안드레이, 나는 그게 뭔지 잘 알아. 그 어둠이 뭔지. 하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 어쩌면 난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춤을 추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 그런데 그라도프가 그걸 알았던 걸까? 그럴 리가 없잖아, 그놈은 그저 독창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관료에 지나지 않아. 그놈이 협박에 사용한 문구들은 모두가 이전에도 신물 나게 써먹었던 표현에 지나지 않아, 분명 그놈들에게는 복사해 돌리는 심문 매뉴얼이 있을 거야. 그라도프는 그 어둠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 그 작자는 그저 약물을 썼을 뿐이야. 날 겁주기 위해. 길을 들이기 위해. 혹시라도 미래에 드러날지도 모르는 반항의 싹을 꺾기 위해. 그게 전부야. 하지만 왜 그런 공력을 들이는지 알 수가 없었어, 아직 졸업조차 하지 않은 내게, 극장 계약도 하지 않은 내게. 아마도 내 행동에 꼭지가 돌아버린 스비제르스키가 친분이 두터운 KGB 심문관을 매수해 내 버릇을 고쳐주라고 했던 걸지도 모르지. 아니면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를 실각시키기 위한 무수한 시도들의 일부였을지도.

 

 

그라도프가 약물에 대해 말했어. 우리 아버지에 대해 말했어. 프시후슈카에서 아버지에게 놓은 주사에 대해, 정신 교정 약물에 대해 설명했어. 우리 아버지는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죽었어, 시체를 발견한 간수는 심장 발작이라고 보고했지. 그때 그는 이미 한쪽 다리와 두 팔을 쓰지 못했어. 정신은 완전히 나가 있었어. 그라도프는 그게 약물 때문은 아니었다고, 그저 우리 아버지가 특이 체질이었을 뿐이며 그건 아마도 심장 발작이 아니라 정신병으로 인한 자살이었을 거라고 했어.

 

 

볼쇼이에 대해 대답한 이후 처음으로 난 입을 열었어. 그 개자식에게 헛소리 집어치우라고 했어. 우리 아버지를 죽인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그 잘난 당과 소비에트 권력이라고 말했어.

 

 

그라도프는 화를 내거나 꾸짖지도 않았어. 단지 여전히 툭툭 긁히는 목소리로 자기는 여전히 우리 아버지가 자살했다고 믿는다고 했어. 스스로 목을 매거나 뛰어내리지 않았다고 해서 타살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세르게이 야스민은 어리석은 짓을 저질러서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간 것 자체에 책임이 있다고 했어. 자신은 언제나 그 약물의 효과에 감탄하곤 했다고 말했지. 만일 그 약물이 듣지 않았다면 그건 우리 아버지의 체질에 문제가 있었을 뿐이라고. 내가 믿지 않는 것 같은데 한번 실험을 해보자고 했어.

 

 

그리고 그자가 다시 주사를 놨어. 이마에. 그는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다고 했어. 내게 기분이 어떤지 물었어. 손가락을 움직여보라고 했어, 원한다면 눈이라도 깜박여 보라고 했어.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이콘 후광과 겹쳐진 채찍이 점점 사악하고 거대한 그림자로 변하고 있었어. 입술도 혀도 움직이지 않았어. 살아있는 박제가 된 것 같았어. 정말 박제가 맞았던 건지도 몰라. 그라도프가 나를 벽에 세워놓은 채 짐승 껍질을 벗기듯 옷과 신발을 모조리 벗겼는데 맨살에 공기가 와 닿는 순간 온몸이 그 자리에서 불타 없어지는 것 같았어. 너무나도 아프고 쓰라려서 견딜 수가 없었어.

 

 

 

 

 

...

 

 

 

미샤의 회상은 조금 더 계속되는데 일단 여기까지만... (좀 우울한 얘기들이라)

 

 

그라도프에 대한 미샤의 회상 중 아주 짧은 문단을 먼저 발췌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가브릴로프 본편 프리퀄인 미샤의 수용소 이야기와 함께 발췌했다(나의 이 우주에서 미샤는 여기 발췌된 그라도프와의 기분나쁜 심문 이후 약 8년만에 정신교화 수용소에 수감된다) 그때 발췌했던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4748  수용소, 심문자들, 유령들, 인체발화, 다시 세 개의 메모

 

이 수용소 프리퀄에 대해서는 전에 몇번 발췌한 적이 있다. 링크는 아래.


