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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23. 21:29

한여름, 레트니 사드 정경 두 장 + russia2020. 11. 23. 21:29

 

 

 

좀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기분 전환을 위해 예전 러시아 사진들 뒤적이다 레트니 사드 사진 두 장. 2014년 7월에 갔을 때 찍은 거니까 이미 6년 전이다. 올해는 뻬쩨르도 못 갔고 당연히 레트니 사드에 가서 산책도 못 하고 나무 그늘에 앉아 책도 못 읽고 분수 구경도 못했다. 아쉽다.

 

 

이 날 찍은 사진들을 보니 레트니 사드의 울창한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카르토슈카 곁들여 종이컵에 홍차 마시며 책 읽고 있는 내 사진이 몇 장 있었다. 그때 내 머리가 생각보다 너무 쨍한 빨간색이라 깜짝 놀람. 저런 머리색을 하고도 잘도 출근하고 일했구나 하고 새삼 웃김. 지금은... 그저 짙은색 염색으로 새치를 가리는데 급급할 뿐... 엉엉....

 

 

 

 

 

아아 다시 가서 산책하고 싶구나. 레트니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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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페테르부르크 사진 뒤적이다 발견. 2014년 4월 사진들이다. 14년에는 4월과 7월에 갔었다. 4월에 페테르부르크를 거닐었던 건 아주 옛날에 맨처음 가서 연수받으며 살았을 때 외에는 이때뿐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라서 날씨가 극악이기도 하고 휴가 시즌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는 어떻게 해선지 기억이 안 나는데 하여튼 4월 초에 갔었다. 그리고 이 날 아주 운이 좋아서 날씨가 엄청 좋았다! 싸늘한 날씨에 적당히 두툼한 옷을 입고 산책하는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때 머물렀던 숙소는 그랜드 호텔 유럽이었다. 이 호텔에 묵게 되면 산책 코스는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호텔 맞은편에 예술광장,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루스키 무제이(러시아 박물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 한가운데 푸쉬킨 동상이 있고 그 너머로 루스키 무제이가 보인다. 여기서 시작해 시인에게 먼저 인사를 한 후,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따라 걸으며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을 지나 쭉 걸어서 네바 강변으로 나가게 된다.

 

 

아스토리야에 묵으면 길을 건너서 해군성 공원을 가로질러 청동기사상을 지나 네바 강변으로, 그리고 궁전광장으로 걸어가게 되고. 그래서 항상 '유럽 호텔이면 시인에게 먼저 가게 되고 아스토리야면 황제에게 먼저 간다' 라고 되뇌임.

 

 

그러니 이 산책 사진들은 그랜드 호텔 유럽 코스. 사진 몇 장. 역시 시인으로 시작.

 

 

 

 

 

 

공원으로 들어와서 호텔 방향을 보며 찍은 사진. 왼편에 푸쉬킨 뒷모습이 보인다. 잘 보면 잔디에 덜 녹은 눈이 드문드문.

 

 

 

 

 

 

그리고는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과 그리보예도프 운하. 전형적인 페테르부르크 관광엽서 구도. 지금은 수리 중이라 저 쿠폴 한쪽은 가림막으로 둘러쳐 놔서 이런 풍경은 아니다.

 

 

하늘 색깔도 여름의 푸른색과 초봄의 푸른색은 확실히 다르다. 물론 가을과 겨울도.

 

 

 

 

 

 

운하 따라 걷다 뒤돌아서 찍은 사진. 가운데 저 멀리 돔 크니기의 지붕과 그 건너편의 카잔 성당 열주 일부가 보인다.

 

 

 

 

 

 

빛이 좋아서.

 

 

 

 

 

 

 

 

여름엔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바글거리는 곳.

 

 

 

 

 

운하 따라 걷다가 골목으로 들어가 건물 현관과 안뜰(드보르)이 보이는 사진 한컷.

 

 

 

 

 

그리고 네바 강변 산책하며 찍은 사진으로 마무리. 다시 가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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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4. 22:18

친구 덕분에 만족함 2017-19 petersburg2020. 9. 4. 22:18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페테르부르크에 가지 못했다. 내년엔 과연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러시아는 확진자 규모가 엄청난데도 언론 통제 때문인지, 아니면 조기에 셧다운을 꽤 오랜 기간 진행했기 때문인지 우리만큼 걱정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 분위기인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닫았던 레스토랑과 바, 카페들도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2주 전엔가 료샤와 간만에 통화를 하다가...

