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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0. 8. 16:19

일요일 오후, 할바 tasty and happy2023. 10. 8. 16:19

 

 

 

일요일 오후 티타임. 바르샤바 구시가지 기념품 시장에서 사온 할바를 조금 잘라서 먹었다. 시식해보고 맛있어서 한 통 사왔는데 양이 상당히 많아서 귀퉁이의 이 정도만 잘라내고 나머지는 칼로 금을 그어둔 후 잘 싸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피스타치오와 바닐라 맛의 할바인데 끝에서 후추 맛이 난다. 향신료가 이것저것 들어가긴 했는데 정말 후추인지 아니면 후추랑 비슷한 다른 향료인지 잘 모르겠다. 질감은 아주 부드러워서 쉽게 부스러진다. 

 

 

 

 

 

 

 

 

 

 

시리아 수제 할바라고 적혀 있긴 한데 :0 그런데 왜 바르샤바 기념품 시장에서 할바를 파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 좌판에서는 할바 뿐만 아니라 인도와 아랍 관련 이것저것을 팔고 있었고 수반에서 물이 퐁퐁 솟아났으며 기분좋은 향 냄새도 났다. 이 할바를 맨 위 사진처럼 아주 조그맣게 조각내서 시식할 수 있게 해두었고 나는 그것을 먹어본 후 주인 아주머니에게 '이 통에 들어 있는게 이거 맞아요?' 하고 확인한 후 한 통 사왔다. 

 

 

 

 

 

 

근데 언제 다 먹지. 쥬인이 놀러오면 잘라서 나눠먹을텐데. 

 

 

 

 

 

 

 

 

 

 

할바를 잘랐으므로 무화과도 잘랐다. 

 

 

 

 

 

 

 

 

 

 

그리고 좀 터키풍의 찻잔을 고름. 색채나 무늬는 터키풍이지만 사실은 역시 로모노소프이다. 좋아하는 찻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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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4. 29. 15:53

샐러드 브런치와 오후 티 타임 tasty and happy2018. 4. 29. 15:53





간만에 샐러드 만들어서 스콘이랑 아점 먹음. 이미 한시 즈음이라 아점이라 하기도 민망 ㅠㅠ







로메인, 모짜렐라 치즈, 오렌지, 사과, 어제 먹고 남은 인스턴트 콘샐러드 약간.







오후에 차 마셔야 하므로 아점에 곁들인 차는 디카페인 티로.





콩다방 호밀 무화과 스콘






브런치 만들어 먹을땐 조금이나마 여행 기분 내고 싶어서 호텔 식기처럼 흰색 찻잔 씀 (눈가리고 아웅)






좀 늦은 애프터눈 티









작년에 러시아 티샵에서 사와서 비상용으로 비축해뒀던 할바 개봉. 이것도 꽤 맛있다. 그러나 많이 달아서 절반만 먹고 나머지는 지퍼백으로.





낼 새벽 기차로 내려가야 한다 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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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집에서 쉬었다.

 

 

 

 

 

지난 5월에 프라하 갔을 때 사왔던 할바. 두개 사와서 하나 먹고 하나는 아껴두었었다. 오늘 개봉.

 

 

 

 

마음이 많이 진정되긴 했어도 역시 아직 좀 울적하긴 해서 위안을 위해 카페 에벨 찻잔 꺼냄.

 

 

 

 

 

 

 

 

 

 

 

 

 

 

 

 

오랜만에 등장하신 쿠마님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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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9. 14. 21:37

도브라 차요브나 2017-18 praha2017. 9. 14. 21:37





프라하는 내가 페테르부르크 다음으로 애정을 품고 있는 도시이다. 특히 이곳의 카페들을 좋아한다. 이 도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세개의 카페가 있으니 순서대로 카페 에벨, 카피치코, 그리고 이 도브라 차요브나 이다.




도브라 차요브나는 앞의 두곳과는 달리 진짜 차 전문카페이다. 내 눈엔 불상이나 한자 씌어진 족자 등이 좀 우습게도 보이지만 그래도 차 종류도 많고 분위기도 좋다. 향을 피워놓는 것도 나름 맘에 든다.



폰에 남아 있던 도브라 차요브나 사진 몇 장. 그리워라.










여기 오면 할바랑 바클라바를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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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일요일 정오 조금 넘은 무렵, 좀 이른 티 타임.



