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를 여행한 며칠은 영원한 휴가님과 함께 머물렀는데, 자기 전에 내 폰에 들어있는 음악을 랜덤으로 듣다가 로비 윌리암스의 Feel이 나왔다. 내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노래라 아직도 폰에 이거랑 come undone이 들어 있다. 그런데 영원한 휴가님이 이 노래 후렴구를 들으니 '나나나나 나나나~' 하는 비슷한 선율의 다른 노래가 생각나는데 도저히 제목이랑 누가 불렀는지 모르겠다고 하셔서 우리는 스무고개를 하듯 어느 나라인가, 남자인가, 밴드인가, 어떤 스타일인가, 혹시 브릿팝인가, 솔로인가, 그룹인가 등등 계속 유추를 해봤지만 그날 밤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다 영원한 휴가님은 꿈에서 그 노래를 찾아냈고 잠결에 나에게 얘기를 해주셨는데 나도 그때 뒤척이고 있던 터라 '잠꼬대를 하시나보다' 했음 ㅋㅋ 다음날 영원한 휴가님은 정말로 그 노래가 뭔지 알아내서 나에게 알려주셨고 같이 뮤비도 봤는데... 아아악, 나 지금 그 노래 뭔지 기억이 안남 흐흑 정말 물고기 같은 토끼의 기억력 ㅠㅠ
하여튼 그래서 이제 이 노래를 들으면 리가의 켐핀스키 호텔과 '나나나나~' 가 생각난다. 그 생각에 유튜브에서 찾아본 로비 윌리암스의 이 노래 공식 뮤비. 근데 나 이 노래 좋아해서 정말 많이 들었는데 막상 이 뮤비는 처음 본다. 이 당시는 이미 뮤비들을 찾아보던 시기가 아니게 되어서 그런가보다. 그래도 come undone 뮤비는 봤었고 심지어 art 폴더에 올린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맨날 그냥 흘려들었는데 뮤비에 가사 자막이 나오는 걸 보니 이 가사 좀 슬프구나... (원래 노래 들을 때 가사를 귀기울여 듣지 않음) 하긴 로비 윌리암스 노래들은 항상 좀 허세넘치긴 해도 어딘가 우울한 구석이 있었어. 그러고보니 나는 이 앨범 이후엔 로비 노래를 찾아듣지 않았었구나. 정말 오래전이네. 이 노래가 벌써 20년도 넘었잖아 으악...
** 사진은 켐핀스키에서 우리가 묵었던 방의 문. 리가에서는 짧은 여행 동안 아침저녁 리가 타파스를 하느라 그랬는지 방 사진을 거의 안 찍었음 ㅎㅎ
** 아 근데 정말 그 노래 뭐지 나나나나..
** 추가) 영원한 휴가님이 나나나나 노래를 알려주셨다. Manic Street Preachers의 <If you tolerate this your childern will be next> 라는 곡이었다. 나는 잘 모르는 노래였었기에 그때 알려주셨는데도 가수도 제목도 길어서 까먹었나보다. 앓던 이가 빠진 듯 시원! 그래서 아래 이 노래 링크도 추가함. 다시 들어보니 보컬 스타일이랑 멜로디가 좀 비슷한 느낌이 있네. 이 노래도 들으니 좋다. 이 시기 노래들이 역시 보컬도 사운드도 좋은 것 같아(근데 다들 이렇게 얘기한다고 하지 ㅠㅠ 옛날 청춘시절 들은 노래가 제일 괜찮다고...) 근데 솔직히 정말 괜찮음.
새벽에는 비가 왔다. 종일 날씨가 흐렸지만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스웨터와 치마, 기모 스타킹에 코트, 스카프를 두르고 나왔더니 더울 정도였다. 대신 습기 때문인지 좀 답답하고 계속 졸렸다.
다시 새벽에 두어 번씩 깨기 시작했다. 돌아갈 때가 다가와서 그런가보다 흐흑... 사실 새벽에 깨면 한국은 시차 때문에 이미 오전에서 낮이므로 업무 관련 단톡방에 이것저것 올라오고 있고, 그걸 안봐야 되는데 나도 모르게 체크를 해보게 되니 더 자다 깨나 싶음. 하여튼 오늘은 조식 먹으러 내려가기 귀찮았지만 그래도 내려가서 남은 쌍화차를 타서 마시고 아침도 챙겨 먹었다. 방에 올라와서는 곧장 나가는 대신 업무 메일들을 확인하고 너무 졸려서 침대로 들어가 책을 좀 읽다가 12시가 다 되어갈 무렵 일어나 나갔다.
