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수요일 밤 : 나아지지 않음, 약을 바꿈, 아이고 힘들어 fragments2023. 7. 5. 20:19
확진 5일차.
역설적이긴 하지만 코로나 이후 감기나 독감에 된통 걸린 적이 없었다. 그전엔 자주 앓았고 그것도 심하게 아프곤 했으므로, 확실히 마스크를 쓰고 다닌 것이 도움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다 마스크를 썼으니)
그러다 결국 나도 걸리게 되었는데, 고생고생하면서 뒤늦게 떠오른 생각은 '맞아 나 원래 감기 걸리면 이렇게 지독하게 아팠었지' 였다. 흑흑. 열, 인후통, 기침, 두통, 몸살기, 코막힘과 콧물 등등의 콤보는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도 지금까지의 유일한 낙은 기침이 그렇게까지 아주 심하진 않다는 것이다. 예전엔 기침을 하면 온몸이 다 부서질 것처럼 심했는데 이번 기침은 잔기침이 끝없이 밀려올라오는 타입인 것 같다. 제발 그 무서운 기침으로 번지지만 않기를 바란다. 대신 목이 정말 많이 아프다.
어제 자기 전에 업무 연락 때문에 밤중까지 결국은 업무 지시를 해줘야 했다. 두세시간 자다가 약기운이 다 되어 다시 목이 찢어질듯 아파서 깨어났고 비몽사몽 괴로운 가운데 바나나와 꿀물을 먹고 약을 다시 먹은 후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잠을 제대로 잔 것 같지가 않다. 오늘 아침의 목 통증은 정말 너무 심했다. 결국 세수만 하고 다시 병원에 갔다. 동네 내과인데 의사가 친절하긴 하지만 제대로 진료를 봐주지 않는다. 이비인후과였으면 아마 목에 소독을 해줬을 것 같은데.. 목구멍을 봐주지도 않음. 옮을까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ㅠㅠ
증상을 얘기하자 내가 다른 환자들보다 좀 오래가는 것 같다, 고생하는 것 같다고 한다. 두통과 기침 증상에 이어 지금 목이 너무 아프다고 하자 가글액 처방을 해주고 약을 바꿔주었다. 월욜에도 목아프다 했는데 그때 가글액 좀 주지 ㅠㅠ 그런데 병원에서 막 약 처방 받고 있을 때 또 급한 업무연락이 왔다. 그 예산 관련 사항이었는데 역시나 그 못 미더운 직원이 여기저기 실수를 해놓은 게 많았다. 집에 돌아와 밥도 약도 안 먹고 업무자료부터 열어서 꼭 필요한 부분들을 고쳐서 보냈다. 이건 그냥 놔두기엔 앞날이 너무 힘들어지는 실수였기 때문이다. 그러고 났더니 너무 진이 빠졌다. 즉석죽을 데워서 먹고(이제 목이 너무 아파서 밥을 먹기가 어려워졌음), 약을 먹었다. 가글액으로 목구멍 소독도 했다. 나는 사실 가글을 잘 못해서(이거 잘 하는 사람들의 비법이 매우 궁금함) 제대로 소독이 된건지도 모르겠음.
바꿔준 약은 아마도 훨씬 독한 것 같았다. 내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서 그럴듯, 아니면 이틀마다 병원에 가서 흉통 때문에 힘들다 목이 아파서 힘들다 하며 의사를 들들 볶고 있어서 그런가... 염증성 부종 치료제가 하나 더 들어갔고 두통이 있다고 하자 월요일엔 빼버렸던 아세트아미노펜도 하나 다시 돌아왔다. 약을 먹고 가글을 하니 목 통증이 좀 둔해졌다. 염증이 나아졌다기보다는 마취작용으로 감각이 둔해진 것이 분명하다. 견딜수 없는 졸음이 밀려와서 침실로 들어가 두어시간 정도 너무 피곤하게 잤다. 저녁에도 계속 졸렸다. 차라리 독한 약으로 이렇게 졸더라도 빨리 나아지면 좋겠다 ㅠㅠ
냉장고에 두어달째 방치되어 있던 레토르트 삼계탕을 데워서 절반쯤 먹고 좀전에 다시 약을 먹었다. 새벽에 깨지 않고 쭉 자야 할텐데. 약기운이 떨어져서 새벽 2~3시에 깨어나 다시 뭔가를 먹고 약을 먹어야 간신히 잠들곤 해서 너무 피곤하다. 내일과 모레도 추가 휴가를 올려두었는데, 곧이곧대로 오늘 자정에 격리가 끝나는대로 내일 출근을 한다면 아마 전혀 버텨내지 못할 것 같은 몸 상태라 잘한 것 같다. 휴가는 너무 아깝지만. 아니, 주변 사람들 얘기도 그렇고 웹에서도 2~3일 반짝 아프면 괜찮아진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나는 왜 전혀 아닌 것인가... 5일째인데도 아파서 힘들어죽겠다. 부디 오늘이 지나면 나아지기 시작하기만을 바란다. 아픈 거 너무 싫다. 이게 다 과로 때문이야!
사진은 오늘 다 마신 대추차. 저녁에 한 냄비 다시 끓여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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