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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미샤와 트로이, 그들의 친구들이 여름에 여럿이 모여 기차를 타고 흑해에 놀러가는 장면을 발췌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에서 그들은 기차 안에서 왁자지껄 떠들고 술을 마신다. (http://tveye.tistory.com/4671)

 

흑해로 놀러간 이 친구들은 이 장편의 도입부에서부터 함께 등장하는데, 모두들 비밀 문학 서클의 일원이다. 이 서클은 트로이와 그의 절친 알리사, 그리고 두어명이 주도하여 만든 것으로 금지된 외국 문학을 번역해 돌려 읽거나 반체제 작가, 지하출판물 등을 읽는 모임인데 주로 레닌그라드 국립대학교와 여타 다른 대학들의 외국어 전공 학생, 문학 전공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미샤는 지인의 소개로 이 서클에 들렀다가 트로이와 친해지게 되었다.

 

그중 소설에 꾸준히 등장하는 인물들은 트로이와 친한 친구들로 료카와 갈랴(둘은 부부이다. 주로 둘의 집에서 모임이 개최된다), 이고리(영화학교 출신. 렌필름 촬영기사), 코스챠, 스베타(미샤를 처음에 데리고 온 친구), 타냐(발레 애호가) 등이다. 그리고 미샤의 팬이라서 억지로 서클에 끼어든 레나라는 소녀가 있다. 이 친구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전에 몇번 발췌한 적이 있다. 다같이 썰매타러 가서 논다든지, 표절작가 쥬진스키에게 이고리가 시비를 걸어 싸우는 이야기라든지, 갈랴와 료카의 어린 딸이 메밀죽 먹기 싫다고 트로이에게 떠넘긴다든지...

 

여기 올리는 이야기는 전에 올렸던 흑해 가는 기차 이야기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에피소드이다. 이야기의 주역은 미샤를 짝사랑하던 소녀 레나와, 물론, 주인공인 미샤이다. 그리고 다른 여인이 하나 더 있다. 그건 이야기 속에서.

 

 

시간적 배경은 1973년 여름. 미샤는 발레학교를 막 졸업하고 키로프 발레단에 입단해 데뷔를 앞둔 시점이다. 친구들과 함께 잠깐 흑해에 헤엄치러 놀러 갔을 때이다. 흑해는 예로부터 러시아 최고의 여름 휴양지였다.

 

 

** 위의 사진은 흑해가 아니고 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강변 풍경이다. 작년 여름에 내가 찍은 것이다. 흑해는 안 가봐서 ㅠㅠ

 

 

** 이 에피소드는 아주 약간 15금 정도의 묘사가 있는데 그나마 그것도 여기 올리면서 내가 자체검열로 좀 수정했음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그들은 알리사 아버지의 인맥으로 해변 근처의 방 세 개 달린 아파트를 싸게 빌렸다. 임신한지 얼마 안 된 갈랴와 료카 부부에게 방을 하나 주고 나머지는 기차를 타고 왔을 때처럼 남녀로 나눴다. 날씨는 아주 좋았고 해변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그래도 수영을 하고 노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매일매일이 레닌그라드에서는 백야의 여름 중 운 좋은 며칠 동안만 누릴 수 있는 찬란하고 뜨거운 날씨였다.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다들 실컷 헤엄을 치고 일광욕을 했다. 알리사는 약한 피부를 보호하려고 어마어마한 양의 수입산 선크림을 발랐지만 별 소용이 없어서 사흘 째 되는 날 코끝이 홀딱 벗겨지고 어깨와 팔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물집이 잡히고 말았다. 갈랴가 속상해 하는 알리사를 욕실로 데려가 얼음으로 마사지를 해주고 시장에서 구한 연고를 발라주었다. 미샤는 알리사만큼 피부가 흰 편이었지만 선크림 덕분인지 타고 난 것인지 조금 그을렸을 뿐 아무리 햇볕을 쬐고 다녀도 전혀 화상으로 고생하지 않아 여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긴 금발의 인형 같은 레나는 해변에서 인기가 좋았다. 또래 소년들부터 2~30대 남자들까지 다채로운 유혹이 쏟아졌다. 레나는 밀려드는 데이트 신청을 도도하게 거절하기도 하고 가끔은 보란 듯이 잘생긴 남자를 골라 팔짱을 끼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한번은 적어도 서른 살은 된 것 같은 콧수염 기른 남자의 추근거림을 받아들여 바에서 시끄러운 재즈 음악에 맞춰 춤까지 췄다.