여행을 갈 때면 쿠폰과 적립금을 써서 인터넷 면세점에서 포숑 다즐링 홍차를 한 캔씩 사곤 하는데, 이번에 보니 캔 디자인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의 납작한 타원형 용기에서 이렇게 칼라풀하고 화려한 원통형 용기로 바뀌었다. 이 바뀐 디자인이 완전히 내 취향 저격이다. 원래 이렇게 선명하고 칼라풀한 색채들을 좋아함 :)



마침 전에 사왔던 다즐링이 다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그대로 2집으로 들고 내려왔다.





오늘 차를 마시면서 세 개의 도시를 동시에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프라하, 페테르부르크, 드레스덴.





이건 프라하 올드타운의 들로우하 거리였는지 두스니 거리였는지 좀 헷갈리는데 하여튼 첫번째 숙소에서 구시가지 골목으로 걸어가다가 발견한 앤티크 가게에서 득템한 아주 조그만 찻잔이다. 사실 찻잔이라기보단 에스프레소 잔으로 추정된다. 꽤나 오래되고 손때묻은 물건인지 금박도 좀 벗겨져 있고 문질러도 지지 않는 얼룩도 좀 있다. 뭐 나는 이만 빠지지 않으면 빈티지도 상관없이 막 쓰는 인간인지라... 그냥 사왔다. (예쁘고 값비싼 거라도 마찬가지... 예쁘다고 모셔놓거나 장식만 하는 일은 절대 없다... 예쁜 건 써야 함~)






받침 접시 밑바닥에는 긁히고 지워진 녹색 글씨가 아직 남아 있다. 체코슬로바키아!!!!! 그러니까 소련 시대 물건이라는 거겠지.



나에게 '체코슬로바키아'는 항상 두가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소련 시대, 나머지 하나는 마크 벰의 스릴러 소설 '아이 오브 비홀더'이다. 후자는 영화로도 나왔지만 나는 영화보다는 이 원작 소설을 훨씬 좋아했다. 벰의 이 매혹적인 소설에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capital'은 일종의 맥거핀이자 가슴 시린 상징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체코슬로바키아란 옛 국가명을 들으면 언제나 자동적으로 아이 오브 비홀더 소설이 생각나곤 한다. 그리고 그 중요한 장면에서 간판에 붙어 타오르는 불길도...




포숑의 다즐링은 noir란 이름에 걸맞게 좀 진한 편이다. 그리고 이 잔은 정말 작았다. 한두모금 마시면 잔이 비었다. 에스프레소가 생각났다가 보드카가 떠오르기도 했다.





보기 즐겁고 프라하의 그 앤티크 가게가 떠올라 행복해지는 예쁘고 낡은 잔이지만 마시기는 조금 불편...





이건 페테르부르크와 프라하와 드레스덴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사진이다.


접시는 작년 이맘때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쇼핑몰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던 찻잔에 딸린 받침접시이다. 그때 난 블라지미르스키 대로의 도스토예프스키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호텔 바로 옆에 쇼핑몰이 있었다. 거기 종종 갔었다. 거기 붙어 있는 베이커리 카페에도 가끔 갔다. 금색과 파란색 무늬를 보고 화려하니까 기분 전환이 되겠지 하고 샀었는데 나중에 접시를 뒤집어보니 중국에서 만든 거라 막 실망해서 '중국 찻잔!' 하고 짜증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거기 머무는 내내 나는 이 찻잔과 이 접시를 많이 사용했다. 체리도 담아 먹고 조각케익도 담아 먹고 차도 우려 마셨었다. 그때 나는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었다. 열흘 예정으로 날아갔다가 머무는 기간을 두번이나 늘려서 3주 넘게 머물렀었다. 백야의 페테르부르크에서, 반쯤은 어둠 속에 잠긴 채 보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중국 찻잔과 접시를 꺼낼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나는 것이다.


빨간색 포장지의 할바는 프라하의 도브라 차요브나 찻집에서 사온 것이다. 저 할바를 보면 도브라 차요브나 마당의 뜬금없지만 이젠 친숙해진 불상과, 찻집에서 풍겨오는 향 냄새가 떠오른다.