오늘은 2시에 슈가무어에 애프터눈 티를 예약해두었으므로 그 외의 특별한 일정은 없었고 날씨가 꾸무룩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엘스카로 가서 책을 읽었다. 점심 먹기가 애매해서 안 먹었는데(애프터눈 티세트는 양이 많고 샌드위치도 주므로) 대신 엘스카에서 우유 든 디카페인 카푸치노를 마셨다. 그리고 영원한 휴가님이 좀 일찍 나와주셔서 엘스카로 먼저 와주셔서 고마웠다.
우리는 엘스카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되어 슈가무어로 이동했고 애프터눈 티를 마셨다. 그건 별도로 올렸으니 생략. 날씨도 그렇고 슈가무어가 좀 공기가 답답했는지, 아니면 탄수화물과 당분이 차의 카페인을 압도해서 그랬는지 졸리고 더워서 우리는 밖으로 나와 보키에치우 거리의 벤치에 앉아 바람을 쐬었다.
돌아갈 날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 하고 싶은 거 남은 건 없는지 영원한 휴가님이 물어보셨다. 딱히 막 이거 해야 되는데 못했다는 건 없는 것 같다. 트라카이랑 카우나스에 가려다 안 가긴 했는데 사실 그건 내가 정말 가고 싶었다면 언제든 갈 수 있었고 지금도 갈 수는 있다만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아마 이번에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건 쉬는 것, 일을 안 하고 그냥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고 하루에 조금씩 걷고 카페에서 카페로 옮겨가며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던 듯하다. ‘뭔가를 하는 여행’보다는 ‘하지 않는’ 여행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일 때문에 너무 지치고 닳아 있었기 때문에, 돌아가면 다시 그런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토요일 같은 여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일에 지쳐 녹초가 되면 토요일에는 집에서 그냥 뻗어서 목욕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니까. 그러니 이번 여행은 토요일 같은 여행, 하지 않는 여행에 가깝다. 그리고 오랫동안 머무르는 동안 항상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정보도 주시고 함께 해주시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아마 프라하에 갔다면 이런 느낌은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영위하는 일상 속에 들어와 짧은 기간도 아니고 여러 날 동안 머무르는 친구에게 마음을 쏟아주시는 분이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큰 마음과 온기라는 것을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사실은 알기에. 그러고보면 나는 날씨보다는 친구 운이 좋은게 아닐까 싶다.
보키에치우와 트라쿠 거리를 좀 걸었고 이후 영원한 휴가님과 헤어진 나는 어디로 갈지 좀 방황했다. 오늘은 컵룸 카페에 자리가 있어서 거기 들어갈까 했으나 슈가무어 여파로 그때까지 배도 부르고 졸려서 뭔가를 더 마실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근처를 좀 걷다가 리미에 가서 부서원들에게 줄 초콜릿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리미보다 좀더 위쪽에 있는 디페쉬 카페에 가볼까. 여기도 한번은 가봐야 덜 아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미닌코누 거리와 우니베르시테토 거리를 지나(우왕 내가 이제 거리 이름들을 외우고 있어!) 게디미나스 초입으로 갔다. 그런데 디페쉬 카페는 의외로 만석이었고 카운터의 점원은 한명 뿐이라 정신이 없어 주문받기까지 한참 걸렸다. 그래서 나는 포기함. 딱히 뭘 마시고 싶은 상태가 아니었고 아무리 봐도 ‘아 여기는 그냥 내가 앉아서 뭘 마실 곳은 아닌가보다’ 라는 마음이 됨. 여기랑 베로 카페가 그런 듯. 내일은 아우구스타스와 바르보라 카페를 재도전해볼까 싶다.