 

 

 그 바에는 트로이 일행도 모두 와 있었다. 물론 미샤도 있었다. 레나가 왜 그러는지는 뻔했고 타냐와 갈랴는 애가 타서 미샤를 들들 볶았다. 네가 리드를 하지 않으니 레나가 저런 사기꾼 같은 남자와 춤을 추고 있지 않느냐, 분명 유부남일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레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  등등 수다스러운 어미새 두 마리처럼 떠들어댔다. 트로이는 그들의 입을 막고 싶었지만 그보다 먼저 미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처럼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는 적이 없는 애였지만 몹시 귀찮았는지 입술이 가느다랗고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일행은 미샤가 콧수염 기른 남자로부터 레나를 데리고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곧장 연주자들 곁에 앉아 있던 거구의 여자에게 가서 춤을 청했다. 여자는 짙은 화장에 유행이 지난 얼룩덜룩하고 폭이 넓은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아무리 적어도 마흔 살은 넘어 보였다.

 

 

 친구들이 어이가 없어 입을 딱 벌리고 있는 동안 미샤는 그 여자와 시끄러운 재즈 연주에 맞춰 키로프 무대에서는 결코 볼 일이 없을 춤을 췄다. 알고 보니 여자는 연주자들의 매니저였고 몇 년 전까지 바와 클럽을 전전하며 춤을 췄던 경력이 있었다. 자신들의 매니저가 오랜만에 젊은 파트너를 만나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연주자들은 신이 나서 모든 박자를 무시하고 씽씽 달리는 즉흥 연주를 시작했다. 그건 더 이상 재즈가 아니라 소러시아 민요와 고파크와 소련 군가를 합쳐놓은 듯한 미친 소음으로 변했고 홀은 귀를 찢는 음악과 마루를 걷어차는 발소리와 박수와 휘파람과 고함 소리로 광란과 혼돈의 도가니에 빠졌다. 미샤는 90킬로는 너끈히 나갈 것 같은 거구의 여자를 발레리나 파트너를 다루듯 가볍게 빙글빙글 돌렸고 서너 차례는 공중으로 띄웠다. 감탄과 비명, 환호와 갈채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짙은 화장으로 얼굴 윤곽을 제대로 알아보기도 힘든 여자는 연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소리를 지르며 미샤의 리드에 맞춰 미친 듯이 춤을 췄다.

 

 

 한참 춤이 격렬해졌을 때 여자의 구두 한 짝이 벗겨져 트로이가 앉아 있는 의자 앞까지 날아왔다. 갈랴가 얼굴이 창백해져서 트로이의 어깨를 두들겼다.

 

 

 “ 그만, 그만하라고 해. 빨리 데리고 나와. ”

 

 

 트로이는 갈랴가 레나에 대해 얘기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레나는 이미 테이블에 돌아와 있었고 타냐의 팔에 안긴 채 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 광란의 춤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콧수염 기른 남자는 어디론가 쫓아버린 후였다.

 

 

 “ 왜? 잘 추고 있는데. ”

 

 “ 잘 추고 있다니, 어떻게 그런 소릴 해.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르는 저런 늙은 여자랑... 레나 때문에 저러는 거잖아. 이제 됐으니까 빨리 끌고 나와. ”

 

 “ 레나 때문이라니, 쟤는 그냥 춤을 추는 거야. 가만히 놔둬. ”

 

 

 트로이는 미샤를 끌고 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취해 있었고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그는 광녀처럼 웃고 소리치며 홀에서 춤추고 있는 그 거구의 여인이 되고 싶었다. 저 여자는 자기 손목을 낚아채 회오리처럼 빙빙 돌리고 허공으로 밀어붙이는 저 낯선 상대가 누구인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맞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그런 춤의 상대가 될 수 있다면 알량한 연주단 매니저 따위, 공동아파트의 방 몇 칸 따위, 배급표 따윈 헌신짝처럼 내팽개쳐도 아깝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까?

 

 

 알리사가 트로이의 뺨을 가볍게 찰싹 때리고 물을 한 잔 주었다.

 

 

 “ 너 완전히 취했어. 물 좀 마셔. ”

 

 

 트로이는 컵을 제대로 잡지 못해 바닥에 떨어뜨렸다. 유리컵이 소리를 내며 깨졌지만 이미 다른 테이블 손님들 몇몇도 취해서 술잔을 내던져 깨며 흥분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눈에 띄지도 않았다.

