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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맑고 햇살이 나서 좋았지만 사실 기온 자체는 낮다. 아침엔 영하 1도까지 내려간 적도 있고 오늘도 1도였다. 방은 춥지는 않지만 천정이 높아서 훈훈하고 아늑한 기운은 좀 부족하다. 어제 오전에 필리에스 거리에서 좀 떨었는데 그 여파인지 밤에 조금 기침이 나오려는 듯해서 은교산을 두 알 먹고 잤다. 아침에도 목이 좀 붓고 약한 감기 기운이 있어서 늦게까지 침대에 누워 있다가 10시 넘어서 밥 먹으러 내려가면서 한국에서 챙겨온 쌍화차 반 포를 가지고 가서 뜨거운 물에 타서 꿀을 녹여 마셨다. 꿀을 너무 넣었는지 엄청 달았다. 그리고 방에 돌아와서 9월에 인후염 때문에 이비인후과에서 타왔던 약을 먹었다. 점심땐 안 먹었는데 이제 자기 전에 저녁 약을 먹어야겠다. 몸이 막 아프고 그런 건 아닌데 목이 조금 붓고 기침이 약간 나오려는 기미가 있어서 그렇다.

 

 

이제 일주일밖에 여행이 안 남았다고 생각하자 너무 아쉽고 아깝고 그렇다. 해는 오늘까지 나고 내일은 다시 흐려진다고 하고. 28일 월요일 저녁에 빌니우스를 떠나 바르샤바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인 29일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서 30일 아침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그래도 한달 휴직이라 레이오버들로 끊어서 몸이 너무 피곤하진 않을 것 같다. 하여튼 이제 일주일 남았어 엉엉, 도착해서 좋아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흑흑... 게다가 돌아가면 다시 빡세게 일해야 돼 으앙...

 

 

감기 기운도 있고 피로가 좀 쌓였는지 오늘 몸이 무겁고 계속 졸려서(감기약 때문일 수도 있음) 바깥이 조금 데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11시 반쯤에나 나갔다. 오늘은 필리모 거리를 거점으로 하여 MO미술관 옆의 공부 카페 BREW, 그리고 근처 오르막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중식당, 이후 공원을 통과해 엘스카 정도로 하면 동선이 딱 좋겠다고 계산했고 버스를 타고 공부 카페까지 간것까진 생각대로였다. 그러나 나머지는 계획과는 전혀 달랐다.

 

 

 

 

 

 

공부 카페에서 나왔는데 햇살이 좋았다. 옆에는 공원과 기다란 계단이 있는데 예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시면서 헤어졌었다. 계단 올라가면 전망이 어떨지도 궁금하고 또 그 위쪽 동네는 어떤지도 궁금해서 올라가보았다. 그리고 원래 가려던 중식당 리뷰와 메뉴를 검색해보니 평이 엇갈려서 갈까말까 싶기도 했다(거기도 오르막길로 가야 함) 하여튼 계단이 꽤 높아서 나중엔 다리 아팠다.

 

 

위의 사진은 그 공원에 있는 공공미술 조각.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는 이 녀석을 보면 OTL 얘네도 아나보다... 란 생각이 들고... 빡세게 일하며 사는게 힘들다는 마음으로 막 이입됨 ㅜㅜ 그리고 아래 사진 두 장은 그 공원 계단이랑 올라가는 길에 찍음. 날씨는 참 좋았다. 

 

 

 

 

 

 

 

 

다 올라오니 아래쪽 구시가지와 관광지와는 많이 다른 동네였고 거대 막시마가 있었다. (여기는 들르려다 까먹음) 그리고 바로 근처에 타마고라는 한식/일식집이 있어서 으잉?’ 하며 거기에 가보았다. 그래서 중식당은 없어지고 생각지 않은 한식집. 근데 사실 제대로 된 한식집은 아니었고 좀 카페 같은 곳이었다. 브런치를 일본식 계란말이, 덮밥, 그리고 우리나라 비빔밥 그런 것을 하고 있었고 저녁 메뉴로는 부대찌개, 떡볶이 뭐 그런게 있었다. 좀 신기했다. 인테리어도 카페 같았다. (영원한 휴가님이 여기가 백스테이지 카페 2호점이 있었던 자리라 해서 이해가 됨)

