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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에서 나와서 우주피스를 떠나 다시 구시가지로 들어갔다. 가다가 점심을 먹어야지 하면서 나오긴 했는데 티라미수를 먹었더니 허기가 가셔서 생각보다 또 많이 걸었다.

 

 

가는 길에 축복의 성모 정교 성당에도 들어가서 잠깐 기도를 하고(빌니우스에서 제일 큰 정교 성당이라고 한다), 문학 골목에도 들렀다. 이 골목에는 리투아니아 문학인 101(그 사이 늘어났을지도...)에 대한 조그만 타일과 글귀, 소개, 그림 등이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문학 골목 쪽은 그늘이 져서 추웠다. 골목에서 나와 좀 걸어 올라가자 필리에스 거리 끝 무렵과 디조이 거리가 다시 나왔다. 이때 드디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정교 성당인 성 파라스케베 성당 문이 열린 것을 발견. 사원에 들어가 초를 켜고 기도를 했다. 여기는 매우 작은 성당이다. 나는 크고 화려한 성당보다 여기가 더 좋다. 2년 전 빌니우스에서 돌아왔을 때도 가장 마음에 남았던 곳은 이곳이었다. 

 

 

디조이 쪽은 역시 따뜻했다. 이때쯤 아 배고픈데상태가 되었고 다리도 무지 아팠다. 좀 걷다가 보키에치우 거리로 접어들었는데 체인 레스토랑에 들어갔더니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토요일이라 그런가보다. 배고픈 와중 며칠 전 영원한 휴가님이 엘스카 가는 길에 있는 조그만 중식당을 알려준 게 기억났다. 빌니아우스 거리 중간에서 좁은 옆골목을 통과하면 곧장 나오는 방향에 있어서 그리로 갔다. Asia Tasty라는 곳으로 여기는 흔히들 보는 해외의 중식당과 비슷한데 런치 메뉴가 7.5유로로 저렴했다. 그러나 내가 늦게 와서인지 주말이어서인지 수프 추가는 안된다고 했다 흐흑... 하여튼 나는 가지탕수를 시켰다. 밥과 양배추 샐러드가 같이 나왔는데 내가 생각한 가지탕수와는 달리 너무 잘게 썰려서 튀김옷 절반, 가지는 물컹한 식감만 느껴져서 아쉬웠지만 너무 배고픈 상태라 나름대로 맛있게 먹고 또다시 기사회생.

 

 

드로가스에 잠깐 들러 비누를 샀다. 챙겨온 미니 비누는 거의 다 썼기 때문에. 이 호텔은 핸드솝만 있고 비누가 없다. 그래서 제일 저렴하고 조그만 무향 비누(0.95유로)를 사서 들어옴. 방에 들어오니 3시 반 즈음이었는데 엄청 다리 아프고 피곤했다. 하지만 좋은 날씨가 너무 아까웠다. 그리고 드로가스에 없어서 못 산 티슈도 사고팠고 계속 가려다 다른 데 가느라고 안 갔던 카이프 카페에도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책과 아이패드를 챙겨서 다시 나갔다. 중간에 서점과 옷가게들을 구경하고 H&MCOS가 있는 쇼핑몰도 구경했다(여기에도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가 있었다) 그리고는 리미에 가서 티슈를 사고 그 옆 후라칸에 다시 가고픈 마음을 꼭 누르고 카이프 안가봤으니까 그래도 가봐야지하며 카이프 카페로 갔다. 그 사이에 유로코스에 들러 나뚜라 시베리카의 다른 샤워젤도 하나 사서 가방이 엄청 무거워짐...

 

 

카이프 카페는 그냥 그랬다. (그래서 별도 포스팅도 없음) 궁금했던 리투아니아 카페 체인 블록깨기를 했다는 정도로 의의를... 여기는 우리나라로 치면 이디야랑 좀 비슷한 느낌이었다. 카페인이 스타벅스, 후라칸이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느낌이라면 카이프는 이디야 느낌이랄까. 이제 베로 카페 하나 남았는데 거기는 가까이 있긴 한데 통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내부가 어두워 보여서 그런가보다... 하여튼 여기서 서머 바이브라는 이름의 레모네이드를 마셨다. 매장이 그리 편안한 느낌은 아니었다. 심지어 아이패드 스케치 하다가 그것도 망쳐서 오늘은 스케치 없음 흑... (커피 원 로고 그리는 게 너무 힘들어서 포기)

 

 

카이프에서 나와 이제 호텔로 귀가. 오늘은 청소가 잘 되어 있었고 시트와 베갯잇도 갈아놓았고 책상 아래 먼지도 없었고 계속 안 채워주던 헤어컨디셔너도 새것을 가져다놓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주말에 일하시는 분이 더 잘해 주시나보다 흑흑...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고 말리고 빨래를 하고 좀 쉬다가 누룽지 좀 남은 것과 즉석국을 섞어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은 많이 걸었다. 12,922, 8.6킬로. ‘좋은 날씨는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나 혼자 내세운 슬로건 때문에... 근데 다리가 아프긴 하다. 평지가 아닌 곳과 돌길이 많아서. 하지만 내일은 또 흐려지고 오후부턴 비가 온다고 하니까... 날씨 복불복 때문에 해만 나면 막 걷게 됨. 하긴 뻬쩨르에서도 그랬지.

