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박물관이라고 계속 썼지만 '장식미술 박물관'이란 명칭이 더 정확한 듯. 체코어로는 Uměleckoprůmyslové museum. 요세포프 지역의 Listopadu 거리에 있다. 바로 건너편에는 루돌피눔이 있다. 집에서 걸어가니 15분 정도 걸렸다.
오늘도 눈발이 날렸고 바람이 꽤 세게 불어서 체감온도가 낮았다. 블타바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외투에 달린 모자를 썼는데도 피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돌아오니 머리가 멍멍했다.
박물관 소장 전시와 특별전시를 합쳐서 120코루나 티켓을 샀다. 특별전시는 matchbox 라는 제목이어서 난 다양한 성냥갑 디자인에 대한 전시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매치박스는 장난감 모형자동차들 시리즈의 이름이었다. 몇십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무수한 모형자동차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아이들이 바글거리며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별로 그쪽에 큰 흥미가 없어서 가볍게 둘러보고 소장 전시실로 갔다.
이게 그 매치박스 전시 포스터.
내부 사진은 찍지 않았기 때문에 박물관 홈페이지(www.upm.cz)에서 가져온 이미지들 몇 장으로 대신한다.
각종 유리 공예, 도자기, 섬유와 의상, 금속 공예품, 시계, 가구, 포스터와 사진들, 보석 장신구, 북 아트 등 다양한 전시실이 이어졌다. 사실 미술이란 영역은 아주 광범위한데 나는 예술로서의 미술이라면 고전적인 회화와 현대 미술의 총아인 비디오 아트, 사진 쪽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이런 공예와 장식미술 작품들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이전에 직장에서 몇 년 동안 미술 관련 업무를 맡았는데(요즘은 미술이란 표현보다는 시각예술 이란 표현을 쓴다), 그때도 이 광범위한 분야를 한꺼번에 시각예술로 통칭하다보니 공예나 조각, 서예, 장식미술 등을 전공한 작가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해가 간다..
전시는 모두 재미있었고 눈을 사로잡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작품들이 즐비했다. 난 유리나 금속보다는 도자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옛날 찻잔이나 티포트를 보는 것이 즐거웠고 해시계나 12궁도 등이 응용된 시계들, 나침반, 각종 장신구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오늘 옛 가구들을 주욱 보면서 내가 바로크 시대의 목재 테이블과 책상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반원형의 매끄러운 나무 책상 하나만 갖고프다!!
아르누보 시대를 좋아하기 때문에 당시 포스터들을 보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의상 전시실은 전시품이 너무 적어서 아쉽긴 했는데, 옛날 귀족 아가씨가 입던 드레스를 보니 기장이 짧은 것이, 역시 옛날에 태어났으면 나는 호빗이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입어보고 싶었다 :)
드레스나 의상도 그렇고 공예작품들도 그렇고 역시 대량생산의 시대로 접어들자 화려하고 아름다운 디자인들은 퇴색하고 점점 볼거리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게 꼭 나쁘다는 건 물론 아니다. 이 박물관에 전시된 대부분의 옛 아름다운 전시품들은 귀족들과 부르주아들의 생활 용품이었으니까. 귀족으로 태어나지 않는 한 그 시대에 살아봤자 좋을 건 없었을 거고. 사실 귀족으로 태어났다 해도 그건 희생과 착취를 토대로 한 향유였을 것이다. (하긴 그렇다고 지금 이 순간의 사회가 완전히 평등한 것도 아니고 불균형과 착취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어쨌든 1920년대까지의 아르누보 디자인들에서 갑자기 30년대 이후로 넘어오면서 의상과 공예품, 가구들이 칙칙해진 건 사실이다 ㅠ.ㅠ 특히 여자 옷... (정작 자신은 맨날 블랙에 레드, 단순한 스타일만 추구하면서 보는 건 아르누보를 즐긴다 -_-)
홈페이지에는 이미지가 너무 적게 올라와 있어 아쉽다. 몇 장 올려본다.
옛날 전시품만 있는 건 아니어서 이렇게 1920년대 찻잔과 티포트도 있었다. 이 세트 무척 맘에 들어서 좀 갖고팠다. 안 그래도 요즘 티포트와 찻잔을 사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지하철 타고 아울렛 매장에 갈 엄두를 못 냈다.
오늘 이 박물관 샵에서 괜찮은 포트와 찻잔 있으면 살까 했지만 생각보다 물건이 없었고 그나마 전에 큐비즘 박물관 샵에서 봤던 입체주의 티포트와 찻잔이 대다수였다. 비싸서 포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