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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2. 17:34

로툰다 카페, 5년 전 오늘 2017-19 petersburg2022. 10. 2. 17:34

 

 

 

 

어제는 6년 전 이맘때 프라하 사진, 오늘은 5년 전 이 날, 페테르부르크. 아스토리야 호텔 로툰다 카페 사진. 10월은 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기에 11월보다도 더 최악의 날씨다. 17년에는 일 때문에 너무너무 바빠서 여름휴가를 갈 수 없었고(18년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어쩌다보니 10월 초에 일주일 좀 넘게 다녀왔다. 아마 추석이 끼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는데 이때 여행을 앞두고 정말 빡치는 인사발령을 받아서(엄청 힘든 업무를 떠맡게 되었음) 무지무지 기분 나쁜 채 여행을 왔었다. 그리고 머무는 내내 매일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비가 주룩주룩 왔다 ㅠㅠ 결국 햇살을 한번도 못봤음. 그래서 호텔에서 많이 놀았다.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아스토리야의 로비 카페 로툰다. 이곳은 모든 것이 훌륭하다(가격 빼고. 하지만 우리 나라 물가를 생각하면 여기는 아주 훌륭했다. 지금은 환율이 올라서 이 동네 물가도 예전보다 비싸진 것 같다)

 

 

망할넘의 푸틴... 빨리 전쟁이 끝나고 더 이상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기만 바라는데 갈수록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절망적으로 변하니 마음이 무척 아프고 속상하다. 

 

 

사진은 노트북 들고 늦은 애프터눈 티 마시러 내려갔을 때. 보통은 잘 차려입은 남녀, 비즈니스 논의를 하러 온 수트맨들, 그리고 나 같은 투숙객들이 들르는데, 나를 포함한 후자는 옷을 대충대충 입고 내려오게 되어 우아한 분위기에 딱 맞진 않지만... 그래도 뭐 투숙객이잖아 싶다... 이 날은 메도빅과 다즐링을 주문. 여기는 차를 시키면 로모노소프 도자기 세트에 제대로 된 레몬과 이 호텔 카페의 시그니처인 플로랑틴 쿠키(이름이 이거 맞았던 거 같은데 긴가민가. 하여튼 매우 맛있음), 잼과 꿀을 아름답게 세팅해준다. (우유는 줬는지 안 줬는지 헷갈리는데 사진엔 안 보인다 나는 원래 우유를 넣어 마시지 않아서... 아마 달라고 하면 줄 것이다) 이 카페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나는 저 로모노소프 시리즈의 찻잔과 종지, 디저트 접시를 하나하나 사 모았다 :) 아스토리야를 떠올리려고. 

 

 

 

 

 

 

 

 

 

이렇게 노트북을 가지고 내려가서 종종 글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패드를 들고 내려가 스케치를 하기도 했다. 이 당시는 스트레스 때문에 1일 1스케치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 제일 잘 나온 건 노트북의 월페이퍼네... 저 월페이퍼 사진은 프라하에서 찍었던 건데 ㅎㅎ 

 

 

 

 

 

 

창 너머로는 니콜라이 1세 기마상이 보이고 몸을 좀 틀면 이삭 성당도 보이는데 사진엔 안 나왔다. 이삭 성당은 사실 아스토리야보다는 그 옆의 앙글레테르 호텔에서 더 잘 보인다. 

 

 

 

 

 

 

아스토리야의 시그니처 빨간 차양. 이 차양은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브레이브버드님과 엽님을 만날 때도 이 아래에서 만났다. 료샤와도 종종 여기서 만나곤 했다. 이제 이 차양 아래에서 그렇게 친구들과 다시 만나게 되는 때가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다. 

 

 

사진은 역시 당시 가지고 다니던 아이폰 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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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엄밀히 말하자면 딱 1년 전은 아니고 1년하고 한달 쯤 전이다. 블로그 이웃인 bravebird님과 페테르부르크에서 조우했었다. 항상 장난삼아 '언젠가 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나요~'라고 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이삭 광장의 아스토리야 호텔 빨간 차양 아래에서 만났다. 6월이었지만 비바람이 불고 매우 추운 날씨였다. 나는 무슬림처럼 머리에 스카프를 칭칭 두르고 나갔다.