디페쉬에 가기 전에 우니베르시테토 쪽에서 유레카 서점에 다시 가보았다. 오늘은 문이 열려 있었다. 영어 서적들 쪽을 구경해보았는데 라인업을 보니 아 이런 쪽 취향의 서점이구나 하고 끄덕끄덕. 좀 폴 오스터 풍이랄까. 그리고 일본 문학들이 좀 있다. 오스터가 있으니 당연히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고. 도스토예프스키 영역본이 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미권 작가의 소설이 있으면 영어로 된 걸 한 권 정도 사볼까 했는데 딱히 눈에 띄진 않았음. 아아 신에게는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 세 권이 있사옵니다. 그리고 엽서랑 티셔츠는 2년 전이랑 구색이 거의 같아서 살만한 게 없었음. 다행이라 해야 하나 ㅎㅎㅎ
디페쉬 카페 실패 후 리미 옆의 토토리우 후라칸을 힐끗 살펴보았다. 어제의 후라카나스가 혹시 오늘은 여기 와 있지 않나 궁금해서. 후라카나스는 없었고 차분한 여자 점원 두명이 있었다. 하긴 후라카나스는 여기는 좀 맘에 안 들 거야. 토토리우 후라칸은 바쁘고 정신없고 외국인도 많이 오거든... 후라카나스가 행복하게 일하는 쪽이 나아 ㅎㅎㅎ
그래서 그냥 리미에 가서 티셰 2리터들이 한병, 그리고 부서원들에게 줄 초콜릿 2상자를 샀다. 그리고 그 사이 배가 좀 꺼졌고 뭔가를 챙겨 먹기가 너무너무 귀찮아서 들어가는 길에 맥도날드에 들러 치킨버거를 1개 테이크 아웃해 와서 방에서 대충 먹었음.
그래서 오늘은 슈가무어 애프터눈 티가 메인이 되었음. 6,779보. 4킬로.
내일부터는 천천히 가방 꾸릴 생각을 해볼까 싶은데 으악 너무너무 하기 싫어 엉엉... 그리고 기념품도 아직 다 안 샀어... 문제는 뭘 사러 가면 내가 사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는 데 있음. 흑흑 월요일에 떠나니까 그래도 5일 반이나 남았으니 평소의 여행이랑 비교하면 아직 많이 남았다고 스스로를 달래보며... 내일은 아우구스타스와 바르보라 카페, 필리에스 거리의 기념품가게 등에 가볼까 싶지만 어디까지나 지금의 생각일 뿐. 내일은 내일의 기분으로 결정을... 아마 엘스카나 이딸랄라에도 다시 들를 것 같음.
근데 맨날 카페 생각만 하고 어디에서 뭘 먹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음. 그렇게 보면 지금 호텔에서 조식을 신청해놓은 게 좀 지겹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 같다. 아마 아파트를 얻었으면 청소도 안하고 밥도 더 안 챙겨먹었을 것 같음. 아, 솔직히 말하자면 아침에 조식 먹으러 내려가기 너무 귀찮다. 방에 그냥 누워서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바로 그것이 토요일의 집토끼 모드이기 때문이지) 그래서 들어오는 길에 피나비야나 로마눔이나 비르쥬 두오나 같은 곳에서 빵을 사와야지 하고 매일매일 나갈 때마다 생각하지만, 막상 들어올 때는 다른 것들을 사서 가방이 무겁거나, 피나비야에 가면 좋아하는 빵은 이미 나가버렸거나, 로마눔은 숙소에서 더 올라가야 해서 귀찮거나 등등 하여튼 게으름뱅이의 이유가 하나씩 꼭 생겨서 그냥 들어오게 되고... 결국은 ‘아 아침거리 없어... 지금 안 먹으면 나가서 또 제대로 챙겨먹어야 되는데 너무 귀찮아... 그냥 조식 먹으로 내려가’ 로 귀결됨. 뭐지, 이게 좋은 건가?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맨 위 사진과 바로 아래 사진은 슈가무어에서 나온 후 보키에치우 거리 벤치에 앉아 바람 쐬면서 찍음. 햇볕 쨍할 때와 컬러도 분위기도 많이 다르답니다. 아마 돌아가면 우리 나라도 슬슬 이렇게 되기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번 10월은 예전에 비해 따뜻하고 해도 많이 나서 날씨 운이 좋다고 영원한 휴가님이 나에게 말씀하심. 내 경험으로 비춰봐도 정말 맞는 것 같다!