 

 

나 : 친구야, 본치 가봤어?

 

료샤 : 아니. 요즘은 사무실 근처만 가. 본치는 우리쪽 동네 아니잖아.

 

나 : 본치도 망했으면 어떡하지... 너네도 코로나 때문에 문 닫은 데들 많잖아. 부셰도 지점 수 줄인다는 기사 봤어.

 

료샤 : 망하면 할수 없지 카페가 그거 하나냐?

 

나 : 하지만 소중한 카페인데 ㅠㅠ

 

 

그리고는 며칠 전에 료샤가 짧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본치 안 닫았어. 손님들 받고 있는 거 봤어. 만족하냐?'

 

 

만족하고 말고! 친구야 확인해줘서 고마워~

 

 

사진은 2017년에 갔을 때 폰으로 찍은 것들.

 

 

 

 

 

 

내가 좋아하는 새빨간 테이블. 이 색깔 테이블은 홀 한가운데 이거 하나뿐임. 창가 테이블에 앉는게 좋긴 하지만 이 빨간 테이블이 비어 있을 땐 그 마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여기로 간다.

 

 

 

 

 

 

 

이 사진은 2018년. 이건 카메라로 찍었다. 그래서 사이즈와 화질이 좀 다르다. 그리운 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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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29. 20:54

거울, 호텔 방 2017-19 petersburg2020. 8. 29. 20:54

 

 

 

핸드폰에서 발견한 작년 11월 페테르부르크 사진 중 하나. 아스토리야 호텔 방 책상 거울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여행용 파우치에 챙겨갔던 색조화장품 몇개와 미니 브러쉬, 가위와 스카치테이프, 머리끈, 그리고 장미 한 송이를 꽂아둔 물병. 거울 너머로는 방 안 풍경 약간. 텔레비전과 커피메이커, 그림들과 리넨 커튼이 드리워진 창문들.

 

 

예전에는 방 업그레이드를 해줘서 더 넓고 안락한 방에 묵은 적이 두어번 있는데 이때는 남는 방이 없었는지 딱 예약한 그대로의 방을 주었다. 하지만 이 방도 좋았다. 대체로 나는 아스토리야의 모든 방들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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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24. 20:28

로툰다 카페, 좋아하던 자리 2017-19 petersburg2020. 8. 24. 20:28

 

 

 

페테르부르크 아스토리야 호텔의 1층 로비 라운지 카페 로툰다. 빛이 들어오면 굉장히 아름답고 아늑하다. 낮에 애프터눈 티를 마실 때도 좋고, 저녁 늦게 내려가 칵테일을 마시거나 간단한 스낵을 먹으며 스케치를 하거나 책을 읽기에도 좋은 곳이다. 내가 이 도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 중 하나이다. 아무래도 아스토리야 호텔 카페이기 때문에 다른 카페들보다 가격대가 높긴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곳이다.

 

 

거의 항상 창가의 이쪽 자리에 앉는다. 이 자리는 료샤랑 레냐와 자주 앉던 자리이고 혼자일 때는 여기 아니면 한두 테이블 뒷쪽 창가에 앉는다. 역광인데다 샹들리에 때문에 어둡게 나왔다만 빛이 잘 드는 카페이다. 카페만큼은 그랜드 호텔 유럽보다 여기가 더 좋다. 디저트도 이쪽이 더 훌륭한 편이다.

 

 

료샤가 며칠 전 여기 갔다고 한다. 놀러 간 건 아니고 일 때문에 티타임 미팅을 하러 갔는데 내 생각이 났다고 한다. 이제 그는 본치 카페와 여기 로툰다, 그리고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의 지하 카페에 가면 항상 내 생각이 난다고 한다. 나도 볶음너구리 컵라면과 맥심 모카골드, 그리고 흑당밀크티를 보면 료샤 생각이 난다. 이 얘기를 했더니 료샤가 '넌 왜 먹을 것 앞에서만 내 생각이 난다는 거야!' 하고 툴툴댔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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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15. 20:39

반짝이던 어느 날 russia2020. 6. 15. 20:39

 

 

 

pc 바꾼 후 오늘에야 옛날 하드에 있던 사진들을 옮겼다. 뻬쩨르는 언젠가부터 매년 꾸준히 갔었으므로(아아 아무래도 올해는 못 가겠지 ㅠㅠ), 매년 사진 폴더들이 있는데 이건 2013년 사진이다. '이렇게 날씨가 좋았다니! 이것은 희귀하다!' 하는 마음으로 2013년 9월 어느 날의 사진 세 장을 올려본다.