그리고 저 빨강하양 포장지의 쿠키는 드레스덴의 어느 카페에서 가져온 것이다. 프라거 거리에서 영원한 휴가님과 만나 구시가지로 가서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은 후 근처의 고풍스러운 카페로 들어갔었다. 나는 홍차, 영원한 휴가님은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주문했고 거기에 딸기무스 케익을 추가했다. 차와 커피에 이 쿠키가 곁들여져 나왔다. 영원한 휴가님은 그 자리에서 쿠키를 드셨다. 포장지를 뜯으셨을 때 '아 쿠키였구나' 하고 깨달았다.


나는 케익을 먹고자(ㅋㅋ) 쿠키를 파우치에 챙겼다. 몇년 전부터 여행가서 들어간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포장된 조그만 티푸드나 일회용 설탕, 성냥갑, 냅킨, 물수건 따위를 모으는 버릇이 생겼다. 티푸드는 돌아와서 정말 그 여행이 그리울 때나 차랑 곁들여 먹을 게 정말 없을 때 꺼내 먹는다. 오늘은 드레스덴의 그 카페와 영원한 휴가님 떠올리며 :)









 나에겐 생소한 독일어가 인쇄된 포장지 안에 들어 있는 쿠키.


우습지만 빨간색과 하얀색이라 맘에 든다 :)









개봉해서 다시 접시에..


슬프게도 쿠키는 비행기 타고 또 ktx 타고 건너오면서 귀퉁이가 부스러졌다... 투박한 하트 모양이었던 것 같은데... 맛은 그냥 초코칩 쿠키 맛이었다.


도브라 차요브나의 할바는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먹기 편하게 내가 잘랐다. 찻집에선 저 위에 시나몬 슈거파우더를 뿌려줘서 더 맛있었는데...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체리 :)


이 접시는 재작년인가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로모노소프 가게에서 사온 찻잔에 딸려 있는 받침접시.






내가 다녀온 곳은 아니지만, 쥬인이 나가사키 다녀와서 선물로 준 기념품 테이블 러너도 함께.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동시에 세 도시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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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신시가지에 있는 찻집. 도브라 차요브나.


카페 에벨과 카피치코만큼 애착을 가진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마시기 좋았고 여러번 갔다가 이야기 주고받고 안면을 튼 찻집 주인 아저씨도 생각나서 그리운 곳이다. 여기서도 글을 좀 썼었다. 여기는 2013년 초에 가서 머물 때 처음 갔었다. 여기서 먹은 할바는 무척 맛있었다.


주인 아저씨는 tea trip으로 우리 나라에 가봤다 했지. 보성에도 가고 제주도에도 갔었다고. 떠나기 전날 이곳에 들러 차를 마시고 세라믹 찻잔과 할바를 사면서 인사를 나누다가 나는 마음속으로 아주 깊은 충동을 느꼈었다. '혹시 사람 필요하지 않으세요? 저를 고용하시지 않겠어요? 저는 차를 좋아하고 사람들이 왜 차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왜 차를 마시는 시간이 그토록 소중한지 알아요,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차를 마시는 것 자체가 하나의 치유이자 행복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이해해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인사를 했고 아쉬운 마음으로 파란 세라믹 잔과 빨간 세라믹 잔, 할바 두개와 함께 찻집을 나왔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로 돌아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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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27. 19:27

보스턴 티파티 내가 마신다 2016 praha2016. 9. 27. 19:27




내일 돌아간다. 어제까지 너무 걸어다녀서 오늘은 도브라 차요브나와 에벨 정도만 가고 와이파이의 천국 코스타커피에 잠깐 들르는 정도만 생각 중이다 :)

접때 카쉬미르의 향기 마시며 료샤에게 보스턴 티파티 마셔보라 종용했지만 거부당했다. 사보이의 프렌치 브렉퍼스트와 마찬가지로 궁금한건 결국 해보고 가야 한다. 고로 정오부터 도브라 차요브나 와서 보스턴 티파티 내가 시켜 마심 ㅋ

음.. 스모키 아로마는 안좋아하는데 스모키해요? 라고 물었을때 주인아저씬 별로 안 그렇다 했지만 역시 좀 스모키해 ㅋㅋ

바클라바(빠흘라바)랑 같이 먹음. 오리지널만큼 엄청 달지 않아 오히려 내 입맛엔 맞다(그래도 달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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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마신 맥주가 몸에 받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의사가 술 마시지 말랬고 동생도 지금 약을 먹으면서는 술을 마시면 안된다고 했는데 ㅠㅠ 어제 하루종일 속이 쓰렸는데 밤에도 잠이 안 오고 자다가 괴로운 악몽을 꾸고 새벽에 퍼뜩 깨어난 후 너무 괴로웠다. 새벽 4시에 어둠 속에서 절반이 삼각형인 작은 방 침대에 누워 있자니 갑자기 너무 불안하고 무섭고 우울해져서 결국 일어나 불을 켜고 한동안 웹서핑을 하면서 앉아 있었다.