트라쿠 거리의 컵룸 카페. 반대편에는 '지금 아니면 언제 커피 마시겠니' 문구, 이편에는 '커피 마시고 싶지' 라는 문구라고 한다. 흐흑, 빌니우스 넘버원 커피의 패기를 돌려줘봐. 그렇게 적혀 있었으면 내가 오늘 다시 들어갔을지도 모르는데 ㅎㅎ
도미닌코누 거리. 왼편은 스시 라운지라는 일식집인데 호박 장식 가득.
들어가봤지만 바쁜 점원과 만석 테이블로 이번에도 앉지 못하고 나온 디페쉬 카페. 아 지금 잘보니 디페쉬 카페가 아니라 디페쉬 커피구나. 하여튼 그냥 여기는 이제 포기.
사람들마다 여행을 가면 해보고 싶어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누구는 액티비티를 즐기고 누구는 수영을 즐기고 누구는 식도락을 즐기고 누구는 사진을 찍고 등등... 나는 편향적 여행자이므로 한없이 게으른 취향인데, 시간적 여유가 좀 있고 또 묵는 숙소가 괜찮을때, 그 호텔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가 있으면 이따금 마셔보며 행복해한다. 혹은 그 숙소에 멋진 바가 있을 경우에는 김릿이나 다른 칵테일을 한잔 정도 마셔보는데 후자는 점점 게을러지면서 드물어지고 있다. 지금 머무르는 숙소도 로비 바가 있는데 그렇게 멋진 바가 아니라서 그런가 여태 딱히 당기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머무르는 숙소'에 딸려 있어서 맘편하게 슥 한잔 마시고 대충 올라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임. 나다니면서 바에 가기에는 너무 게으르기 때문에 ㅠㅠ 그리고 일단 한번 숙소에 돌아오면 다시 나가기 어려운 인간이기 때문에.
재작년에 왔을 땐 대성당 앞 켐핀스키에 묵었고 거기서 애프터눈 티를 마셔보았다. 그때 2% 부족한 점이 있긴 했지만 즐거웠고 티 자체도 맛있었기 때문에 다시 거기 가볼까 했는데 켐핀스키가 힐튼으로 넘어가면서 뭔가 좀 바뀌기도 했고 또 새로운 곳에서 마셔보고 싶어서 슈가무어에도 애프터눈 티세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여기 예약을 해두었다. 그 얘기는 어제. 근데 이걸 시키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어제도 남자 점원이 당황하며 산드라를 찾았고 오늘도 시간 맞춰 가서 애프터눈 티 예약했다고 했더니 점원이 제대로 못 알아먹고 그냥 차 마시러 왔다는 줄 알고 아무 자리나 앉으라고 하여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는 어색한 순간이 발생함. 하여튼 예약을 다시 확인했고 티 세트는 준비되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2층에 가서 앉았다.
슈가무어는 케익이 맛있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는 그냥 무난한 정도였다. 샌드위치는 특히 그냥 집에서 만든 샌드위치 같았고 디저트도 생각보다는 적었다. 스콘은 조금만 더 따뜻했으면, 그리고 휘핑버터 대신 클로티드 크림을 줬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쉬웠다. 근데 켐핀스키에서도 클로티드 크림 대신 크림치즈를 줬었으므로 빌니우스에서는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페어링이 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좀 아쉬웠다(뭐 우리 나라도 안 주지만) 가격 자체가 호텔 애프터눈 티보다는 저렴했기 때문에 이 정도면 그냥 무난하다고 생각했지만 하여튼 '그냥 구 켐핀스키 현 힐튼에 다시 가볼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약간 들었다. 홍차는 가향차를 제외하면 얼그레이와 브렉퍼스트(아삼, 실론, 다즐링 배합이라고 함)만 있어서 나와 영원한 휴가님이 순서대로 각각 시켰다.
