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일요일 밤 : 되풀이되는 꿈, 어렵고 힘든 시기, 안약 넣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fragments2023. 3. 26. 20:43
꿈에 다시 바이크를 탔다. 하지만 처음 꿈처럼 큰 바이크는 아니었다. 이번 꿈에서는 꼭 자전거 같았다. 이제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잃고 헤맸다. 지하철을 탔는지 버스를 탔는지 모르겠다. 잠은 충분히 이루지 못했고 아침에 깬 후 세시간 가까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제 도착한 라넌큘러스 믹스. 이제 겨울이 되어야 다시 주문하겠지. 버터플라이가 섞여있기를 바랐지만 폰폰과 하노이만 들어 있었다.
간밤에도 그랬지만 오늘 종일 마음이 무척 힘들고 어려웠다. 우울감이 많이 심해졌다. 머리도 멍하고 손과 팔에 감각이 별로 없고 가슴과 배에 차가운 물이 넘실거리는 기분이다. 그래서 오후엔 베란다로 나가서 볕을 쬐었다. 햇살이 따뜻했다.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과 막막한 두려움이 교차해서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다. 일을 감당하기가 버겁고 모든 것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자신에 대한 믿음도 별로 들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맡고 있는 책임이 많고 물러서기도 어렵다.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많고 그 위로 계속해서 새로운 과제들이 추가되는데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너무 벅차고 내 힘으로는 풀어낼 수 없다는 생각만 든다. 이성적인 판단인지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반반인 것 같다.
가만히 돌이켜보니 오랜 회사 생활 중에 이런 시기가 여러 번 있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어떨 때는 타개했고 어떨 때는 쉬기도 했고 어떨 때는 정말 너무 고통을 겪으며 견뎌냈다. 어쨌든 그 모든 고비들은 시간과 함께 지나갔다. 어떻게든 그 어려움들이 지나간다. 그런데 그것을 알면서도 지금의 마음을 달래기가 어렵다. 아마 이제 너무 닳고 지쳐서 그런가보다. 숨쉬기가 답답하다. 내일은 요 몇년 동안 거의 먹지 않았던 아침 약을 먹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림.
글을 조금 썼다.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고 머리가 무거워서 짧은 문단 두개만 썼다. 그런데 지금은 아마 글을 쓸만큼의 힘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미뤄놓는 게 나을 것 같다.
내일부터 다시 일주일이 시작된다. 미팅도 여러 개 잡혀 있다. 해야 할 일들이 매우 많다. 현실적인 어려움과 마음 속의 어려움이 모두 탑처럼 높다. 한번에 하나씩만 생각하려고 하는데 그것도 좀 버겁다. 뭔가 출구가 생기면 좋겠다.
며칠 전 눈에 염증이 있다고 해서 안과에서 약을 처방받았다. 하루에 두번씩 양쪽 눈에 약을 한방울씩 넣고, 건조할땐 인공눈물도 넣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정말정말 안약을 못 넣는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그래서 눈이 나쁘던 시절에도 렌즈는 거의 못 끼고 안경만 끼다가 라섹수술을 했다. 안약을 넣으면 거의 다 흘러버린다. 겁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눈도 큰데 왜 이렇게 안약을 못 넣는건지 모르겠다 ㅜㅜ 거울 앞에 서서 눈꺼풀을 벌리고 안약을 잘 조준해 넣어보려 해도 한번에 성공하는 적이 없다. 첫번째는 꼭 실패한다. 특히 오른쪽 눈이 더 어렵다. 왼쪽 눈은 그럭저럭 실패하지 않는데. 오른손잡이라는 것과도 관계가 있는 건가... (생각해보니 마스카라도 왼쪽 눈에 칠하는 게 더 쉽다) 한방에 넣어야 하는 안약을 자꾸 실패하니 아까운 약물만 계속 뺨으로 주르르 흘러내린다. 흑흑. 나는 왜 안약도 못 넣는 걸까 ㅠㅠ 눈이 큰 것과는 아무 상관없나보다.
어제 도착했을 때 찍어둔 라넌큘러스 사진 몇 장, 그리고 며칠 전 찍어둔 하얀 시넨시스 짜투리 사진도 몇 장 접어둔다. 시넨시스는 이제 다 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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