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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꽃돌이님 영상은 조지 발란신의 '다이아몬드'. 지난 7월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분관에서 '슈클랴로프님의 밤' 공연이 있었는데 거기서 '아가씨와 건달', '파이브 탱고', 그리고 이 '다이아몬드'를 췄다. 그 공연 보러 엄청 빡빡한 여행을 했었는데 무척 고생했지만 그래도 갔던 보람이 있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아가씨와 건달'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발란신은 딱히 좋아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 사람이 추는 다이아몬드는 그야말로 정말 다이아몬드라 볼 가치가 있었다.

 

 

위의 짧은 영상은 공연 전날 블라디보스톡 해변과 등대 쪽에 마실 가서 듀엣 맞춰보는 발로쟈 슈클랴로프와 그의 파트너 발레리나였던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실제 공연과 뒤섞여 있는데 편집도 그렇고 꽤나 매력적이다. 아마 마린스키 발레나 슈클랴로프님, 스메칼로프 인스타 팔로우하시는 분들은 여름에 보셨을 듯. 이 영상 클립 감독이 유리 스메칼로프임(ㅎㅎ)

 

(그건 그렇고 저 영상 찍은 날 블라디보스톡 날씨 진짜진짜 안 좋았었다. 계속 비는 부슬부슬 오고... 엄청나게 습해서 사우나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저날 새벽 비행기로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는데 오후에 밥먹으러 나갔을때 너무 덥고 습해서 거의 혼수상태였음. 그런 날씨에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발로쟈랑 빅토리야 정말 대단하다!!!!)

 

 

사실 이게 블라디보스톡 오기 전 6월에 원래 마린스키에서 먼저 올리려던 이 사람 특별 이브닝 무대였는데 그때 경미한 부상으로 공연이 취소되었다. 그래서 7월에 오히려 뻬쩨르 관객들이 블라디보스톡 관객들을 부러워했음. 다이아몬드나 파이브 탱고는 이 사람이 요즘도 이따금 추지만 아가씨와 건달은 춘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블라디보스톡에서 이 공연 마치고 이 사람이 간단하게 인터뷰를 했는데 '솔직히 말해 다이아몬드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에요'라고 말했다. 나는 네가 발란신 말고 다른 거 추는 게 더 좋지만... 그래도 잘 추고 또 잘 어울리니 금상첨화이긴 함. 그리고 발랄한 루비도 어울리지만 그래도 다이아몬드가 더 이 사람 맞춤임.

 

 

짧은 영상은 감질나니 아래에는 알리나 소모바랑 같이 춘 다이아몬드 전체 클립 올려봄. 슈클랴로프는 Jewels에서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를 다 춰봤는데 13년도의 데뷔 10주년 공연에선 루비를 가지고 올라왔고 블라디보스톡 공연에서는 다이아몬드를 골랐다.

 

 

 

 

 

 

사진은 첫번째 블라디보스톡 클립에서. 이건 아마 테료쉬키나 인스타에 올라왔던 사진 같은데 긴가민가...

:
Posted by liontamer
2016. 12. 5. 00:33

밤, 흉터와 얼룩 about writing2016. 12. 5. 00:33

(사진은 프라하, 아녜슈카 수도원)

 

 

 아래 글은 약 2년 전에 쓴 단편 Night의 중반부에서 발췌한 매우 짧은 에피소드와 그 소설에 대한 메모이다. 사실 이 메모는 전에도 한번 올린 적이 있다만... 이 단편은 가브릴로프 본편에 차후 삽입하기 위해 먼저 쓴 글이다. 가브릴로프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단원 코즐로프와 새로 온 감독인 미샤의 관계를 다룬다.

 

..

 

Night에 대한 메모(되풀이)

(2016. 8월에 이 소설의 다른 부분 발췌하면서 덧붙였 메모를 다시 붙인다)


 

 약 2년쯤 전에 나는 가브릴로프 본편을 시작했다가 잘 풀리지 않아서 그 본편에 삽입될 에피소드 하나를 독립된 단편으로 먼저 썼다. 지방 소도시인 가브릴로프의 시립극장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나의 주인공 미샤가 그곳 오케스트라의 실력자이자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인 로만 코즐로프와 의견 충돌을 일으킨 후 하룻밤을 보내고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코즐로프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코즐로프는 이 본편의 외전 격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 때문에 어린 애인에게 폭 빠진 다혈질의 흑염소 아저씨(ㅜㅜ)이자 바이올린 깡패로 등극하게 되었지만 원래 본편에선 그런 막가파 캐릭터는 아니었다(아무래도 서무 시리즈 때문에 코즐로프가 제일 웃기게 변한듯... 손해봤어 ㅠㅠ)



