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의 시선을 뺏은 세 가지 2016 praha2016. 10. 6. 21:44
나, 료샤, 레냐. 우리는 셋이었고 차를 요세포프 근방에 세워둔 후 그 동네와 구시가지 광장 쪽을 산책하고 있었다. 이쪽엔 파리즈슈카 거리를 비롯 명품 매장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다. 나는 딱히 명품에 필꽂히는 스타일도 아니고 가방이나 구두에 매력 느끼고 사들이는 편도 아닌데(돈도 없고 있어도 그런데 돈 쓰는건 좀 아깝다) 보석류나 찻잔 따위에는 쉽게 눈을 빼앗긴다.
가다가 잠깐 멈춰서 하염없이 이걸 들여다보고 있자니 레냐가 '쥬쥬, 왜 안와?' 하고 물었다.
료샤 : 쥬쥬는 보석 구경해.
레냐 : 여자들은 보석을 좋아해. 울 엄마도 저러는데. 막 길 가다 보석가게 창문 보고 있어.
료샤 : 너네 엄마는 명품을 좋아하는 거고 쥬쥬는 그냥 반짝거리면 좋아해. 파란색 빨간색이면 좋아해. 그냥 구슬도 좋아해.
나 : 뭣이.. 부르르...
저거 불가리 매장이었다, 우씨...
근데 사실 파란색이라 맘을 뺏긴 거긴 하지 ㅋㅋ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서 입에 물고 걸어가고 있는데 이번엔 료샤가 안 따라왔다. 왜 그러나 하고 돌아보니 저 차를 보고 있었다. 나는 본시 운전도 안 하고 차종류도 구분 잘 못하고 일단 색이 화려해야 좋아하고 작은 차는 싫어하므로...
나 : 설마 저 차 보는 거야?
료샤 : 저 포르셰 좀 귀여워. 볼때마다 갖고 싶어.
나 : 저게 포르셰야? 포르셰는 늘씬하고 멋있고 화려하던데....
료샤 : 종류가 많아서 그래. 저건 작은 거야. 911 카레라 4S야. (이렇게 말한거 같은데 당시엔 제대로 못 알아들음. 사진 보니 차 뒤에 차 종류가 씌어 있어서 ㅋㅋ)
나 : 저건 안 이쁜데... 작고... 너 좋은 차 있잖아. 네 차가 더 좋은 거 아니야?
료샤 : 내 차는 내 차고 저 포르셰는 또 다르지.
나 : 빨간게 예쁘던데. 저번에 말라 스트라나에서 본 파란 포르셰도 이뻤어. 근데 저건 우중충해... 조그매... 포르셰 같지도 않아. 쿠페 아니야? 나 쿠페 싫어.
료샤 : 멍충이, 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차는 많을수록 좋은거야! 네가 찻잔들 모으듯이!!! 저건 그냥 가까운데 갈때 끌고 나가기 좋은 차라고! 게다가 속도도 좋아!
(뭣이.. 이 부르주아 ㅠㅠ)
나 : 난 페라리가 좋던데. 젤 멋있어.
료샤 : 페라리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냐!
레냐 : 아빠! 쥬쥬! 왜 안와!!!!!
그래서 나는 마음속에 파란 보석 목걸이를, 료샤는 우중충하고 조그매서 별로 예쁘지도 않은 소형 포르셰를 품고 걸어가는 도중인데 레냐가 멈춰서더니 '우와 이쁘다~ 나 저거 갖고 싶어~' 하고 팔짝 뛰었다. 그것은 펍 간판에 걸려 있는 저 노랑빨강까망 풍선들이었다 :)
맘 같아선 료샤에게 '니 키 크니까 기어올라가서 저 풍선 노끈 풀어서 네 아들 안겨줘라~' 하고 싶었지만 공공질서를 어지럽힐 수 없어 꾹 참았다. 대신 레냐 손 잡고 구시가지 광장 가서 비누방울 아저씨를 구경했다. 레냐는 비누방울도 풍선만큼 좋아했다.
.. 그건 그렇고 이거 올리다가 료샤가 찍은 저 차를 검색해보았다. 으앗 비싼 차네 ㅋㅋ 어머니나... 속도도 빠르다네.. 미안하다, 차를 몰라서... 내 눈엔 큰 차나 늘씬한 차만 멋있어보여서 ㅠㅠ
'2016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살받으며 여기저기 걸었다 (2) | 2016.10.08 |
---|---|
첫날 거닐며 (2) | 2016.10.08 |
프라하의 여러가지 모습들 (6) | 2016.10.06 |
진짜 새 가짜 새 (8) | 2016.10.05 |
Green : 이번엔 프라하 녹색 시리즈 (6) | 2016.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