<2부 : 게오르기 벨스키와의 면회>

불과 바람, 물과 돌 : http://tveye.tistory.com/4502

 

<3부 : 스타니슬라프 일린과의 면회>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을때, 수용소 면회실에서의 조우 : http://tveye.tistory.com/4521

푸에테와 이반 왕자와 불새 : http://tveye.tistory.com/3613

농담에 약한 주인공, 타협, 장식품 애완견 샴페인 캐비아 : http://tveye.tistory.com/4468

견딜 수 있을만한 압력, 눈을 돌리고 넘어갈 수 있을만한 더러움 : http://tveye.tistory.com/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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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무용수 사진 몇장.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청동기사상. 사진은 alex gouliaev)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청동기사상. 사진은 alex gouliaev)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alex gouliaev)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alex gouliaev)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사진은 nina alo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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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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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0. 12. 22:32

파란 하늘, 녹색 물 2016 praha2016. 10. 12. 22:32

 

 

 

 

 

 

 

 

 

 

 

프라하 성. 말로스트란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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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이번 페테르부르크와 프라하에서 반가운 분들과 조우했던 장소들을 올려본다.

 

먼저 페테르부르크. 여기는 이삭 성당 맞은편, 아스토리아 호텔의 빨간 차양 지붕 아래. 빨간색이 눈에 잘 띄어서 bravebird님과 엽님을 각각 여기서 처음 뵈었다 :) 브레이브버드님 뵐땐 너무너무 춥고 바람이 불어서 나는 스카프로 머리를 칭칭 감고 ㅠㅠ

 

사, 사실은 빨간색 차양이라서 제가 여기를 조우의 장소로 조금살짝 선호합니다 ㅋㅋ 가끔 료샤와도 여기서 만나고...

 

 

브레이브버드님과 엽님 두분 모두 너무 반가웠고 처음 뵙는데도 무척 친근했다. 블로그 덕분에 좋은 분들을 알게 되고 심지어 페테르부르크에서 조우하게 되어 신기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

 

 

여기는 페테르부르크 니콜스키 사원 앞의 교각. 마린스키 구관과 신관 사이 운하 끼고 걸어가다 보면 나온다. 여기는 떠나던 날 아침에 pica님과 친구분을 만났던 곳이다. pica님이 신기하게도 여행오셨다가 전날 저녁에 이 근처에서 나랑 료샤가 저녁 먹으러 왔을떄 날 목격하시고는... 우연히 어 저거 토끼 아닌가.. 하다가(ㅋㅋ) 놀라운 인연으로 떠나는 날 아침에 여기서 만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놀라움. pica님도 무지 반가웠어요 :) 친구분도요!

 

심지어 놀라운 것은... 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나뵌 네분 모두 초면이었으나 다들 하나같이 너무 좋으셨고.. 다 미인이셨다는 것이다~ 두둥!!! 미모지상주의자 토끼는 행복... ^ㅇㅅㅇ^

 

이건 보너스.

 

전에 프라하에서 올린 메모에 내가 한번 이런 얘기 쓴 적 있다. 차 대기 복잡하니 료샤랑 구시가지에서 만날 때 '다스 베이더 앞에서 만나자'라고 했다고.

 

그 다스 베이더가 이것임 :) 사실은 다스 베이더는 아니고 체코 전설 속에 나오는 무슨 기사와 처녀 이야기에 얽힌 기사 동상이다. 이 동상은 구시가지 광장과 카를로바 거리 근처의 마리안스케 광장에 있다. 로컬들도 종종 다스 베이더라고 부르는데 료샤랑 나도 그렇게 부른다. 심지어.. 좀 창피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만났을때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빰빰빰빰빠밤 빰빠밤...' 하고 스타워즈 제국군 테마 음악을 흥얼거렸다 ㅠㅠ(엉엉)

 

실루엣만 보면 진짜 다스 베이더 같아 ㅎㅎ

 

 

맘같아선 여기서 막 손가락 삐리삐릿하며 포스 대결도 펼쳐보고 싶었지만 성숙한 어른답게 우리는 꾹 참았다... ㅋㅋ(해보고 싶어.. 광선검도.. ㅎㅎ)

 

근데 페테르부르크도 있고 프라하도 있으니.. 그래도 페테르부르크에서 조우한 분들이 더 많으니 이것은 페테르부르크 폴더로!!

 

bravebird님, 엽님, pica님~ 다들 보고 싶습니다.

료샤 너도 ㅋㅋ (약혼자 레냐는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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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0. 10. 23:56

프라하 성벽에서 내려다본 도시 전경 2016 praha2016. 10. 10. 23:56

 

프라하 성벽 쪽으로 가면 도시 전경을 내려다볼 수가 있다. 여기서도 내려다볼 수 있고 좀더 올라가서 스트라호프 수도원 쪽에서도 전경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론 후자 쪽을 더 좋아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이 풍경을 보면서 성벽 쪽 옆계단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번화가인 네루도바 거리 쪽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나는 흐라드차니 쪽에서 내려오면 네루도바로 가고 프라하 성에서 오면 계단으로 간다. 이 계단을 따라 쭉쭉쭉 좀 꽤 걸어가면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이 나온다.

