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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20. 04:36

커피와 차 about writing2024. 10. 20. 04:36

 

 

 

나는 이 글을 2020년 초부터 4월까지 썼다. 그때 나는 매우 바쁘게 일하고 있었고 몇년 간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19년에 아주 짧은 단편을 썼고(그건 알리사가 화자로 등장하는 '핀란드 우하' 라는 글로 여기에도 전문을 올린 적이 있다), 이후 아주 집중해서 이 글을 썼다. 내게 있어 모든 글쓰기는 내밀한 그 무엇이지만 이 글은 특히 더 그랬다. 예전에 이 글을 쓰는 동안 이 폴더에 가끔 메모를 발췌한 적이 있다. 

 

 

단편의 제목은 '밤, 레닌그라드' (Ночь, Ленинград) 였다. 시간적 배경은 1981년 9월. 정치범으로 체포되었다가 수용소에서 약물쇼크를 일으키고 사경을 헤매다 가석방되어 지방 소도시 가브릴로프로 유배 결정된 미샤가 호송 과정에서 레닌그라드에 24시간 동안 들르게 되는 이야기인데, 이 사람을 비롯한 이 글들의 우주에서 처음으로 미샤가 1인칭으로 이야기하며 그것도 내밀한 독백들과 환상을 뒤섞고 또 뒤섞는다. 아마 이후에도 나는 이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썼었다. 이 글에서 미샤는 환각과 꿈, 기억, 마음과 감각의 미로에 빠져 있는데 실질적인 플롯의 축은 이 사람이 레닌그라드의 자기 아파트로 돌아와 오랜 애인이자 주치의인 유라와 재회하고 돌봄을 받고 계속해서 이게 꿈인지 아닌지 의심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다. 

 

 

아래 발췌한 내용은 전반부. 미샤가 레닌그라드로 호송되는 차 안과 휴게소 식당에서 옛날을 잠깐 회상한다. 미샤의 아버지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인텔리겐치야였다가 정부의 우주정책에 반하는 농담 때문에 체포되어 미샤가 어릴때 수용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나는 미샤를 데리고 본격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글을 쓰기 시작할 때(더 오래전에 썼던 짧은 단편 두엇은 제외하고) 바로 그 농담과 죽은 아버지로 시작했었다. 미샤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이 가브릴로프 이야기의 패러디 픽션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도 몇 번 나온다. 특히 파인애플에 대해서. 그리고 가장 최근에 쓴 단편 <4월의 로켓>에서 미샤는 마냐와의 대화 도중 자기 아버지와 수용소에 대해 언급한다. 그로서는 아주 드문 일이다. 

 

 

여행을 와서 새 글을 시작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에게 있어 여행은 글을 쓰기에 좋은 시기가 아니다.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보고 느끼고, 혹은 쉬면서 쌓는 시기이다. 그날그날의 순간과 행위들을 '기록'하는 시기이지 무언가를 '창작'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항상 바란다. 

 

 

이 글을 발췌하게 된 건 이번 여행에서 내가 생각지 않게 커피를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와 차.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쓰는 것도 읽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사실은 언제나 다른 무언가들로 이루어진 보이지 않는 층들 사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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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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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계속해서 흔들렸고 그건 구름 위를 나는 느낌이 아니라 여름 궁전으로 향하는 작은 배를 타고 있는 기분이었어. 잠시 난 몸을 일으켜 보려 했어. 물살이 튀어 창문을 때리고 갈매기들이 잿빛 날개를 펼치고 솟구쳐 날아가는 걸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어, 모범적인 호송 요원이 내 몸에 안전벨트를 채워놨거든. 벨트를 풀어보려고 했는데 몸을 움직이자 현기증도 났고 어차피 창문은 온통 검게 칠해져서 아무것도 안 보일 테니 헛수고란 생각이 들었어.