 

 

 

 

 

맨 위 사진과 이 사진이 문학 골목.

 

 

 

 

 

 

성 파라스케베 사원. 기도하고 나오면서 출입문 밖에서 살짝 찍음. 

 

 

 

 

튀김옷 절반이지만 나를 허기에서 구해준 가지 탕수 런치.

 

 

 

 

 

그래도 리투아니아 체인 카페들은 다 가봐야지 하는 맘에 오늘 드디어 들러본 카이프 카페. 숙소 바로 앞에 있어서 엄청 가깝다는 것만 장점. 근데 이 핑크 레모네이드 색깔이 이쁘고 빛이 잘 들어와서 사진은 또 예쁘게 나왔네. 

 

 

 

 

 

 

좀 이뻐보이는 핑크 레모네이드 사진 하나 더 올리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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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우주피스의 골목. 

 

...

 

 

어제 종일 비 온 후 오늘은 하늘이 파랗고 맑게 개었다. 아침엔 안개가 끼어 있었으나 곧 걷혔다. 최고 기온은 12~13도 전후라고 했다.

 

 

새벽에 깼을 때 양쪽 발가락이 아팠다. 요즘 양말을 신고 자서 뭔가 발이 불편한가. 좀 주물러주자 아픈 게 가셨다. 쥐난 것과는 다르게 물집잡혔을 때 욱신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 이후는 괜찮았다. 하여튼 그래서 4시 반쯤 깼다가 뒤척이며 도로 잠들어서 8시 좀 넘어 깨어났다. 주말엔 조식이 11시까지라서 좀더 침대에 달라붙어 있다가 아휴 날씨 좋으니까 나가야돼하고 힘을 모아서 일어났다.

 

 

조식을 간단히 먹고 옷을 든든히 껴입은 후(기모 스타킹, 히트텍, 반팔 롱 원피스에 짚업, 숏패딩과 스카프) 방을 나섰다. 어제 검색해보니 우주피스 초입부에 자잘하고 귀여운 걸 파는 앤티크 가게가 있다고 해서 거길 가기로 했는데 정오에 연다고 했다. 피나비야에서 차를 마실까 했지만 시간이 애매해서 그럼 젤 가까운 엘스카에서 카페인과 햇볕을 충전하고 우주피스로 가야겠다고 결정.

 

 

엘스카는 손님이 무척 많았다. 주말이라 그런가 보다. 브런치를 하는 곳이라서 더 그럴지도. 자리도 없어서 전에 앉았던 자리 앞의 노란 테이블에 앉았고 나중에 다른 여자분도 합석했다. (두개가 붙어 있는 테이블이었다) 손님도 많았고 조용한 분위기는 아닌데다 목적지도 있었기에 나도 카푸치노만 한 잔 마시고 30분만에 일어났다.

 

 

엘스카에서 우주피스까지는 구글맵으로 찾아가기 쉬운 경로였다. 한적한 거리들을 따라 쭉 걸어갔다. 그늘은 싸늘하고 바람 불면 추웠지만 햇살 아래로 들어가면 따스해서 완연한 가을 날씨였다. 한국에도 물론 이런 가을 날씨가 있는데(오히려 더 좋은데) 맨날 일하느라 새벽 출근 저녁 늦게 퇴근하니 이렇게 파란 하늘 아래 걷는 기회가 거의 없다 ㅜㅜ

 

 

2년 전 왔을 때 두 번 들렀지만 우주피스는 내가 딱히 좋아하는 동네는 아니었다. 우주피스를 좋아하기엔 너무 게으르고 또 나이를 먹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미묘하게 느껴지는 상업적 기운도 딱히 취향에 맞지는 않았다. 하지만 날씨 좋을 때 조그만 강을 건너 우주피스로 들어가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찍어둔 앤티크 가게(이름은 uzantis 라고 했다)에 들어갔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다. 빈티지 찻잔 맘에 드는 거 있으면 살까 했다만 그리 많진 않았고 그냥 그랬다.

 

 

원래 이 도입부만 들렀다가 우주피스 헌법 쪽만 힐끗 보고 나오려 했는데 헌법 본 후 날씨가 좋아서 결국 언덕을 조금 올라갔다. 지난번 봤던 그 우주피스 고양이 쪽까지 올라갔다가(근데 막상 괭이 동상은 안 봤음) 내려와서 지친 채 커피 원에 들어가 따뜻한 백차와 맛있는 티라미수로 기사회생. 커피 원 얘기는 앞에 따로 올림.

 

 

일단 오늘의 1부는 여기까지. 사진 몇 장. 

 

 

 

 

오늘은 노랑 테이블 위의 빨강 러브라믹스 엘스카. 이건 내가 좋아하는 배색은 아니다만 그래도 또 귀엽네. 