 

 

 거구의 여자가 차오르는 숨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미샤는 여자가 자빠지지 않도록 재빨리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받치더니 공주님을 모시듯 피아노 옆 의자로 데려갔다. 연주자들이 색소폰으로 흐느끼는 듯한 신파 멜로디를 연주하는 동안 그는 여자를 의자에 앉히고 두툼한 손등에 열성적으로 키스를 했다. 휘파람과 박수와 고함 소리가 더 커졌다. 화장이 다 녹아내려 얼굴이 온통 시커멓고 새빨갛게 얼룩진 여자가 미샤를 껴안고 입술이 달아날 정도로 세게 키스를 퍼부었다. 트로이는 여자가 그 자리에서 미샤의 무릎에 올라앉아 치마를 걷어 올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신이 혼미했다. 그가 알리사가 준 물을 마셨었나? 아니, 컵을 떨어뜨려 깨버렸지.

 

 

 여자가 미샤를 놔주었다. 그녀는 욕정으로 몸을 떨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황홀하게,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에 겨워서. 트로이는 여자가 미샤를 다시 한 번 끌어당겨 안았을 때 귓가에 하염없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 착하기도 해라... 고마워. 정말 고마워. ”

 

 

 미샤가 녹초가 된 여자에게 정중한 인사를 하고 홀에서 걸어 나왔다. 테이블 쪽으로는 오지도 않고 곧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레나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

 

 

 

 트로이는 그 날 어떻게 숙소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마 친구들이 그를 부축해 데려온 것 같았다. 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했던 것이다.

 

 

 그는 너무 목이 말라서 새벽에 깨어났다. 트윈 침대 위에 코스챠와 료카가 신발도 벗지 않고 엎드려 자고 있었다. 카펫 위에는 담요로 몸을 둘둘 만 이고리가 누워 코를 골고 있었다. 자신은 소파 위에 누운 채 바닥에 다리를 반쯤 늘어뜨리고 있었다. 아마 그가 너무 커서 침대에 눕히기에는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미샤는 없었다.

 

 

 그는 물을 마시러 어두컴컴한 부엌으로 나갔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두통약이라도 한 알 삼키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갈랴를 깨워야 했다. 포기하고 테이블 위에 있는 주스 팩을 뜯어서 단숨에 마시고 나자 갈증과 두통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화장실에 가려고 거실 쪽으로 나왔다가 그는 반쯤 열려 있는 안쪽 방문 사이로 울음 섞인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들었다. 갈랴와 료카의 방이었다. 혹시 임신 초기의 갈랴에게 어딘가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그녀는 바에서도 안색이 좋지 않았었다. 걱정이 된 트로이는 문가로 다가갔다. 막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찰나 그는 료카가 자기들 방에서 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료카는 갈랴와 함께 있지 않은 거지?

 

 

 그는 문 뒤에 멈춰 섰다. 갈랴가 아니었다. 울고 있는 건 레나였다. 작은 침실 한가운데, 카펫도 깔려 있지 않은 마루 위에 서서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커튼이 없는 방이었기 때문에 창문으로 달빛이 쏟아져 들어와 램프를 켜놓은 듯 환했다. 침대 곁 의자에 미샤가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너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갈랴는 아픈 것이 아니었다. 료카와 짜고 방을 내준 것이다. 레나와 미샤를 위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그는 빨리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발이 딱 붙어 버린 것처럼 꼼짝달싹도 할 수가 없었다. 어둠 속에 가려진 채 열린 문 너머로 멍하게 침실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나는 하얀색의 짧은 원피스 잠옷을 입고 긴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채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이따금 밀려나오는 울음 때문에 어깨가 들썩거렸다. 하지만 트로이는 레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미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미샤는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머리는 엉망으로 뒤엉켜 검은색으로 물들인 월계관이라도 씌워놓은 것 같았다. 바에서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였다.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얼굴과 목은 시커멓게 번진 마스카라와 붉은 립스틱 자국으로 온통 얼룩져 있었다. 바에서 춤췄던 여자가 남겨놓은 흔적이었다. 그 얼굴을 닦지도 않고 어디를 쏘다니다 들어왔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구겨진 얇은 셔츠 소매는 어깨 바로 아래까지 걷어 올리고 있었다.