 

 

메뉴에 김치수프라는 게 있어서 나는 또 낚였다. 김치수프에 밥을 먹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양이 적어보여서 열심히 메뉴를 보다가(종류가 적음), 타마고야끼(일본식 큰 계란말이 같았음)와 김치수프, 그리고 사이드로 밥을 추가해 주문했다. 그랬더니 점원이 타마고야끼 스크램블드에그 버전으로 하면 밥위에 얹어주는데 그거 아니고 그냥 타마고야끼, 밥 따로?’ 하고 물었다. 이때 나는 원래 생각대로 갔어야 했는데, 왜냐하면 계란말이와 계란덮밥은 완전히 다른 종류이기 때문이지! 근데 덮밥으로 먹으면 더 저렴했고 뭐 얼마나 차이가 나겠어 싶어 점원의 친절을 받아들여 주문을 수정했다.

 

 

 

 

 

식당 내부. 아무리 봐도 카페 같음. 

 

 

김치수프가 먼저 나왔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서 예상은 했는데 정말 김치만 들어 있었다. 그래도 이건 지난번 중식집에서 나를 웃게 만들었던 배추 약간 넣은 나가사키 짬뽕 비슷한 고깃국이 아니고 김칫국이었다. 백반집 가면 가끔 나오는 김치콩나물국에서 콩나물을 뺀 맛? 그래도 김치 맛이라 이상하진 않았다. 근데 이 국은 이것만 먹을 수 없으니 빨리 밥이 나와야 되는데 역시나 수프 개념이라 그런지 밥은 늦게 나와서 기다리느라 좀 식음. 하여튼 타마고야끼 덮밥이 나왔는데 으앙 이거 참기름 계란밥이야. 간장을 넣은건지 소금을 넣은건지 하여튼 너무 짜다... 역시 원래 생각대로 흰밥, 계란말이, 김칫국이었어야 간의 균형이 맞는데 잉잉... 그래도 간만에 밥이랑 국이라 짠맛을 무릅쓰고 잘 먹긴 했다만 의문이 들었다. 아니 이 사람들 이 참기름계란밥을 브런치라고 시켜서 먹으면 과연 배가 찰까? 반찬도 없고... 이건 애기들 주는 간장계란밥 같은 건데... (근데 간장계란밥보다 짰음) 아무래도 간장계란밥에서 영감을 얻은 메뉴인 것 같긴 하다.

 

 

 

 

이게 김치 수프. 그냥 김칫국. 메뉴판에 보면 마리네이드한 계란을 추가해 먹으라 되어 있는데 도대체 그게 뭔지 모르겠고(간장양념한 계란일 것만 같음) 이미 계란덮밥이 있으므로 추가를 안했다. 

 

 

 

 

계란밥! 배는 불렀는데 뭔가 제대로 밥먹지 못한 느낌이 들었음 ㅎㅎㅎ 이걸 돈주고 사먹다니, 집에서 먹을 거 없을때 급조하는 밥인데... 하는 느낌이랄까. 아마 이건 한국사람만 느끼는 감정일지도! 

 

 

 

 

 

라면이랑 비빔면도 팔고 재밌었다. 근데 빌니우스에는 정말 제대로 된 한식당은 없는 것 같다. 필리모 거리 근방에 '고기 가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거기는 치킨이 주종목이다. 고추장치킨, 간장치킨, 그리고 고추장 감자튀김 뭐 그런 메뉴가 있었다. 가보진 않았다. 난 한국에서도 치킨을 잘 안 먹기도 하고... 