 

성벽 사이사이로 이렇게 바깥 풍경을 볼수도 있다.

 

 

 

 

 

날씨가 아주 좋은 날이었다. 9월이었지만 30도에 가까웠고 아주 더웠다. 하늘이 파랬다. 소르베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었다. 맛은 없었지만.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파란 하늘과 프라하 전경을 내려다보는 것은 언제나처럼 좋았다. 가슴이 좀 뚫리는 기분도 들었다.

 

 

 

 

 

 

 

실은... 나는 무서워서 저렇게 딱 달라붙어서 오래 내려다보진 못하고.. 사진도 조금 떨어져서 줌으로 찍음.. 고소공포증 환자의 슬픔 ㅠㅠ

 

 

 

 

 

계단 따라 천천히 걸어내려가며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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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0. 10. 02:20

석양 2016 praha2016. 10. 10. 02:20




이건 아마 9.23이나 9.24. 폰에 있는 사진이라 날짜가 긴가민가하다.


카프로바 거리에 있는 카페에 가려고 나왔던 이른 저녁이었다. 이땐 아직 해지기 전.





카피치코의 금발여인 베트라가 추천해줬던 카페에 가려다 멀리 석양이 깔리는 걸 보고 그냥 강변으로 갔었다. 카메라 놓고 나온걸 후회하며 폰으로 몇장 찍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카페는 석양 구경 후에 갔다)







창문에 비치는 석양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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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0. 10. 00:02

집처럼 작고 아늑한 카피치코 2016 praha2016. 10. 10. 00:02

 

프라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 두군데가 있는데 하나는 무척 자주 올렸던 카페 에벨, 이건 구시가지에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말라 스트라나에 있는 바로 이곳 카피치코이다. 예전에 미셴스카 거리에 있을때 갔다가 반한 곳인데 이번에 갔더니 없어서 크게 슬퍼했으나 근방 말테세 광장 쪽으로 이전했다는 사실을 알고 좋아하며 다시 찾아갔던 곳이다.

 

이곳은 작고 아늑하고, 에벨과는 또 다른 느낌의 카페이다. 에벨은 좀더 칼라풀하고 시끌시끌하면서도 묘하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곳이고 카피치코는 그야말로 cozy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작고 아늑한 집 같은 곳이다.

 

 

 

 

 

잎차를 내주고 심지어 워머를 내주는 카페는 그 자체로 훌륭하다!

 

 

 

 

 

여기서 글을 쓰고 있으면 정말 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면 정말 집 옆의 아주 편한 카페... 그냥 작업실 같은 느낌. 에벨은 관광객과 로컬들 사이에서 모르는 나라 말들과 아는 나라 말들을 화이트 노이즈처럼 들어넘기며 글을 쓰는 것이 편안했고 여기는 반대로 아주 조용하고 부드럽고 편안한 공기 때문에 글을 쓰기가 좋았다.

 

그리고 이곳 주인 아저씨인 로만과 우아한 금발여인 베트라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 나에게 예쁜 그림이 그려진 가게 명함을 주신 분들이다. 로만, 베트라. 저는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두분 모두 잘 지내고 계시길!! 언젠가 다시 카피치코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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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역시 프라하 도착한 다음날. 처음으로 거리 나갔을때.

말라 스트라나 쪽에서 시작해 구시가지 쪽으로 가서 많이 걸어다녔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오다보니 첫날은 여기저기 많이 걷게 된다. 그리웠던곳도 가게 되고 안가봤던 곳도 가보게 되고... 이건 페테르부르크도 마찬가지다.

 

햇살 받으며 많이 걸었던 날이었다.

 

말라 스트라나, 페트르진 공원.

 

말라 스트라나. 우예즈드에서 헬리초바 가는 쪽.

 

 

 

 

 

 

 

 

 

 

이건 구시가지 광장의 비둘기들.

 

 

프라하에서 제일 전형적인 풍경 사진이지만.. 그래도 첫날이라 어찌어찌 돌아다니다보니 구시가지 광장에도 갔었다. 이날 비누방울 부는 사람이 있었지. 그 사람은 다른 날도 가끔 왔다. 날씨 좋은 날.

 

맨 처음 왔을땐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했고 이후에는 번잡해서 가능한한 피해다녔지만 오랜만에 오니 역시 반갑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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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8. 01:09

첫날 거닐며 2016 praha2016. 10. 8. 01:09

 

 

9월 7일.

말라 스트라나의 우예즈드에 있는 숙소에 도착한 그 다음날.