꿈속에서 부모님이 위험에 처했는데 그것을 전혀 모르고 행동하고 계셨고 나는 너무 걱정이 되었었다. 그 위험은 점차 나에게도 다가왔다. 근데 깨고 나서도 자꾸 나쁜 생각이 들었고 전날밤 꿈에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친할아버지가 나오시는 등 뒤숭숭한 꿈을 꿨었기 때문에 밤중이라 그런지 비이성적 생각이 들고 괜히 불안했다(밝을 때 이런 얘기 쓰고 있으면 바보같지 ㅠㅠ)



다시 자면 도로 악몽을 꿀 것 같고 무서워서 졸렸지만 억지로 깨어 있었다. 머리도 아프고 속도 울렁거렸다. 혼자 있는 게 너무 싫어서 잠깐 료샤에게 전화할까 하다가 너무 새벽이라 미안해서 그만두었다. (간밤에 윷놀이를 연속 6판을 하며 승부욕을 엄청 불태우신 후 '빽도'의 부당함을 성토하다 장렬히 산화했음 ㅋ)



프라하 와서 처음으로 불안하고 무서워서 좀 괴로웠다. 술 마시면 안되겠어 ㅠㅠ



새벽 여섯시 넘어서 좀 밝아지자 근거없는 두려움이 가셨고(아무래도 지진 등등 여러가지 뉴스를 봐서 괜히 걱정이 됐나봄) 안대를 쓰고 다시 잤다. 악몽은 안꿨지만 두어시간 후 다시 일어났고 그 후에는 더 자려고 누워 있었지만 못 잤다.



..




료샤는 점심 미팅이 있었다. 원래 나한테 자기 호텔로 아침 먹으러 오라 했는데(우리 호텔에서 가깝지만 좋은 데 묵고 계심 ㅠㅠ) 악몽의 결과 아침에 못 일어나고 끙끙대며 '못 가겠다, 오후에 보자' 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곧 방으로 전화왔다. 간단히 얘기를 하니 짜증을 냈다.



료샤 : 멍충이. 그럴땐 전화를 하든가 오든가. 걸어서 10분 거린데.

나 : 너무 한밤중이라서 ㅜㅜ

료샤 : 애기냐! 무서운 꿈 꾸고 잠 못자고! 레냐도 안 그러는데.

나 : 네가 어제 맥주 줘서 그래 ㅜㅜ 약이랑 술이랑 같이 먹으면 안된댔는데 까먹었어.

료샤 : 어, 맞다. 미안... 나도 그 생각 못했어 ㅠㅠ 나도 예전에 의사가 그랬었는데 ㅠㅠ



그리하여 죄책감을 분담하게 된 료샤는 무지 미안해하더니 많이 아프냐고 물었다. 이제 아프진 않은데 잠이 모자라서 괴롭다고 했더니 그러면 자기 미팅 간 동안 방에 와서 자라고 했다. 삼각형 방 안좋다고 ㅋㅋ (내 생각에도 이 삼각형 방이 간밤 악몽으로 깬 후 못 잔데 일조한 거 같음) 근데 나는 또 배가 고프기 시작했고 어제의 맥주를 해독하기 위해선 뭔가를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신시가지 쪽 나가서 아점 먹겠다고 했다. 료샤는 젤라또로 속죄하겠다고 했다(지가 먹고 싶어서 ㅋㅋ)



..




트램과 지하철을 타고 신시가지 바츨라프 광장 쪽으로 갔다. 이것저것 많은 곳이니 아점 먹은 후 료샤와는 그쪽에 있는 도브라 차요브나(dovra cajovna)란 찻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간만에 박물관 앞으로 나왔는데 박물관은 수리 공사중이었다. 거대하고 기다란 바츨라프 광장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다 이전에 자주 들르던 베이커리 카페인 Paul이 있어 거기 들어갔다. 여기 빵이랑 케익이 맛있다. 뺑 오 쇼콜라 먹고팠지만 어제의 나쁜 식생활을 떠올리며 야채와 단백질을 섭취해야 할것 같아서 115코루나짜리 세트를 골랐다. 바게트 샌드위치와 소프트 드링크를 하나씩 고를 수 있다. 닭가슴살과 토마토, 양상추, 디종머스터드가 들어간 양귀비씨 바게트와 사과주스 택해서 아점을 먹었다. 먹으니 두통이 좀 가셨다.



