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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깼을 때 회사와 관계된 단톡방에 피곤한 소식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잠결에 톡을 다 확인하지는 않고 ‘에휴...’ 하면서 다시 잠들어서 꿈에서도 회사랑 관련된 뭔가가 나왔다. 어제 한시 다되어 잠들었기 때문에 9시가 되어갈 무렵에야 깨어났다. 주말엔 조식이 11시까지라 다행이라 생각하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일기예보로는 아침에 잠깐 구름 속에서 해가 나다가 정오부터는 흐려지고 저녁엔 비가 온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조식을 먹고 나서도 하늘에 푸른 기운이 많이 보였고 아직은 맑아서 ‘아아 좋은 날씨는 다시 오지 않...’ 하면서 나갈 채비를 했다. 오늘은 코트를 입긴 했지만 어제보단 덜 껴입었다. 히트텍, 그냥 막 입는 얄팍한 후드 롱 원피스, 니트 바지와 코트, 얇은 스카프 정도. 그래선지 응달에선 좀 싸늘했지만 오늘 날씨가 생각보다 좋아서 햇살 아래 다닐 때는 좋았다. 사실 코트보다는 숏패딩에 치마와 기모스타킹이 좀더 기동성이 좋긴 하다. 내일은 더 추울테니 새로 산 치마를 입어볼까 생각 중. 오늘 아침에도 깼을 때 좀 싸늘하다 싶었는데 바깥의 아침 기온은 2도라고 했다. 낮엔 12~13도 정도. 그래도 해가 나는 쪽은 따뜻했다.


 
 
해가 나니까 도리어 어딜 가야 할지 좀 멍해졌다. 그러다가 ‘햇살 들 때 가면 이뻐보일 것 같은’, 예전에 찍어놨지만 어째선지 확 내키지 않아 아직 안 갔던 키라스 카페에 가기로 했다. 카페 얘기는 따로 올렸으니 그것으로 대체. (오늘은 카페 3곳을 갔기 때문에 그 이야기들은 다 따로 올렸다)
 


 
키라스에는 4~50분 정도 앉아 있었고 영원한 휴가님이 잠깐 짬을 내어 나오실 수 있다고 하여 중간 정도 지점에 있는 보키에치우 거리의 후라칸으로 갔다. 나도 거기 다시 가고 싶었던 차에 좋아하며 갔는데, 으앙, 구글맵을 따라가니 토토리우 거리를 횡단해서 이그노토 거리, 도미닌코누 거리를 지나야 했음. 토토리우 거리 역시 다 횡단하니 음침해... 관공서, 넓은 도로, 응달, 오르막! ㅎㅎ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 나름대로 갈만 했다. 그리고 가성비가 좋아서 원래 이번에 묵을까 했던 호텔을 지나쳐가면서 ‘그래, 저기 묵으려다 토토리우 거리가 퍼뜩 생각나서 안했는데 참 잘했다’ 란 생각에 기분이 좋아짐. 뭐지, 새옹지마? 아니, 조삼모사?

 

 
 
이 후라칸과 광합성과 득템 얘기도 따로 올렸으니 여기선 생략.
 
 


영원한 휴가님은 아이들의 자유시간이 끝날 무렵이라 귀가하시고 나는 보키에치우에서 이어지는 디조이 거리로 나와서 다시 그 ‘마의 구시청사 앞 벤치’에 앉아 햇살을 쬐면서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아빠가 감기에 걸려서 기침을 심하게 하셨다. 어제보다 기침이 심했다. 환절기라 그런 거 같긴 했지만 원체 감기 한번 걸리면 고생을 하시는데다 항암치료 받은지 얼마 안되었으므로 좀 걱정이 되었다. 엄마는 내일 담당 교수 쪽에 전화로 물어보고 그 병원에 가보시겠다고 한다. 아빠가 부디 고생하지 않고 어서 나아지셨으면 좋겠다.

 


 
이때쯤 배가 고파지고 있었다. 마침 근처에 나르베센(키오스크 편의점 같은 곳이다. 여기저기 있다)이 있어서 교통카드 충전을 시도해보았다. (나도 교통 앱을 써보려 했지만 여기서 인증을 하려고 하자 우리나라 번호로는 인증이 되지 않았음) 영원한 휴가님이 요즘은 앱을 쓰신다면서 나에게 교통카드를 주셨었는데 이키나 리미 같은 슈퍼에서 충전해준다고 했지만 그 슈퍼들은 모두 셀프결제라 도대체 카운터에 점원이 없었다. 교통카드 충전되냐고 물어보니 된다고 해서 신나하며 10유로 충전해주세요 했는데 나르베센의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티켓 수로만 충전하고 금액 충전은 아니라 한다. 그러면서 30분짜리 티켓 10개를 넣어주었다(6.5유로) 교통카드를 손에 쥐자 엄청 좋았다.
 