 하여튼 그 에피소드는 생각보다는 좀 길어서 실제 본편이 씌어졌을 때는 좀 손을 봐야 할테지만 지금으로선 그냥 독립적인 단편으로 존재하고 있다. 제목은 매우 단순하게도 '밤'(night) 이었는데 다른 제목을 굳이 붙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나 밤을 보내고 사랑에 빠지는 무수한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니까. 우습지만 이 이야기를 처음 발췌했을 때 후반부에 둘이 사과파이 먹는 장면을 인용했기 때문에 종종 '사과파이 단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있다. (서무 시리즈에서 왕재수가 사과파이를 좋아하는 걸로 설정된 건 사실 이 단편 때문이다)



 이 단편은 전에 사과파이 에피소드나 미샤가 백조 솔로를 추는 씬, 그리고 전반부 1~2장 전체를 발췌한 적이 있다. 그냥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술을 못 마시는 미샤가 보드카를 실컷 퍼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어 코즐로프의 집에서 밤을 보내는 얘기다. 어떤 이야기들이든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간단해지는 법이다.

 

..

 

 

그리고 12월의 짧은 메모

 

아래 발췌한 내용은 Night의 중반부. 코즐로프와 미샤가 밤을 보내면서 일어나는 아주 짧은 이야기이다. 별 내용은 없는데... 하여튼 공개 블로그라 자기검열을 조금 하고... 표현이나 두어가지를 좀 손봤음. 19금은 아니고 15금..? 글쎄다, 14금 정도.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나는 미샤를 똑바로 뒤집었다. 환한 램프 불빛 아래로 그의 몸을 좀 더 끌어당겼다. 미샤는 이제 옆으로 돌아눕거나 버둥거리지 않았다. 머리를 베개에 기댄 채 가만히 있었다. 램프 스탠드 아래 하얗게 뻗어 있는 맨몸 위로 황금빛과 붉은빛 그림자가 부드럽게 번져왔다. 맨 처음 극장에서 마주친 순간부터 난 밝은 빛 아래에서 그 몸을 보고 싶었다. 화보로 본 적은 있었다. 극장 계집애들의 스크랩북에는 별의별 사진들이 다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타이츠를 입은 모습도, 상체를 드러낸 채 아랍 팬츠 차림으로 머리에 우스꽝스러운 깃털을 꽂고 아라베스크를 하는 모습도, 스파르타쿠스의 가죽 튜닉을 입고 몸 대부분을 노출한 채 도약하는 모습도 전부 봤다. 하지만 손바닥만 한 평면 화보와 진짜 육체 사이에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거리가 있었다. 아마도 그게 욕망의 깊이일지도 모른다.

 

 자식의 몸은 얼굴보다도 더 하얗고 미끈했다. 역겹도록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정말 조각 같았다. 박물관이나 궁전에 세워놓는 종류의, 대리석을 새기고 깎아 만든 조각상. 그런데 그건 온전하지 않았다. 화보에서 봤을 때보다, 국영채널 필름에서 봤을 때보다 야위었고 근육도 훨씬 줄어들어 있었다. 어쩌면 카메라와 조명의 트릭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난 너무 근육질의 사내애보다는 낭창낭창하고 날씬한 애들이 더 좋으니까 상관없었다.

 

 그 애의 피부는 계집애처럼 하얗고 매끄러웠다. 아마 타고 났을 것이다. 황실 찻잔처럼 고왔다. 그러나 거기에 흠집이 있었다. 여기저기. 목덜미 아래, 가슴팍 언저리, 허리 부근, 늑골 뒤편, 등과 어깨. 거무스름하게 변색되고 희미해지고 있었지만 어쨌든 멍 자국들이 가득했다. 왼쪽 골반 위로 붉은색과 잿빛이 뒤섞인 상처가 작고 두툼한 뱀처럼 길게 돌출되어 있었다. 뾰족한 징이 가득 박힌 군화로 제대로 걷어 채였거나 나이프로 저민 흔적처럼 보였다. 끔찍한 상처였다. 아마 아직 다 아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온전하지 않은 몸이었다. 무너지고 짓밟히고 부서진 몸이었다. 그제야 나는 그 애가 왜 필사적으로 몸을 빼내려고 했는지, 왜 불을 끄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미샤는 내가 자기 몸을 샅샅이 살펴보고 만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골반의 상처에 입술을 대고 키스했을 때는 몸서리를 쳤다. 흥분해서가 아니었다.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으니까.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얼간이처럼 물었다.

 

 “ 아파? ”

 

 “ 어떨 것 같은데? ”

 

 “ 아플 수도 있겠네. 30바늘은 꿰맸겠는데. ”

 

 “ 음, 거긴 그냥 놔둬. ”

 

 “ 아파서? ”

 

 “ 아니. ”

 

 “ 나쁜 기억 때문에? ”

 

 

 내가 왜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난 그저 자식을 덮치고 싶을 뿐이었다. 단숨에 집어삼키고 싶을 뿐이었다. 고문을 당했던 아이를 위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내 입술은 다른 식으로 혼자 춤을 추고 있었다.