먹고 나서 광장을 따라 좀 걸었다. 도브라 차요브나에 갈까 카바르나 루체르나 카페에 갈까 했는데 후자는 가보니 건물 안쪽 공사 중이라 처음 가려던 도브라 차요브나에 갔다. 여기는 프라하에선 드물게 각종 차들을 우려주는 곳으로, 일본, 중국을 비롯 심지어 우리나라의 인삼, 홍삼차도 있다(이게 젤 비쌈 ㅋ) 그리고 역시나 이쪽 동네들이 그렇듯 불상이 앉아 있음. 아시아 음식이나 동양 차 판다고 무조건 불상 갖다놓으면 힙해지는 건 아니건만 하여튼 3년전과 마찬가지로 불상이 있었음.






세가지 종류 다즐링 중 하나 고르려다 새로운 걸 시도해보기로 했다. 이 집 스페셜 블렌딩으로 동네 이름 붙은 차들이 있었다. 카쉬미르의 향기, 보스턴 티파티, 이스탄불의 기억, 러시안 카라반 등등... 나는 카쉬미르의 향기라는 이름에 또 홀랑 넘어갔다. 각종 열매와 사과와 향신료가 가미된 진하고 끝맛이 씁쓸한 홍차라고 한다. 다즐링을 제일 즐기는 사람에겐 살짝 모험이긴 하다만 그래도 스모키한 건 아닌거 같아서(스모키한 차를 매우 싫어함. 그래서 기문차도 안 마신다) 이것을 고르고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할바를 디저트로 주문했다. 할바 하면 요네하라 마리가 생각나지... 사실 보스턴 티파티도 너무 궁금했는데 이것은 료샤 오면 먹여보리라 다짐했다.








카쉬미르의 향기가 나왔는데 생각보다 향이 강하고 독특했다. 그리고 끝맛이 많이 씁쓸했다. 내 취향보다 더 진하게 우려져서 나왔기 때문에 생수를 좀 섞어 연하게 만들어 할바 곁들여 마셨다. 할바는 맛있었다. 흑, 이제 이름에 혹하는 짓은 그만 둬야 하나 ㅋㅋ 근데 너무 로맨틱한 이름이야, 카쉬미르의 향기...





료샤가 올때까지 노트북 펴놓고 글을 좀 쓰고 차 마시고 할바를 먹었다. 여기 할바는 포실포실하고 건조하고 달콤하고 견과 맛이 고소하게 느껴진다. 요네하라 마리의 할바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




오후에 료샤가 왔다. 카쉬미르의 향기를 선택한 이유를 얘길 하자 '로맨틱한 거 다 죽었냐'며 쿠사리 주고... 궁금했던 보스턴 티파티 마셔보라고 했더니 '뻔할뻔자 영국놈들 미국놈들 맛이겠지!' 하면서 그거 안 마시고 지가 좋아하는 아삼 티 마심... 여기까지 왔으면 안 마셨던 신기한 것 좀 마셔보지 ㅠㅠ 그는 내 카쉬미르의 향기를 한 모금 마시더니 '웩!' 하고는 '이럴 줄 알았다!' 라고 했음 ㅠㅠ


그리고는 갑자기 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나한테 사진을 한장 보냈다.


나 : 뭐야, 그냥 보여주면 되지.

료샤 : 봐봐~~


사진을 보니.... -_-







나 : 야!!!!!

료샤 : 아까 오다가 이거 보고 딱 너 생각했음!!! 이 티셔츠 가게 여기서 가까운데 같이 가자! 이거 내가 너 선물할게 ㅋㅋ

나 : 싫어! 싫어! 못됐다!!!!! 앜!!!!



그래서 나도 폰으로 답 사진을 하나 보냄.




물론 나의 이 예술적인 답 사진에 그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음. 오히려 매우 아쉬워함.



료샤 : 입으면 재밌을거 같은데... 내가 사줄게 한번만 입고 사진 찍으면 안되냐... 싫으면 잠옷으로 입어...