 


그래서 ‘오 그럼 며칠 전 구글맵 리뷰에서 발견한 강 건너 중식당에 가봐야지~’ 하며 버스를 타보았다. 버스를 타자 드디어 네리스 강을 건넜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긴 했지만 버스를 탈 수 있는데 어째서~ 그래서 겨우 1정거장 버스를 타고 내려서 ‘김치찌개라고 주장하는 김치수프’를 판다는 중식당에 갔다. Zhangas라는 곳인데 여기는 어제 갔던 데랑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우리나라 중국집 느낌이었다. 김치수프는 사진으로는 뻘건 것이 약간 야매 김치찌개처럼 생겼다. 그래서 김치수프와 새우볶음밥을 시켰다. 흰밥을 시키려다가... 근데 흰밥 시켜야 했던 건지도... 새우볶음밥은 딱 우리나라 중국집 볶음밥 맛이었는데 거기 간장이 가미되어 좀더 짰다. 짜장소스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딱 그 맛이었고 김치수프는, 김치가 아니라 그냥 배추를 가늘게 썰어서 넣은 약간 매운 수프였다. 고기 베이스에 배추 약간, 미역 조금 들어 있는데 그 맛은 나가사키 짬뽕을 연하게 빨갛게 만든 좀 기름진 맛이라 해야 하나. 랍상과 케익과 플랫화이트 때문에 첨엔 이 수프랑 볶음밥이 넘 맛있었는데 먹다 보니 양이 많고 짜서 절반 정도밖에 못 먹음. 흑흑, 2인이 먹을 양이었어. 그래도 맛있게 먹고 나왔다.

 


 
짠 걸 먹고 나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서 식당 근처의 나르베센에 가서 초콜릿 입힌 하드를 사서 먹으며 네리스 강변을 조금 걸어보았다. 여기 강변은 소박하다. 그런데 강변 자체는 그렇게 예쁘진 않았고 공사하는 곳이 많은데다 역시 강가는 썰렁해서 곧 다시 올라와 버스를 타고 강을 건넜다. 이때쯤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숙소 근처에서 내렸는데 어제 구글맵으로 발굴한 근처의 다른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카페의 이름은 Joy Cafe였다. 이 카페 얘기도 따로 올렸으니 생략. 이러니 오늘 메모 적는 게 아무리 적어도 안 끝났나보다.
 

 


 

조이 카페는 숙소에서 가까웠으므로 금방 돌아왔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었다. 원래 방에 들어오면 너무 따스하고 답답해서 제일 먼저 창문부터 열고 환기를 하는데 오늘은 방이 춥진 않았지만 썰렁한 느낌이었다. 따뜻한 물에 들어가 몸을 풀어주고 머리를 감고 말리고 샤워를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오늘의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중인데 으악 카페 3개, 중식당, 버스 등 오늘 생각보다 쓸게 너무 많네. 역시 날씨 좋은 날은 바쁜 날 ㅎㅎ

 

 


오늘은 8,933보, 5.4킬로. 행동반경은 넓었지만 역시 버스가 한몫했음! 오늘 밤은 비오고 내일은 해가 약간 비쳤다가 흐리고, 최고 기온 8도라고 한다. 내일도 오늘처럼 의외로 날씨가 좋게 해주세요.

 


 
 
카페 사진들을 많이 올렸으므로 여기는 거리와 중식당 등 나머지 사진 몇 장. 맨 위가 숙소에서 나왔을 때 게디미나스 대로 풍경. 낙엽이 우수수... 열흘 전에 왔는데 그때에 비해 확 싸늘해지고 가을 됨. 그땐 잎사귀가 저렇게 다 노랗지 않았는데. 
 

 

 

 




 
 

여기는... 음, 작년엔가 여사님이 들르셨던 곳입니다. 디조이 거리에 지점이 두세 개 있는데 마주보고 있어서 그 중 어디로 가셨는지는 모르겠다만 여기가 제일 큰 거 같다. 게디미나스에서 출발해서 구시가지 산책하다 보면 디조이 거리를 거의 매일 지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여기 보면서 '호객 안하는데' 라고 생각함. 