원래는 말라 스트라나 쪽만 거닐 생각이었지만 걷다 보니 어느새 마네수프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까지 가게 되었다. 이 카페는 에벨에 가다가 전에 안 가봤던 골목으로 꺾어서 발견했던 카페. 나중에 한번 가봤다. 와이파이 안되는 거 빼고 다 좋았던 곳이다. (이 카페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224)

 

이 카페 사진 빼고 아래 사진들은 모두 폰으로 찍은 사진들.

 

 

 

여기는 마네수프 다리 앞의 공원.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 바로 근처이다. 이땐 아직 다리 건너 구시가지로 넘어가기 전이었다. 생각보다 더워서 여기 벤치에 앉아 좀 쉬고 물을 마시고 점퍼를 벗었다. 하늘이 파랗고 아름다웠다. 바람이 불어왔다. 프라하에 다시 돌아왔네, 그런데 이렇게 날씨가 좋았던 때는 별로 없었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거의 항상 늦가을이나 겨울에 왔었고 쥬인과 왔었던 7월에도 날이 궂었었다.

 

 

벤치에 앉아 하늘과 나무를 보았다.

 

 

여기는 우예즈드 숙소 앞에 있던 페트르진 공원 아래쪽. 이날 늦은 오후에 여기 올라와서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지금은 그때가 언제였나 싶다. 생각해보니 정말 한달 전이네.

 

 

푸른 하늘을 실컷 봐서 좋았다. 한국에서는 낮이나 오후엔 항상 일하느라 실내에 처박혀 있으니 사실 하늘이 파랗고 예뻐도 올려다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갈수록 미세먼지도 심해지고...

 

 

.. 나는 나가 있어야만 마음이 편하고 즐거운가? 도피본능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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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6. 21:44

셋의 시선을 뺏은 세 가지 2016 praha2016. 10. 6. 21:44

 

 

나, 료샤, 레냐. 우리는 셋이었고 차를 요세포프 근방에 세워둔 후 그 동네와 구시가지 광장 쪽을 산책하고 있었다. 이쪽엔 파리즈슈카 거리를 비롯 명품 매장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다. 나는 딱히 명품에 필꽂히는 스타일도 아니고 가방이나 구두에 매력 느끼고 사들이는 편도 아닌데(돈도 없고 있어도 그런데 돈 쓰는건 좀 아깝다) 보석류나 찻잔 따위에는 쉽게 눈을 빼앗긴다.

 

가다가 잠깐 멈춰서 하염없이 이걸 들여다보고 있자니 레냐가 '쥬쥬, 왜 안와?' 하고 물었다.

 

료샤 : 쥬쥬는 보석 구경해.

레냐 : 여자들은 보석을 좋아해. 울 엄마도 저러는데. 막 길 가다 보석가게 창문 보고 있어.

료샤 : 너네 엄마는 명품을 좋아하는 거고 쥬쥬는 그냥 반짝거리면 좋아해. 파란색 빨간색이면 좋아해. 그냥 구슬도 좋아해.

나 : 뭣이.. 부르르...

 

저거 불가리 매장이었다, 우씨...

 

근데 사실 파란색이라 맘을 뺏긴 거긴 하지 ㅋㅋ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서 입에 물고 걸어가고 있는데 이번엔 료샤가 안 따라왔다. 왜 그러나 하고 돌아보니 저 차를 보고 있었다. 나는 본시 운전도 안 하고 차종류도 구분 잘 못하고 일단 색이 화려해야 좋아하고 작은 차는 싫어하므로...

 

나 : 설마 저 차 보는 거야? 

료샤 : 저 포르셰 좀 귀여워. 볼때마다 갖고 싶어.

나 : 저게 포르셰야? 포르셰는 늘씬하고 멋있고 화려하던데....

료샤 : 종류가 많아서 그래. 저건 작은 거야. 911 카레라 4S야. (이렇게 말한거 같은데 당시엔 제대로 못 알아들음. 사진 보니 차 뒤에 차 종류가 씌어 있어서 ㅋㅋ)

나 : 저건 안 이쁜데... 작고... 너 좋은 차 있잖아. 네 차가 더 좋은 거 아니야?

료샤 : 내 차는 내 차고 저 포르셰는 또 다르지. 

나 : 빨간게 예쁘던데. 저번에 말라 스트라나에서 본 파란 포르셰도 이뻤어. 근데 저건 우중충해... 조그매... 포르셰 같지도 않아. 쿠페 아니야? 나 쿠페 싫어.

료샤 : 멍충이, 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차는 많을수록 좋은거야! 네가 찻잔들 모으듯이!!! 저건 그냥 가까운데 갈때 끌고 나가기 좋은 차라고! 게다가 속도도 좋아!

(뭣이.. 이 부르주아 ㅠㅠ)

나 : 난 페라리가 좋던데. 젤 멋있어.

