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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동안 밖에 나다니지 않고 주로 집에 있었는데도 아침에 온몸이 너무 쑤시고 아파서 고생을 했다. 아마 잠이 안와서 한참 뒤척이다 일찍 깼다가 다시 잠들어 아주 얕게 자다깨다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번 연휴는 주로 여행 준비를 하며 보냈다. 토요일에는 미용실에도 갔었고, 오늘까지는 가방을 꾸리고 엄마와의 여행을 준비했고 필요한 예매와 스케줄을 조금 짰다. 투어를 신청하려다 실패한 탓에 내가 엄마를 모시고 교통과 숙소, 관광지 입장 등을 준비하기로 해서 손이 좀 갔다. 그래도 가방은 오늘까지 거의 다 꾸려서 이제 주중에 도착하는 자질구레한 물건과 서류 몇부만 출력해 준비하면 될것 같다. 여행가방 꾸리는 건 정말 너무 피곤함. 엄마와 지내야 하므로 좁은 호텔이 아니라 아파트를 예약했는데 이런게 일장일단이 있어서 가봐야 알것 같다. 돈은 좀 많이 들이긴 했는데... 하여튼 '헤어드라이어 있어요?' 라는 질문을 보냈더니 있다는 답변이 왔음. 그런 질문까지 해야 하느냐고 하신다면... 여태 머물렀던 아파트들에 드라이어 없는 경우가 왕왕 있어 낭패였기에.

 

 

그외엔 내내 역시 우울했고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오후에 아점 먹고 차 마시려던 즈음 쥬인에게서 전화가 와서 한참 통화를 했다. 최고임원이 마구 일을 내려꽂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니 쥬인이 이건 정말 너무 심하다, 이제 정말 너 그만둬야 하는거 아니냐고 했다. 흑흑 나도 하루에 수십번씩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ㅜㅜ 

 

 

이전까지 나는 두꺼비랑 황소 없는 콩쥐 같은 느낌이었는데 최고임원 때문에 이제는 한술 더 떠서 러시아 민화에 나오는 바보 청년이 된것 같다. 이바누슈카나 에멜리얀 뭐 그런 순박한 바보 청년에게 나쁜 왕이 도저히 완수할 수 없는 과제를 내리는 것이다. 그중에도 세상 최고 미인을 데려오라고 하거나 용을 무찌르고 오거나 바다 한가운데 가라앉은 진주를 구해오라는 뭔가 환상적인 과제가 아니라, 그저 암담하고 무시무시한 노동 과제가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 즉, '오늘 밤부터 내일 아침까지 요 맞은편에 궁전을 하나 짓고, 그 앞에는 큰 강을 파고, 그 위에는 거대한 배를 띄우고 배에 오를 수천명의 병사들을 집합시켜 놓아라' 와 같은 과제이다. 이건 환상이나 동화적 느낌도 없고 그저 무지막지한 노동과 말도 안되는 명령일 뿐... 거기에 나는 곱사등이 망아지도 회색늑대도 현명한 은자도 봄과 겨울의 정령도 없다... 두꺼비와 황소도 없는데 저런 도움의 손길들이 어디서 나타나겠는가. 자꾸만 눈앞에는 밑 빠진 독을 채우고 뭉툭해진 호미로 자갈밭을 매다가 궁전을 짓고 강을 파고 배를 끌어오고 징집을 하러 다니는 내 모습이 아른거린다. 아무도 안 도와주고 ㅜㅜ 이렇게 옛날 이야기를 빗대어 적고 있노라면 뭔가 조금은 귀엽고 덜 힘들어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정말 너무 힘이 들어서 마음을 추스르기가 어렵다. 

 

 

만일 엄마와의 여행 중에 회사에서 계속해서 업무연락이 오면 나는 더이상 제어를 못할지도 모른다 ㅜㅜ 내일 출근이 너무 두렵다. 온갖 과제들이 더 눈덩이처럼 불어나겠지... 호화찬란한 궁전을 짓고 강을 파고 배를 띄우고 병사들을.... 아 모르겠다. 정말 다 그만두고 일년만 쉬고 싶다. 너무 지쳐서 울고만 싶다. 

 

 

오늘은 늦게 일어났고 가방 꾸리고 여행 준비하느라 글을 쓰지 못했다. 어제도 많이 쓰지 못했는데, 사실 정서적 흐름으로는 이번 연휴때 집중했으면 끝낼 수 있었는데 해야 할 일들이 많았고 결국은 여행 다녀와서 마무리를 할 것 같다. 딱 마무리하고 가면 좋았을텐데. 토요일에 떠나는데 그 사이의 나흘이 너무 걱정이다. 일이 무섭다. 

 

 

티타임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오늘은 비가 안 와서 집도 별로 어둡지 않았는데, 요즘 기력이 없으니 전처럼 사진을 찍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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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