 

 
 




 
드디어 버스를 탔기에 신나서 찍어둠 ㅎㅎㅎ
 
 


 

 

 

 

김치수프라기보단 배추 조금 들어 있는 빨간 고기수프였지만 조금 나가사키 짬뽕 비슷한 맛. 먹었더니 땀이 조금 남. 근데 나는 고기를 별로 안먹어서 엄청 많이 넣어준 고기가 좀 아까웠음. 

 

 

 


 

 

간장맛 외엔 우리나라 볶음밥이랑 매우 비슷. 짜장소스 생각났음 

 

 

 




 
중식당에서 나와 잠깐 네리스 강변 거닐면서 찍음. 잘 보면 왼쪽 아래 낚시하는 분이 보임. 
 
 


 

 

 


 
저 다리 건너서 좀 걸어올라가면 게디미나스 대로가 나온다. 


 
 
 

 
 
 

 

영원한 휴가님이 선물해주신 후라칸 머그 개시. 잘 씻어서 물컵으로 데뷔. 쿠야에게도 보여드림. 쿠야는 매일 혼자 집 보고 있어서 좀 삐친 듯 ㅋㅋ 머그에 코코아 쯤은 타와야지 기껏 물이냐고 토라진 얼굴. 근데 이거 티셰야... 이 물 맛있어, 한국 돌아가면 생각날 거야. 우리나라엔 안 들어온단 말이야, 이 물. 티셰는 내가 좋아하는 딥스나 닥터유 해양심층수와 에비앙의 중간 정도 맛이다. 내가 좋아하는 맛인데, 우리 나라에도 들어오면 참 좋겠다. 여기서도 물 중에는 약간 가격대가 있는데 돌아가면 못 먹는 물이란 생각에 2리터들이를 사서 마시고 있음. 삐친 쿠야에게 미네랄 함량 높은 티셰를 찬양하며 달래주는 중. 그래서 오늘 메모는 머그랑 티셰 찬양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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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14. 04:03

조이 카페 Joy Cafe 2024 riga_vilnius2024. 10. 14. 04:03

 

 

 

조이 카페는 숙소에서 좀 거슬러 올라가 공원을 끼고 돌면 나온다. 카페가 있을 법하지 않은 대로변이었는데 역시 별로 눈에 띄진 않았다. 사진으로는 채광이 잘되는 것처럼 보였고 아기자기 이뻐보이는데다 평점도 좋았다. 그래서 가보았는데 여기도 사진이 더 이쁜 카페로 결론.

 

들어갔더니 남자 점원이 카운터 앞 테이블에 앉아 간단히 식사를 하다가 얼른 일어나 주문을 받으러 왔다. 점원이 무척 친절했다. 배가 부르고 더 이상의 카페인 섭취는 안될 것 같아서 메뉴를 보다가 그냥 녹차 시키려고 했더니 이분이 카운터에 있는 티백 상자들을 보여주면서 센차, 시나몬차, 레몬차 등등 종류 많다고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고 특히 시나몬차나 레몬차를 권했다. 나는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아니 저렇게 설명해주는데 시나몬티 마셔야겠네 하고 그것을 골랐다. 알고 보니 그것은 차이 마살라 티였다 ㅎㅎㅎ 나는 차이티에 우유 안 넣고도 그럭저럭 마시는 편이고 또 추워지고 있었으므로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다만.

 

안쪽에 조그만 방이 있어서 그리로 들어갔다. 제일 안쪽엔 저 사진 속 젊은 남자가 앉아 폰인지 태블릿인지에 집중 중이었고 또 다른 안쪽에는 중후한 미중년 아저씨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창고 문 같은 게 있었는데 그게 카운터 뒤로 연결되는 것 같았다.

 

여기는 좀 소박한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카페였는데 뭔가 2%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림도 한 점 걸려 있었고(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영원한 휴가님이 우주피스 쪽에서 본 화가 그림 같다고 하셨다), 난데없이 큰 tv도 걸려 있었다. 그림보다는 사진이나 좀더 심플한 판화가 어울릴 것 같긴 했다. 그리고 좀 싸늘했다.

 

 

그런데 내가 앉은 소파가 크고 푹신해서 카페 인테리어랑 좀 안 어울린다 생각했지만 의외로 몸이 푹 파묻히며 엄청 편했다! 그래서 생각보다 더 앉아서 쉬었다. 모닝 랍상소총, 런치 김치수프 비슷한 거. 애프터눈 마살라티. 오늘은 뭔가 센 날.