 

 

쨍하고 맑은 9월이었고 이런 색감으로 사진이 나오는 날이 그리 많지 않으므로(백야 시즌의 색채는 이것과는 또 좀 다르다) 아마 여기 Russia 폴더에 이미 전에도 올린 적 있었을 것 같지만. 벌써 7년 전 사진들이니 새롭게~

 

 

 

'전형적인 페테르부르크 랜드마크' + '전형적인 관광 사진' 구도로 찍은 세 장 올려본다. 먼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피의 구세주 사원)과 그리보예도프 운하 전경.

 

 

 

 

 

 

사원 뒤에서 찍은 운하 전경. 가운데 저 멀리 돔 크니기가 아른아른 보인다. 그 건너편에는 카잔 성당의 열주가 조금 튀어나와 있다.

 

 

 

 

그리고 에르미타주의 아틀라스들로 마무리.

 

 

 

아아, 다시 가고 싶은데 코로나 너무 싫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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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은 상트 페테르부르크 317주년 기념일이었다. 페테르부르크 토박이인 슈클랴로프님이 자기 도시에 대한 사랑을 담아 찍은 영상 클립. 아주 짧아서 1분도 되지 않는다. 이분 인스타 팔로우하는 분들은 모두 보셨을 듯.

 

 

모이카 운하변에 있는 켐펜스키 모이카 호텔의 옥상에서 찍었다. 나도 여러번 갔던 곳이다. '벨 뷰'라는 이름의 카페가 있고 테라스 옥상으로 나가면 궁전광장과 이삭 성당, 에르미타주, 네바 강 등 도시의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영상이다. 춤추고 날아오르는 슈클랴로프님도, 그리고 도시 자체와 폴리나 말리코바가 읊는 시도. 사랑하는 도시를 향해 무용수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러브 레터.

 

 

출처는 발로쟈 슈클랴로프님 인스타그램 @vladimir_shklyarov

(인스타로 가면 좀더 좋은 화질로 볼 수 있다)

 

비디오 촬영은 @artemkorzhavin

 

메이크업은 @costa_makeup

 

나레이션은 페테르부르크 드라마 극장의 배우인 @polina_malikova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시를 읊고 있다)

 

 

그리고 아래의 사진 촬영은 @flamingo_spb

 

 

사진들은 슈클랴로프님 인스타에 여러 장 올라왔는데 그 중 한장, 그리고 잡지에 실린 사진 한장 더. 격리 기간 동안 이 사람은 머리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있는데... 나는 이 사람이 면도한 모습이 더 좋지만 ㅠㅠ 그래도 이 촬영을 위해서는 머리도 매만지고 수염도 좀 다듬어서 나쁘지 않다. (흑흑 그래도 수염 깎은 쪽이 더 좋아 ㅋㅋ)

 

 

 

 

 

 

 

옥상에 앉아서 빵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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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19. 21:46

the Repa 2016 petersburg2020. 5. 19. 21:46

 

 

힘든 하루였기 때문에 좋아하는 곳 사진 한 장으로 마무리. 페테르부르크. the Repa. 마린스키가 키로프 극장이던 시절부터 있었던 식당인데 옛날 이름은 자 스쩨노이(노어 자판 치기 귀찮아서 그냥 발음대로 적음)였다. 이 사진은 이 레스토랑이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내부 인테리어도 싹 바꿔 재개장한 직후였던 2016년 6월에 갔을 때 찍은 것이다. 료샤와 함께 낮에 갔었고 손님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운좋게 저 백조 채색 벽을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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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17. 21:27

한밤의 페테르부르크, 백야 russia2020. 5. 17. 21:27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2015년 7월초, 밤중. 네바 강과 청동기사상 주변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빛과 어둠, 물과 하늘이 함께 뒤섞이며 부유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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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4. 23. 22:49

여름의 네바 강과 하늘 2017-19 petersburg2020. 4. 23. 22:49

 

 

 

작년 7월. 네바 강 따라 걷다 찍은 사진 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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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29. 22:38

