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화요일 밤 : 빌니우스 기억, 피곤피곤, 바쁜 와중에 일을 더 만들었음, 설렘은 어디로 fragments2022. 11. 8. 20:59
사진 속 핸드크림은 빌니우스에서 사온 얼마 안되는 물건인데 어제 마지막까지 짜내서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빌니우스에서 처음으로 샀던 건데... 첫 숙소였던 네링가 호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게디미나스 대로의 드로가스(올리브 영과 비슷한 곳이다)에서 샀었다. 챙겨왔던 핸드크림이 너무 용량이 작아서 금방 다 써버렸다(비행기를 타고 오면 원체 건조하기도 하고 손을 자주 씻게 되어 평소보다 더 자주 핸드크림을 발라야 한다) 그래서 드로가스에 가서 골랐던 것이 이놈으로,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고 너무 요란해보이지 않는데다 향도 강하지 않고 뭔가 네이처 어쩌고 오가닉 어쩌고 적혀 있어서 산 것이다. 끈적이지 않고 마음에 들어서 돌아와서도 침실 화장대 위에 두고 자기 전에 꼭 바르곤 했는데 결국 다 써버림. 프라하에서도 이거 파는 곳이 있으면 좋겠는데. 어쩐지 dm에 가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핸드크림도 다 쓰고, 겨울은 오고... 빌니우스에서 보냈던 여름 초의 즐거운 추억이 이렇게 겨울 속으로 잦아드는가 싶어 좀 아쉽다.
자정 좀 안되어 잠들었던 듯하다. 그러니 여섯시간 좀 넘는 정도밖에 못 자서 피곤했다. 오늘도 매우매우 바빴다. 아침엔 무슨 점검을 나온다고 해서 정신없이 이것저것 체크했고, 계속해서 일을 하고 또 회의도 하고 하여튼 바빴다. 사람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서 많이 피곤하다. 왜 이렇게 신경쓸 게 많은지 모르겠다. 일해먹고 사는 거 너무 힘들다.
내일은 오전에 병아리 대학생들이 내 업무와 관련해 뭔가 인터뷰를 빙자한 과제를 하러 오기로 했다. 토끼 한 마리가 학업에 도움이 된다면야... 하고 수락하긴 했는데 아니 요즘 애들 공부는 확실히 옛날에 비해 훨씬 심도깊은 것만 같다. 세상이 변하고 얻을 수 있는 정보의 범위와 깊이가 달라져서 그렇겠지만. 대충 말로 때워도 될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이왕 해주는 거 공부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편이 나으니 하여튼 오늘 바쁜 와중에 그것도 조금 준비를 했다. 아 내가 이렇게 스스로 일을 만들어 흑흑...
여행이 이제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여행가는 것에 대한 설렘은 없고 주말에 짐 꾸려야 하는 것과 비행기 오래오래 타야 하는 것, 아무래도 비행기 탈 때 망할넘의 붉은 군대가 도래할 것 같다는 생각 이 세가지로 피곤해하고 있음.
오늘은 제발 침대에 머리 대자마자 잠들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내일 출근할 수 있기를... 나의 우렁이는 도대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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