료샤 : 페라리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냐!

레냐 : 아빠! 쥬쥬! 왜 안와!!!!!

 

 

 

그래서 나는 마음속에 파란 보석 목걸이를, 료샤는 우중충하고 조그매서 별로 예쁘지도 않은 소형 포르셰를 품고 걸어가는 도중인데 레냐가 멈춰서더니 '우와 이쁘다~ 나 저거 갖고 싶어~' 하고 팔짝 뛰었다. 그것은 펍 간판에 걸려 있는 저 노랑빨강까망 풍선들이었다 :)

 

맘 같아선 료샤에게 '니 키 크니까 기어올라가서 저 풍선 노끈 풀어서 네 아들 안겨줘라~' 하고 싶었지만 공공질서를 어지럽힐 수 없어 꾹 참았다. 대신 레냐 손 잡고 구시가지 광장 가서 비누방울 아저씨를 구경했다. 레냐는 비누방울도 풍선만큼 좋아했다.

 

 

 

.. 그건 그렇고 이거 올리다가 료샤가 찍은 저 차를 검색해보았다. 으앗 비싼 차네 ㅋㅋ 어머니나... 속도도 빠르다네.. 미안하다, 차를 몰라서... 내 눈엔 큰 차나 늘씬한 차만 멋있어보여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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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6. 13:25

프라하의 여러가지 모습들 2016 praha2016. 10. 6. 13:25



낮과 저녁, 황혼녘, 밤에 여기저기서 찍은 프라하 사진들 열장. 전부 아이폰6s로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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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5. 22:35

진짜 새 가짜 새 2016 praha2016. 10. 5. 22:35

 

캄파.

블타바 강에서 노닐던 오리. 진짜 새.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 근처에서 발견한 비둘기. 뭔가 성깔있는 눈빛으로 째려봄. 도망도 안 감.

진짜 새.

 

 

캄파.

노란 펭귄??? 가짜 새들.

하지만 쪽수로 밀어붙인다!!!

 

(근데 난 저러고 있는 거 보면 돌던지거나 손가락으로 밀어서 하나쯤 떨어뜨려 보고싶다... 삐뚤어졌나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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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5. 13:00

Green : 이번엔 프라하 녹색 시리즈 2016 praha2016. 10. 5. 13:00






이번엔 녹색 :)

아래 모음 중 왼쪽 위는 카페 에벨의 루꼴라 가득 든 모짜렐라토마토 바질페스토 베이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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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4. 22:40

Yellow : 프라하 골목의 노란색들 2016 praha2016. 10. 4. 22:40

 

빨간색은 여러번 올렸던 것 같은데..

오늘은 프라하 골목에서 발견한 노란색 시리즈 :)

 

 

 

 

 

 

위의 낙서 클로즈업

어마나 참으로 센스있는 낙서쟁이로구나.. 워홀과 벨벳언더그라운드라니..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바나나 ㅋㅋ

 

 

 

이건 카피치코의 손글씨 메뉴판 :)

앞은 영어, 뒤는 체코어~

 

여기는 존 레넌 펍의 테라스 들어가는 쪽 입구.

.. 하지만 존 레넌 펍에선 맘에 드는 비틀즈 노래가 나오지 않았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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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4. 09:19

프라하에서 작별한 옷들 2016 praha2016. 10. 4. 09:19




여행가방 싸기의 기본 중 하나는 버리고 올 옷을 챙겨가는 것이다. 출장이든 여행이든 대부분 현지에서 이것저것 사거나 얻게 되므로 돌아올때의 가방이 더 부피도 무게도 늘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화장품이야 가능하면 샘플이나 작은 공병이고.. 옷도 가급적이면 오래 입어서 이제 처분해도 별 무리가 없는 것들 위주로 챙기는게 좋다. 원칙은 그렇다.


마지막 줄을 덧붙인 이유는 이게 어디까지나 원칙이어서.. 낡은 옷만 입고 다닐수도 없고 또 예쁜것도 입고프고 특히 출장일땐 또 따로 챙겨야 할 정장에 가까운 옷이 있고 뻬쩨르에 갈땐 극장에 가는걸 좋아하니 극장용 예쁜 옷을 한두벌은 챙기고 싶은게 인지상정이고.. 스카프를 좋아하는데다 보온을 위해 두세장 챙기는데 이것들은 포인트용이라 맘에 드는 색깔이므로 사실 버리고 오기엔 아깝고..


그러니까 한마디로 욕심을 못버려서 그렇지ㅠ 그렇다고 꾸미고 다니는것도 아니고 결국 해골입고 다닐때가 제일 많은데ㅠㅠ


이번 프라하는 어떤 면에서 훨씬 가벼웠다. 출장도 아니었고 공연을 보러 갈 생각도, 차려입고 갈곳도 없었다. 3주내내 편하게 입고 다녔다. 그래서 옷들도 오래되거나 안 입을 것들을 챙겼다.