한겨울의 네프스키 수도원 입구 2016 petersburg2020. 3. 29. 22:38

 

 

 

마음의 위안을 위해. 네프스키 수도원 사진 한 장과 함께 잠자리에 들려는 중이다. 2016년 12월. 무척 추웠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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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쓰고 있는 글의 주요 소재이자 배경이 이 도시라서, 페테르부르크 찻잔 꺼냄.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어서. 구석구석 참 예쁜 찻잔이고 이 도시의 상징적이고 아름다운 장소들이 쏙쏙 깨알같이 그려져 있어 요모조모 뜯어보는 재미가 있다. 아래에 여러 방향으로 각각의 그림들 찍어봄.

 

 

 

 

 

 

 

 

 

 

 

 

 

 

 

 

 

 

하얀 프리지아와 찻잔 사진 두장. 위랑 아래 사진이 약간 다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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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페테르부르크.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부셰. 체인점이 여럿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점은 역시 이곳이다. 십몇년 전 제일 처음 갔던 곳이기도 하고.

 

지난번에 이때 찍은 사진 한장 올리면서 내가 영화감독이고 이 도시를 담아낸다면 아마 이런 장면을 이런 식으로 찍었을 거라고 쓴 적이 있다. 이 사진도 마찬가지.

 

전에 올린 사진은 여기 : https://tveye.tistory.com/9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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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11. 21:51

휴식을 위해 2017-19 petersburg2020. 3. 11. 21:51

 

 

 

너무 지치고 힘들었던 하루라 휴식이 그리워서 빛과 녹색과 휴식이 같이 있는 사진 한 장 올려봄. 2017년 10월, 페테르부르크. 해군성 공원 산책하다 찍은 사진. 나도 저렇게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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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10. 22:11

카잔스카야 거리, 부셰 2017-19 petersburg2020. 3. 10. 22:11

 

 

 

작년 7월. 실컷 돌아다닌 후 카잔스카야 거리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 부셰에 앉아 차와 에클레어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폰으로 찍음. 이쪽 지점에 오면 보통 2층으로 가는데 너무 다리도 아프고 1층 창가 자리가 웬일로 나서 그냥 여기 앉았었다. 이때 번호표는 22번. 창 너머로 보이는 열주는 카잔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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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 성당 앞의 분수와 벤치들. 네프스키 대로에 면하고 있다. 건너편 가운데 보이는 건물은 돔 크니기. 여기 풍경은 전에도 여러번 올린 적이 있다. 이건 2017년 10월에 갔을 때 폰으로 찍은 사진들.

 

 

이곳은 미샤의 비밀 장소 중 하나이다. 단편 illuminated wall에서 미샤가 당 고위 간부의 파티에 가는 대신 여기 앉아 책 읽고 있는 것을 화자인 레냐(내 약혼자 아님 ㅋ)가 발견하는 장소이다. (예전에 writing 폴더에 전문을 올린 적이 있다. 여기 사진들과 함께) 검은 머리 여인이 앉아 있는 오른편 벤치가 바로 미샤가 앉아 있던 자리.

 

 

여기는 내가 사랑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셀 수 없이 여러번, 저 분수 앞 벤치에 잠시 앉아 쉬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했다.

 

 

 

 

 

석양이 내릴 즈음이면 카잔 성당의 열주들 사이로 부드러운 황금색 빛살이 천천히 내려온다.

 

 

여기는, 아주 오래 전, 지금보다 너무나 어리고 또 너무나도 순진한 동시에 또 치열했던 시절 친구들과 거닐고 웃던 곳이기도 하다.

 

 

 

 

 

고개를 젖히고 올려다보면 카잔 성당의 쿠폴과 십자가, 파란 하늘이 보인다. 새들이 날아갈 때도 많다. 분수 앞 벤치에 앉는 사람들이 이따금 비둘기 모이를 주거나 빵부스러기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분수 앞에는 언제나 갈매기와 비둘기, 참새들이 우글거린다. 까마귀들은 이쪽으로는 모여들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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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엔 해군성 공원이 더 익숙한(해군성 앞에 있어서 ㅎㅎ)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 이삭 성당과 청동기사상 사이에 있다. 작년 11월. 이삭 성당의 황금 쿠폴이 어른거린다.