 

 

어느 순간 차가 멈추었어. 도착한 건 아니었어, 그저 휴게소였을 뿐이야. 요원이 내 벨트를 풀어주고는 먼저 나갔어. 문을 닫지도 않고. 내가 도망치면 어쩔 셈이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사실 그렇게 어리석은 질문도 없었지. 끝도 없이 뻗어 있는 도로 한가운데 그 휴게소 하나만 섬처럼 떠 있었으니까. 게다가 알고보니 뒷자리에 요원 두 명이 더 있었어. 차에서 내리니 문 앞에는 운전기사가 서 있었어. 정장을 차려입고 그럴싸한 권총을 차고 있었어. 장시간 운전을 하면서 그런 옷차림에 총까지 차고 있으면 걸리적거리지 않는지 궁금했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니 도살자의 차를 운전하던 놈들도 모두 똑같은 모습이었어.

 

 

허름한 휴게소 식당에서 요원들은 교대로 식사를 했어. 기사는 나에게 살구 주스와 너무 익어서 푹 퍼진 메밀죽, 초콜릿 푸딩이 담긴 쟁반을 가져다줬어. 친절도 하시지. 난 주스만 조금 마셨어. 역겹도록 달았고 걸쭉했어. 하긴 난 살구 주스를 좋아해 본 적이 없어. 엄마는 내가 아빠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했어. 아빠는 살구와 복숭아를 싫어했고 커피에는 우유와 설탕을 넣었고 차는 마시지 않았어.

 

 

엄마와 처음 만났을 때 아빠는 뜨거운 차가 담긴 양철 컵을 건네줬다고 했어. 조그맣게 착착 접힌 갱지 주머니를 찢어서 설탕을 부어줬다고, ‘이건 지금 먹으면 탈이 날 거야라면서 비스킷은 주지 않았다고 했어. 봉쇄 시절이었고 엄마는 며칠 동안 굶은 상태였지. 아빠는 전방에서 입은 부상을 치료하려고 시내 병원으로 가던 길이었어. 엄마는 너무 굶주리고 아파서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고, 아빠의 이름조차 묻지 않고 양철 컵을 꼭 쥔 채 차를 정신없이 마셨지. 나중에는 갱지 주머니를 펼쳐 거기 묻어 있던 설탕 알갱이도 모조리 핥아먹었어. 그러고 나서야 엄마는 정신이 들었고, 차를 다 마셔버려서 미안하다고 말했어. 아빠는 웃지도 않고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지. 괜찮아, 난 차를 마시지 않거든. 안 좋아해. 난 커피를 좋아해.

 

 

그래서 엄마는 그게 정말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대. 나중에, 한참 후에야 아빠가 커피만큼 차도 좋아한다는 걸, 차에는 꿀보다는 설탕 넣는 걸 더 좋아하고 레몬이 있을 땐 두 개씩 넣는다는 걸 알았다고 했지. 하지만 아빠는 엄마랑 있을 땐 차 대신 커피를 마셨다고 했어. 봉쇄가 끝난 후에도, 렌필름 윗분들과의 인맥 덕에 물건들을 많이 얻어온 후에도, 줄을 조금 덜 섰을 때에도, 다른 집보다는 먹을 것들이 더 있었을 때도. 집에 찻잎이 가득 든 깡통이 두 개나 있었을 때도. 엄마가 그냥 차 마시지 그래, 사실은 좋아하잖아. 전쟁도 끝났는데라고 했을 때 아빠는 또다시, 웃지도 않고 아주 진지하게 차는 당신 거, 커피는 내 거. 그럼 모든 게 완벽하니까 그걸로 좋은 거야라고 대답했어.

 

 

난 아빠랑 같이 차를 마셔본 적이 없어. 커피도. 난 너무 어렸으니까. 아빠는 나에게 우유와 주스를 줬고 아이스크림을 사줬고 얇게 자른 흰빵에 연유를 발라줬지. 내가 많이 아플 때면 밀수를 하던 방송국 동료를 구슬려서 파인애플 통조림을 가져왔어. 미제였어. 그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가장 시원하고 가장 달콤했지. 열이 금세 내리곤 했어. 내가 파인애플을 한 조각 먹고 깡통에서 따라낸 설탕물을 마시면 아빠는 내 이마를 닦아주면서 이제 땀이 났네, 다 나았구나라고 말하곤 했지. ‘아빠도 파인애플 먹어라고 하면 아빠는 웃으면서 아빠는 파인애플 안 좋아해. 엄마는 좋아하니까 가서 같이 먹으렴하고 대답했지.