 

 

 

 

 

 

밥을 먹고 나왔는데 김칫국에 짠 계란밥을 먹어서 너무 단 게 먹고팠다. 엘스카가 더 가깝긴 했지만 그곳의 유일한 단점, 즉 비건 디저트가 생각나서 , 나 오늘은 비건 디저트 싫어. 맛있는 케익 먹고싶어하며 이딸랄라로 가기로 했다. 거기로 가려면 좀 걸어올라가다 옆으로 꺾어서 기다란 내리막길을 따라 걷다가 보키에치우 거리로 통하는 골목을 따라가야 한다고 구글맵에 나왔다. 난 정말 구글맵 없이는 이렇게 절대 못 돌아다닐거야. 나의 여행 반경을 엄청 넓혀준 구글맵. 대신 단점은 눈앞만 보고 다녀서 머릿속에 큰 지도는 안 그려진다는 점임)

 

 

 

 

 

보키에치우는 역시 햇볕이 들었고 이딸랄라도 야외가 꽉 찼고 내부에는 자리가 있었다. 그래서 별도로 쓴 것처럼 호지차와 치즈케익을 먹으며 책을 읽고 쉬다가 나왔다

 

 

사실 이딸랄라에서 나왔을때도 늦지 않은 시각이라(3시 반쯤) 엘스카에도 추가로 가고 싶긴 했다. 왜냐하며 내일부턴 흐려진다고 해서, 볕 드는 엘스카가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이미 호지차와 케익으로 너무 배불러서 엘스카에서 뭔가를 마실 위장 용량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리미에 가서 생필품을 사고 주변을 좀 돌아다니다가 가야겠다고 생각. 도미닌코누 거리와 토토리우 거리를 지나 게디미나스 대로의 리미(내가 제일 애용하는 곳)에 가서 물이랑 티슈를 샀다. (위 사진은 이그노토 거리에서 토토리우 거리로 꺾어지는 길목. 이렇게 보면 내리막. 하지만 토토리우에서 올라올 땐 오르막임. 와 그래도 몇주 머물렀더니 이제 내가 지리를 좀 알고 있어! 재작년엔 일주일 넘게 머물렀지만 머릿속에 이런 지도랑 방향은 하나도 안 그려졌었는데...)

 

 

그런데 짐이 무거워지니 엘스카까지 올라가기가 좀 어려웠고 또 꽃도 사고 싶어서 숙소 근처 키오스크에 가서 이번엔 장미를 세 송이 샀다. 이건 꽃이 큰 스탠더드 장미라 좀 비쌌다. 빌니우스는 우리나라보다 꽃이 더 비싸다. 꽃파는 할머니에게 사면 더 싸긴 한데 품질이 안 좋아서 특히 며칠 전 산 들국화는 폭망해서 다 시들었음. 장미까지 사고 나니 이제 정말 방에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방에 돌아와 짐을 좀 풀고 장미는 잎을 딴 후 유리병에 꽂아두었다. (드디어 켐핀스키 리가에서 챙겨온 유리병도 써먹음. 이거 다시 싸가야 되는데 ㅎㅎ 진짜 거의 없는 리가 기념품인데) 그래도 네시 좀 넘은 시각이었고 엘스카에 갈 기력은 이미 없어졌지만 근처의 빵집이나 카페인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너무 피곤해져서 감기 기운을 생각해 다 포기하고 그냥 목욕을 했음. 흑흑 좋은 날씨 안녕... 그리고는 침대에 들어가 좀 누워서 쉬었다. 빨리 들어와버리는 바람에 먹을 것도 별로 없어서 컵라면이랑 조식 테이블에서 온 삶은 달걀, 오렌지랑 미니 서양배로 간단히 저녁 먹음. 아니 나 감기 기운 때문에 단백질 먹어야 할 거 같은데. 내일은 동물성 단백질을 먹어야겠다. 하여튼 비교적 일찍 들어와서 쉰 날인데 왜 여전히 오늘의 메모는 10시 넘어서까지 쓰고 있는 걸까 엉엉...

 

오늘은 7,567. 4.8킬로. 공부 카페에 버스를 타고 갔고 안 가본 거리들 쪽을 걷긴 했지만 들른 곳은 평소보다 적었다.

