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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엔 자정 쯤 누웠으나 잠은 한시 즈음에나 들었던 것 같다. 피곤하게 자다가 역시 새벽에 깼다가 도로 자기를 반복. 꿈도 정신없이 꿨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지금 묵고 있는 첫 숙소는 조식 추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늦잠을 자고서 어슬렁어슬렁 아점을 먹으러 갔다. 오늘은 앞서 올렸던 카페 피나비야(빌니아우스 거리에 있음. 위 사진이 카페 전경)에서 버섯과 치즈가 든 키비나이와 홍차로 아점을 먹었다. 집 근처에 이런 맛있는 빵집이 있으면 참 좋겠다 흐흑. 이런 키비나이/엠파나다/피로죡 등 속을 넣어 구운 파이 종류를 좋아하는데. 돌아가면 생각날 것 같다. 내가 영원한 휴가님이 추천하셨거나 데려가주신 곳(=검증된 곳)에서만 빵을 먹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리투아니아의 빵이 맛있다. 심지어 어제 저녁 먹은 양식 레스토랑에서 내준 큐민 넣은 흑빵도 맛있었다. 이 동네 빵은 러시아에서 먹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고 프라하보다는 분명히 확실히 훨씬 맛있다!



키비나이로 아점을 먹은 후, 영원한 휴가님께서 아이들과 함께 나오셨다 하여 어제 갔던 크루스툼 카페 앞 분수대까지 쭉 걸어올라갔다. 아가들이 정말 너무너무 천사처럼 귀여웠다 :) 아이들이 분수에서 동전과 돌멩이와 녹슨 열쇠 등속의 각종 보물을 사냥하고 길거리의 모래 더미를 등산하고 어제 갔던 곳과는 또 다른 정교 사원의 뒤뜰에서 민들레와 무당벌레랑 노는 것이 정말 이뻤다.



수퍼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주고(큰 아가가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하고 계속 먹고 싶어했다 ㅎㅎ 그래서 곁에서 내가 주워먹기로 아이스크림 단어를 외우게 됨), 어제 우주피스에서 영원한 휴가님이랑 야외 테이블에서 파이랑 레모네이드 먹었던 그 빵집 분점이 근방에도 있어 거기서 아이들에게 카눌레와 브라우니, 오렌지 주스를 먹이며 놀았다. 이 과정에서 나는 주스라는 뜻의 술티스, 작은 유리컵이란 뜻의 스티클렐레 단어 두 개를 더 외울 수 있었다 :) 아가들이 낯을 가렸으나 아이스크림과 카눌레와 레모네이드에 담겨 있던 각얼음 제공에 힘입어 젤 처음 특히 낯가리던 아가가 헤어지면서는 포옹도 해주고 뽀뽀도 해주어 심장이 다 녹았다 :)))









이것이 그 빵집. 1953년에 연 브랜드인가보다. 빵이 다 맛있어 보였음!





영원한 휴가님과 천사 아가들이랑 헤어진 후에 나는 필리모(이런 이름이었던 거 같음) 거리를 따라 쭈욱 올라가서 호텔이 있는 게디미나스 대로 쪽으로 갔다. 은근히 걸어야 했는데 아마도 금요일부터 계속 강행군에 어제 많이 걸었기 때문인지 다리가 너무 아파져서 일단 호텔 건너편 올리브영 같은 곳인 드로가스에 가서 핸드크림을 사고, 수퍼에 가서 물을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 방 청소가 아직도 안 되어 있고 ‘청소해 주세요’ 표찰도 그대로 걸려 있었다 ㅠㅠ 3시도 넘어서 돌아왔건만. 이게 뭔가 싶다가 다 귀찮아서 ‘청소해 주세요’도 빼서 방에 넣어뒀는데 30분쯤 후에 노크와 함께 ‘지금 청소해드릴까요?’ 하고 묻는 직원... 그러면 방을 잠깐 나가 있어야 하는데 이때 다리가 너무 아팠기 때문에 ‘아니 오늘은 괘안아요’ 라고 답했다. 그런데 잠시 후 나는 근처 카페에 당분과 카페인 섭취하러 나갔으므로 그냥 청소해달라 그럴 걸 그랬나 싶음. 나는 딱히 방을 어질러놓는 편이 아니어서 하루쯤 청소 안해 줘도 아무 문제는 없다만 욕실의 다 쓴 타월 치워주는 건 좀 필요했는데. (좀전에 호텔 안내문을 잘 읽어보니 청소는 8시~저녁 6시 사이에 한다고 적혀 있음. 아니, 아무리 그래도 보통 호텔은 손님이 방에서 나가고 나면 체크를 해서 두어 시간 사이에는 해주는 편인데... 흐흑)