 

 

이제 알아, 아빠는 살구와 복숭아는 정말로 좋아하지 않았어. 알레르기가 있었으니까. 차는 사실은 좋아했지만 엄마를 위한 장난으로 남겨두었어. 우리 아빤 그런 사람이었던 거야, 농담을 진짜 삶으로 만들었어. 사랑하는 여자를 매번 웃겨주고 싶다는 이유로 차 마시는 걸 포기했어. 정작 자기는 웃지도 않으면서 농담을 했지. 그런데 파인애플은 모르겠어, 엄마도 물어본 적이 없고 나도 물어본 적이 없어.

 

 

아빠가 가버린 후 엄마는 커피를 마셨고 차는 친구들과 있을 때만 마셨어. 내가 살구 주스가 담긴 컵을 밀어내면 야단치지 않고 아빠 닮아서 그렇구나라고 말했지. 초콜릿이 씌워진 에스키모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도, 보르쉬를 마지막까지 흑빵으로 닦아 먹을 때도. 아빠 닮아서 그렇구나. 난 너무나도 궁금해, 아빠는 나에게도 그렇게 말했을까? 차는 네 거, 커피는 내 거. 그럼 모든 게 완벽하니까 그걸로 좋은 거야.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 차가 훨씬 좋아. 설탕도 넣지 않아. 레몬도 넣지 않아. 아플 때만 두 개 넣지. 뜨거운 차. 양철 컵. 레몬. 살구 주스. 파인애플 통조림. 하지만 아빠는 끝내 모르겠지. 내가 차를 어떻게 마시는지. 내가 아빠에게 물어보지 못한 것처럼.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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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시절은 2차 대전 때, 독일의 레닌그라드 봉쇄 시기. 미샤의 부모님은 위에서 미샤가 회상한 것처럼 그 시기에 처음 만났다. 아버지인 세르게이는 군사작전본부에서 일했고 어머니인 율리야는 아직 어린 소녀였다. 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쓰고 싶었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ㅜㅜ

 

 

... 맨 위 사진은 후라칸커피 인스타에서. @huracancoffee 좀 심플한 사진을 올려보고 싶었는데 여기 원두 봉지가 좀 나와 있네 ㅎㅎ 아래 사진은 @_tyutyu_nai 두 사진 모두 너무 세련된지라 저 당시 소련 사람들이 마셨던 커피와는 하늘과 땅 차이겠지만 그냥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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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밤에는 춥기 때문에 이불을 포개서 덮고 잤다. 새벽에 깼다가 다시 잠들었음. 요즘 다시 이상한 엘리베이터와 이상한 집 꿈을 꾼다. 이런 꿈을 꾸면 피곤하다. 토요일이라 11시까지 조식을 하므로 좀더 자려고 했는데 8시 안되어 깨어난 후 다시 잠들지 못함. 그런데 머리가 무겁고 계속 몸이 처졌다. 붉은 군대는 이제 끝물로 접어들었는데 역시 날씨 탓인가 싶음.

 

 

조식 먹으러 가기 귀찮아서(귀찮기도 하고 맨날 같은 거 먹으니까 좀 지겨워서) 계속 가려다 안 가게 되었던 커피 스펠이나 근방의 다른 카페에 브런치 먹으러 갈까 말까 망설이며 침대에 들러붙어 게으름피우다가 갑자기 너무 배가 고파져서(어제 저녁을 부실하게 먹긴 했음) 일어나서 대충 씻고 밥 먹으러 내려갔다. 열심히 먹고 올라옴.