맨위 왼편은 잠옷 대용 긴팔 티셔츠와 냉장고바지 ㅋ 후자는 좀 추웠다만.. 티는 오래 입어 후줄해졌고 바지는 길에서 2천원주고 여름내내 집에서 돌려가며 입었던거라 보풀이 나고 있었다. 잘입었어 얘들아...


그 옆은 좀 아깝다.. 일년쯤 전 가끔 가는 사이트에서 산 랩원피스인데 이게 입으면 예쁘기도 하고 기장이 긴걸 재외하면(흑) 체형에도 나름 어울린다. 그러나 옷 어딘가가 허술하다. 앞섶은 제대로 바느질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아랫단도 그렇다... 브로치로 여며서 허술한 바느질을 숨겨봐도 이상하고 또 핏도 이상해진다. 그래서 안입고 있다가 외국에선 입을지도.. 하며 가져왔지만 역시 불편했고 허술했다. 결국 이 옷은 안 입었고 부피를 많이 차지해서 그냥 두고 가기로 했다.


아래 왼편 짧은 야상점퍼는 꽤 오래전 자라에서 산건데 이게 안 어울리진 않는다만 너무 짧아서 보온이 안된다. 난 추우면 지퍼도 올리고 후드도 쓰고 스카프도 매는 타입이라ㅠ 이 점퍼는 후드가 없다.. 그래서 지퍼올라고 나면 허리 아래부터 춥다 ㅠ 그래도 도로 챙겨올까 하다 입을만큼 입었다 싶어 두고 옴



마지막도 꽤 오래전에 샀던 트렌치코트인데 광택나는 쟈질에 박시하다. 그당시보다 살도 좀 빠졌고 저게 사실 나보다 키나 체격이 약간 더 커야 맞는 사이즈였다. 예전엔 헐렁하고 편한 옷이 좋아서 산건데 확실히 잘못 고른 코트였다. 대신 옷이 크니 안에 껴입기 좋아서 계속 입긴 했다. 프라하 와서도 추울땐 종종 입었다. 이건 부피 크니까아예 입고 버릴 생각이었다.


잠옷 티랑 냉장고바지는 휴지통에 넣었는데 나머지 옷은 큰 하자가 없어서 버리기 미안해서 그냥 쇼핑백에 넣어 방구석에 두고 왔는데 그냥 쓰레기 처리되었으려나.. 워낙 손님방에서 별의별 쓰레기와 잡동사니가 나올테니 직원들도 짜증나서 무시하고 그냥 버리는게 당연할지도..


하여튼 이렇게 하여 저 옷들과 작별하고 돌아왔다. 물론 그전에 작별 인사를 했다. 그전에 쓴적 있지만 오래된 물건을 버릴땐 항상 정식으로 인사를 한다. 그간 잘 입었어. 그간 잘 썼다. 고마웠어. 때로는 물건에도 작은 예의를 지키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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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4. 00:57

못 먹고 결국 놔두고 옴 2016 praha2016. 10. 4. 00:57

 

 

말라 스트라나 쪽 숙소에 머물때 근처 수퍼에서 샀던 미니 와인이다. 안주로 먹으려고 치즈도 사고 이 사진엔 없지만 크래커도 샀었다.

 

그러나.. 얼마 후 료샤가 아침에 먹인 맥주 때문에 심한 악몽을 꾸고 아파서 몹시 고생한 후 역시 알콜은 절대 금지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고... 이것은 결국 아깝게도 못 먹었다. 그래서 숙소 옮길때 와인은 방에 두고 나왔고 치즈는 혹시나 먹지 않을까 해서 두번째 숙소로 가져갔지만 물론 안 먹었다... 결국 두번째 숙소에 저 치즈도 놓고 옴. 크림치즈라 싸오기도 뭐해서.

 

둘다 작은데다 가격은 아주 저렴하긴 했지만... 아까워 흐흑..

 

료샤에게 '네가 먹을래?' 했더니 자기는 프라하에 와서까지 와인따위를 마실 수 없다고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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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3. 18:03

버리긴 버렸는데.. 2016 praha2016. 10. 3. 18:03




길거리에 나뒹구는 술병이나 캔, 컵 찍는 취미가 있어 이번에도 많이 찍었다.

근데 이건 좀 웃겼다. 무단투기는 했는데 비닐로 꼭꼭 싸놨음. 소심하게 버렸음..


환경을 위해 무단투기는 하지 마세요..
(근데 구경하며 찍는 건 재밌으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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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3. 01:08

골목에서 발견한 아주 작은 것들 2016 praha2016. 10. 3. 01:08






프라하 구시가지 골목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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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 스트라나.