 

 

내일 흐리다고 하는데... 그래도 해가 짠 하고 잠깐이라도 나와주면 참 좋겠다. 화욜에는 비도 온다는데... 같은 기온이라도 해가 안 나면 엄청 우중충하고 으슬으슬하니까 분명히 내일은 추울 거 같음. 흑흑. 따시게 입고 나가야지. 사실 오늘도 어제 떨어서 따뜻하게 입고 나갔었음. 기모 스타킹에 여기서 산 긴 치마에 패딩. 내일은 코트 안에 또 막 껴입어야겠음.

 

 

장미랑 아직도 살아남은 딱 한대 프리지아 사진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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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21. 03:40

이딸랄라 호지차 2024 riga_vilnius2024. 10. 21. 03:40

 

 

 

점심을 먹은 후 원래는 엘스카에 가서 볕을 쬐며 차를 마실 생각이었다. 사실 이것저것 고려하여 동선을 짜서 오전 카페를 엘스카에서 도보로 멀지 않은 필리모 거리 쪽에 있는 공부 카페로 잡았던 것이다. 점심도 공부 카페에서 걸어올라가면 나오는 중식당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점심을 다른 데서 먹었고, 그 점심을 먹고 나자 좀 짜서 그런지 너무너무 달콤한 디저트가 먹고팠다.

 

그리하여 나는 엘스카를 배신했다. 그 이유는 엘스카가 다 좋은데 디저트가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무슨 치아푸딩 라이스푸딩 이런것, 그리고 비건 디저트 4종이 전부. 그 비건 디저트 중 땅콩, 망고, 라임크림케익(...이라 하지만 사실 크림 얹은 아주 작은 타르틀렛 같은 것)은 이미 먹어봤고 남은 건 비건 브라우니인데... 흑흑, 나는 맛있는 케익이 먹고팠다. 이런 경우 최고의 케익이 있는 슈가무어가 좋을 수도 있겠지만 거기는 또 내부가 별로 편안하지 않고 주문도 엄청 늦게 받는다. 그래서 환하고 따뜻하면서 디저트도 잘 구비하고 있는 이딸랄라에 가기로 했다. 엘스카보다는 멀었지만 그래도 내리막이라 걸어갈만 했다(점심 먹은 곳이 언덕 위에 있었음) 근데 오늘까지만 맑고 해 난댔는데 흑흑... 

 

오늘 볕이 나니까 이딸랄라는 분명 안에 자리가 있을 것 같았다. 생각대로 자리가 있었는데 그래도 일요일이라 맨 안쪽 창가 자리(전에 내가 잠깐 앉았던 곳)과 문 옆 창가의 그네 자리만 비어 있었다. 그 자리가 빛이 잘 들어서 앉아볼까 했지만 그네에 시험삼아 앉아보자 그네가 약한 느낌이고 너무 흔들려서 포기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자리는 힐끗 보면 좋아보이지만 사실은 좀 응달 쪽이라 손님들이 비워놓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여튼 거기 앉았다가 나중에 입구 근처의 빛 들어오는 쪽 테이블이 나서 또 옮겼다. 

 

 

 

 

야외 테이블들은 이미 이렇게 우글우글! '이게 10월의 마지막 햇볕이래, 아니 그럼 올해의 마지막 광합성 아닐까?' 하며 악착같이 밖에 앉은 빌니우스 사람들의 마음이 막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내가 나중에 옮긴 자리는 저 한 단 위에 있는 책상 같은 테이블 중 하나. 저게 엄청 불편해보이겠지만 사실 앉으면 편하고 책 읽기도 좋다. 실제로 불편한 자리는 저 복도에 놓여 있는 이케아 스타일 테이블들 자리... 

 

 

 

 

 

 

이딸랄라 전에도 두어번 따로 올렸는데 왜 오늘도 따로 올리느냐면, 오늘 내가 주문한 메뉴 때문이다. 