 

 

오늘도 맑은 날씨였다. 주말 지나면 다시 흐려지고 우중충해진다고 해서 해 날 때 열심히 돌아다녀야 한다는 생각 + 28일에 빌니우스를 떠나니까 이제 여행도 많이 안 남았다는 생각에 새로 산 스웨터에 코트를 걸치고 방을 나섰다. 요즘 엘스카든 어디든 플랫 화이트나 라떼 같은 연한 커피를 마셔보는 중이라 카페인 조절을 위해 조식 테이블에서 페퍼민트 차를 마시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오전엔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오늘은 생각보다 좀 추웠다. 원래는 베르나르딘 공원을 좀 산책한 후 필리에스 거리에 들렀다가 엘스카에 갈 생각이었는데 게디미나스 대로와 대성당 광장,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에 상당히 쌀쌀했다. 아마 오전의 볕은 그렇게까지 따스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이건 대성당 광장 가는 중, 게디미나스 대로에 모여있는 관광객들. 근데 잘 들어보니 러시아어로 설명해주고 있었음. 여기저기 러시아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러시아 사람들도 여전히 꽤 있는 것 같다. 거리 여기저기 우크라이나 지지 깃발이 걸려 있는데 기분이 어떨지 모르겠다.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북한도 파병을 하고 ㅠㅠ)

 

 

 

 

 

광장에서는 발틱의 발 앞에선 사진을 찍었으나 기적의 포석인 스테뷰클라스 앞에는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못 찍음. (전에는 이 발 안에 빗물이 고여서 비둘기들이 열심히 물 마시고 있었는데) 공원도 추워서 얼른 빠져나와 필리에스로 갔다. 정오가 되기 전의 필리에스 거리도 그늘지고 추웠다. 그래서 추위를 피해 생각지 않게 다시 에스케다르 커피 바에 들어가 플랫 화이트를 마시고 책을 좀 읽다가 나왔다. 근데 여기는 카페 자체가 층고가 높고 그리 아늑한 스타일은 아니어서 추위를 피해 들어가긴 했어도 딱히 몸이 녹는 느낌은 아니다. 하여튼 에스케다르 얘기는 따로 올렸으니 생략.

 

 

이후 필리에스 거리 주변을 다시 좀 산책. 첨에 왔을 땐 이 거리를 많이 다녔고 주변 골목들 다니는 즐거움이 있었는데(그땐 두 번째 숙소가 여기랑 가까웠음) 지금은 이쪽은 많이 안 오게 된다. 아마 주된 반경이 필리모와 보키에치우, 빌니아우스로 바뀌어서 그런가보다. 숙소 위치도 큰 몫하는 것 같음. 키친 커피와 맛있다는 리뷰가 달린 버거 키오스크도 가볼까 했는데 만석이거나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정도까지 가고 싶은 마음은 아닌지라 필리에스에서 빠져나옴.

 

 

 

 

 

 

, 필리에스에서 예전에 내가 귀여운 누가바 찻잔과 엽서를 샀던 기념품 가게에 다시 들러보았다. 이번에 첫날 가봤을 땐 딱히 맘에 드는 게 없었고 그 누가바 찻잔 시리즈도 없어서 아쉬웠는데 오늘은 다시 가서 보니까 조금 살짝 귀여운 파스텔톤 세라믹 잔이 있었다. 가격도 저렴했다. 하지만 손잡이 없는 작은 잔이라 매우 비실용적일 것 같아 그냥 보기만 했다. 작은 것까진 괜찮은데 손잡이 없는 건 좀 치명적이라서. 여기서 전에 발틱 문양 에코백도 사갔었는데 이번엔 또 컬러가 좀 예쁜 울 스카프를 발견. 근데 보풀이 일 것처럼 생겼고 집에 가면 스카프가 많으니 이건 낭비 같다고 생각해서(그리고 푸른 계열인데 작년에 그런 푸른색 그라데이션 스카프를 좀 비싸게 주고 산 게 있음) 안 샀다. 모르겠네, 막바지에 유로가 좀 남으면 사려나 ㅎㅎ 아직 며칠전 리넨 냅킨 말고는 사람들 줄 선물 하나도 안 샀는데 흐흑...

 

 

(사진은 그 가게 옆 벤치. 엄청 조그만 고양이가 달려 있음. 고양이 조금만 더 크게 만들지...)

