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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농담을 지껄일 여력이 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위대한 민족으로 남으리라고 믿고 싶다!

 

..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외로운 자들의 행진'(마르쉬 아지노끼흐) 중에서 ..

 

이 책은 이제 거의 다 읽어간다. 얇은 페이퍼백이라 지하철에서도 틈틈이 읽고 있다. 다 읽기가 아깝다. 주옥같은 명문들로 가득하다. 훌륭한 작가이며 훌륭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문체는 정말 탁월하다.

 

.. '나로드'는 사실 민중이라고 번역해야 더 맞는 표현이다만 저 문장에선 민중이라고 들어가면 좀 꺽꺽한 것 같아 그냥 민족이라고 넣었다. 근데 지금 민족이란 단어는 너무 문제가 많긴 하지..

 

어제 동료 언니 만나러 나가서 시간이 좀 남아 을지로 쪽에서 기다리며 저 책 계속 읽었다.

 

 

 

 

 

 

이건 작가가 망명 후 뉴욕의 겨울에 대해 묘사하다가 레닌그라드의 겨울을 회상하는 장면이다.

 

.. 고향은 모든게 달랐다. 처음엔 비가 내린다. 그리고는 몇주동안 메마르고 차디찬 바람. 그러다 이른 아침 갑자기 흰눈으로 뒤덮인다...

 

너무나 페테르부르크-레닌그라드 다운 묘사이다. 도블라토프는 자신을 평생 '레닌그라드 시민'이라 생각했다. 그의 고향은 소련/러시아가 아니라 레닌그라드였다.

 

 

이렇게 여기 앉아 책을 읽다가 친구가 와서 밥을 먹으러 갔다.

 

:
Posted by liontamer

 

 

 

오전에 우체국에서 택배와 소포 배달을 왔다. 놀랍게도 2주 전 러시아에서 부쳤던 소포가 생각보다 엄청 빨리 도착했다. 선박 운송 신청했었는데...

 

하지만 상자가 빨리 도착했다고 그 망할놈의 우체국에서 열받은 게 쉽게 지워지지는 않지!!

 

(페테르부르크 중앙우체국에서 소포와 마귀할멈들 때문에 열받은 얘기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32
http://tveye.tistory.com/4834)

 

 

 

 

하여튼 1700루블(약 3만원)을 쏟아부어 보낸 책과 긴팔 옷가지들은 무사히 도착했다...

 

 

 

 

이 사진은 6월 23일에 땀 뻘뻘 흘리며 우체국 갔다가 상자 포장만 하고 마귀할멈 1이 안 받아줘서 호텔로 도로 들고 온 후 열받아서 찍어놓았던 것... (4~5장의 종이를 작성해야 함)

 

 

 

그런데... 우체국에서 열받아 씩씩대다 며칠 후... 날씨 좋은 날, 내가 좋아하는 장소인 카잔 성당 분수 앞에 앉아 잠시 책을 읽고 있었다.

 

 

 

페테르부르크에서도 두어번 올린 적 있는 책.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마르쉬 아지노끼흐' 란 단문집이다. 레닌그라드 출신의 도블라토프가 70년대말 미국으로 망명한 후 거기서 '노브이 아메리까네쯔'(뉴 어메리칸)이란 주간지를 2년 정도 펴냈는데 거기 실린 칼럼들을 모은 책이다. 굉장히 재미있고 도블라토프 특유의 재치와 유머, 페이소스가 펑펑 넘친다.

 

그런데... 읽다가 이런 부분 발견!!

 

 

 

 

칼럼 중 '미국에 왔더니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로 시작하는 이야기였는데 첫 문장이 이랬다!

 

<미국에 왔더니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 수퍼마켓들, 흑인들, 복사기들, 방긋 웃는 우체국 직원들...)

순간 너무 웃겨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어흑... 그래, 이 사람들에겐 이게 현실... 옛날이고 지금이고... 허헝...

 

 

 

 

너무 공감이 되어서 그 부분 찍어놨음. 저 말풍선이 가리키는 부분이 그 문장. ㅋㅋ

 

 

 

.. 나중에 료샤가 왔을 때 저 부분 보여주며 나의 열받았던 기억을 말해주었다. 료샤는 어깨를 으쓱했다.

 

료샤 : 우체국 아줌마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못되게 굴텐데... 그게 당연한데...

나 : 너 불쌍하다 ㅠㅠ

료샤 : 괜찮아, 난 우체국 직접 안 가. 베냐(료샤 비서) 시켜.

나 : 불쌍한 베냐.. 불쌍한 프롤레타리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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