 

 

하여튼 여기서도 한시간 가량 쉬다가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텔레비전이 제일 신기함. (꺼져 있었음) 축구하면 다들 모여서 저 텔레비전 틀어놓고 축구 보나? 여기 사람들은 축구 볼 때 뭘 먹을까? 치킨이랑 맥주는 당연히 아니겠고. 맥주는 마실테지만. 근데 리투아니아에서도 축구가 인기 많은가? 갑자기 새로 발굴한 카페에서 축구 의문으로 마무리.

 

 

 

 

 

코트랑 가방 놓여 있는 저기가 내 자리. 생각보다 엄청 흡입력 강했던 소파. 왼편에 걸려 있는게 로컬 화가 그림(으로 추정) 전체적으로 이것저것 섞여 있는 느낌... 

 

 

 

 

 

 

문제의 텔레비전 모니터. 아니 혹시 저게 텔레비전이 아니라 무슨 게임용 모니터라든지, 아니면 미디어아트를 틀어주는 모니터???? 그런데 이 동네 스타일 상 카페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는 안 할 것 같은데. 

 

 

 

 

 

 

 

 

외관은 이렇습니다. 장사가 잘 돼야 할텐데.... 별로 눈에 안 띄어서 분홍색 플래카드도 걸어놨나 싶음. 근데 평점은 좋았으니까 사람들 많이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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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14. 03:33

후라칸 광합성 + 머그 + 신 맞아? 2024 riga_vilnius2024. 10. 14. 03:33

 

 

보키에치우 거리의 후라칸 커피는 내가 22년에 '빌니우스에 갈까요?' 하는 댓글을 주고받다 정말 빌니우스에 가게 된 계기가 된 곳이다. (당시 영원한 휴가님이 이곳의 엠파나다에 대한 이야기를 올린 것에 댓글을 달다가) 그래서 여행을 마치기 전날 여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는 안쪽 구석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는데 오늘 햇살이 너무 좋았다. 보키에치우 거리 이쪽 편은 햇살이 잘 드는지 후라칸, 슈가무어, 이딸랄라 카페가 늘어서 있고 야외테이블들에 로컬들과 몇몇 관광객들이 앉아 정신없이 광합성을 하고 있었다. 나도 영원한 휴가님과 함께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생각보다 무척 따뜻했고 바람이 불지 않아서 전혀 춥지 않았다. 난 한국에선 절대 야외에 앉지 않는다만 아마 이쪽 동네 살면 나도 햇살을 찾아서 야외 테이블 앉을 것 같긴 하다. 눈만 좀 신경 쓰이지만 자외선 차단 안경을 끼고 :)

 

 

햇살 좋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나는 랍상소총의 강력한 뒷맛을 지우기 위해 플랫화이트를 시켰고 영원한 휴가님은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로 추정)를 시키셨다. 후자는 되게 이쁜 잔에 줬는데 플랫화이트는 잔이 다 떨어져서 종이컵에 준다고 했다. 점원이 둘 뿐이었는데 여자분은 초짜였고 종이컵에 내준 남자분은 초짜 가르치랴 주문받으랴 커피 내리랴 정신이 없었다. 그러니 잔 치우러 갈 시간도 없고 설거지할 시간도 없나보다. 여기는 종이컵도 이쁘니까 난 괜찮았다. 그런데 여기 플랫 화이트는 많이 씁쓸했다. 어린이 입맛인 나에게는 으앙 쓰다여서 설탕을 한 봉지 반이나 투하했다. 엘스카가 확실히 부드러운가보다 흐헝. 테이스트맵의 카푸치노보다도 썼음. 양도 많이 줬다. 그래서 좀 남김. 그리고 신기하게도 여기에선 일본 양갱을 팔았다. 손가락보다 조그만 미니 양갱인데 팥 맛 유자 맛이 있었다. 신기신기.

 

여기 머그를 사고 싶어서 구경을 했다. 로고 박힌 카푸치노 잔이나 찻잔과 받침접시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그냥 커피 머그도 괜찮았다. 왜냐면 나는 물컵을 매일 쓰므로 이런 게 매우 실용적이고 또 좋아했던 카페와 여행을 기억하고 싶었으므로. 그런데 영원한 휴가님이 머그를 선물해주셔서 넘 고마웠다. 흐흑...