 

 

 

 

 

 

엘스카에서 우주피스 가는 길에 Ignoto 거리를 지났다. 그런데 민트 비네투 가느라 지난번부터 이 거리를 몇 번 지났는데 오늘에야 깨달음. 여기 가로등 램프들 모두 알이 비어 있어! 장식인 걸까 아니면 옛날 램프 프레임만 놔두고 불 켜는 건 포기하게 된 것인가... 그래서 램프 프레임 사이로 건너편 사원 십자가를 집어넣어 찍어보았다. 그치만 램프가 있는 편이 더 좋은데... 

 

 

 

 

우주피스로 들어가는 다리 입구. 날씨가 좋아서 예뻤다. 하지만 이 다리에도 여지없이 자물쇠들이 주렁주렁... 도대체 자물쇠 매다는 걸 첨 생각해낸 사람은 누구일까ㅠㅠ  

 

 

 

 

우주피스 골목 벽면 낙서 중 한 컷. 노어 낙서가 많았다. 가운데 해님 위에 굵은 글씨로 '웃어, 바보야' 라고 적혀 있다. 

 

 

 

 

 

 

우주피스 헌법. 각국어 버전으로 쭈욱 새겨져 있다. 한글 버전도 있음. 재작년에 왔을 때 영원한 휴가님께서 구시가지 구경시켜주시면서 여기 데리고 왔었다. 이 헌법에선 12, 13번이 재밌음. 특히 13번. 근데 고양이가 과연 정말 주인을 꼭 도와주기는 할까??? 

 

 

 

 

 

우주피스 골목에 매달려 있는 해파리들. 근데 이건 예쁘다기보단 좀 기괴해보였다. 그래서 스티클리우가 아니라 우주피스에 달려 있나보다. 흐느적흐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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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13. 02:38

이미지 만회한 커피 원 Coffee 1 2024 riga_vilnius2024. 10. 13. 02:38




 

오늘 날씨가 좋아서 그동안 미뤄놨던 우주피스에 다녀왔다. 우주피스까지는 숙소에서 걸어가기가 조금 멀기도 하고 또 좀 오르막길이라 팍 지치게 된다. 배도 고프고 너무 피곤한 상태였기에 원래는 빌니아우스의 피나비야에 가서 차 마시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아 몰라 눈앞에 있는 커피 원 가...' 하며 천사상 맞은편의 Coffee 1 카페에 갔다.

 

 

여기는 재작년에도 우주피스 갔다가 더위에 지친 채 들러 야외 테이블에 앉아 쉬었던 곳이다. 그때 야외 자리가 별로라 '아 그냥 안에 앉을 걸' 하고 후회했었는데 이제 10월이라 야외 테이블은 치워져 있었다. 카페 내부는 작아서 테이블이 몇개 없었다. 점원이 매우 친절했다. 첨엔 입구 쪽 나무 테이블(문제의 그 야외 테이블과 같은 종류로 듬성듬성 판자 테이블 ㅠㅠ) 밖에 없어 속상했지만 나중에 자리가 나서 제일 안쪽의 바 테이블로 옮겼다. 그런데 이쪽은 아늑하긴 했지만 테이블이 너무 높아서 먹기가 불편했다 흐흑... 위 사진이 그 옮겨온 바 테이블. 

 

재작년엔 그닥 훌륭한 기억이 없었던 곳이었는데 오늘 티라미수를 시켜보고는 '엇, 맛있잖아!' 하고 갑자기 이곳에 대해 이미지가 좋아졌다 :) 어쩌면 안에 앉아서 그랬을지도... 오전에 카푸치노를 마시고 왔기 때문에 여기선 따뜻한 백차를 시켰는데 잎차 백을 잘 꺼낼 수 있도록 나무 꼬챙이(아 갑자기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생각이 안 남)에 끼워줘서 편했다. 이런 디테일 맘에 든다. 

 

 




맛있었기에 단독 샷 차지한 티라미수. 뻑뻑하지 않고 크림이 부드러운 스타일이었음. 아마 이때 너무 피곤하고 다리 아프고 지친 상태라 당분이 쫙 스며들어서 맛있었던 건지도...

 

 

 





첨에 앉았던 입구 쪽 테이블. 맘에 안 들었던 그 듬성듬성 판자 테이블이 다시... 그래서 안쪽 자리 났을 때 옮겼는데 테이블이 그렇게 높을 줄이야 흐흑...

 

 

 

 

나중에 다른 테이블들도 자리가 나서 옮기고팠지만 두번이나 움직이는 게 귀찮아서 그냥 있었다. 잠시 후 또 손님들이 엄청 들어왔다. 엄청 귀여운 깜장 포메도 들어왔는데 그 사진은 못 찍었음. 너무 귀여웠는데...

 

 

이 카페에 대한 예전 기억은 아래. 

 

 

moonage daydream :: 빌니우스 카페 7 : Coffee 1 (tistory.com)

 

빌니우스 카페 7 : Coffee 1

빌니우스 카페 일곱번째는 우주피스에 있는 Coffee 1. 여기는 우주피스 천사상 바로 맞은편에 있다. 날씨 좋을 때는 저 야외테이블에 앉거나 천사상 앞에 쭈욱 놓여 있는 테이블들에 앉는 것 같다.

tvey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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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