차가 나왔을 때 부모님과 통화를 하고 있느라 좀 정신이 없었고 자리가 넓지 않아서 구도 잡기가 어려워서 사진을 대충 찍었더니 찻잔 두개가 제대로 잡힌 사진은 없음. 조명이 밝아서 생각만큼 이쁘게는 안 나왔다. 하여튼 슈가무어의 애프터눈 티 세트. 근데 여기는 그냥 차 한 잔에 원하는 케익 한조각을 시키는 게 더 나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음.
그래도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티타임이었다. 거의 다 먹고 매우 배부르고 또 너무 졸린 상태로 '안되겠다 바람 쐬야겠다' 하며 카페를 나오게 되었다. 사진 몇 장.
근데 방에서 나와 게디미나스 대로로 막 걸어나왔을 때 '앗, 쿠야 안 데려왔네' 하고 깨달았다. 흑흑 쿠야에게는 비밀임. 근데 쿠야야, 켐핀스키만큼 근사하진 않았으니까 좀 놓쳤어도 그냥 양해해.
오늘은 영원한 휴가님이 엘스카에 들르셔서 함께 커피. 나는 디카페인 카푸치노. 영원한 휴가님은 (아마도) 더블 에스프레소. 후자는 용량 때문인지 러브라믹스가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쪽에서 나오는 컵이었다. 이쪽 동네 카페나 식당에 들어가는 식기에 많이 쓴다고 함. 대문자 세개에 가운데 A가 있었던것 같은데 이미 기억에서 지워짐 흐흑... 손잡이가 없고 러브라믹스가 아니어서 찍어둔건데 브랜드 기억에 없음 ㅎㅎ 아무리 생각해도 RAF 비슷한 이름이었던 거 같은데 그걸로 검색해보니 로열 에어포스만 나온다... 특별히 이쁘거나 갖고 싶어서가 아니고 이름을 봤는데 기억이 안 나니 답답해서 ㅎㅎ
오늘 엘스카에는 12시 즈음 갔는데 한적했다. 날씨가 흐리고 습했지만 춥지는 않아서 실내는 좀 덥기까지 했다. 아마 두터운 스웨터와 치마를 입고 있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첨에는 나 혼자 갔고 자리가 많아서 예전에 앉아보지 않았던 옷걸이 아래쪽 테이블로 가서 앉았는데, 영원한 휴가님이 엘스카로 오신다고 하셔서 얼른 어제 앉았던 don't ask why 자리로 옮김. 그래서 사진은 두군데서 찍음. 위의 사진은 두번째 자리. 예전에 야외테이블에 잠깐 함께 앉았던 것 외엔 엘스카 안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며 커피 마신 건 오늘이 처음이다.
이제 저 소파 자리만 앉아보면 되는데 저 자리는 여럿이 앉는 자리라 비어 있어도 선뜻 가서 앉지를 못하겠음. 또 어떤 사람들은 혼자 와서도 랩탑 펴고 잘만 앉는데... 소파 옆의 기타도 예쁘다. 어쩐지 잘 어울리고 위화감이 없다.
첨에 앉았던 자리. 디카페인 카푸치노 주문. 얼굴을 익힌 친절한 직원 여자분이 카푸치노를 가져다주면서 '옷이 맘에 들어요' 라고 했다. 고마워요. 이것은 여기 와서 기념품 대신 득템한 분홍 스웨터와 분홍초록 치마랍니다 ㅎㅎ 앞으로 이 옷을 입을 때마다 빌니우스를 생각하게 되겠지. 어떻게 보면 그래서 나에게는 옷이나 스카프, 찻잔 같은 게 제일 좋은 기념품 같기도 하다.
책은 거의 다 읽어감. 역시 뒷부분의 남의 책들과 번역에 대해 얘기하는 얘기들이 다시 읽어도 재밌다. 그리고 친한 사람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는 것도.
디카페인 카푸치노이지만 역시 설탕을 넣고...
이 러브라믹스 빨간색과 뒷편 테이블 앞 빨간 의자가 잘 어울려서 찍어놓음. 아무래도 한국 돌아가면 빨간 러브라믹스랑 검정 러브라믹스를 살 것 같아 ㅎㅎ
엘스카 무지개 테이블과 나의 분홍분홍 :)
** 추가
영원한 휴가님이 집에 있는 식기를 뒤집어보고는 상표를 알려주심. RAK이었다. 그래, 앞부분은 맞았네! 아이 속시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