 

 

 

 

 

늦가을이라 분수 작동은 되지 않았다. 까마귀 한마리가 앉아 있어 살짝 찍었다. 이 도시엔 까마귀도 많고 갈매기랑 비둘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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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1. 19:19

백야, 판탄카 운하 2017-19 petersburg2020. 3. 1. 19:19

 

 

 

판탄카 운하. 작년 7월. 백야 시즌의 밤. 폰으로 찍었는데 빛이 좀 많이 들어왔다.

 

트로이와 알리사의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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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29. 21:42

12월의 모이카 운하, 빛과 얼음 2016 petersburg2020. 2. 29. 21:42

 

 

 

2016년 겨울에 모이카 운하를 따라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그 해 겨울은 꽤 추웠고 운하와 강은 대부분 얼어붙어 있었다. 나는 복직을 앞두고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어 불쑥 다시 뻬쩨르로 날아갔었다.

 

 

모이카 운하. 최근 몇년 동안은 가장 많이 걸었던 경로이다. 보통 묵는 호텔이나 극장과 이어지는 운하이기 때문이다. 이 운하는 사도바야 거리, 그리고 고로호바야 거리와도 이어진다.

 

 

미샤의 운하.

 

 

 

 

 

 

다리 아래까지는 꽁꽁 얼어붙지 않아서 어둡고 짙은 코발트 블루 수면 위로 청둥오리들이 떠다녔다. 난간에 기대어 오리들에게 흑빵 부스러기를 조금 던져 주었다. 미샤와 트로이, 알리사도 그랬을 것이다.

 

 

 

 

운하를 산책하다 보면 거의 항상 돌난간 위에는 병뚜껑이 나뒹굴고 있고, 포석 사이사이에는 보드카와 맥주병, 종류를 알기 어려운 술병, 콜라병과 주스팩 따위가 내버려져 있다. 아주 지저분한 정도는 아니지만 꾸준히.

 

 

 

 

 

빛과 얼음의 운하.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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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치 카페. 사진들은 2년 전 9월에 찍은 것,

 

 

전에도 여러번 올렸지만 내가 좋아하는 카페이다. 뻬쩨르 가면 항상 두번 이상 들른다. 차도 디저트도 맛있고 파스타도 나쁘지 않다. 통창문으로 볕이 잘 들어서 햇빛 밝은 날 앉으면 참 좋고, 비오는 날에도 은근히 좋다. 창 밖으로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안쪽 홀은 아늑하고 어둑어둑하지만 그쪽보단 이렇게 밝은 자리를 선호한다.

 

 

어제 레냐랑 통화 후 료샤랑도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료샤도 레냐처럼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내가 걱정된다면서 이럴때는 일을 하지 않고 몇주 휴가를 내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이고 이 바보야 ㅠㅠ 그런건 너같은 부르주아나 가능하단 말이야 흑흑...

 

 

하여튼 그러다가 료샤가 '레냐가 너 보고 싶다 해서 같이 본치에 와서 케익 먹었어. 네가 좋아하는 메도빅. 나도 심지어 우정을 생각해 커피 대신 차 마셨다. 나 대단하지 않냐? 내 우정!' 하고 갑자기 자화자찬을 하였다 ㅋㅋ 그래그래 친구야. 커피 더 좋아하는데 내 생각하며 차 마시고 메도빅도 먹었구나 고마워 ㅋㅋ

 

 

 

 

 

나도 다시 본치에 가서 료샤랑 레냐랑 수다도 떨고 차도 마시고 메도빅 먹고프다. 햇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스케치도 하고 글도 쓰고 사람들도 구경하고 싶다. 너무 힘들고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 더욱 그립구나.

 

 

하여튼 우정을 위해 본치에 가서 커피 대신 차 마셔준 료샤야 고맙다 진정한 친구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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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25. 21:54

고로호바야 거리 풍경 2 2017-19 petersburg2020. 2. 25. 21:54

 

 

 

어제에 이어, 고로호바야 거리 풍경 2. 양쪽으로 쭉 이어지면 한쪽은 해군성, 한쪽은 사도바야 거리가 나온다. 특별하게 예쁜 거리는 아니지만 이삭 성당 쪽에 묵으면 지리적으로 자주 지나치게 된다. 트로이네 집은 이쪽보단 어제 올렸던 방향에 더 가까운 쪽에 있으리라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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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24. 22:05

고로호바야 거리 한 장 2017-19 petersburg2020. 2. 24. 22:05

 

 

 

지난 11월. 페테르부르크. 고로호바야 거리. 폰으로 찍었던 사진 한장.

