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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알림 문자가 왔을 때 나는 출근 지하철 안이었다. 잠이 너무 모자라서 피곤하게 졸고 있었는데 홍제 부근에서 갑자기 요란하게 경보음이 울려댔다. 차량 안의 모든 승객 폰들이 울려대니 정말 깜짝 놀랐다. 문자에는 원인이 전혀 나와있지 않으니 설마 공습경보인가, 서울에 뭔가가 떨어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포털도 접속이 되지 않자 순간 정말 공포에 질렸다. 움직이는 지하철 안이니 도망칠 곳도 없고, 막상 다음역에 멈춰섰을 때에도 내려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런 판단도 안됐다.

 

 

엄마는 부천에 계시지만 아빠는 직장 때문에 서울에 계셨으므로 너무 걱정이 되어 아빠에게 전화부터 드렸다. 아빠는 뉴스를 틀어보겠다 하셨고 그 사이 나는 트위터를 검색했다. 사이렌소리 태그로 줄줄이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타임라인에서 북한이 미사일 쐈다는 속보를 누가 캡처해 올려주었고 그때 아빠가 다시 연락해 뉴스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다고 전해주셔서 한시름 놓았지만 이후 또다시 위이이잉 하고 재난문자가 와서 또 소스라치게 놀랐는데 오발령. 그리고 또 잠시 후에는 서울시에서 오발령 아니고 미사일 때문에 그런 거라고 문자가 옴. 이게 뭔가. 화도 나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 하긴 서울에 미사일 떨어진 거였으면, 10분이나 지난 후 재난문자가 왔으니 피하기는커녕 이미 상황종료고 문자 볼 겨를도 없이 다 끝났을듯. 욕을 잔뜩 쏟아붓고 싶지만 오늘도 격무에 지쳐서 이제 화낼 기력도 없다. 

 

 

가장 슬픈 현실은 그렇게 재난문자와 경보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려댔지만 지하철 안의 새벽 출근 승객들 중 누구도 다음역에서 하차하거나 피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출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도 포함됨. 이래도 되는 것인지 ㅠㅠ 우리나라 사람들 너무 불쌍하다. 출근지옥 노동지옥. 이게 정말 이래야 하는 것인가. 

 

 

종일 바쁘게 일했다. 오후엔 두시간 가까이 여러 안건으로 회의도 했다. 금요일에 최고임원이 나타나실 예정이라 이분이 연초부터 떨어뜨린 무시무시한 과제들과 지난주에 추가한 더욱더 어마무시한 과제에 대해 보고를 하러 가야 해서 골치아픈 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내일은 오전에 외부 출장을 가서 이 문제로 상당히 껄끄러운 분과 회의를 해야 한다. 차석임원은 슬슬 책임회피를 하면서 더욱더 일을 배가시킨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버거운 일을 계속해서 주는 것도 모자라 예산도 인력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일들을 하라고 하면 뭘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토요일에 엄마와 여행을 가는 게 맞는지 실감도 안 나고. 그 와중에 몸은 너무 힘든데 이게 딱 비행기 탈 때쯤 그놈이 올 것 같음. 아 정말 나쁘다. 부디 비행기 타는 날만 피했으면 좋겠다. 차라리 올 거라면 오늘 왔으면 나았을텐데 ㅠㅠ 

 

 

너무 피곤하다. 오늘은 부디 뒤척이지 않고 어서 잠들어서 푹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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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