 

 

 레나는 그를 나무라고 있었다. 화를 내다가 울다가 또 낮게 웃기도 했다. 트로이는 레나가 그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다. 그렇게 달빛 아래 하얀 잠옷을 입고 조그맣게 속삭이고 있으면 인어처럼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도. 그 침실 마루 위에서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작은 소녀는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빨간 머리와 에메랄드 눈동자의 지나이다 세도바조차도 아무런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얇은 잠옷 사이로 날씬한 몸매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미샤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레나에게 뭐라고 한두 마디 했지만 언제나처럼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기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레나가 고개를 저으며 달려가 미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한 팔을 허리에 두르며 몸을 밀착시켰다. 다른 손을 들어 미샤의 지저분한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어쩌면 화장품 얼룩을 닦아주려고 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미샤가 얼굴을 옆으로 돌리자 레나는 어깨를 세차게 튀기더니 반쯤 뛰어오르듯 발끝으로 서서 그의 턱을 감싸 쥐고 입술에 키스를 했다. 절망적이고 서툰 키스였다. 레나는 키스를 해 본 적이 별로 없는 애였다. 하지만 미인이었고 인어였다. 미샤는 레나를 떠밀지 않고 입맞춤을 받아주었다. 트로이는 그 애가 여자를 품에 안고 제대로 된 키스를 하는 것을 처음으로 보았다. 로미오가 아니었다. 무대 위의 순진해빠진 소년은 절대로 그런 키스를 할 수 없었다.

 

 

 입술을 뗀 후 미샤는 레나의 포옹을 풀지도 않고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뭐라고 속삭였다. 레나가 몸을 떨었다. 그녀는 팔을 풀고 미샤에게서 두 발짝 물러났다. 날카롭게 숨을 몰아쉬더니 발을 한번 굴렀다. 그리고 긴 머리채를 두 손으로 흐트러뜨리며 격하게 외쳤다.

 

 

 “ 나도, 나도 다른 애들 못지않게 해줄 수 있어! 나하고 사귀어 달라는 것도 아냐. 그래달라는 게 아니라구! ”

 

 

 레나가 숨을 쌕쌕거리면서 팔을 들어 올려 잠옷을 벗었다. 하지만 단추가 머리에 걸려 잘 벗겨지지 않았다. 흐느껴 울면서 레나는 머리에 걸린 잠옷 단추를 거칠게 잡아 뜯었고 술 취한 여자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옷을 벗어 내팽개쳤다. 달빛 때문에 작고 날씬한 레나가 은백색 조각상처럼 반짝거렸다. 트로이는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레나가 조그만 체구치고는 몸매가 좋다고 생각했다.

 

 

 레나는 다급한 나머지 부끄러움도 잊어버렸다. 그녀는 발레리나라도 된 양 두 팔을 앞으로 길게 뻗으며 미샤에게 다가가 목을 감고 매달렸다. 어깨와 가슴을 미샤의 셔츠 앞자락에 문지르며 귀 아래와 목덜미에 뜨겁게 입을 맞췄다. 트로이는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왜 몸을 움직일 수 없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지러웠고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타들어갔다.

 

 

 그때 미샤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러지 마, 후회하게 될 거야. ”

 

 “ 아니야. 그렇지 않아. ”

 

 “ 크세니야. 그 여자 이름이야. 아까 홀에서 춤춘 여자. 같이 있었어. 내일도 같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이러지 말자. ”

 

 

 레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갑작스럽게 또렷한 목소리로 물었다.

 

 

 “ 그 여자? 그 코끼리 같은 여자? 그 늙은 여자? 같이? 같이 있었다니? 그 여자랑 뭘 어쨌는데? ”

 

 “ 크세니야랑 잤어. 내일도 갈 거야, 그 여자가 원하면. ”

 

 

 레나가 미샤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두 손으로 가슴팍을 떠밀며 발로 걷어찼다.

 

 

 “ 나가! 꺼져버려! ”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찢어진 잠옷으로 몸을 가리며 비극 여배우처럼 울부짖었다.

 

 

 “ 그냥 싫다고 할 수도 있었잖아! 왜 그런 지저분한 말을 하는 거야? 넌 감정도 없어? 끔찍해! 끔찍하고 더러워! ”

 

 

 미샤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레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얼굴에는 연민이나 미안함, 혹은 분노 따위의 감정이 전혀 떠올라 있지 않았다. 하지만 검은 마스카라와 붉은 립스틱으로 온통 얼룩져 있었으므로 설령 울고 있다 해도 보이지 않을 터였다. 그는 한숨조차 쉬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미안해. ”

 

 

 그리고는 침대 위로 올라가 창문을 열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

 

 

재즈 밴드 매니저이자 옛 댄서 크세니야와 미샤의 이야기는 이 흑해 에피소드 후반부에 좀더 이어지는데 레나의 이야기와는 좀 별개라서 올리지 않았다.

 

..

 

 

(가엾은) 레나가 등장했던 이야기들은 아래 링크. 소설 속에서 아래 순서대로 전개된다.

 

http://tveye.tistory.com/4050 : 썰매를 타러 간 미샤와 트로이, 그리고 친구들

http://tveye.tistory.com/4947 미샤와 지나이다의 졸업 무대

http://tveye.tistory.com/4671 흑해로 가는 기차, 새로 온 인간, 새로 온 천사

 

 

 

..