 

이 거리 어디엔가 트로이네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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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8. 22:49

파편 from 밤, 레닌그라드 about writing2020. 2. 8. 22:49

 

 

얼마 전에 짧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연말과 새해에 따로 구상했던 글이 있었는데 막상 자리에 앉아 노트를 열고 메모들을 적기 시작하자 다른 글을 쓰게 되었다. 가제를 '밤, 레닌그라드'라고 붙여놓긴 했는데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는 물론 모르는 일이다. 오래전부터 머릿속으로 이따금 상상하던 장면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쓸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던 이야기이다. 그런데 아마 지금은 이 이야기를 써야 하는 시기인 것 같기도 하다.

 

 

지난 주말에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좀 빨리 적어내려간 문단들 중 약간을 발췌해본다. 쓰는 중이라 아직은 호흡이 빠르고 거칠다. 문장들은 미샤의 1인칭 독백으로 기술된다. 가제 그대로, 어떤 밤과 레닌그라드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좀 더.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나는 언제나 그렇듯 크냐제프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 그럴싸한 술책을 부리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누군가에 대한 서류를 만들고 절차를 밟는 데 있어 가장 필요 없는 존재가 누구라고 생각해? 당연히 그 자신이지. 등록 말소에 대해서라면, 나는 이미 모스크바로 이송되었을 때 레닌그라드 거주등록부에서 지워진 상태였어. 어쩌면 그 전에, 재판을 받기도 전에. 아니, 헤아릴 수 없는 이전의 어둠 속에서.

 

 

그건 전혀 중요한 사실이 아니야. 내 핏속에 어떤 도시가 있고 그건 등록과는 무관하기 때문이야. 어떻게 번호와 글자와 도장과 서류철들이 한 인간을 어떤 도시에 영원히 속하게 만들 수 있겠어. 그건 하느님의 영역이겠지.

 

 

 

 

 

 

사진들은 작년 6월, 백야 시즌 한밤중의 페테르부르크 판탄카 운하. 소련 시절에는 레닌그라드. 이 사진 오른편에 보이는 거대하고 묵중한 다리는 로모노소프 다리이다. 이 다리를 건너가면 오른편 너머에 바가노바 발레학교가 있다. 미샤는 학창 시절 이 다리를 셀 수도 없이 건너다녔고 모든 운하와 모든 골목을 따라 걸었을 것이다.

 

 

 

 

 

 

 

 

로모노소프 다리에서 운하 쪽을 향해 찍은 사진인데 황혼녘이라 빛이 모자라서 흔들렸다. 저멀리 한가운데 흐릿하게 보이는 세개의 둥글고 파란 쿠폴은 트로이츠키 사원의 쿠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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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페테르부르크. 부셰 말라야 모르스카야 지점.

 

 

이날 여기서 아점 먹으면서 폰으로 찍은 사진들이 개인적 느낌으로는 '내가 이 도시에서 영화를 찍는다면 이렇게 찍을 것 같다..'라는 기분이 드는 스타일이었다. 그 중 한컷. 내가 주문한 라자냐와 크루아상, 홍차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찍은 것이다. 늦게 갔더니 창가 자리가 없어서 가운데의 공용 테이블에 처음 앉아봤는데 여기서 보는 느낌은 또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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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초. 마린스키에서 공연 보고 돌아가는 길에 찍은 모이카 운하 풍경. 밝게 찍혔지만 밤 10~11시 즈음. 백야.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저 길을 쭈욱 따라 올라가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마린스키 극장이 나온다. 나는 여름이나 가을엔 공연 보고 나면 운하 따라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는 편이다. 날씨와 숙소 위치에 따라 좀 달라지긴 하지만..

 

극장에서 모이카 운하를 따라, 그리고 포나르느이 모스트(램프 다리)를 건너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로 접어드는 길을 따라 걷는 것을 좋아한다. 때로는 고로호바야나 사도바야 거리까지 걷기도 한다. 이 길은 미샤가 극장에서 트로이네 집을 오갈때 걷는 길이기도 하다.

 

 

 

 

 

포나르느이 모스트. 이름 그대로 엄청 큰 가로등 램프가 다리 양쪽에 총 네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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