나 : 싫어어어어어어!!! 내가 너한테 졸부아들, 노브이 루스끼라고 써 있는 티셔츠 사주면 좋냐! 그걸 잠옷으로 입고 싶냐??

료샤 : 그거랑 다른데 ㅠㅠ



흑흑... 진짜 너무해 ㅠ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호빗은 신체 비율도 안 좋고 발에 털도 났는데 자꾸 나보고 호빗이래 엉엉... 빨리 레냐가 와야 되는데.... 그래야 내 편 들어주면서 '빠빠 자몰치!'(아빠 조용히 해!) 라고 해주는데 엉엉... 레냐는 나보고 여왕이라 해주는데 ㅠㅠ



..



차를 마신 후 다시 우예즈드 쪽으로 왔다. 료샤는 어제의 맥주에 대해 속죄하겠다며 정말로 젤라또를 사주었다. 두가지 맛 먹으라고 했다. 많아서 다 못 먹는다고 하자 자기가 먹어주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어차피 얻어먹는 거 또 도전정신을 발휘하기로 했다.



나 : 나 자두랑 티라미수!

료샤 : 너 분명 후회한다!

나 : 왜! 너 맨날 나한테 배맛 먹어보라 하고 살구맛 뭐 그런거 먹어보라 하면서! 나 자두 좋아하는데...

료샤 : 저게 자두잖아! 색깔 봐! 분명 달다고 할걸!

나 : 괜찮아, 티라미수는 안전하잖아.

료샤 : 커피도 안 마시면서!

나 : 티라미수는 좋아해! 나 도전할 거야!

료샤 : 카쉬미르의 향기 2탄일 걸.

나 : 친구야 너도 도전해봐. 나 아직 안 먹어본 거 있어. 치즈케익하고 초콜릿.

료샤 : 싫어. 나는 스트라치아텔라 먹을거야. 네가 그게 맛있댔잖아.

나 : 그래도... 스트라치아텔라는 나 먹어봤단 말이야. 근데 치즈케익하고 초콜릿은 다 먹을 자신이 없어. 한입씩만 먹어보게 네가 시켜라...

료샤 : 안해! 아까 점심때 디저트로 초콜릿 무스 나왔어. 난 스트라치아텔라!

나 : 친구 맞아? 보스턴 티파티도 안 마셔주고 ㅠㅠ



그리하여 나는 자두와 티라미수, 료샤는 스트라치아텔라 주문.





근데 료샤가 맞았다. 자두 소르베는 너무 달았고 티라미수는 커피맛만 많이 났다. 흑, 프라하에서 젤 맛있는 젤라또 가게라 해서 다 성공하는 게 아니었구나 엉엉...


맛에 대해선 거짓말 못하는 나는 솔직하게 '자두 너무 달고 티라미수 별로다...' 라고 인정했다. 료샤가 '그럴 줄 알았어!' 라고 하더니 자기 스트라치아텔라를 주었다. 그리고 자두랑 티라미수는 자기가 먹었다.


료샤 : 이럴줄 알고 내가 스트라치아텔라 시켰지! 나 되게 기사도 있지 않냐? 막 자두랑 티라미수도 먹어주고!

나 : 너 단 거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하잖아!

료샤 : 나 네가 망할 줄 알았어! 그래서 너 먹으라고 스트라치아텔라 시킨 거야!

나 : 알았어. 맥주와 보스턴 티파티를 용서할게. 고마워. 친구야 너는 기사도 있는 신사야.



그리하여 젤라또를 해치우신 후... 기사도 넘치는 신사분인 내 친구는 자기 아들을 픽업하러 공항에 갔다. 료샤 사촌 누나가 체코인과 결혼해서 프라하를 자주 드나드는데 오늘 레냐 데리고 와주기로 했다. 나도 같이 갈까 했는데 료샤는 나보고 좀 쉬라고 했다. 공항에 나가서 기다려주면 레냐 버릇 나빠진다고 했다. 그런가?? 철없는 아빠 같은데 가끔은 뭔가 다른 방법으로 애 교육을 시킨다니까...


그래서 료샤는 공항에 가고 나는 언제나처럼 호텔 야외 테라스에 앉아 오늘의 메모를 적고 있다. 좀 있으면 레냐 보겠구나~~



... 오늘밤은 꿀잠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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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