 

다음날 우리는 고스찌에서 점심을 먹고 아스토리야의 로툰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케익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해가 질 무렵 함께 청동기사상에게 가서 황제에게 인사를 하고 네바 강변을 거닐며 백야의 석양을 만끽했다. 그리고 어두워진 골목을 걸어서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bravebird님이 먼저 귀국하시고 며칠 후 나는 다시 그 아스토리야 호텔 빨간 차양 아래에서 다른 블로그 이웃분인 엽님을 만났다. 그때도 역시 무척 즐거웠다.

 

떠나는 날 아침에는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로 pica님을 만나 돔 끄니기 2층 카페에서 같이 아침을 먹기도 했다. 작년 6월은 내게 무척 힘든 시기였지만 대신 좋은 분들을 세분이나 만나게 되어 이것만은 큰 기쁨이었다.

 

 

얼마전 프라하에 갔을때도 이웃분인 영원한 휴가님과 그야말로 번개치듯 갑자기 드레스덴에서 만났다. 이렇게 번개치듯 만난 분들이 다들 좋은 분들이라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작년 6월, bravebird님과 아스토리야 로툰다 카페에서 차 마시며 찍은 사진 몇 장 + 그리고 차 마신 후 산책하러 나가다 찍은 사진 두 장.

 

 

 

 

사진들에서 서로의 얼굴을 교묘하게 잘라내느라 ㅋㅋ 몇 장은 귀퉁이가 좀 잘려나갔다.

 

 

 

 

이것은 내가 시켰던 안나 파블로바. 머랭과 바질, 생크림과 딸기가 들어간다. 그런데 내 입맛엔 좀 안 맞았음 ㅜㅜ

 

 

 

 

이건 bravebird님이 주문하신 레몬 무스 케익(..이었다고 추정됨) 이것은 새콤하고 맛있었음.

 

 

 

 

로툰다 카페 창 너머로는 이삭 성당이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이다.

 

 

 

 

이건 폰으로 찍어서 어둡게 나왔네... 피아노도 연주해준다 :)

 

 

 

 

 

 

 

이건 전에 한번 올린 적 있음. bravebird님께서 갑자기 내게 짠 하고 내밀어주신 깜짝선물 :)

 

 

 

 

 

 

그리고 우리는 같이 이 길을 따라 해군성 공원을 지나 청동기사상 앞으로, 그리고 네바 강변으로 산책을 하러 갔다. 사진 오른편 아래에 그 빨간 차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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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17. 23:00

이런 색깔 쿠션과 커버 찾아요 2016 petersburg2017. 1. 17. 23:00




2집에 침대를 들여놓은 후 잠자리는 더 편해졌다만 집은 여전히 좀 썰렁하고, 아직 침대 시트를 사지 않은데다 엄마가 예전에 보내준 분홍색과 하늘색 극세사 이불을 덮고 연분홍색 극세사 패드를 깔고 자고 있다. 뭔가 색깔이 맘에 안 들고 어수선해서 조만간 시트나 이불커버, 쿠션을 사고픈데 긴축재정 중이니 비싼 건 못 사겠고, 근데 예쁜 건 사고 싶으니 이것은 언제나 딜레마임.


사실 저런 색깔/디자인의 커버와 쿠션 사고 싶음. 램프 불빛 켜놓은 실내라 좀 어둡고 노랗게 나왔지만 실제 색깔은 민트블루 + 상아색 감도는 흰색이다. 딱 저런 스타일을 원하는데(아니면 어둡고 짙은 빨강과 하양 조합도 좋아하는데 그 색채는 지금의 2집에는 도저히 안 어울릴 거 같다 - 2집은 분명 색맹이 디자인했다... 하얀색과 형광연두색으로 벽과 선반이 칠해져 있다 ㅠㅠ)


이런 디자인/색깔의 쿠션이나 베개, 침대 시트/커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아시는 분 알려주세요~ 근데 너무 비싸면 울어버릴 거에요 (광고글은 말고요 흑)




사실은... 램프도 사고 싶... ㅠㅠ 흑흑 요 며칠 너무 스트레스 받나봄.





