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

« 2025/1 »

  • 26
  • 27
  • 28
  • 29
  • 30
  • 31

 

 

 

오후에 분리수거하러 내려갔다가 아파트 단지에 핀 꽃을 잠깐 구경했다. 공기가 나빠서 오래 걷지는 않았다. 

 

 

 

 

 

 

벚꽃이 드문드문과 만개 사이의 어딘가에 걸친 상태로 피었다. 올해 벚꽃이 평년보다 훨씬 빨리 피어서 그런가. 어딘지 어색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충분히 아름답지 못하고 충분히 여물지 못한 상태로 피었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건 목련도 마찬가지였다. 목련은 봉오리와 반쯤 피었을 때가 가장 예쁜데 순식간에 모두 피어버려서 번잡한 느낌만 들었다. 아니면 그저 내 마음이 요즘 산란해서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봄에 좀 힘들었다. 

 

 

꽃 사진 몇 장 접어둠. 

 

 

 

 

더보기

 

 

 

 

 

 

 

 

 

 

 

 

 

 

 

 

 

 

 

 

 

 

 

 

 

손목 통증이 재발했고 오늘은 오른쪽 손목도 좀 아팠다. 그날의 고통으로 진통제를 먹고 있는 터라 주저하다가 오후엔 결국 손목 통증용 약을 먹었다. 아직도 왼쪽 팔이 뻐근하고 왼손이 저려온다. 과로 때문에 눈과 손목, 팔 등등 여기저기 염증이 생기고 아프다. 

 

 

다시 '길을 찾지 못하는' 꿈을 꾸었다. 버스를 탔는데 그것은 어느새 칸막이 지하철로 바뀌어 있었고 나는 잘못 내렸다. 이상한 역에서 내려서 이상한 환승구로 나갔고 되돌아갈수가 없었다. 아주 먼 외곽에 있는 지하철역에 와 있었고 돌아가려면 두어차례 갈아타야 했는데 110분이나 걸린다고 나왔다. 스트레스와 마음의 고민이 매일같이 투명하게 꿈으로 나타나는 중인 것 같다. 

 

 

그날이라 아파서 오래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선 계속 누워서 자고 싶었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고 빈속에 먹을 수는 없어서 열시 안되어 일어났다. 주말이라는 사실을 놓고 보면 기록적인 일이다. 억지로 청소를 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후 아점을 먹었다. 이 모든 활동의 목적은 진통제를 먹기 위해서였음. 몸이 많이 아팠다. 

 

 

아점을 빨리 먹은 후 차도 이르게 우려 마셨다. 코니 윌리스의 시간여행 시리즈를 다시 읽는 김에 블랙아웃도 집어들었다. 생각해보니 블랙아웃과 올클리어는 다 읽지도 않았다. 이 책들이 번역되자마자 샀지만 그때 지방 본사에서 아주 바쁘게 일하고 있던 터였고 어쩐지 이 책에는 마음이 끌리지 않아서 읽다가 말았던 것 같다. 아마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좀 산만하게 느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마 내가 2차대전과 런던대공습에 대해서 딱히 매력을 느끼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작가들의 그 시기에 대한 소설도 그리 좋아해본 적이 없다. 이 시간여행 시리즈의 시작이자 역시 런던공습을 다룬 화재감시원은 아주 좋아하는 소설이었지만 그건 단편이었기 때문에 좋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블랙아웃을 집어들어 다시 처음부터 읽고 있다. 재미있긴 한데 흡입력은 확실히 덜하다. 

 

 

오후에 글을 쓰려고 파일을 열었는데 양쪽 손목이 너무 뻐근하고 좀 감각이 없는 느낌이라 문장 두어 개만 고치고 금방 닫아버렸다. 쓰고 싶긴 한데... 아직도 왼쪽 손목이 아파서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회사 때문에 계속 내리누르는 듯한 우울함에 빠져 있다. 번아웃의 모든 증상이 발현되어 있음. 간밤에는 문득 지금 마음의 상태가 몇년 전 너무 힘들었을 때의 패턴과 조금 비슷해지고 있다는 생각에 좀 두려워졌다. 완전히 그런 건 아니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너무 무력하게 느껴지고 아무 것도 되어 있는 게 없다는 기분에 사로잡히는 게 비슷하다. 그리고 일이 두렵다. 어떤 식으로든 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라는데 동시에 그게 두렵기도 하다. 다음주가 오는 것이 두렵다. 

 

 

일단 글을 조금이라도 써봐야겠다. 그럼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겠지.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