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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돌아오니 3시 즈음이었다. 청소가 되어 있어 좋았고 해가 나서 방 안에 햇살이 가득한 것도 좋았다. 물론 눈 때문에 홑겹 커튼과 암막커튼 약간을 쳐야 했지만.
 
 
너무너무 배고파서 컵라면이랑 키비나이를 세팅해서 정신없이 먹음. 가벼운 조식 먹은 후 콩알만한 슈 하나가 전부에 이미 3시라 너무 배고팠다. 오 근데 저 컵라면이 의외로 맛있었다! 국물도 진하고 건더기도 엄청 많고 라면도 우리나라 컵라면보다 더 많이 들어있고. 전혀 맵지는 않았지만 국물이 진하고 우리나라 컵라면보다 조미료인가 향신료인가 하여튼 그런 맛이 더 강했다. 떨고 들어와선지 맛있게 먹었다. 키비나이는 좀 아쉬웠다. 닭고기만 들어있어서. 버섯 든 거 살걸... 닭이랑 버섯 같이 넣어주면 더 맛있었을텐데. 하지만 컵라면 국물이랑 잘 어울렸음. 
 
 
첨엔 어제처럼 좀 쉬었다가 근처 카페에 가서 책 읽을까 했었지만 네시간 남짓 동안 8킬로 넘게 걷고 들어온 터라 다시 나가지 않을 것 같아서 들어오는 길에 숙소 근처에 있는 조그만 Lo Cafe 라는 마카롱 카페에서 마카롱 두개를 테이크아웃해왔었다. 나는 마카롱을 별로 즐기지는 않는데 카페가 귀여워서 궁금했고 마카롱은 작으니까 부담이 없어서. 
 




 
오늘 나의 실패는 리미 슈퍼에서 사온 차였다. 그냥 티백 사려 했는데 슈퍼에도 다즐링은 없었다.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서 나온 종이포장 잎차가 있었는데 리가의 파루나심 카페에서 마셨던 차에 적혀 있던 단어를 떠올려보면 분명 '백차'로 추정되는 차가 있어 그걸 샀으나 방에 와서 뜯어보니 각종 빨간 열매와 꽃잎이 섞여서 엄청 가향 티였다 ㅠㅠ 그래서 방에 있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백을 우려야 해서 좀 아쉬웠음. 하여튼 방에서 다시 조그만 티타임 +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책을 읽으며 좀 쉬었다. 
 
 
 

 
 
 
어제 슈퍼에서 라즈베리 사온 걸 깜박 잊고 있었다. 라즈베리는 달지 않고 좀 시었다 ㅠㅠ 그래서 50프로 할인을 했나. 하여튼 방에 있는 티백과 찻잔 활용. 마카롱은 라즈베리 플롬비르와 시트러스 두 개였는데 이게 우리나라처럼 뚱카롱이라 신기했다. 마카롱이 커서 플롬비르만 먹고 시트러스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우리나라 뚱카롱이랑 똑같음. 신기신기. 
 
 
 

 
 
 
쿠야에게 마카롱과 라즈베리 대접. 빈대 나올까봐 쫄고 켐핀스키보다 좀 소박해진 방에 뚜떼해졌던 쿠야는 이제 좀 기분이 나아진 것처럼 보임. 그건 그렇고 간밤엔 불 끄고 잤는데 물린 데가 없었다. 빈대는 없는 것 같고 아무래도 물이 건조해서 그런것 같다. 오늘 피곤해서 바디로션을 못 샀는데 내일 드로가스에 가서 보습 잘되는 로션을 사야겠다. 
 
 
차 마신 후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고 말린 후 침대에 들어가 좀 쉬었다. 간신히 잠들지는 않았다. 일찍 들어왔으니 오늘의 메모도 빨리 쓰고 스케치도 하고 책도 읽으려 했는데 어째선지 금세 또 밤 열시가 다 되어가네... 아, 이 메모들 쓰기 전에 업무메일을 확인했다. 회사에 온갖 피곤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ㅠㅠ 나와 있어서 좋긴 한데 마음 한구석은 불편하다. 상황이 언제 좋아질지 모르겠네. 
 
 
오늘 날씨는 좋았으나 내일은 낮부터 또 비가 온다고 한다. 내일은 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추천해주셨던 카페 리스트들 중 한두곳에 가보는 걸로... 비오면 볼트를 불러 타고 가야지. 이렇게 기나긴 오늘 메모 끝. 2부는 순전 방에서 뭐 먹은 얘기만 있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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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스티클리우 거리 입구에 걸려 있는 천사. 이 거리는 언제나 뭔가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걸어두는데 재작년에 내가 갔을 때는 마그리트 식의 모자, 이후 색유리 모양 장식이었다. 이 천사는 사진에서 보고 '아 나는 천사를 좋아하는데... 쟤는 내가 갈때까지 있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는데 아직 바뀌지 않아서 반가웠다. 그런데 영원한 휴가님 말씀대로 천사가 맨발이라 바람 불고 비오면 추울 것 같다 ㅜ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오늘은 하늘이 파랬고 해가 좀 났다. 빌니우스 와서 처음으로 보는 파란 하늘! 
 