 

 

무용수들 사진 몇장.

 

 

 

아르춈 옵차렌코

 

 

디아나 비슈뇨바

 

이반 바실리예프

 

 

아래 세장은 밴드 즉흥 연주에 맞춰 신나게 팔짝거리며 춤추는 미샤와 크세니야를 생각하며 올려봄. (하긴 크세니야는 많이 팔짝거리진 못했겠지만 ㅠㅠ)

 

 

파루흐 루지마토프.

사진은 nina alovert.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이게 위 에피소드에서 잠깐 언급된 고파크.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지 민속춤)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 돈키호테.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2016. 4. 29. 23:51

세계 춤의 날 기념 슈클랴로프 화보 잔뜩 dance2016. 4. 29. 23:51

 

 

4월 29일은 전세계 춤의 날이라고 한다.

 

기념으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과 화보 대방출!

 

최근, 카디프에 투어 갔을 때. 연습하면서 빵끗 웃고 계시는 발로쟈. 저런 수영모 같은 요상망측한 비니를 쓰고도 마냥 해맑고 귀엽구나.

 

며칠 전 스타니슬라프 네미로비치 단첸코 극장에서 백조 추기 전에 찍은 인터뷰 영상에서 '매일 지니고 다니는 세가지는?'이라고 물었을 때 '핸드폰, 미소, 긍정적인 사고'라고 대답한 후 활짝 웃어보이는 게 굉장히 근사했다. 나중에 가능하면 그 영상 링크도 올려보겠다.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alex gouliaev

 

아아, 그 화보집... 백야 때까지 한권이라도 남아 있어야 할 텐데 ㅠㅠ

 

 

 

4월 27일 마린스키에서 춘 사랑의 전설

페르하드 역. 메흐메네 바누를 추고 있는 상대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이 사진 보니 작년 11월에 도쿄에 이거 보러 갔다가 눈 앞에서 이 사람이 부상당하던 슬픈 기억이... 하여튼 슈클랴로프의 페르하드는 멋있었다. 메흐메네와 쉬린 자매가 다 사랑에 빠질만도..

사진은 natasha razina

 

 

 

역시 natasha razina가 찍은 사랑의 전설 사진 하나 더.

 

 

 

이건 나탈리야 오시포바와 함께, 예전에 지젤 리허설 할 때.

 

 

 

지젤 하나 더. 꽤 오래 전 사진이라 얼굴에 애티가 좔좔 흐른다. 상대역은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발란신의 아폴로.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 사람이 추는 아폴로라면 맨앞에 앉아 보고 싶은데 ㅠㅠ

 

 

 

로미오와 줄리엣. 이것도 몇년 전 사진. 상대역은 알리나 소모바

사진은 alex gouliaev

 

 

역시 소모바와 춘 로미오와 줄리엣 한 장 더.

 

 

 

백조의 호수 지그프리드.

 

 

 

몇년 전 일본 댄스 매거진 표지.

의상을 보니 이것도 백조의 호수 지그프리드. 아직은 소년 왕자에 가까워보이네 :)

 

 

 

돈키호테의 바질.

 

 

돈키호테는 내가 좋아하는 발레니까 두 장 더.

상대역은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 둘이 사귀던 시절인 듯. 둘다 어려서 풋풋... 지금은 둘다 서로 다른 짝을 만나 잘 살고 있다.

 

 

 

날아오르는 바질.

 

맨 위에서 얘기했던 그 인터뷰 영상에서 '당신의 특기는?' 이라고 묻자 이 사람은 또다시 빵끗 웃으며 '날아오르는 거요~' 라고 대답.

 

 

 

이것이 그 영상 캡처 사진 :)

날아오르는 거라고 대답하는 이 사람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 결론은, 가지 마오 발로쟈..

그리고 그 화보집 내가 갈 때까지 제발 좀 남겨주오...

 

:
Posted by liontamer
2014. 11. 12. 09:56

힘든 아침, 슈클랴로프 화보 세 장 dance2014. 11. 12. 09:56

 

 

젊은이와 죽음.

사진사는 Alex Gouliaev.

원체 좋아하는 발레이기도 하고, 마린스키에서 봤던 이 사람의 무대는 정말 좋았다. 다시 가서 보고 싶다.

무대 미술도 그렇고, 슈클랴로프의 저 포즈와 표정도 그렇고.. 굉장히 아름다운 사진이다.

 

* 젊은이와 죽음에 대한 예전 포스팅들은 아래를..