 

 

 “ 글쎄. 사실 기억나는 건 없어. ”

 

 “ 그럼 키스하게 놔둬. ”

 

 “ 왜? 난 별로야, 거기 손대는 거. ”

 

 “ 좋아질 테니까. ”

 

 “ 당신이? ”

 

 “ 네가. ”

 

 “ 이상한 논리잖아. ”

 

 “ 이 상황에서도 논리가 생각나나? ”

 

 

 나는 그 끔찍한 상처를 혀로 천천히 핥았다. 우툴두툴하게 부풀어 오른 그 흔적을 입술과 혀로 애무하자 마치 상처를 핥아주는 짐승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속해서 핥고 입 맞춘다면 정말 나아질지도 모른다. 상처가 아물고 흉터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좋아질 것이다.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거긴 그냥 놔둬. 별로야, 거기 손대는 건.

 

 그토록 완벽하고 근사한 육체를 가졌던 아이, 그토록 뜨겁게 달아오르고 그토록 사랑스러운 아이가 자기 몸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어쩐지 기분 나쁘고 화가 났다. 어디든 놔둘 수 없었다. 모든 곳을 손대고 모든 곳을 애무하고 싶었다. 어느 곳을 건드리든 좋아지기를, 불덩어리처럼 달아올라주기를 원했다. 그 예쁜 입에서 거긴 놔두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 놈들, 저 공작새 같은 애로 하여금 환한 불빛 아래 흉터와 얼룩이 드러날 게 두렵고 부끄러워서 램프를 끄고 싶게 만든 개자식들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분명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자기 몸에 대해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애였을 테니까.

 

 

...

 

 

(사진은 alex gouliaev, 발란신의 '돌아온 탕자'를 추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이 단편은 예전에 여러 부분을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이야기의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물론 중후반부는 중간중간 빠져 있지만)

 

맨 앞 부분(Night : 코즐로프와 미샤의 이야기 중에서) : http://tveye.tistory.com/4118

숙취로 고생하는 미샤와 차이코프스키에 대한 대화 : http://tveye.tistory.com/3253

아침, 여분의 수완, 바느질 : http://tveye.tistory.com/3465

다들 똑같아지면 재미없음, 싫지 않은 것과 보통과 별로 사이 : http://tveye.tistory.com/5087

백조 솔로를 추는 미샤 : http://tveye.tistory.com/3146 

사과파이를 먹는 코즐로프와 미샤 : http://tveye.tistory.com/3165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너무 힘들어서 토할 것 같은 하루를 보낸 후...

마음의 위안을 위해 슈클랴로프 화보 잔뜩 투척 중..

 

먼저 지난번 올렸던 사진사 Enrico Della Valle가 찍은 슈클랴로프의 알리 화보 몇 장

 

 

사진사 : Enrico Della Valle

 

 

사진사 : Enrico Della Valle

 

 

사진사 : Enrico Della Valle

 

 

 

지금부터는 China Ballet Magazine의 Wang Xiaojing이 찍은 화보들.

 

지금 마린스키가 중국 투어 중이라서... 이 무대에 올라온 슈클랴로프 화보들 몇 장 올려본다.

 

이건 나제즈다 바토예바와 함께 한 in the night. 세 장.

 

이 작품은 세 커플이 순서대로 등장하는데 의상을 보니 제일 첫 커플로 나오나보다. 좀 아쉽다, 세 커플 중 개인적으론 첫 커플이 제일 춤도 재미없고 안무도 별로 맘에 안 들어서 ㅠ

 

근데 이 작품은 두번째 커플은 전형적인 귀족적 아다지오를 춰야 해서 키 큰 남자가 나오고, 세번째 커플은 격렬한 감정을 표현하다보니 연기파 남녀가 나오는데 바토예바와 슈클랴로프는 둘다 예쁘장하고 어려보여서 아무래도 첫 커플에 갖다놓은 듯하다.. (보통 마지막 커플에는 로파트키나 같은 프리마가 나온다. 두번째 커플에는 이반첸코 같은 고전적 프리미에르 당쇠르 스타일이 나오고...)

 

어쨌든 화보를 보니 너무 예뻐서 슈클랴로프라면 첫번째 커플로 등장해도 열심히 봐주리라 하는 마음이 든다...

 

 

 

 China Ballet Magazine, Wang Xiaojing 사진.

 

 

 China Ballet Magazine, Wang Xiaojing 사진.

 

 

여기서부터는 발란신의 스코틀랜드 심포니. 이 작품 얘긴 전에 슈클랴로프 화보 올렸을때 한 적이 있어 생략..

상대는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

 China Ballet Magazine, Wang Xiaojing 사진.

 

으음... 발란신도 이 작품도 안 좋아하지만... 슈클랴로프의 화보 볼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 사람이 이렇듯 화사하게 등장한다면 또 열심히 무대를 봐주고 싶다...

 

스코틀랜드 심포니 사진 몇 장

 

 

 

 China Ballet Magazine, Wang Xiaojing 사진.

 

 

 China Ballet Magazine, Wang Xiaojing 사진.

마지막 화보는 방긋 웃는 이 사람 모습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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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