 
어제 자정 즈음 너무 피곤하게 잠들었고 역시나 새벽에 깼지만 30분, 한시간씩 도로 자고 또 자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조식 먹으려고 9시 좀 안되어 일어났다. 주말엔 8시부터 11시까지가 조식 타임이라 조금 더 게으름 피울 수 있긴 했다. 
 
 
밥을 먹고 11시 쯤 방을 나섰다. 간밤에 목이 부어서 은교산을 먹고 잤었고 피로가 쌓여 있어서 해가 나는 동안 공원과 개울가에만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많이 돌아다녀서 오늘 도합 12,611보, 8.4킬로나 걸었다. 공원이 넓어서 이리저리 헤맸고 대성당 광장에서 게디미나스 대로로 곧장 오는 대신 카페 들르려고 보키에치우 거리와 빌니아우스 거리로 다시 트라이앵글 횡단을 한데다 옷가게들도 구경하고 이키와 리미 슈퍼를 왔다갔다 하느라 많이 걸었던 것 같다. 날씨는 어제보단 훨씬 따뜻했지만 중간중간 썰렁하고 춥기도 했다. 
 
 
대로를 지나 대성당 광장으로 가서 공원으로 갔다. 베르나르딘 공원을 지나 우주피스 근처의 빌넬레 강(...개울에 가까움)을 구경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광장 바로 옆 공원을 걷다가 아마도 옛 조선소였던 듯한 아르세날로와 네리스 강변이 나왔다. 빌니우스에서는 강변에 가본 적이 없어서 길을 건너가보았는데 네리스 강은 작았고 좀 황량해서 아쉬웠다. 리가의 다우가바 강보다 좁았는데 이 강도 다른 곳에서는 넓어지려나 궁금했다. 하여튼 강변은 추웠으므로 도로 공원을 거슬러 올라가서 광장을 끼고 돌아서 베르나르딘 공원을 산책했다. 이 공원도 전에 우주피스 갈때 가로질러갔는데 오늘 구석구석 다녀보니 꽤 넓었다. 공원에서 분수 구경, 유모차 끌고 나온 사람들 구경, 강아지들 구경하며 산책하다 빌넬레 시내까지 갔다.
 
 
잠시 우주피스에 가볼까 했지만 언덕 등반이 싫어서 옆의 골목으로 빠져서 성 안나 성당에 들렀다. 아마도 빌니우스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 중 하나일 듯하다. 붉은 벽돌의 고딕 성당인데 뾰족뾰족 첨탑이 초를 꽂아둔 케익처럼 의외로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나는 벽돌도 고딕 양식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바로크, 로코코가 더 좋다) '이 성당 넘 좋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에 들어가 잠깐 기도를 하고 나왔다. 이때쯤 배고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추워지고 다리 아프고 엄청 힘들었다. 제일 가까운 카페는 우주피스 쪽에 있는 coffee1이나 그 근방 카페들이었지만 어제 가려다 지나쳐간 이딸랄라 카페에 가기로 결정하고 길을 건너 필리에스 거리, 디조이 거리를 지나 보키에치우 거리로 갔다. 그러니까 어제 처음 나왔던 루트를 거슬러 갔음.
 
 
중간에 디조이 거리에서 새끼치고 있는 조그만 스티클리우 거리도 잠깐 들렀다. 그때 너무 피곤해서 '아 그냥 아우구스타스&바르보라 카페에라도 갈까‘ 했지만 '아 거기 케익 비싸고 맛없었다' 라는 기억이 되살아나서 그냥 천사 구경, 골목과 관광객 구경만 하고 도로 나와서 언제나 지치고 힘든 드넓은 디조이 거리를 거슬러올라가 보키에치우 거리의 이딸랄라 카페에 갔다. 이 카페에 대해선 앞에 별도로 적었으니 생략. 
 
 
카페에서 나와 보키에치우 거리를 지나 빌니아우스 거리로 다시 들어섰다. 콩알만한 슈크림 한개만 먹었던터라 배가 고팠는데 식당 하나를 골라 들어갈까 하다가 춥고 국물 먹고파서 슈퍼에서 일본 컵라면을 사기로 결정하고는(빌니우스에선 한국 컵라면은 안 판다) 피나비야 카페에 가서 키비나이를 한개 테이크아웃했다. 키비나이는 엠파나다와 삐로슈까 비슷한, 안에 속이 든 파이인데 여기 피나비야의 파이들이 맛있어서 재작년에 세번이나 갔었다. 버섯 키비나이와 치즈서양배 패스트리를 너무 먹고팠지만 '국물이랑 먹는 밥 대용!'이라 생각해서 치킨 든 걸 샀다. 그리고는 게디미나스 대로로 나왔는데 이 와중에 춥다는 이유로 망고와 H&M에 들러 구경도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맘에 드는 옷이 하나도 없었음. 어제 베네통엔 있었는데. 거기가 더 비싸서 그런가 흑흑... 
 