 

 

 

 

 

 

버거 키오스크를 지나쳐가면서 테이스트맵 가는 쪽에 있는 홍콩이라는 중식당에 가볼까 했는데 여기는 필리에스나 디조이에서는 버스로 가기도 애매하고 도보로 가면 오르막길로 가야 해서 좀 고민하며 일단 트라쿠 쪽까지 가보자 하며 걷다가... 갑자기 춥고 배고파서 그냥 보키에치우 거리 중간에 있는 스시 익스프레스라는 체인에 들어갔다. (그전에 백스테이지 카페도 다시 힐끗 가봤는데 또 만석. 여기는 이제 포기. 근데 여기는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것일까. 커피가 맛있는 걸까 아니면 힙한 느낌이라서일까) 스시 익스프레스는 숙소 근처에도 있는데 다양한 스시롤과 미소 그런 걸 판다. 런치로 롤과 미소를 함께 주는 게 있어서 그것을 시켰다. 롤은 두가지 종류였는데 나는 너무 찬 건 먹기 싫어서 덴뿌라롤을 시킴. 롤은 생각보다 먹을만했고 미소는 버섯과 미역을 많이 넣어주고 양도 많은 건 좋았으나 너무너무 짰다. 허헉... 그래서 몰래 생수를 부어서 희석시켜서 먹음. 롤은 위에 소스를 너무 많이 뿌려준 탓에 본연의 맛이 좀 가려져서 간장에 찍어먹음. 그런데 이렇게 먹다가 간장을 한 방울 새 스웨터 끝자락에 흘리고 말았다 으앙... 얼른 티슈로 닦아내서 얼룩은 지지 않았다만 속상... 그래도 전혀 기대 안하고 들어갔던 터라 생각보단 맛있게 먹었다(전에 마나미에서 간장떡볶이 고항에 충격받았던 기억 때문인가)

 

 

밥을 먹고 나서 부모님과도 통화를 하고 다시 나오니 이제 볕이 따스해지고 있었다. 양옆에 있는 이딸랄라와 후라칸의 유혹을 분연히 뿌리치고 엘스카로 갔다. 보키에치우에서도 우리 숙소에서도 멀지 않은 엘스카. 그리고 매우 한적한 시간대를 잘 골라서 갔기 때문에 스트루가츠키 소설을 읽으며 잘 쉬다가 나왔다. 엘스카 얘기도 따로 올렸으니 생략.

 

 

 

 

 

 

 

엘스카에서 나와서 일단 숙소로 돌아왔다. 어려운 스트루가츠키 대신 한글로 된 책을 들고 근처의 카페인 뭐 그런데 가려고. 조금 쉬다가 나왔는데 게디미나스 대로는 전반적으로 그늘지고 쌀쌀한데다 내가 가려고 했던 카페인은 만석이었다. 그옆 로마눔 빵집에 갈까 했는데 내부가 어두워서 책 읽기 불편할 것 같았음. 그래서 좀더 거슬러 올라가는데 바닥분수가 있는 공원에 햇살이 예쁘게 들어오고 있었다. 공원의 키오스크 카페인(위 사진)에서 에클레어랑 음료를 사서 벤치에 갈까 했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많고 점원이 하나라 늦게 나와서 포기하고 길을 건넜다. 전에 여기까진 안 와봤는데, 공원을 지나 길을 건너니 쇼핑몰 같이 생긴 현대적 건물이 있고 1층에 큰 베로 카페와 좀 모던한 간판을 달고 있는 비르쥬 두오나가 있었다. '드디어 베로 카페를?' 하며 들어가봤더니 여기도 만석이었다. 그래서 비르쥬 두오나에 가서 자포자기해 라떼와 미니 에클레어를 테이크아웃해서 공원으로 갔다. 근데 이걸 사서 나오는 길에 건너편 후라칸을 발견. , 그럴줄 알았으면 저 후라칸에 갈걸! 근데 후라칸도 마실 건 애매했던지라.. 그리고 공원에 가고 싶었다.

 

 

공원에 갔더니 그 사이에 해가 움직여서 그늘이 더 많아졌다. 햇볕 드는 벤치를 한 개 찾아서 귀퉁이에 앉아(러시아인 사이클리스트 두명이 앉아 있었음) 라떼를 마셔보았는데 너무너무 맛이 없었다. 약간 씁쓸한 우유 탄 커피물 맛이었다. 아무리 내가 커피를 못 마시는 초보입맛이지만 하여튼 맛이 없었다. 그리고 미니 에클레어도 맛이 별로였음. 뭐 벤치에 그냥 앉고 싶지 않았던 거고 기대는 별로 안 했었으니까. 하여튼 라떼와 미니 에클레어()는 한입씩만 먹은 후 포기하고 벤치에 앉아 볕을 쬐며 하루키 잡문집을 좀 읽었다. 하루키 에세이들이 대부분 평타 이상이고 여행 가서 읽기 좋은데 이 책은 두께에 비해선 내용 편차가 좀 있다. 원체 이것저것 묶어놔서 그런 것 같음. 그래도 건질 만한 글들도 있어서 나쁘진 않다.