 

 

한시간 남짓 광합성을 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머그도 득템하고 양갱을 좋아하는 영원한 휴가님네 꼬마를 위한 미니 팥양갱도 득템해서 오늘의 보키에치우 후라칸은 짧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건 그렇고 후라칸이란 이름 때문에 전에도 우습다 생각했고 이번에도 도대체 뭔 뜻일까? 꼭 허리케인 같다라고 웃었는데, 머그 뒷면에 바람을 마구 내뿜고 있는 할아버지 얼굴이 그려져 있어서 북풍이란 뜻인가?’ 싶어서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았다. 람보르기니 우라칸만 잔뜩 나왔다. 후라칸의 의미로 다시 검색했더니 어머 마야 민족의 바람 신이라고 한다. 스페인어라고. 허리케인이란 뜻도 있다고. 어머, 미안해요 후라칸. 무려 신이었어... 그런데 머그에 그려진 걸 보면 할아버지가 너무 힘들게 바람을 막 내뿜고 있어서 신처럼 안보이고(신이면 편하고 쉽게 휙 하고 바람 불게 해야지 왜케 노동해) 좀 노인학대 같아... 영원한 휴가님네 아이들이랑은 피리 부는 카페라고 한다고 함. 카페의 또다른 흑백 동그란 로고에도 바람 휙 부는 옆얼굴이 그려져 있어서 ㅋㅋ

 

 

광합성과 사진 몇 장. 

 

 

 

 

 

 

영원한 휴가님이 설탕을 두 봉지나 갖다주셔서 왜 두 봉지나... 하고 웃었지만(황설탕 백설탕 각각 가져다 주신 것 같음) 플랫 화이트의 생각보다 쓴맛에 결국 두 봉지 다 뜯음. 여기 종이컵의 이 무늬로 머그를 만들면 더 이쁠텐데 ㅎㅎ 저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유리잔이 섬세하고 이뻤다. 되게 탐났음. 그런데 저 잔은 판다고 해도 나는 쓸 데가 없음. 그저 이쁠 뿐. 

 

 

 

 

 

 

 

내부 사진 잠깐. 이때 후라카나스(초짜 가르치고 주문받느라 바쁘디 바빴던 그 남자점원에게 내가 붙인 이름 ㅋㅋ)가 고생고생하고 있었다. 

 

 

 

 

짜잔, 선물받은 후라칸 머그 :) 영원한 휴가님 감사해요!

 

 

 

 

 

 

이것 보세요, 이렇게 힘들게 바람 토해내고 있는데 신 맞아?

 

 

 

 

삼십여 분 후 다시 이 거리를 지나는데 아까 우리가 마셨던 잔이 그대로... 흑흑 후라카나스 바빠서 잔 못 치웠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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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14. 03:12

키라스 KIRAS + 랍상 토끼 2024 riga_vilnius2024. 10. 14. 03:12

 

 

 

키라스 카페의 옛날 이름은 차이카이다(러시아어로는 갈매기, 리투아니아어로도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하여튼 갈매기 로고가 여전히 그려져 있음) 이 카페는 내가 여태 가급적 기피해온 토토리우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쉽게 가기 어려웠던 것 같음. 게디미나스 대로에서 빌니아우스, 요가일로스 거리로는 잘 빠져서 올라갔는데 이 토토리우는 거리가 넓고 좀 응달이고 오르막이라서. 그리고 메뉴나 리뷰 등을 보니 비건 메뉴가 많았다. 그런데 나는 채식도 좋아하긴 하지만 디저트에 있어서는 비건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아니 여기도 디저트 엄청 맛없는 거 아니야?’ 하는 마음이 들어서 더 미루고 있었던 건지도! 하지만 빌니우스 카페들 중 평점 수위에 있는 곳이라 궁금하긴 했고 오늘 가보게 되었다. 숙소에선 그리 멀지 않았다. 토토리우 거리에서도 조금만 걸어올라가면 됐다.