다리가 너무 아프고 피곤하니 오늘은 호텔 근처에 있는 이 동네 카페 체인점에 잠깐 가서 애프터눈 티와 단것을 좀 먹고 들어오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오늘도 7.2킬로, 1만보 넘게 걸었음) 그래서 5분 거리에 있는 카페인이라는 곳에 갔다. 여기는 리투아니아에 거의 제일 처음 생긴 커피숍 체인으로 당시 다른 곳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치즈케익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치즈케익 먹을까 했는데 쟁반에 라즈베리, 피스타치오, 초콜릿 에클레어가 왕창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나의 에클레어 사랑이 용솟음쳐 차 한잔과 초코 에클레어를 주문해 창가 테이블에 앉아 그것을 먹었다. 에클레어가 은근히 맛있었는데 냉장을 하지 않았는지 초콜릿이 줄줄 녹아 손에 묻었다(포크를 안 줌 ㅠㅠ) 그거 빼곤 좋았다. 차도 티백이었지만 마실만 했다. 사실 아가들과 있을 때 중간에 레몬 맛 화이트초코 코팅된 하드도 먹었는데 어째서 왜 초코 에클레어가 이렇게 맛이 있으며 키비나이 먹을 때도 차를 마셨는데 오후의 차는 또 왜 이리 쫙쫙 흡수가 되는지 ㅋㅋ





카페인에 앉아 바르샤바에서 빌니우스 올 때 비행기 안에서 반쯤 읽었던 키다리 아저씨를 가져가 마저 읽었다. 이 책은 순정만화 틀의 원조라고들 하지만(그래서 폄하될 때가 많지만) 사실 나는 진 웹스터의 이 소설을 상당히 좋아한다. (작은 아씨들은 내겐 어딘가 설교조로 느껴져서 딱히 안 좋아함) 굉장히 잘 쓴 소설이고 인물을 정말 잘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 다시 읽으면 주인공 주디가 하는 말들 중 구구절절 인생의 지혜가 서린 얘기들이 있어 그것이 좋다. 옛날에 속편인 dear enemy도 사서 읽었는데(여기서는 주디의 대학 절친인 샐리가 주인공임) 이사를 거듭하면서 그 책을 헌책방에 처분했음. 근데 다시 읽고 싶음. 내가 샀던 책은 이미 절판됐는데 다른 출판사에서 딱 한권 나와 있는 것 같다. 돌아가면 주문해볼까 싶음. 속편은 오리지널만큼의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역시 재치와 유머가 있다. 나는 유머감각 있는 작가가 좋다. 내 개인적 기준에서는 웃기는 게 울리는 것보다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와 에클레어를 해치운 후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다리가 뿐질러질 것 같고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너무 당겨와서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목욕을 좀 하고는 만사에 게으른 집토끼 모드가 되어 가방에 챙겨왔던 유부우동 컵라면과 누룽지를 먹었다. 그리고 수퍼에 물 사러 갔을 때 ‘앗 에스트렐라 감자칩 신상이다!’ 하고 눈이 멀어 사왔던 감자칩을 조금 먹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것은 내 입맛에 맞지 않아 몇 개만 집어먹고 얼른 밀봉해 두었다. 생각해보니 dill이라고 적혀 있어 신상이라 생각했지만 이미 러시아에서 ‘우끄롭’ 이란 이름으로 사먹어본 적이 있었고 그때도 ‘으윽 뒷맛 안 좋아’ 하며 싫어했던 그것이었다. 러시아어로 적힌 것만 먹다가 영어가 적혀 있으니 나도 모르게 잊어버렸던 듯.










벌써부터 무지 졸려와서 꾹 참고 있다. 책을 좀 읽고 정신 집중이 만일 되면 글이라도 좀 쓰다가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이 호텔은 오래됐지만 리노베이션을 한 곳이라 화려하진 않아도 방이 널찍/깨끗하고(사실 수피리어 더블룸으로 조금 더 넓은 쪽으로 잡긴 했음) 침대가 상당히 편해서 잘 고른 것 같다.




여기 해는 10시 무렵 져서 그때 컴컴해진다. 페테르부르크보다 위도가 낮아서 본격 백야는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이 동네 여름답게 늦게까지 밝은 편임.









이것은 드로가스에서 산 핸드크림과 머리핀! 아무 생각 없이 머리핀 코너를 보고 있다가 ‘for extra thick hair’라고 적혀 있고 곡선으로 휘어서 고정 각도가 큰 이 핀을 발견! 내 머리가 extra thick hair는 당연히 아니다만 나는 너무 생머리라 그냥은 잘 틀어올려지지 않아서 머리를 땋아서 올려 고정시키기 때문에 핀이 커야 한다. 반신반의하며 샀는데 방에 돌아와서 써보니 여유있게 고정되어 뿌듯해짐. 핸드크림도 있는 것들 중 가장 어딘지 오가닉처럼 생겨서 골랐는데 끈적이지 않고 괜찮아서 기분이 좋아짐.









그리하여 내가 리투아니아에서 처음 득템한 것은 뜬금없이 머리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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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