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에 제일 먼저 간 곳은 그리보예도프 운하와 궁전 광장이었다. 숙소가 네프스키 거리의 예술 광장 근처에 있어서 산책 코스가 거의 항상 저렇게 된다.
그래서 궁전 광장 쪽으로 걸어가 아틀라스들과 알렉산드르 기념 원주 꼭대기에 서 있는 천사에게 인사를 했다. 물론 광장의 돌바닥에도.
내가 페테르부르크, 아니, 입에 붙은 대로 하면 뻬쩨르에 오면 항상 인사하러 가는 장소가 몇 군데 있는데 그 중 가장 먼저 들르는 대상이 예술 광장의 푸시킨 동상, 뾰뜨르 대제의 청동기마상, 그리고 이 궁전 광장의 천사상이다. 참 일관적이기도 하지.
저 원주와 천사상 역시 이 도시의 랜드 마크 중 하나. 십여 년 전 이 광장과 저 천사상을 배경으로 짧은 글을 한 편 썼다. 그땐 다시 뻬쩨르에 돌아올 수 있을지 모호한 시절이었고 이 도시에 대한 연서처럼 글을 썼다. 그 글에서 나의 주인공은 소비에트 권력자들의 별장 초청을 무시하고 백야의 뻬쩨르를 쏘다니다가 이 광장의 저 원주, 천사상 아래에서 춤을 춘다.
그 이후 나는 그 주인공을 오랫동안 침묵 속에 묻어두었다. 그리고 2012년, 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애를 살려냈다. 가을이 되었을 때 이곳을 거닐며 그 순간을 생각했다. 그래서 이곳은 내게, 그리고 지금의 그 인물에게 매우 중요한 곳 중 하나이다.
천사상.
안녕, 궁전 광장.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황금빛 돔의 이삭 성당.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russ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베르에서 사 온 까르또슈까와 메도빅 (8) | 2014.04.02 |
---|---|
수도원, 월귤 주스와 사과 파이, 부활절 차 (2) | 2014.04.01 |
역시 여기는 뻬쩨르, 눈이 펄펄 (2) | 2014.03.31 |
카페에서 잠시 쉬는 중 (0) | 2014.03.30 |
만국 공통의 게임? (1) | 2014.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