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도 거의 하나같이 좋고, 뚜렷하고 매력적인 세명의 캐릭터인 토스카, 카바라도시, 스카르피아도 멋지다.
스토리는 그야말로 통속적이어서 숨쉴틈 없이 빵빵 터지는 것이 아마 그 당시엔 막장드라마 저리가라였을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스카르피아. 원래 바리톤을 좋아하는데다 예술작품에 등장하는 카리스마 있는 비열한 캐릭터도 좋아하기 때문에 스카르피아에게 휙 넘어가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볼 때면 무조건 토스카에게 100% 이입되는 것이다. 최고의 디바에다 열정적이야, 아름다워, 게다가 용기도 있고 심지어 머리도 좋아! (..스카르피아에게 속은 걸 보면 머리가 아주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통행증 다 쓸때까지 기다렸다가 찔러 죽이는 걸 보면..)
특히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부를 때쯤이면 400퍼센트 싱크로되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남을 해한 적 없고 성모님 제단에 꽃도 바치고 보석도 바쳤는데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라고 애끊는 절규를 하는 토스카를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카바라도시는..
그래, 고등학생 땐 좋아했었지. 레지스탕스 예술가, 멋지다!
그러나 해가 가고 나이를 먹을 수록 이 친구 볼 때마다 답답해 미치겠다. 어휴, 어휴, 어휴..
신념에 따라 친구를 숨겨주는 것까진 좋다. 멋지다. 근데.. 보나파르트가 승전했다는 뉴스를 듣자마자 이성을 상실하고 만세를 외치는 건 뭐냐고 ㅠㅠ 토스카가 사색이 되는 거 안보여? 스카르피아의 눈이 매처럼 번쩍이는 게 안보이냐고.. 아휴... 왜 제 무덤을 파니 흐흑.. 이 바보야.. 너 때문에 토스카가 얼마나 고생을 하니 심지어 사람까지 찔러 죽이잖아..
그래서 카바라도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의 정도는 관람하러 갈때마다 달라진다. 즉 노래를 잘하고 멋있는 테너가 나오면 몰입도가 올라가고 '저 멋있는 레지스탕스 예술가여!' 이렇게 되는 반면 반대일 경우 '카바라도시 찌질한 놈!' 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맨 처음 접한 카바라도시가 도밍고였고(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이 틀어준 비디오로 처음 봤다. 맨 처음 접한 오페라였는데 그야말로 훅 갔다!) 그의 노래로 입문한 이상 내게 있어 최고의 카바라도시이자 스탠다드는 도밍고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ㅠㅠ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를 떠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아리아가 바로 카바라도시의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이다. 맨 처음 비디오 필름에서 도밍고가 초췌한 모습으로 흐릿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 노래를 부르는데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지금도 가끔 이 노래 들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
갑자기 왜 이렇게 토스카와 이 노래에 대한 얘길 길게 늘어놓았느냐면..
주말에 토스카 dvd를 봐서^^ 룸메이트가 스스로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새 토스카 dvd를 사왔던 것이다. 요나스 카우프만 버전이었는데 이 사람은 꽤 훈남 카바라도시라서(노래도 괜찮고) 나의 애정도는 상승하여 보나파르트 승전 만세를 외치는 순간에도 '그래, 저 정도면 만세 불러도 돼' 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역시 나의 최고의 카바라도시는 도밍고 오빠.
옛날 버전을 유튜브에서 찾았다. 도밍고는 이 노래를 워낙 자주 불렀기 때문에 이게 최고 버전은 아닌데, 그나마 연결 상태가 좋은 거라서 올려본다^^
우리 나라 배가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러시아에서 가끔 저 서양배를 사먹으면 어찌나 푸석푸석하고 들척지근하고 맛이 없는지..
역시 저는 이 그림에서 화려한 테이블보와 티포트, 찻잔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 서양배는 러시아어로 '그루샤'라고 해요. 저는 서양배를 볼 때마다 마크 벰의 소설 '아이 오브 비홀더'가 생각나요. 영화도 재밌게 봤지만 원작 소설이 훨씬 흥미롭고 매력적이죠. 그 소설의 여주인공 조애나 에리스가 가끔 배를 먹어요. 조애나가 배를 먹는 장면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연계되어 있어 짠한 느낌이 들죠. 오랜만에 아이 오브 비홀더나 다시 읽어볼까봐요. 근데 이제 머리가 굳어서 원서를 읽으려면 엄청나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ㅠㅠ
미하일 브루벨, Портрет Т.С. Любатович в роли Кармен (카르멘 역의 류바토비치 초상화)
아마도 류바토비치는 당대 오페라 가수였겠지요? 카르멘 분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노어로 Т.С. Любатович 라고 되어 있습니다. Т.С.는 이름과 부칭의 약자예요. 영어식으로 하면 T.S 가 되겠죠. 저 약자가 들어갈 수 있는 러시아 여자 이름은... 조심스럽게 타마라 세르게예브나 정도로 예측해봅니다.
예약 포스팅 두번째도 역시 레프 박스트의 발레 뤼스를 위한 의상 일러스트예요 이것은 다프니스와 클로에 라는 발레를 위한 의상 디자인입니다. 저도 모리스 라벨이 이 발레를 위해 작곡한 동명의 음악밖에 못들어봤어요, 발레는 못봤구요. 라벨의 음악은 참 좋아요. 원래 라벨을 좋아해서 그런가...
프랑스식 이름인 레옹 박스트라고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저는 원래 러시아 이름인 레프 박스트가 더 좋아요. 오랜만에 박스트의 발레 뤼스를 위한 의상 디자인 일러스트 한점 올려드립니다. 발레 뤼스의 에코와 나르키소스에 대한 발레를 위해 박스트가 디자인한 의상이에요.
화사한 정물화를 잘 그렸던 팡땡 라뚜르의 꽃 그림이에요. 프랑스 문학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이 화가의 이름이 낯익을 거예요. 카르티에 라탱에 모여 있는 19세기 시인들을 그려놓은 작품. 바로 거기에 베를렌느와 소년 랭보가 그려져 있거든요.
저도 처음엔 그 그림 때문에 이 화가를 알게 되었는데 어느날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전시실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맘에 드는 화사한 꽃 그림을 발견했어요. 화가 이름을 보니 팡땡 라뚜르였지요. 꽃 그림도 예뻤고 물의 요정 나이아드 그림도 정말 아름다웠어요. 랭보 초상화로만 알고 있던 화가의 작품들을 그 전시실에서 만나는 순간, 그리고 그 작품들이 마음에 쏙 드는 순간 정말 행복했어요.
이 모란꽃 그림은 그의 다른 꽃 그림보다는 더 화려하고 색채가 선명한 편이에요. 전 가끔 피곤하고 지칠때 꽃 그림을 보면 기분이 나아지더라구요. 여러분도 즐감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