 

감기 기운이 있어 오늘 약을 먹고 나왔기 때문에 카페인이 너무 강한 건 마시고 싶지 않았다. 여기는 홍차도 잎으로 우려주긴 하는데 좀 진한 편이었다. 그런데 메뉴판에 말차와 호지차가 있었다. 라떼 표시는 되어 있지 않았다. 호지차가 있다니 하며 점원에게 '호지차 저거 우유 안 들어가는 스트레이트에요?' 하고 물어보았다. 친절한 남자점원은 '네, 워터 베이스에요. 우유 안 들어가요' 라고 대답하며 혹시 우유 들어가는 걸 달라는 걸까 하는 눈으로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나는 '오, 네, 좋아요. 그 호지차를 주세요' 라고 말했는데... 이 점원이 등록기에 타닥타닥 치는 걸 보니 '호지차 라떼'라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내가 눈이 동그래져서 '엥, 우유 안 들어간다면서 왜 라떼에요?' 라고 묻자 점원이 '아니 뭐 이런것까지 주시하고 있는 거야?' 하고 좀 놀랐는지 본인도 당황하면서 '아니, 우유 안 들어가는 거 맞아요. 이거 기계라서 그래요' 라고 대답함. 보통 사람들은 라떼를 시킬 것 같긴 한데 또 모르지. 

 

하여튼 그래서 좀 기다린 후 나의 호지차가 나왔다. 오, 우유 안 들어갔어. 근데 왜 이렇게 양이 적지? 호지차 커피보다 비쌌는데! 카푸치노 잔에 나왔다. 그리고 호지차는 뜨거운 물에 빨리 우려야 구수하고 맛있는데 이건 분명 라떼를 만들기 위한 호지차 가루! 찻잔 바닥에 가루가 덜 녹아 뭉쳐져 있었다. 그리고 양을 너무 많이 넣었는지 구수한 맛보다는 말차처럼 쓴맛이 압도함... 흐앙... 뭐 케익 곁들여 마시기에 나쁘지는 않았는데 이분들에게 호지차에 대해 좀 알려드리고 싶구나 ㅎㅎㅎ

 

어쩌면 내 주문이 들어간 후 의연하던 그 남자점원은 카운터 뒤로 가서 선배 점원들과 급하게 얘기를 나눴을지도 몰라. '클났어요, '호이차' 우유 없이 주문하는 토끼가 나타났어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그냥 라떼라고 쓰자고 했잖아요 엉엉... 물만 넣고 어떻게 만들지? 그냥 우유에 넣는 것과 동량으로 가루를 타면 되겠죠? 근데 라떼 아니니까 컵은 라떼 컵 말고 작은 컵에...' 운운... (리투아니아어로 j는 i로 읽으니 호지차도 아마 호이차라고 할 것 같다고 영원한 휴가님이 알려주심. 잡채도 막 얍채, 옙채 그런다고) 이것은 키라스의 랍상소총 마스터 이후의 호이차 스트레이트 토끼 출몰 아닌가 하고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니 너무 우스웠다. (실제로는 뭐 원래 이렇게 만드는 거라 생각하며 만들어줬을 듯. 이 카페도 일본 쪽 영향을 받았는지 킨토 커피잔과 말차 다구도 판매하고 있음)

 

사진이 그 호지차. 흑흑 쓰고 양 적어... 가루 다 안 녹았어... 아무리 생각해도 라떼용 호지차 가루인 것 같음. 그냥 '호지차 라떼 주세요' 할 걸 그랬나 ㅎㅎㅎ

 

그런데 또 함께 시킨 베리 치즈케익이 맛있었다. 여기는 케익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슈가무어보다 1~2유로 비쌈) 맛있긴 하다. 맨첨 시켰던 미니 초코슈가 너무 작아서 빈정상했지만. 심지어 치즈케익 달라고 했더니 바스크냐 베리냐 물어본다. 여기도 바스크 치즈케익이 유행하나? 치즈케익이 예상외로 은근히 맛있었는데 호지차가 너무 적어서 케익 한 조각을 다 먹을 수 없었다 엉엉...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아쉬운 호지차. 근데 호지차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 시켰던 거라서 이 정도면 만족하자. 

 

 

 

 

 

호지차 구경 중인 쿠야. 이때는 아직 안쪽 창가 자리. 