이렇게... 사실 커튼도 있었음 좋겠... 엉엉....

(여기 2집 창문에 달린 블라인드 너무 허술하고 안 이쁨 흑)


...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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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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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22. 22:48

두 달 전, 로툰다 카페에서 2016 petersburg2016. 8. 22. 22:48



거의 두달 전. 페테르부르크. 이삭 성당 맞은편 아스토리야 호텔의 로툰다 카페에서.


이즈음 뭔가를 잘 못먹었다. 이 날은 늦게까지 자다가 아점저...로 카페에 와서 호기 있게 애프터눈 티 세트를 먹었다. 여기는 러시안 애프터눈 티 세트를 선택하면 디저트 뷔페를 이용할 수가 있다. 물론 여기 물가로 치면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당시 환율 덕에 예전보다는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근데 빈속이라 샌드위치와 양배추 파이, 쇠고기 파이를 먼저 먹다 보니 결국 달콤한 디저트는 얼마 못 먹었다. 원래 뷔페 같은 데 가면 본전 못찾는데는 으뜸이라 ㅠㅠ


책 읽으려고 바리바리 싸가지고 갔었지만 집중이 안돼서 그냥 차 마시고 인터넷 서핑하고 멍때리고... 이날이 블로그 이웃님인 엽님께서 모스크바를 경유해 페테르부르크에 오시는 날이라 문자인가 톡으로 택시 타는 법 등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엽님, 그게 벌써 두달 전이에요 ㅠㅠ







창 너머로는 니콜라이 1세 기마상이 보인다...


...



이 아스토리야 호텔은 유럽 호텔과 더불어 나의 페테르부르크 로망의 호텔이었는데 후자와는 달리 여기선 아직 못 묵어봄. (너무 비싸다ㅠㅠ) 그래서 차 마시고 밥만 먹어봤다 흐흑... 언젠가는 화수분이 터져서 여기서 꼭 묵어보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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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젠 자정 되기 전에 누웠는데 새벽에 몇번 깬 후 오늘도 늦게 일어났다. 계속계속 졸렸다.

 

돌아가기 전까진 오늘만 날씨가 좋다고 해서 원래 오늘 수도원이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갈까 했지만 생각보다 날씨가 좋지 않았고 다리도 많이 아팠다. 어제 바리쉬니코프 전시를 보고 와서 그런가 오늘은 어쩐지 러시아 박물관 생각이 나서 거기 가기로 했다. 며칠 전 사다놨던 에클레어와 체리로 아점을 때우고 나와서 버스를 탔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그런지 사도바야 거리에서 판탄카로 돌아나가는 길이 굉장히 밀렸다. 버스 안에서 고생한 후 내렸는데 날이 싸늘했다. 그래도 판탄카 쪽 가판대에서 아이스크림 한개 사먹었다. 이제 마로제노예 먹을 수 있는 날도 거의 없네... 한국 돌아가면 다시 아이스크림은 쳐다보지도 않는 생활이 시작되겠지. (원래 유지방 소화를 못시켜서 아이스크림을 못먹는데 페테르부르크에선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아니면 여기 아이스크림이 유지방 함량이 낮은지-맛은 안 그런데- 배가 안 아픈 편이다)

 

 

오늘 먹은 건 에스키모 크렘 브륄레. 맛있었다.

 

..

 

일년만에 러시아 박물관에 다시 왔다. 박스트는 올해 150주년인가 뭔가여서 투어를 갔기 때문에 그림이 아예 통째로 없어 슬펐지만 니콜라이 게의 못봤던 그림이 몇점 나와 있는 등 또 나름대로의 수확이 있었다.