 

 

카페는 빨간색과 흰색 위주로 아기자기 귀여웠고 빈티지, 레트로 풍으로 꾸며져 있었다. 스피커를 테이블로 사용한다든지 낙서들을 붙여 놓는다든지, 빨강하양 땡땡이 컵을 놔둔다든지 조그만 소품들과 엽서들을 장식해둔다든지 등등... 귀여워서 사진들이 굉장히 예쁘게 나왔다. 하지만 이 거리 자체가 그늘진 곳이라 그런가, 엄청 밝고 따뜻해보였지만(그리고 사진도 내가 빛을 많이 써서 밝게 나왔지만) 사실은 좀 추웠다. 안쪽 창가 자리가 비어서 거기 앉았는데 거기가 아늑하고 예뻐보였지만 볕이 들지 않고 쌀쌀해서 나중엔 스카프를 도로 맸다. 대신 장점은 커피보다 차의 종류가 많다는 것! 빌니우스에서 이런 곳이 거의 없다. 블랙티도 히말라얀 블랙, 얼그레이, 랍상소총, 푸에르(보이차)가 있었고 녹차도 종류가 5가지, 각종 허브티들이 있었다. 비건디저트와 허브티 등 건강에 좋은 쿨한 이미지로 가는 카페인가 싶다. 브런치를 하는 곳이라 음식 냄새가 좀 많이 났지만 일요일 11시 반에 왔으니... 히말라얀 블랙이 혹시나 다즐링일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으나 보통 아삼, 얼그레이를 기본으로 갖춰놓으니까 전자일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곳에 랍상소총이 있다니 하는 호기심과 놀라움에 그만 이놈을 시키고 말았다. (랍상소총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 그 훈연 향이 너무 강해서 사실 안 좋아하는데...) 그리고 디저트로 포피씨드 케익이 있어 그것을 시킴.

 

랍상소총은 역시나 역시나 셌다. 아아 내가 왜... 너무 강해서 절반쯤만 마셨다. 사실 향만 극복하면 맛은 괜찮다만... 케익은 맛있었다. 케익을 먹고 강하디 강한 랍상소총을 찔끔찔끔 마시면서 나도 카페에 비치된 메모지에 항상 가지고 다니던 3색 볼펜으로 간단히 스케치를 해서 낙서판에 한 장 붙여두었다. 여기는 로컬들도 많이 오고 한국인지 일본인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한국분 같은 여자분도 한 분 앉아 계시는 것이 역시 잘 알려진 카페였다. 그런데 나는 이번 한번 정도면 족한 것 같다. ‘인스타그래머블하긴 한데 내 취향만큼 아늑하진 않아서. 토토리우 때문인가, 랍상 때문인가... 혹시 히말라얀 블랙이나 얼그레이를 시켰으면 더 좋았을지도.

 

너무 웃겼던 것. 영원한 휴가님이 오늘 키라스 점원이 일기 쓸 거 같다. 마스터 오브 마스터가 와서 아침에 랍상을 시켰다라고 얘기하셨다. ㅎㅎ 아무도 안 시키는 랍상소총 시킨 동양의 마스터 ㅋㅋㅋ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랍상소총이 있으면 다즐링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리고 기문도 있으면 참 좋을텐데 ㅎㅎㅎ 

 

 

카페 사진 여러 장. 여기는 예쁘기 때문에 사진 많이 찍음. 그런데 내가 폰에서 노출을 좀 올려놓고 찍기 때문에 실제 카페 내부보다 환하고 따스하게 나온 편이다. 맨 위 사진이 내가 앉은 창가 자리. 보기엔 아늑해보이는데... 추웠음. 무서운 랍상소총 기다리며...

 

 

 

 

 

카운터 쪽 자리들. 차라리 이쪽에 앉았으면 더 따뜻했을 것 같긴 하다. 

 

 

 

 

 

안쪽. 내가 앉은 창가 옆쪽. 

 

 

 

 

 

 

문제의 랍상소총님. 저 컵은 귀엽긴 했는데 손이 작은 나에게는 무겁고 손잡이가 커서 들고 마시기가 매우 불편했다. 창가 주전자 뒤에서 부리 벌리고 있는 빨간 새가 이 카페 로고. 아마 얘가 그 갈매기였나보다. 

 

 

 

 

 

 

 

 

낙서들 주렁주렁. 내가 그린 것도 저기~

 

 

 

 

 

 

이거. 근데 금방금방 다른 낙서로 가려질 것 같음. 

 

 

 

 

 

알록달록 귀엽다. 

 

 

 

 

 

엽서도 팔고, 사진에는 위에 조금만 나오고 잘렸지만 에코백도 팔았는데 저 빨간 갈매기가 넘 크게 그려져 있어서 딱히 당기진 않았다. 갈매기를 조금 작게 그리고 여백을 많이 뒀으면 더 이뻤을 거 같은데.

 

 

 

 

 

 

외관은 이렇다. 

 

 

... 아, 여기 좋은 거 하나 기억났다. 음악. 약간 앰비언트/전자음악 비슷한 노래들이 나와서 편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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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