 

 

 

 

 

진열장 안의 케익은 멀쩡했는데 갖다줄 때 보니 또 시럽같은 걸 왕창 뿌려놨길래 '어휴 여기도 러시아랑 비슷하구나... 저건 왜 뿌려서 케익 본연의 맛을 해치나' 했는데 저 딸기 소스가 또 맛있었다. 생각해보니 재작년에 필리에스 케피클렐레에서 딸기 블린 시켰을 때 딸기쭈쭈바 색깔 소스 부어줘서 그때도 '어휴 이거 왜 부어줘' 했는데 그게 맛있었음. 같은 소스인가? 하여튼 러시아 생각이 나며 좀 그리웠다. 거기도 케익 시키면 막 저렇게 뭔가 그렇게 예쁘진 않은 장식을 해서 가져다 줌.

 

 

 

 

 

간만에 맛있어보이는 디저트를 앞에 둔 쿠야. 

 

 

 

 

그러다 자리가 나서 옮김. 역광 때문에 이 구도는 좀 어둡게 나왔다만. 이 자리가 보기와는 달리 아까 그 창가 자리보다 더 좋다. 책 읽기도 편하다. 

 

 

 

 

 

이딸랄라 구경 중인 쿠야.

 

 

 

 

 

여기서 책을 여러 페이지 읽었다. 단어를 조금 찾아가면서... 근데 이때쯤 볕이 들어오고 감기 기운에 피곤했는지 너무 졸려서 의자에 기대어 하염없이 졸고 싶었다. 졸지는 않고 책을 더 읽고... 좀더 앉아 있고 싶었지만 손님들이 계속 들어왔고 이때는 엘스카에도 추가로 갈 마음이 있었기에 한시간 반쯤 있다가 일어섰다. 

 

이딸랄라는 처음 왔을 땐 사람도 너무 많고 자리도 저 중간의 복도쪽 자리였던데다 뭔가 여러가지 스타일이 뒤섞여 있고 점원들도 너무 바빠보이고 디저트도 작은데 비싸서 마음에 안 들었는데 볕이 잘 들어서 야외에 앉기가 좋고 또 자리가 날 때면 의외로 괜찮아서 점점 이미지 만회되어 지금은 볕이 좋으면 엘스카랑 이딸랄라!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근데 이제 날씨 안좋아지면 이 내부도 맨첨 왔을 때처럼 또 정신없어지려나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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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빌니우스에도 물론 카공족이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랩탑과 태블릿을 장착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카페에서 한둘 이상은 찾아볼 수 있다. 이 카페가 빌니우스에서 가장 카공족이 많다고 영원한 휴가님이 전에 말씀해주셔서 궁금해서 오늘 가봤다. 이 카페는 필리모 거리의 MO 미술관 옆으로 꺾으면 나오는데 근처에 대학교가 있어서 학생들이 공부하러 엄청 많이 온다고 한다. 그 옆에는 카페인 로스터리가 있는데 사실 나는 그쪽이 더 가고팠지만 카페인은 체인이고 여기는 무려 '빌니우스 최고의 공부 카페'이니 어떤지 구경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학생들이 별로 없으니 좀 한가할 거라는 생각에 오전에 버스를 타고 모미술관 앞에서 내렸다. 숙소 앞 정류장에선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이게 걸어가면 또 꽤 가야 해서... 엘스카를 지나 문방구 카페도 지나야 한다. 
 
이름은 BREW이지만 나는 여기를 <공부 카페>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리뷰를 보니 뭔가 원두도 팔고 카페 이름도 저렇고 커피가 훌륭한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들어가니 사람들로 우글우글해서 거의 만석이었다. 카페가 생각보다 작고 좁았다. 테이블 간격도 좁았다. 맨 안쪽 구석에 테이블 하나가 있어 거기 자리를 잡은 후 주문을 하러 갔다. 주문하는 줄도 늘어서 있었다. 어, 뭔가 테이스트 맵 같은 커피부심 커피엘리트 커피맛집인가 하며 카푸치노 작은 것을 주문해보았다. 제대로 된 차와 디저트는 오후에 가기로 하고 여기는 점심 먹기 전에 가볍게 들르는 곳으로 생각해서 왔기 때문이다. 어차피 커피는 다 마실 수 없으므로 그럼 작은 걸 하나 시켜보기로 함. 
 