 

금발의 가브리엘과 브루벨의 악마를 다시 봐서 행복했다.

 

두어시간 쯤 전시를 본 후 나왔다. 날씨가 싸늘했다. 카톨릭 성당 뒤에 있는 클래식 음반가게에 가서 글리에르의 청동기사상이 있느냐 물었지만 주인 남자는 자기가 이 가게를 하는 동안 그 음반이 들어온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컴퓨터로 모든 카탈로그를 검색해본 후 매우 유감스럽게도 없다고 했다. 어디서 이 음반을 구한다지... 나중에 네프스키로 나가서 다른 클래식 음반 가게에도 갔지만 없었다. 후자는 전보다 음반이 더 줄어들어 있었다. 전에는 지휘자별로 되어 있어 페도토프와 테미르카노프도 종종 득템했건만 왜 퇴행한거야...

 

자리가 있으면 징게르 카페에서 이른 저녁이나 먹을까 했지만 역시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하긴 성수기니 이른 아침 아니고서는 이 카페에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올해는 포기해야 하려나싶다.

 

그냥 우리 호텔 9층 식당에서 전망이나 보며 저녁먹어야지 하고 버스를 탔는데 사람이 너무너무 많은데다 너무 피곤했다. 갑자기 너무 어지럽고 피곤해서 그냥 이삭 성당 앞에서 내렸다. 곧 집에 돌아가니까 아스토리야에 가서 밥을 먹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아스토리야 호텔에 갔다. 마침 그때 료샤가 전화를 해왔다. 일끝났다면서 박물관에 있으면 데리러 온다 해서 '배고파서 아스토리야에 가고 있었어'라고 하자 되게 신기해했다.

 

료샤 : 나 지금 아드미랄쩨이스까야 지나고 있어.

(이삭성당에서 제일 가까운 지하철역임)

나 : 엥, 너네 사무실 그쪽 아니잖아.

료샤 : 미팅이 W호텔 쪽이었어. 마치고 나가고 있었어. 도로 간다.

 

(W호텔도 이삭성당 근처에 있음)

 

나는 너무 피곤해서 먼저 아스토리야 카페에 들어갔다. 아스토리야 호텔은 얼마 전인지 재단장을 해서 로비의 카페 로툰다와 다비도프 바, 그리고 안쪽의 아스토리야 카페로 구분이 되었는데 후자는 이름이 카페인 것이지 하얀 테이블보와 초, 꽃이 깔려 있는 레스토랑이다. 나도 로툰다에만 가보고 후자엔 가본적이 없었다. 어쩐지 테이블보가 좍 깔려 있는게 좀 부담스러워서. 그런데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그냥 가봐야지 했는데 마침 료샤가 와서 덜 뻘쭘... (왜냐면... 난 오늘 박물관 가려고 빨간 운동화를 신고 왔기 때문이지... ㅠㅠ)

 

(아스토리야는 마린스키와 행사를 많이 하고 그랜드 호텔 유럽은 미하일로프스키와 행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다행히 빨간 운동화와 파랑하양 체크무늬 로브 원피스를 대충 입은 나 대신 내 친구 료샤는 무슨 미팅에 다녀오느라고 양복을 잘 빼입고 민망하기 짝이 없는 번쩍번쩍 시계를 차고 있었다. (제발 그런 시계 좀 차지 마 엉엉...) 나는 보르쉬와 처음 보는 생선인 깜발라(지중해에 사는 하얀 고기라고 해서 시켜봄) 구이, 크랜베리 모르스를 주문했고 료샤는 뭘 잔뜩 먹고 왔다면서 탄산수만 주문하려고 해서 내가 눈치를 줬다.

 

나 : 야아, 뭐라도 하나 먹어야지 ㅠㅠ

료샤 : 나 배부른데... 손님들이랑 이것저것 먹었어.

