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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종일 비가 왔다. 아마도 날씨도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종일 기분이 너무 가라앉고 우울했다. 쉬는 날인데도 그랬다. 가장 큰 원인은 분명 작금의 업무 상황이다. 이미 본질적인 고민이 지속되어 왔던 가운데 그야말로 폭군처럼 몰아치는 최고임원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과중한 요구와 이것을 따라갈 수 없는 현실이 추가되면서 정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하고 답답하기 그지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너무 지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더이상 뭔가를 타개하고 소위 진취적으로 만들어나가고 <큰>, <대단한> 과제를 수행할 기력이 없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고. 더 깊이 들어가면, 이러한 과제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정치적 사회적 배경과 경향성이 나라는 인간의 마음이나 가치관과 심각하게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일 수도 있다. 너무, 너무 지치고 우울하다. 

 

 

이런 상황에서 토요일에는 엄마와 그간 기다려왔던 여행을 가느라 휴가를 며칠 올려두었는데, 이 여행은 당연히 취소할 수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다만 여행 동안에도 계속해서 회사에서 연락이 올 것 같아서 너무 부담스럽고 기분이 좋지 않다. 아 모르겠다, 엄마와 여행 중에 거지같은 요구들이 몰려오면 '이거야말로 정말 비인간적인 상황이다'라고 분노하여 마침내 그만둘 용기를 얻게 될지도.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했고 자다깨다 얕은 잠을 반복했다. 그리고는 여행 도중 엄마와 근교 다른 나라의 도시에 당일치기 투어를 예약해두었던 것이 바틋한 일정과 소수의 인원이라는 이유로 취소되어 '에잇 그러면 그냥 버스 타고 가고 내가 엄마 안내해드리고 하루 자고 오지 뭐. 어차피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엔 너무 멀고 빠듯했어' 로 선회하여 레지오젯 버스와 현지 숙소를 예약하느라 침실에서 늦게 나왔다. 그리고는 늦은 점심. 차 한 잔. 이후에는 산만하게 가방을 꾸렸다. 나는 가방 꾸리는 것을 정말 너무너무 싫어한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여행을 앞두면 설레는 것이 아니라 짐 꾸릴 생각에 스트레스만 가득하다. 비행기 타는 여행도 적지 않게 다녔는데 이 스트레스는 어째서인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가방 꾸리면서도 너무너무 피곤하다. 우렁이가 정말 필요하다. 엄마를 모시고 가니 예전엔 챙기지 않았던 햇반 등속을 챙기게 되었다. 하여튼 이제 70% 정도는 꾸렸으니 나머지는 내일, 그리고 가기 전날. 

 

 

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엄마는 가방 꾸리는데 전혀 스트레스가 없으셨고 이미 많이 싸두셨다. 그리고 여행이 다가오니 무덤덤하던 것이 이제 설렌다고 하셨다. 엄마가 많이 즐거워하셨으면 좋겠다. 나도 엄마랑 같이 가는 게 좋다. 좀더 예전에도 이렇게 엄마랑 좀 다닐 걸 싶어졌다. 아빠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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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종일 가방 꾸리느라 글을 한 줄도 못썼다. 간밤에 3분의 2페이지 가량 쓰고 잤는데, 알리사가 마음속의 괴로움을 털어놓는 장면이라 쉽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코스챠로부터 시작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알리사에게로 돌아오고, 또 등장하지는 않지만 도처에 존재하는 미샤에 대한 언급도 계속된다. 그도 그럴것이 이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은 1981년 가을이며, 이 글들의 우주에서는 미샤가 파리에서 체포되어 수용소에 갔다가 풀려난 무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 며칠 동안은 예전에 썼던 수용소 이야기를 다시 넘겨보고 있다. 그 글을 쓴지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그 글을 쓰던 시기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몇년도 되지 않아 꼬리를 잇고 일어났다. 그래서인지 그 글은 쓰는 순간보다도, 이미 다 쓴 후, 시간이 지난 후에 더 고통스러운 것이 되었다.

 

 

작년 내내 게냐와 리다의 이야기를 쓰느라 글쓰기의 측면에서는 감정적으로 긴장된 상태였고, 그 글을 마친 후 좀 기분전환도 할겸 가벼운 소품을 쓰려고 코스챠와 알리사의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결국 나는 수용소와 알리사의 마음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마도 허구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의 나 역시 그 시기와 어쩌면 조금은 비슷한 뭔가를 겪고 있으며 거기서 아직도 자유로워지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이제 조금 더 쓰다가 자야겠다. 가방 꾸리느라 그런지 갑자기 너무 졸리고 온몸이 무거워져서 얼마나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오늘도 비가 와서 어두웠기 때문에 티타임 사진은 서너 장밖에 못 찍었다. 그래도 맨 아래 접어둔다. 장미가 이제 활짝 피어났다. 간밤에 피어나기 시작할땐 향이 좋았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장미향이 별로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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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