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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정말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어제 하루종일, 그리고 새벽까지 중간중간 러시아 소식을 체크했다. 어쨌든 전공자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진하게 우려 마셨던 홍차와 그날 직전의 몸 상태 때문에 새벽 늦게야 잠들었고 온몸이 너무 쑤시고 아파서 힘들었다.



러시아는 생각대로 언론 통제 수위가 상당해서 트윗과 인스타 등에는 제대로 된 기사도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공식 언론매체에 대한 얘기다) 마린스키는 텔레그램에서만 대통령 연설 일부를 공유하고 대통령과 함께 한다는 짧은 메시지를 올렸다. 커뮤니티에는 실시간으로 글이 좀 올라왔는데 로스토프 나 도누 주민은 '여기는 다 조용하고 평온해. 우리는 그냥 일상을 보내는 중이야' 라고 대꾸했고 다른 도시 사람들이 괜찮으냐고 오히려 걱정을 했다. 전반적으로는 그렇게까지 급박한 느낌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우린 이미 너무 많은 일을 겪었어. 91년 쿠데타 때도 아무 일 없었어' 라고 말했다. 하긴 쿠데타로 탱크가 의사당 앞을 가로막고 옐친이 그 위로 뛰어올라갔던 시기를 생각하니(나는 이때 어렸지만 하여튼 뉴스 봤던 건 기억난다. 이후에는 공부하면서 당시 상황들에 대해 좀더 잘 알게 되었지만 이것도 돌이켜보니 더 자세하게 알게 된 건 또 훨씬 이후였다), 그리고 그전의 무수한 혁명과 살상과 소련 붕괴 후 일어난 온갖 일들을 생각하니 이들이 어느정도 무감하고 평온하게 반응하는 것도 조금 이해가 갔다. 사실 어떻게 보면 북한이 미사일 실험할때마다 바깥에 있는 외국친구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나에게 연락을 하고 나는 '뭐 또 쐈나보구나' 하고 있으니... 
 


 
그러다 새벽에 루카셴코 중재(..라고 한다)와 프리고진 철수 속보가 올라오면서 현지인들은 '에휴 이제 됐구나', '이제 발뻗을 수 있겠구만' 하며 삼삼오오 일상 이야기로 돌아갔다. 이 모든 것이 좀 초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여기 더해 우리 나라 언론에 올라온 기사와 댓글에 대한 느낌 하나씩만. 기사를 베껴적고 재구성하는 것까진 좋은데 오타를 그대로 계속 가져오는 건 너무하지 않나. 로스토프 나노두가 아니고 나 도누라고요... 몇몇 언론사가 계속 이 오타를 반복함. 그리고 댓글들은 자꾸 공산당 운운하는데 ㅠㅠ 러시아는 이제 공산국가가 아니다. 전체주의 국가는 맞겠지. 그런데 공산당은 정말 아니라고요... 공산주의와 전체주의는 다른 거라고요. 친척일 수는 있다. 그런데 전체주의는 워낙 여러 가지와 친척이라. 
 



... 아, 좀 우스운 건(씁쓸하기도 하지만) 프리고진의 진격 때문에 모스크바에 26일 월요일 임시휴업이 선포된 것에 러시아 sns와 텔레그램에 ‘왜 모스크바만 월욜 놀아!’ 하는 직장인들의(특히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의) 밈과 농담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농담 겸 짜증은 이제 ‘놈들은 철수했는데 모스크바는 여전히 26일에 논다니’로 바뀜. 이게 너무 러시아 농담 느낌이다.




 
그외에는... 저녁에 업무 때문에 간단한 줌회의를 또 해야 했다. 그나마 생각만큼 길게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주말이 너무 금방 가버렸다. 출근이 두렵다. 이번주에 해야 할 일들이 너무너무 많다. 내일은 숫자와도 씨름해야 한다. 최고임원이 떠맡긴 무서운 과제들 때문이다. 이 일들을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래야 하는 게 맞는지 매우 의구심이 든다. 아직 그날은 시작되지 않았는데 내일이나 모레 올 것 같고, 또 내일 새벽부터 장마 때문에 폭우가 온다고 한다. 항상 이 모양이다. 글이라도 좀더 이어쓰다 자야겠다. 간밤엔 그래도 생각보다 금세 몰입해서 좀 썼는데 오늘은 모르겠다. 일요일 밤엔 항상 쫓기는 기분이라 집중이 어렵다. 그리고 허리와 다리가 너무 아프고 손발이 저리다. 나 대신 우렁이가 출근해주면 정말 좋겠다. 
 

 


 
 

 
 


 
티타임과 꽃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아아 월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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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