어쩐지 오렌지 그릇 옆에 있는 저 쪽지를 보자 좀 들어가고 싶었다(근데 이땐 미셴스카 거리로 빨리 가서 카피치코에 갈 생각에 여길 안 갔다. 미셴스카에 가보니 카피치코가 사라져서 깜짝 놀랐던 날이다)

 

근데 이후에는 이쪽 길로 걸어올 기회가 없어 이 집에 대해서도 잊었다가 사진을 보니 퍼뜩 생각났다. 아, 나 저 오렌지그릇 있는 집에 가보고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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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2. 03:30

잠안와서 깬 김에 프라하 몇장 더 2016 praha2016. 10. 2. 03:30




너무 피곤해서 열한시 안되어 누웠는데 세시간쯤 자고 깨서 다시 잠이 안옴 ㅠㅠ 계속 잠이 모자라니 이제 시차 적응할때도 됐다만 ㅠ 의외로 프라하에 있을땐 그래도 꾸준히 자긴 했는데

한시간반쯤 누워 뒤척이다 결국 일어나 거실로 왔다. 침대에 누워 있어봐야 잠만 더 달아날거 같아서. 견과와 오플라트키 약간을 먹고 있음. 잔짜 웬만하면 밤이나 새벽에 뭐 안먹는데 어제도 그렇고 못자고 있으면 배가 고파서 ㅠ (그냥 위산과다인가ㅠ)

억지로 자려 하지 말고 그냥 tv든 책이든 좀 보다 졸려로면 자야겠다ㅠ


잠안오는 김에 폰에 있는 프라하 사진들 몇장. 주제 없이 그냥 걸리는대로.


맨위는 어느 골목 갤러리에 있던 그림들. 저 파란 말 그림 좀 갖고 싶었음. 색감 때문에.









여기는 카피치코





역시 카피치코











셰익스피어 앤드 선즈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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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 스트라나의 우예즈드에 있는 디저트 카페 우 크노플리치쿠. 와이파이도 잡히고 케익도 맛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어서 종종 갔다. 의외로 이 카페에서 글을 좀 썼다. 에벨이나 우 즐라테호 프스트로사보다 여기서 조금 더 썼다.

 

우예즈드 대로변에 있어서 창 너머로 트램 지나가는 풍경이 그대로 보였다. 그리고 주민과 관광객들이 섞여서 지나가는 모습도. 말라 스트라나는 그래도 구시가지보다는 관광객 비중이 적고 주민들이 꽤 많이 보인다. 조금 더 가면 주거지역이 몰려 있는 스미호프 같은 지역도 있고... 사람 살기에는 더 좋은 곳이다. 더 따뜻하고 더 소박한 느낌이 든다. 물론 여기도 조금만 가면 관광지와 카를교와 프라하성이 널려 있긴 하다만 그래도 구시가지보다는 더 정감이 간다.

 

 

트램이 지나가지 않을때면 이렇게 한산하다.

말라 스트라나에 머물때는 거의 기온이 30도에 육박했고 내내 해가 났었다.

 

 

 

 

이게 이 카페 갔던 첫날이다. 이때는 몸이 안좋아서 카페인 없는 차를 마셔야 했기에 레드 베리 차를 마셨음... 이때 이후로는 언제나 빨간 입술 그려진 큰 찻잔을 주었음. 그 찻잔이 키치 느낌이라 재밌긴 했는데 한두번 정도 그 찻잔으로 마시고 나니 이 찻잔이 좀 그립기도 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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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1. 19:26

2016 praha2016. 10. 1. 19:26




집에 가는 길.

잠이 모자라서 지하철 타면 정신놓고 존다 =.=


프라하 골목과 건물들, 성당 등 스며드는 빛 사진 몇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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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30. 23:24

프라하, 소실점 2016 praha2016. 9. 30. 23:24

 

어릴때 미술 시간에 맨날 풍경화, 구도, 원근감, 소실점 등에 대해 배웠던 게 생각난다. 항상 예로 나오는 진흙탕 길에 나무들 늘어서 있는 그림이 있었다. 그 그림 엄청 싫어했음(ㅋㅋ)

 

예전에 가끔 블로그에 놀러오시던 이웃님께서 계셨는데 소실점 구도의 사진에 이끌리신다 했다. 프라하에서 골목 사진 찍을 때 드물게 그 생각이 났다. 프라하는 정말 골목이 좁다. 아마도 그래서 나는 프라하 골목들을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 도시에 평생 살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폐소공포증이 좀 자극돼서. 하여튼 좁은 골목들 덕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소실점 구도 사진들이 많이 생겼음.