파루흐 루지마토프와 디아나 비슈네바의 젊은이와 죽음 : http://tveye.tistory.com/3035 

국립발레단 젊은이와 죽음(김용걸) : http://tveye.tistory.com/2403 

젊은이와 죽음에 대한 얘기 + 누레예프, 바리쉬니코프, 슈클랴로프 영상 : http://tveye.tistory.com/2389 

젊은이와 죽음을 추는 슈클랴로프 짧은 클립 : http://tveye.tistory.com/2087 

젊은이와 죽음에 대해 삽입한 짧은 글 : http://tveye.tistory.com/2390

 

 

 

로미오와 줄리엣.

파트너는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 오브라초바는 지금은 볼쇼이 프리마 발레리나로 춤추고 있다.

아마도 슈클랴로프 최고의 배역.

 

 

로미오와 줄리엣 한 장 더. 역시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와 함께.

 

:
Posted by liontamer

 

 

 

나이가 무색하게.. 라는 말보다는 오히려 한살 한살 들어갈수록 더 성숙하고 아름다워지는 디아나 비슈네바.

 

사실 비슈네바가 막 스타로 크고 있던 90년대 후반에 무대에서 봤을 때는 지금만큼 근사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물론 그때도 아주 예쁘고 반짝반짝 빛나는 무용수이긴 했지만 그래도 연륜과 함께 더욱 매력적으로 변하는 발레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 비슈네바 화보 두 장 더.

 

전에도 몇번 쓴 적 있지만 이 사람 이름의 노어 원 발음은 디아나 비슈뇨바. 맨 뒤 e에 우다레니예(강세)가 있어서 비슈뇨바 라고 발음해야 맞다. 그런데 아무리 아무리 교정해서 쓰려고 해도 잘 안된다.. 그냥 비슈뇨바보다 비슈네바가 더 예쁘게 들려서 입에 붙었나보다... 영어 표기는 그냥 비슈네바라고 하고 있고. 그래도 공식적인 글을 쓸 때는 비슈뇨바라고 해야겠지.. (심지어 나는 노어 전공자인데 ㅠㅠ) 자꾸 비슈네바라고 하는 데 양해를..

 

 

 

 

 

지금 마린스키를 대표하는 프리마 발레리나를 두 명만 꼽으라고 한다면 울리야나 로파트키나와 디아나 비슈네바라고 할 수 있다. 둘은 스타일도 다르고 무용수로서의 특질도 다르다. 난 둘 다 좋아한다. 어떻게 그런 무용수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둘다 이제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아직은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보다는 더 상징적인 존재들이다. 춤도 그렇고..

 

 

 

 

이 사람은 물론 유일무이한 파루흐 루지마토프.

 

'1981년, 졸업'이라고 씌어 있는 것을 보니 당시 바가노바 아카데미 사진인 듯. 1963년생이니 얼추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팬심 가득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 몇 장. 월요병이니까 뭐 어때.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백조의 호수 중 흑조 2인무 추는 중.

 

사진사는 Natasha Razina. 사진에 캡션도 들어 있다.

 

 

 

 

역시 백조의 호수.

 

사진사는 Mark Olich

 

 

 

 

이건 라 바야데르. 내가 제대로 찍고 싶었던 그 코끼리 타고 등장하는 2막 씬. 영상에서 캡처했다 :)

 

 

 

이것도 라 바야데르. 3막 망령의 왕국에서 마지막 솔로 출 때. 최근 본 라 바야데르 무대에서 이 솔로를 출 때 정말 근사했다. 얼마나 높이 날아오르는지. 그리고 또 표정은 얼마나 간절하고 진실한지. 춤도 잘 추지만 열정적인 배우라서 좋다.

 

 

 

그리고 이건 알렉세이 라트만스키가 안무한 신데렐라.

 

이 사진은 몇 년 전 무대이다. 파트너는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 (둘이 잘 어울렸다고요 ㅠㅠ) 슈클랴로프는 이때 머리에 웨이브를 잔뜩 넣고 나와서 가뜩이나 동안인데 더 귀엽게 보인다. 오브라초바도 귀여운 인상이라 둘이 사춘기 신데렐라와 왕자처럼 보임.

 

 

 

역시 신데렐라. 2막 무도회 장면. 등장해서 점프할 때. 찍사는 Natasha Razina.

 

헤어스타일을 보니 위의 오브라초바와 출 때 당시인 듯... 이 사진은 최근 마린스키 런던 투어에서 신데렐라로 파이널 공연했을 때 마린스키 페이스북에 올라온 것이다.