 

 

볕을 쬐며 책을 읽다가 점점 바람이 쌀쌀해져서(5시가 넘으면서 해가 넘어가기 직전으로 접어들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가볍게 저녁을 먹고 오늘의 메모들을 정리함.

 

오늘은 9,285. 5.2킬로. 내일까진 맑다고 한다.

 

 

아래는 공원과 독서, 맛없었지만 사진은 또 귀여운 라떼와 에클레어(빵) 사진 몇 장. 가을빛 물씬. 

 

 

 

 

 

 

이 비르주 두오나 종이컵은 귀여워서 라떼 다 마시면 잘 씻어서 가져갈까 했으나... 라떼가 맛없었던 고로 함께 버림받고 말았다. 한국에 갈 수도 있었던 종이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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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20. 01:39

토요일 오후 엘스카 2024 riga_vilnius2024. 10. 20. 01:39




오전에 머리도 아프고 졸려서 너무너무 엘스카에 가고팠지만 며칠간의 경험으로 유추해보니 브런치를 먹는 11-1시 사이는 자리가 없고 바글바글, 햇살이 완연해지는 1시 이후엔 다들 야외로 나가기 바빠 안이 한적할 것 같았다. 그래서 꾹 참고 아침에 필리에스 거리(그러다 추워서 에스케다르 커피 바에 들어감. 거기서도 엘스카를 그리워함), 이후 보키에치우에서 롤과 미소로 점심을 먹은 후 이딸랄라와 후라칸을 모른척 뒤로 하고 엘스카로 갔다. 우와, 나의 유추대로 내부가 아주 한적했다! 1층도 다 비어 있고...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위의 무지개 자리 가서 앉음.



한적해서 전에 찍지 못한 방향 사진도 몇장 찍음. 빛이 너무 이쁘다. 저 don't ask why 자리에도 앉아보고픈데(1층이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자리) 내가 들어올땐 항상 차 있어서 못 앉음. 일단 자리잡고 나면 옮기기 귀찮음...








여기가 1층 자리. 해가 잘 들어서 인기많은 자리라 비어 있는 거 오늘 첨 봄.






이건 여럿이 앉는 높은 테이블. 귀퉁이에 내가 시킨 라임크림케익 올려봄.



이게 땅콩버터, 망고, 라임 3가지인데(다 비건) 오늘 마지막 라임까지 먹어봄... 맛은 제일 떨어짐 ㅠㅠ 얼그레이랑 같이 먹었더니 꼭 민트초코 먹는 것처럼 양치질하는 느낌... 이 케익 시리즈와 브라우니 외엔 디저트가 없는데 브라우니 시키려다 보니 그것도 비건이었다... 어차피 다 비건이면 땅콩, 망고 케익은 나쁘지 않았으니 이걸 먹자고 생각... 브라우니 먹을걸.








1층 맨 안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소설 몇페이지씩 계속 읽음. 암울해 흑... 근데 주인공 소설가 아저씨의 모델이 블라지미르 브이소츠키라는 얘기를 위키에서 읽고 흥미로워하고 있음.









내가 앉은 자리. 쿠야가 다 차지 ㅎㅎㅎ







창가에도 앉아보고







무지개 테이블 쪽 창가에도 앉아봄







쿠야 : 토끼야, 여기 좋긴 한데 나 다른 데도 구경시켜줘야지. 여긴 왔던 데잖아.



... 맨날 오고픈데 어제는 꾹 참고 안 갔던 건데ㅠㅠ








3시쯤 나왔다. 볕을 쬐는 사람들로 가득~



흑흑 햇살 내일까지만 난댔어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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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