 

이건 구시가지 골목. 내가 머물던 숙소에서 에벨 갈때 지나치던 골목.

 

 

 

 

여기는 비테즈나에서 우예즈드와 스미호프로 갈라지는 길목. 소실점 너머에는 레기교와 블타바 강이 있다... 말라 스트라나의 우예즈드에 머물때(그 삼각형 방 ㅋ) 종종 바로 앞 페트르진 공원 아래쪽에 나가 이렇게 트램이랑 차들 오가는 걸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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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9. 29. 22:31

잘 다녀왔습니다. 프라하 사진 몇 장 2016 praha2016. 9. 29. 22:31

 

 

2013년 2~4월에 머물렀고 3년 반 후 약 22일간 지내다 돌아왔다.

역시 아름다운 도시. 다리는 아프지만 계속 걷고 싶은 도시.

 

현지에서 와이파이 때문에 많이 올리진 않았지만 사진 꽤 많이 찍었다. 정리 좀 되면 이것저것 올려보고... 오늘은 돌아온 기념으로 니콘으로 찍은 사진 3장과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2장 올려봄. (위의 3장이 카메라, 아래 2장이 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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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체코항공 끊었지만 귀국편은 코드쉐어로 대한항공 탐. 덕분에 모닝캄 줄에 서서 그룹 관광객 줄 안 기다리고 빨리 수속했다. 그건 좋지만 저렴한 표라 더 앞줄은 안줌 ㅠㅠ 중간보다 좀 뒷자리다ㅠ 뱅기 안 흔들리기를, 멀미 안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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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 깨서 또 뒤척이다 자느라 6시간쯤 잔듯. 또 회사 꿈 꿨다 ㅠ 이번엔 내 동료이자 친구도 나왔는데 복잡한 일에 연루되어 고민하고 있었다.


오늘 택시로 공항 오며 창밖으로 점차 황량해지는 프라하 외곽 풍경 보면서 생각했다. 자꾸 회사 꿈을 꾸는게 내가 거기서 자유로워지지 못했고 실제론 돌아가야 하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오히려 그 반대인 걸까. 최근 며칠 동안 꿈도 꾸고 잠도 뒤척이면서 아무래도 전자인 걸까 하고 생각했는데 아까 창밖을 보면서는 그게 아니고 돌아가지 않아야 한다는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머리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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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과는 별개로 프라하를 떠나는 차 안에서는 지난 여름 뻬쩨르를 떠날때처럼 마냥 아쉽고 슬프고 허전하고 멍하진 않았다. 이번엔 공연도 박물관도 안 갔다. 그냥 카페와 골목과 몇개 사원만 가고 골목을 걸어다니고 먹고 마신게 전부다. 좀 구상하고 아주 조금 썼다. 그래선지 많은 골목들을 걸었고 다음에 와도 또 다른 골목들이 있겠구나 하고 '좋게 지냈어' 라고 미소를 보내며 공항으로 올수 있었다. 보통 공항으로 떠날땐 항상 매우 아쉽고 허전하고 서글픈데..



이번에 프라하에서 내가 받을수 있고 누릴수 있는건 거의 다 해서 그렇게 아쉬운게 많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애초에 그냥 걷고 그냥 카페에만 가려고 했기 때문이겠지. 글을 쓰려 했지만 그건 어느정도 한계가 있을거라고 예상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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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안되어 일어나 조식 먹고 올라와 나머지 가방을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2시 택시라 짐을 맡긴 후 에벨에 가서 차와 레몬케익을 먹었다. 사랑해요 에벨.. 붉고 푸르고 검은 카페, 그리고 나무테이블들.


에벨에서 나와 카를교에 잠깐 가고(그냥 상징적으로), 블타바 강을 좀 보고, 구시가지 요세포프 쪽 대로변 따라 천천히 걸으며 낙서 구경하다 베이크숍 프라하에서 닭가슴살샌드위치 테이크아웃해서 먹으며 구시가 광장 지나 숙소 근처 안젤라또 갔다.


프라하 마지막날은 에벨과 안젤라또 :) 첫날 날 반겨줬던 안젤라또(비록 다른 지점이지만) 에서 그 스트라치아텔라로 마무리하고 예약해둔 택시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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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와서 좀 기다리다 체크인을 하고 짐부치고 출국수속. 2층 식당애서 치킨까스버거란 걸 먹었다. 그리고지금은 대한항공 비행기 게이트에서 좀 떨어진 한적한 자리에 앉아 있다. 30분쯤 후 탑승이다..


하나 남은 피곤한 것 : 프라하 공항은 뱅기 타기 직전 검색대 통과를 해서 이게 참 피곤하고 복잡하다..


비행기 안 흔들리고 잘 가게 해주세요!


​​


(토끼발 아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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