나 : 나 혼자 먹는 거 뻘쭘하잖아 ㅠㅠ

료샤 : 뭐가 뻘쭘해. 아무데나 들어가서 혼자 잘 시켜먹으면서!

나 : 동행 있는데 혼자 먹는 건 싫단 말이야 ㅠㅠ 빨랑 아무거나 하나 골라. 케익이라도...

료샤 : 독재자! 그러면 나는 햄버거 먹을거얏!

나 : 엥, 배부르다며!!

료샤 : 그래도 먹고 말겠다! 여기 햄버거 맛있단 말임...

 

그리하여 나의 독재로(ㅜㅜ) 료샤는 수제버거와 탄산수를 시키고(ㅋㅋ 다 먹고 배터졌을 거야 ㅠㅠ)...

 

이곳 보르쉬도 맛있었다. 빵도 맛있었고 깜발라 구이는 감자 퓨레와 짭짤한 양송이 구이가 올라가 있어 맛있었다. 고수만 없었음 딱 좋았을텐데 왜 자꾸 고수를 넣어주나요 허헝..

 

료샤는 배부르다더니 자기 버거를 몇입에 다 해치우시고는 내 깜발라 구이도 뺏아먹고, 짠 거 먹었더니 단 게 먹고 싶다면서 내 모르스도 반이나 뺏아 마셨다. 뭐냐 너!!! 돼지!!!

 

..

 

밥을 먹고 나서 료샤가 호텔까지 데려다 주었다. 내가 좀 걷고 싶어해서 차는 아스토리야 쪽에 놔두고 운하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날이 싸늘했다. 빗방울이 곧 떨어질 것 같은 날씨였다. 체크무늬 로브 원피스는 7부 소매이긴 한데 얇은 편이라 바람 불어 좀 추웠다. 그래서 친구가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 재킷을 벗어주었는데 나는 평소같으면 '됐어!' 할 것을 오늘은 추워서 냉큼 받아 입었음. '엥, 너 왜 오늘은 거절 안해!' 하고 료샤가 눈을 둥그렇게 뜸. 미안하다 친구야 나도 추워서 살고 보려고 그랬어 ㅠㅠ 그래도 너는 80킬로 넘으니까 좀 괜찮겠지??

 

그래도 재킷 빌려준게 고마워서 방에 같이 와서 친구에게 따뜻한 차 한잔 우려줌. 새로 산 로모노소프 그젤 찻잔에 ㅋㅋ 아스토리야에서 준 초콜릿 곁들여서 우려주니 좋다고 잘 마셨다. 체리를 씻어 컵에 쏟아놓으니 나보고 대체 여기 와서 체리를 얼마나 많이 먹은 거냐고 묻는다. 그래서 '몰라, 매일매일 먹고 있어. 아침저녁으로...'라고 대꾸했다.

 

 

 

밤이라서 나는 잠 안 올까봐 차 대신 근처 베이커리에서 사왔던 모르스를 마시고 있다. 냉장고에 넣어두어서 시원하다. 모르스를 꺼내는 나를 보고 료샤가 또 혀를 찼다. 모르스는 대체 얼마나 많이 마시고 있는 거냐고 한다. 그래서 '체리처럼 하루에 한번 이상씩 먹어'라고 대꾸했다. 그러고보니 나는 여기 와서 매일매일 체리랑 모르스를 먹고 있나보다... 돌아가면 못먹잖아...

 

그 얘길 했더니 료샤가 '음, 나도 한국에 가면 노란색 맥심만 맨날 마실지도 모르니 이해해주마' 라고 했다. 그래, 그거야!!

 

..

 

이제 모레 돌아간다... 자고 나면 하루 남는 거네... 근데 내일 뇌우가 치고 비 오고 바람 분다고 한다...

 

** 이번 페테르부르크 얘기들을 '2016 페테르부르크' 폴더를 만들어 거기 옮겨놨다. 중간중간 끼어 있었던 공연과 춤 얘긴 그대로 DANCE 폴더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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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