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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4. 09:19

프라하에서 작별한 옷들 2016 praha2016. 10. 4. 09:19




여행가방 싸기의 기본 중 하나는 버리고 올 옷을 챙겨가는 것이다. 출장이든 여행이든 대부분 현지에서 이것저것 사거나 얻게 되므로 돌아올때의 가방이 더 부피도 무게도 늘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화장품이야 가능하면 샘플이나 작은 공병이고.. 옷도 가급적이면 오래 입어서 이제 처분해도 별 무리가 없는 것들 위주로 챙기는게 좋다. 원칙은 그렇다.


마지막 줄을 덧붙인 이유는 이게 어디까지나 원칙이어서.. 낡은 옷만 입고 다닐수도 없고 또 예쁜것도 입고프고 특히 출장일땐 또 따로 챙겨야 할 정장에 가까운 옷이 있고 뻬쩨르에 갈땐 극장에 가는걸 좋아하니 극장용 예쁜 옷을 한두벌은 챙기고 싶은게 인지상정이고.. 스카프를 좋아하는데다 보온을 위해 두세장 챙기는데 이것들은 포인트용이라 맘에 드는 색깔이므로 사실 버리고 오기엔 아깝고..


그러니까 한마디로 욕심을 못버려서 그렇지ㅠ 그렇다고 꾸미고 다니는것도 아니고 결국 해골입고 다닐때가 제일 많은데ㅠㅠ


이번 프라하는 어떤 면에서 훨씬 가벼웠다. 출장도 아니었고 공연을 보러 갈 생각도, 차려입고 갈곳도 없었다. 3주내내 편하게 입고 다녔다. 그래서 옷들도 오래되거나 안 입을 것들을 챙겼다.


맨위 왼편은 잠옷 대용 긴팔 티셔츠와 냉장고바지 ㅋ 후자는 좀 추웠다만.. 티는 오래 입어 후줄해졌고 바지는 길에서 2천원주고 여름내내 집에서 돌려가며 입었던거라 보풀이 나고 있었다. 잘입었어 얘들아...


그 옆은 좀 아깝다.. 일년쯤 전 가끔 가는 사이트에서 산 랩원피스인데 이게 입으면 예쁘기도 하고 기장이 긴걸 재외하면(흑) 체형에도 나름 어울린다. 그러나 옷 어딘가가 허술하다. 앞섶은 제대로 바느질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아랫단도 그렇다... 브로치로 여며서 허술한 바느질을 숨겨봐도 이상하고 또 핏도 이상해진다. 그래서 안입고 있다가 외국에선 입을지도.. 하며 가져왔지만 역시 불편했고 허술했다. 결국 이 옷은 안 입었고 부피를 많이 차지해서 그냥 두고 가기로 했다.


아래 왼편 짧은 야상점퍼는 꽤 오래전 자라에서 산건데 이게 안 어울리진 않는다만 너무 짧아서 보온이 안된다. 난 추우면 지퍼도 올리고 후드도 쓰고 스카프도 매는 타입이라ㅠ 이 점퍼는 후드가 없다.. 그래서 지퍼올라고 나면 허리 아래부터 춥다 ㅠ 그래도 도로 챙겨올까 하다 입을만큼 입었다 싶어 두고 옴



마지막도 꽤 오래전에 샀던 트렌치코트인데 광택나는 쟈질에 박시하다. 그당시보다 살도 좀 빠졌고 저게 사실 나보다 키나 체격이 약간 더 커야 맞는 사이즈였다. 예전엔 헐렁하고 편한 옷이 좋아서 산건데 확실히 잘못 고른 코트였다. 대신 옷이 크니 안에 껴입기 좋아서 계속 입긴 했다. 프라하 와서도 추울땐 종종 입었다. 이건 부피 크니까아예 입고 버릴 생각이었다.


잠옷 티랑 냉장고바지는 휴지통에 넣었는데 나머지 옷은 큰 하자가 없어서 버리기 미안해서 그냥 쇼핑백에 넣어 방구석에 두고 왔는데 그냥 쓰레기 처리되었으려나.. 워낙 손님방에서 별의별 쓰레기와 잡동사니가 나올테니 직원들도 짜증나서 무시하고 그냥 버리는게 당연할지도..


하여튼 이렇게 하여 저 옷들과 작별하고 돌아왔다. 물론 그전에 작별 인사를 했다. 그전에 쓴적 있지만 오래된 물건을 버릴땐 항상 정식으로 인사를 한다. 그간 잘 입었어. 그간 잘 썼다. 고마웠어. 때로는 물건에도 작은 예의를 지키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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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