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월요일 밤 : 악화되기만 함, 말을 하면 절대 안됨, 이것저것 찍고 fragments2023. 7. 3. 21:20
확진 3일차.
오늘은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 역시 새벽 4시 즈음 목이 타는 듯하고 입안이 바짝 마르고 너무 가슴이 조여오듯 힘들어서 졸면서 일어나 빵을 한조각 먹고 약을 먹고 한시간 즈음 앉아 있다가 도로 잠들었다.
아침에는 병원에 다시 갔다. 흉통 때문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극도의 코막힘, 극심해진 인후통, 그리고 가슴이 너무 뻐근하고 답답했다. 의사에게 흉통에 대해 얘기하자 엑스레이를 찍자고 했다. 동네병원이라 금방 찍었다. 다행히 엑스레이는 별 이상이 없었다. 나이가 많지 않으니(상대적인 얘기) 심장 쪽은 별 문제 없을 거라고, 그래도 혹시 밤에 흉통이 심해지면 응급실에 가라는 전혀 위안이 안되는 말을 듣고(-_-), 코막힘을 완화해주는 약과 좀더 센 진해거담제 등을 처방받아 나왔다.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약을 먹으려는데 윗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완전히 목이 가서 말을 할 수가 없는 상태였는데, 윗분도 너무 다급해서 전화를 한 거였다. 최고임원이 떠맡긴 과제 때문에 급하게 2~3장짜리 요약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지난주에 내가 모든 자료를 다 만들어놓고 왔는데... 그것을 가지고 잘 포장해 요약하면 되는데 윗분도 문서에는 자신이 없고 또 아랫직원 시킬 사람도 없으니 다 죽어가는 나에게 전화를... 직접 만들어드릴 상황은 아니었고(할 수 있다 해도 할 수 없음!) 대충 전화로 설명해드리긴 했는데 말하는 것이 정말 너무 힘들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온몸을 쿵쿵 울려서 소리를 짜내는 느낌이었다. 윗분도 너무 미안해하면서도 자기가 혼자 해낼 자신이 없으니 결국 내게서 설명을 다 듣고 끊었음. 그러니까 나 하나 없다고 일이 마비되는 이런 게 무슨 조직이고 무슨 회사냔 말이야.
약기운에 취해 한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 목이 너무 아팠다. 아침에 마트에서 도착한 대추와 배를 집어넣어 대추차를 한 냄비 끓였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아플 때 이렇게 대추차를 한 냄비씩 끓여서 마셨지만 결국 효과가 있었던 건 동네 약국의 아주 독한 양약이었음(나이 많은 약사가 하는 곳인데 약을 엄청 독하게 쓴다. 병원 처방보다 훨씬 세게 주는 것 같다. 여기 것을 먹으면 감기가 좀 빨리 낫는 편이라 이번에도 거길 갈까 고민하기까지 했음. 하지만 코로나니까 병원에서 주는대로 먹는 게 낫겠지 싶어서 그 약국을 포기했다) 하여튼 낮잠 자고 일어나 대추차를 좀 마셨다. 낮에는 아무 것도 안 넣었고, 지금은 꿀 타서 다시 한 잔 마시고 있다.
저녁에도 흉통 때문에 힘들었다. 그리고 재택근무용 vpn을 보안 때문에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바꿔서 깔라고 공지가 왔는데 아무리 해도 오류가 났다. 메일로 문의를 했더니 업무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문제는 내가 지금 통화를 할 상태가 아니라는 것인데.... 어쩔 수 없이 원격조종을 받으며 통화를 하다가, 오류도 안 잡히고 통화하던 중 너무 가슴이 뛰고 꽉 조이고 아프고 식은땀이 나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미안한데 우리 내일 통화할게요 나 지금 전화를 못하겠어요ㅜㅜ' 라고 말해야 했다. 전화를 끊은 후에도 팔이 좀 저리고 가슴이 조여와서 심근염 뭐 그런 거 걱정이 된 나머지 결국 옷을 주워입고 동네의 다른 병원에 갔다. (이때가 6시 반이라 원래 갔던 병원은 이미 문을 닫아서 7시까지 하고 또 심전도도 봐주는 이웃 병원에 감)
증상을 말하고 엑스레이가 깨끗했다고 하자 의사는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면서, 원한다면 심전도를 해보자고 했다. 사실 기침도 좀 하는데다 원래 역류성 식도염도 있고 워낙 목이 부어 있긴 하다만. 어쨌든 여기는 심장초음파 검사는 없었고 심전도만 있다고 해서 마음의 안정을 위해 그것을 받기로 했다. 확진자라서 격리된 방에서 한참 기다리다가 심전도를 받으러 갔다. 다행히 심전도도 정상이었다. 그럼 이 가슴 조임은 오롯이 코로나 이넘 때문인가 ㅠㅠ 제일 힘들었던 게 통화할 때였으니까 말을 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
하여튼 이래서 오늘은 아침엔 엑스레이 찍고 저녁엔 심전도 검사도 받았다. 이게 혼자 있다 보니 아프면 좀 걱정이 되고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오늘 업무 때문에 통화도 하고 또 어제까지 몰려온 일들을 신경쓰느라 더 무리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목은 정말 아프다. 점점 아파진다. 불길하게도 이제 기침도 조금씩 밀려올라오는 것 같다 ㅠㅠ 코막힘 풀어주는 약을 먹었더니 이제는 계속 코를 풀어야 한다.
토요일에 확진이 되었으니 격리기간만 따지면 수요일까지만 병가를 쓰고 출근해야 하는데, 지금 몸 상태로 봐서는 아직 피크에는 이르지도 못했고(내일 더 힘들 것 같음), 정 안되면 목금은 연차를 내고 더 쉬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상태를 보니 일 생각이든 얘기든 하여튼 일과 관련된 뭔가를 하면 곧장 악화되는 것 같다. 목 아픈 게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좋겠다. 이제는 약을 먹어도 목 아픈 건 가라앉지 않음.
대충 한시간 쯤 끓인 대추차. 배도 한 개 잘라서 넣었다. 이건 꿀을 넣으면 맛있고 꿀 안 넣으면 그냥 약즙 먹는 느낌임. 나에게 대추차, 죽, 바나나는 모두 아플 때 먹는 음식이라 참 싫다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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