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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원래 쓰던 글과는 관계가 없는 새로운 글을 구상했는데 프라하에 와서 어느 정도 윤곽과 에피소드들의 구조는 잡았지만 막상 쓰려고 하니 잘 안되고 신나거나 불이 나지 않는다. 아마 원래 쓰던 글이 남아 있어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몇년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때, 오랜만에 처음으로 다시 쓴 단편에 대해 작은 노트를 적었고 그중 일부는 발췌한 적도 있다. 2015년 12월 31일에 글쓰기 결산을 하면서...


그 노트는 http://tveye.tistory.com/4305 였다. 그때 나는 내가 어떻게 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내가 왜 러시아에 다시 가야 했는지, 그리고 내가 왜 미샤를 불러내야 했는지 간단하게 적었었다.


그 노트는 미샤를 오랜 어둠 속에서 다시 소환해서 쓴 단편에 딸려 있었다. 그 단편의 일부도 전에 두세번 발췌한 적이 있다. 미샤의 오랜 후원자이자 정부인 당 간부 드미트리 마로조프의 회상과 비행기 안에서의 현재가 혼재된 간단한 플롯의 이야기였다.

(그 에피소드들 두어개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572 그가 읽었던 불가코프의 문장, 거장과 마르가리타
http://tveye.tistory.com/4485 마지막 동작이 완성되지 않은 춤, 운하를 건너는 미샤)



나는 3년 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프라하에는 사실 글을 쓰기 위해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근데 이번엔 묵는 기간도 그리 길지 않고 숙소도 중간에 옮겼고 뭐랄까, 좀 안정되지 못한 상태라 그런지 제대로 글을 써내려가지는 못했다. 오히려 전에 쓰던 본편과 미샤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시 뒤적이기도 했다. 인간이란 묘한 존재라서 새 글을 떠올리자 그간 막혀 있었던 이야기가 되살아나고 원래 주인공이 나타나 나를 쿡쿡 찌르면서 '이제 나에 대해 제대로 써보지 그래!' 하고 아우성을 치기도 한다. 웃기는 일이라니까.


하여튼, 방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노트북 와이파이가 잡히고... 새로 구상한 글은 아무래도 돌아가야 쓸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몇년 전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 완성한 소설에 붙어 있던 그 노트의 중반부를 조금 더 발췌해본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주제와 플롯, 슈제트, 그 외 여러 가지를 직조해 나가는 것은 즐거웠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문제에 부딪치게 되었다. 너무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일종의 외국어 구사와 같다. 꾸준히 쓰지 않으면 서툴러진다. 퇴보한다. 나는 아직 장편, 혹은 경장편을 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가브릴로프 이야기의 플롯을 짜 나가는 도중 이 소설의 주요 장면이 떠올랐다. 일종의 워밍업으로 짧은 단편을 먼저 써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소품이 될 예정이었다. 배경은 파리에서 모스크바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이었다. 내용은 냉전 막바지에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로 파리에서 소련 당국으로 소환된 미샤가 옛 정부이자 당의 권력자인 드미트리 마로조프와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었다. 맨 처음 구상했을 때 이 글은 마로조프의 1인칭으로 서술됨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냉정하며 차분하게 묘사될 것이며 길어봤자 15~20페이지로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나는 틀렸다. 글쓰기의 매력이자 함정이 그런 것이다. 전에 그런 노트를 쓴 적이 있다. 작가는 결코 전능하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텍스트와 등장인물의 동력과 싸워야 한다고. 난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고 있었으며 너무 오랜만에 등장인물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이 소설은 쓰는 동안 변모되고 증식해 나갔다. 이 글은 일종의 자기 치유나 다름없었다.


 끝마친 글은 매우 감상적이며 개인적이다. 쓰는 내내, 그리고 마치고 나서도 수차례 너무 개인적이거나 감상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자기 검열을 통해 들어내고 수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런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타나 문장의 오류를 제외한 내용은 더 이상 수정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쓴 글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으면 오래된 일기를 읽는 것과 비슷한 수치심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것들도 그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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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문단에서 언급되는 텍스트와 등장인물의 동력에 대한 오래된 노트는 몇 주 전 이 writing 폴더에 일부를 발췌한 적이 있다. 칼과 장미란 제목이었다. 여기 : http://tveye.tistory.com/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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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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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