 

나도 이 사람이 추는 신데렐라를 직접 무대로 보고 싶다 ㅠ.ㅠ 영상만으로는 아무래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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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일요일 밤... 기분도 꿀꿀하고 두드러기 때문에 우울해서 마음의 위안을 위해 마린스키 무용수들 화보들 올려본다.. (라고 적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 무용수 2명-예브게니 이반첸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이라고 읽는다^^ 물론 다른 사진도 있긴 하지만)

 

위의 사진은 마린스키 브 콘탁트 페이지에 올라왔던 사진 :)

 

 

이건 작년 마린스키 국제 발레 페스티벌 화보. 출처와 사진사 이름이 캡션으로 적혀 있다. 지젤.

 

 

 

예브게니 이반첸코. 백조의 호수.

 

이제 나이가 많아서 도약이 좀 딸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 사진에선 꽤 높이 뛴 것 같다 :) 하긴 이 분은 젊은 시절에도 훌륭한 체격의 왕자님 타입에 안정적 파트너로서의 요건을 갖춘 포즈가 멋진 무용수였지 점프나 피루엣 등 화려한 테크닉에 입벌리고 감탄하는 무용수는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내 첫사랑 무용수~ 그래서 뭘 해도 다 용서가 됨...)

 

 

이것도 작년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백조의 호수.

올가 예시나, 예브게니 이반첸코.

 

 

위에 이어 같은 무용수들.

 

 

 

이제부터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와 함께. 돈키호테.

 

슈클랴로프는 테크닉이 좋긴 하지만 파트너를 붙잡아주는 기술이 좀 약하다(ㅠㅠ) 이게 체격이 작아서 그런 건지, 원체 에너지가 넘쳐서 통통 튀어나가려고 하는 애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만. 자기는 춤에서 제일 중요한 게 듀엣이라 생각하고 발레리나를 받쳐주는 게 우선책무라고 생각한다는데 슬프게도 가끔 삐끗삐끗하는 게 보인다... 그래서 난 얘가 아다지오 추는 것보다 화려한 솔로를 추거나 아예 로미오와 줄리엣, 신데렐라 등등 모던이 가미된 발레, 아니면 드라마틱한 연기를 하는 편이 더 좋다.

 

근데 또 아내인 쉬린키나와는 듀엣도 잘 추고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걸 보니.. 역시 얘는 사랑하는 여자랑 춰야 하나. 아니면 자그마한 체격의 파트너들과 출 때 안정감 있는 건가.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도 그렇고 아내인 쉬린키나도 그렇고 자그마한데다 날씬한 애들이라..

 

** 새벽에 추가 : 유튜브에 얘가 테료쉬키나와 어제 춘 돈키호테 클립이 올라와서 받아 봤다. 중간중간 주요 장면들이 들어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1막의 바질 솔로와 3막 자살쇼가 빠져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마음의 위안이 됐다 :) 내일쯤 영상 링크 올려보겠다.

 

 

이건 최근 끝난 댄스 오픈 페스티벌에서 Mr.브이라지쩰노스찌(표현력 최고상...이라고 번역해야 하나) 받았을 때. 테료쉬키나와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를 췄다. 이때 그랑프리는 안나 쯔이간쉬나가 받았다. 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수상함. 심사평과 기사 읽으면서 재미있었다. '삶에 대한 기쁨으로 넘치는 생기발랄한 슈클랴로프'라는 묘사 때문에... 그게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환하게 웃는 건 무용수에겐 큰 강점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웃음이 아니라 무대와 관객석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는 것 같은 웃음 얘기다. 이 사람에겐 그런 강점이 있어서 심지어 단순하고 재미없는 춤을 출 때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뉴스에서 얘가 이 상 받고 수상 소감 말하는 걸 좀 봤는데 그때도 재미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슈클랴로프들이 있지만 슈클랴-로-프는 저 하나 뿐이에요~" 라고 :) (이건 노어를 알아야 재미있는데, 노어는 우다레니예-강세-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 보통은 저 성에는 강세가 앞에 있는 모양인데 이 사람은 끝의 'o'에 있다.

 

 

이건 테료쉬키나와 이번 댄스 오픈 페스티벌에서 췄던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 이전에 췄던 클립은 보니까 옛날보다 삐끗거렸는데 이번엔 그때보다 잘 췄던 거겠지??

 

 

 

이건 아마도 에튀드. 불쌍하게 옆모습만 나온 왼쪽 남자 무용수는 아마도 레오니드 사라파노프인 듯. 발레리나는 올레샤 노비코바. 사진사는 캡션에 있는대로 Gene Schiavone.

 

 

이것은 바로 지난 4월 3일 마린스키에서 초연되었던 애쉬튼의 발레 '실비아'. 지난 달에 저거 보러 러시아 갔던 거나 마찬가지 ㅠㅠ 리아노보스티 신문사의 사진.