카푸치노는 내 생각보다 훨씬 연했다. 테이스트 맵 같은 곳은 아닌가보다. 설탕을 넣긴 했지만 하여튼 연했고 맛이나 풍미는 잘 모르겠다. 나는 두세 모금만 마셨다. 
 
일요일인데 학생으로 추정되는 사람들, 강아지 데리고 나와 수다떠는 친구들, 아기 데리고 나온 가족들 등 사람들이 많았다. 옆의 미술관 때문인가, 왜 여기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가. 막상 공부하는 사람은 거의 안 보인다. 평일에만 공부 카페인가보다. 근데 공부 카페는 이해가 되는데 일요일에 이렇게 터져나가는 이유는 뭘까? 카페가 딱히 예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디저트가 엄청나보이지도 않고 커피도 비록 과문하지만 그냥 그런 것 같은데. 궁금궁금. 영원한 휴가님은 그냥 사람들이 많이 가니까 또 많아지나보다 라고 하셨음. 내 눈엔 카페인이랑 비슷해보였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하긴 공부하기 제일 좋은 카페는 역시 체인 카페들이니까, 카페인이랑 비슷한 스타일이라 공부 카페로 잘되나 싶기도 했음. 
 
책을 두세 페이지 읽고 카푸치노도 두세 모금만 마시고 큰 인상 없이 카페를 나왔다. 그래도 공부 카페라는 별명으로 기억될 것 같긴 하다. 사진들 아래 몇 장. 
 


*** 앗, 정정!



공부 카페능 여기가 아니라 내가 가고팠던 그 옆 카페인 로스터리라고 방금 영원한 휴가님이 말씀해주심. 으앙... 뭐야뭐야... 근데 이미 여기다 공부 카페라고 붙여줬어... 공부 카페 아닌 공부 카페ㅠㅠ 홍철 없는 홍철 팀 같다... 어쩐지 그 카페인에 가고프더라니 ㅎㅎㅎ


 

 

 
 
내가 앉은 구석 자리. 좀 밍밍한 맛의 카푸치노. 
 
 

 
 
<미운 백조들>은 책이 작고 가볍다는 이유로 암울하지만 그래도 매일 가지고 다니며 카페들에서 조금씩 읽고 있음. 근데 이거 한국 돌아가면 과연 이어서 읽을 수 있을까 ㅠㅠ 이런 여유 자체가 없을텐데. 
 
 

 
 
출입문이 두군데 있었음. 이쪽은 측면 출입문. 여기도 호박 장식. 빌니우스 거리는 여기저기 온통 호박 장식으로 가득하다. 
 
 
 

 
 
 
이게 다른 출입문. 근데 건물 모양을 보면 이게 정면 출입문 같지만 생각해보니 그 위 사진의 문으로 들어가자 곧장 카운터가 나왔으니 그쪽이 정면인가보다. 
 
 

 
 
 
비건 디저트들이 맨 위에... 어딜 가나 비건 디저트들이 대세인가보다. 흑흑 나는 비건 디저트는 안 좋아하는데... 근데 아래에 메도빅이 있어서 좀 먹고프긴 했다. 
 
 
 

 
 
 
'공부 카페라니 될 말이야?' 하고 뿌루퉁해져서 쳐다보는 쿠야. 
 
 
 

 
 
무서운 표지를 빌니우스 지도로 싸버린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미운 백조들>. 근데 이 지도의 재질이 좀 두껍고 잘 허는 타입이라 가방에 계속 넣어다녔더니 이미 귀퉁이들이 헐고 있음 ㅠㅠ
 
 
 

 
 
 
내 앞 테이블 손님들이 데려온 큰 강아지. 삽살개 같은 종류인데 이 종류 강아지들이 빌니우스에 좀 많다. 엄청 애교가 많아서 주인한테 계속 낑낑대며 관심과 간식을 요구했고 나한테도 와서 엉기고 다른 손님들한테도 가서 엉김. 
 
 
 

 
 
 
나가면서 보니 갑자기 손님들이 훅 빠져서 이쪽이 비어 있어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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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