 
숙소 맞은편의 iki 슈퍼에 갔는데 국물 있는 컵라면이 없어서 슬퍼하며 도로 거슬러올라가 rimi 슈퍼까지 갔다. rimi에 재밌고 좋은 것들이 많다. 리들, 리미, 이키, 막시마 등이 있는데 나는 여기서 리미가 제일 좋음. 기념품 가게보다 더 재미있는 리미 슈퍼 구경. 이런 슈퍼에 오면 항상 쥬인 생각이 난다. 박물관 미술관보다 슈퍼가 더 좋다고 했던 쥬인. 그런데 나도 이해가 돼... 난 심지어 미술 쪽 업무를 하고 있는데도 ㅎㅎㅎ 
 
 
그리하여 리미에서 닛신 컵라면을 사서 간신히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메모가 너무 기니까 일단 여기서 1부 끝. 사진들 여럿.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사진 많이 찍음. 카메라 가지고 나왔어야 하는데... 하지만 카메라 무거우니까 어차피 안 찍었겠지. 
 
 

 
 
파란 하늘 아래 게디미나스 언덕과 성곽. 푸니쿨라 리프트도 있지만 아마 이번에도 안 올라갈 거 같음. 고소공포증 때문에 전망에 대한 큰 기대가 없음. 그래서 아래에서 구경.
 
 

 
 
 
꼬마 열차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녀석이 내가 가는 루트로만 오는 걸 보니 아마 내 루트가 전형적인 광장과 공원 산책루트였나보다. 
 
 

 
 
 
이게 길 잘못들어서 발견한 네리스 강변. 추워서 금방 돌아나옴. 
 
 
 

 
 
 
베르나르딘 공원의 분수. 공원에서 사진 여럿 찍었는데 막상 여기 올린 건 한장 뿐이네. 
 



 
 
이 건물이 성 안나 성당. 
 
 
 

 
 
 
성당 내부. 
 
 
그리고 디조이 거리와 스티클리우에 들렀다 카페로 가는 길에 찍은 사진 두 장. 
 

 
 

 
 
 
 

 
 
 
 
디조이 거리에는 벌써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있어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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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6. 02:37

이딸랄라 카페 italala caffe 2024 riga_vilnius2024. 10. 6. 02:37

 
 
 

이딸랄라 카페는 카페들이 몰려 있는 보키에치우 거리 끄트머리에 있다. 재작년에 왔을 때는 몰랐던 곳인데 은근히 인기가 있는 곳이라 하여 오늘 들러보았다. 이탈리아식 젤라토, 케익과 디저트, 빵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커피와 차 종류들이 있었다. 여기도 커피는 러브라믹스 잔에 준다. 빌니우스 카페들은 대부분 러브라믹스를 쓰는 것 같다. 카페마다 쓰는 잔이 좀 다양하면 더 좋겠는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 테이크아웃 손님들도 많았고 오늘은 날씨가 반짝 좋았기 때문에 좀 추웠지만 야외에 앉는 손님들도 여럿 있었다. 첨에는 딱 하나 남은 테이블에 엉거주춤 앉았다가 창가 쪽 1인 테이블이 비어서 그리로 잽싸게 옮겼다. 카페는 파스텔톤으로 예쁘고 아기자기했는데 테이블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또 서로 다른 스타일들의 테이블과 인테리어가 좀 뒤섞여 있어 복잡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좀 빠져나가자 분위기가 좋아졌다만 오래 앉아 있기 편한 카페는 아니었다. 그리고 가격대가 좀 비쌌다. 이탈리아식 카페니까 티라미수를 먹을까 했지만 좀 비쌌고 맛있어보이지 않아서 아주 조그만 초콜릿 슈를 골랐는데 그것도 4.5유로나 했다. 맘먹으면 한입에 쏙 넣을 크기였음. 슈 자체는 맛있었다. 속의 커스터드 크림이 아주 진해서 가벼운 크림을 좋아하는 내 입맛보다는 더 강했지만. 하긴 이렇게 조그만 슈인데 크림이라도 제대로 진하게 들어 있어야지. 차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얼그레이 뿐이었다. 빌니우스 카페들 중 다즐링 내주는 곳이 거의 없었던 기억이 나는데 새로 발굴한 카페들도 그렇네. 
 

 
 

 
 
벽 한쪽에는 동그란 거울들이 여러개 붙어 있었는데 손님들 얼굴이 그대로 비쳐서 좀 정신없어보였지만 맞은편 테이블의 커피잔 비친 모습은 또 근사해서-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한 컷 찍어두었다. 
 
 

 
 
카운터에 이렇게 손님들이 바글바글바글!!!
 
 

 
 
 
아까 그 거울 앞에 앉아 있다가 창가 자리가 나서 옮겨온 후. 슈가 앞에 있어서 좀 커보이지만 엄청 조그맸다. 그리고 홍차는 진하게 잘 우려주었지만 유리잔이라 조금 아쉬웠다. 
 
 

 
 
 
손님들 빠졌을 때 카운터와 케익 진열장 사진 한 컷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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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