 

주제넘게 아르테미스 여신의 님프인 실비아를 향해 사랑에 빠져버린 목동 아민타 역. 이미 사랑을 호소하다 테료쉬키나 실비아에게 화살 맞고 바닥에 엎드려 있음 ㅠㅠ

 

1막 내내 저렇게 엎드렸다가 누웠다가 뒹굴다가 ㅠㅠ 그래서 이 1막은 그냥 저 사람이 누워 있는 자태만 구경하다 끝났다 ㅠㅠ 그러나 저 사람이 저렇게 헐벗고 등장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가슴 설레고 말았다... (동행한 친구의 구박을 한바가지 받음)

 

그래도 그렇지, 저런 애가 사랑을 고백하면 횡재했다고 생각하며 고마워하며 받아줄 것이지 저 실비아는 어째서 화살을 쏘는 거야! (전형적인 팬심의 사례 ㅠㅠ)

 

 

 

이것도 작년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발란신의 jewels 중 루비.

올레샤 노비코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나름대로 자신있는 레퍼토리인지 작년 자기 베네피스 공연에도 넣긴 했는데... 아마 미국인들은 이 사람이 추는 발란신 보면 싫어할 것 같다. 전통적인 페테르부르크 발레 학교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이라 플롯이나 납득할만한 스토리가 있어야 제대로 춤을 출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발란신 작품조차도 머리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생각해낸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발란신 작품은 좀 다르지 않나... 예전에 파루흐 루지마토프나 다른 마린스키 무용수들도 발란신을 열심히 추긴 했지만 '저건 조금...' 이란 평을 들었다. 이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러시아 냄새가 폴폴 나는 페트루슈카나 다른 고전발레들을 ABT 같은 다른 동네에서 추면 뭔가 이상하듯이.

 

 

작년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라 바야데르.

도로시 질베르(불어 발음 이거 맞나 ㅠㅠ)와 함께. 이것도 베네피스 공연. 이때 발란신의 루비, 라 바야데르의 망령의 왕국, 그리고 젊은이와 죽음 췄다.

 

그래, 솔로르 의상은 저렇게 탑을 입혀야지! 배를 다 가리는 착 달라붙는 상의가 웬말이냐 ㅠㅠ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백조의 호수.

 

난 항상 발레리나를 한 손으로 번쩍 드는 게 제일 어렵고 저 무릎 위에 세우기는 별로 안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으나.. 저게 꽤 어려운가보다. 또 생각해보니 균형 잡기가 아주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지난 4월 6일 마린스키에서 백조의 호수를 봤는데 그때 지그프리드를 춘 게 볼쇼이 솔리스트인 데니스 로지킨이었다. 근데 이 사람은 옥사나 스코릭의 오데트를 무릎 위에 올려놓지 못하고 말았다 ㅠㅠ

 

로지킨, 왜 그랬어요.. 당신보다 자그마한 저 사람도 저렇게 오데트를 척척 무릎에 올려놓는데 ㅠㅠ 엄밀히 말하면 무릎이 아니라 허벅지에 올려놓기라고 해야 하나...

 

근데 고전 발레를 보다 보면 누가 나오든 항상 조마조마하다.. 피겨 스케이팅 보는 것처럼.. 저러다 발레리나를 떨어뜨리면 어떡하지.. 점프하다 헛디디면 우째... 등등... :) 옛날에 미하일로프스키에서 잠자는 미녀인지 백조인지 하여튼 공연 보다가 주역 발레리나가 엉덩방아 찧는 걸 본 이래 항상 그 공포가 스멀거린다!!

 

 

이건 작년 신데렐라. 왼편에는 게르기예프. 이건 유튜브에 영상도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보세요. 비슈네바의 신데렐라는 사랑스럽고 백팩에 구두 넣고 헤매는 슈클랴로프의 왕자는 귀여움의 극치 :)

 

 

 

이제부터는 alex gouliaev의 사진들.

 

지젤. 아내인 쉬린키나와 함께. 이 사람은 원체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좋아서 알브레히트에 잘 어울린다.

 

 

 

이건 잠자는 미녀.

 

 

이건 곱사등이 망아지. 알리나 소모바와 함께.

 

 

이것도 곱사등이 망아지~

 

 

 

그리고 이건 젊은이와 죽음. 그로테스크하긴 하지만 좋아하는 사진. 이 사람은 절망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 연기도 잘한다. 사실 내가 이 사람에게 진짜로 반하게 된 계기가 된 것도 바로 이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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