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0
2024. 10. 7. 04:49

마냐와 마리야 루스타모브나 사이 about writing2024. 10. 7. 04:49

 







내가 가장 최근에 썼던-그리고 완성했던- 글은 올해 1월 중순에 마친 <4월의 로켓>이라는 단편이다. 단편치고는 좀 길고 중편이라기엔 짧은데, 이 글은 그전까지 썼던 게냐와 미샤의 1990년대 페테르부르크 3부작의 남매 같은 소설이다. 왜 남매 같은 소설이냐고 한다면, 이 글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게냐가 아니라 그의 이웃인 마냐이기 때문에. 그리고 마냐는 게냐가 1인칭 화자로 등장했던 3부작의 마지막 중편인 <구름 속의 뼈> 후반부에 아주 잠깐 등장했던 인물이지만 나름대로 그 소설의 주제와 이미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앞의 3부작에서는 미샤가 마사지사 루키얀이나 무용수이자 연인인 게냐의 눈으로 묘사될 뿐 직접적으로 앞에 나서지 않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마냐와 딱 둘이서 등장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이 소설은 아주 즐겁고 쉽게 썼다. 종반부를 쓸 때 너무 바쁘고 가정사와 회사 일 등 여러 가지로 힘들어서 기력이 좀 모자라긴 했지만. 쓰는 즐거움이 큰 소설이었다. 이 글을 마친 후 집안일도, 회사 일도 더욱 힘들어지고 머릿속이 산란해져서 집중이 되지 않았고 새로운 글 자체를 시작할 수 없어 무척 우울하고 속상했다. 뭔가를 쓰고 있다는 것과 쓰지 않고 있다는 것 사이에는 크나큰 간극이 있다. 이것은 잘 써지는지, 재미있는지 아닌지와는 또 다른 얘기다. 본질적으로 쓰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읽는 인간, 이야기하는 인간, 행동하는 인간 이전에 쓰는 인간인 것 같다. 그래서 뭔가를 쓰고 있지 않을 때는 충만함이 사라지고 텅 비고 어딘가 불행하다. 이건 기본적으로 소설에 대한 얘기로, 에세이나 잡문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여행을 나와 있고 잠시 일에서 떨어져 있으니 다시 뭔가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새로운 뭔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쓰다가 중단해둔 글도 두엇 있고 쓰고 싶었던 글도 있지만 아직 손과 가슴에 와닿는 것이 없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래 발췌한 에피소드는 이 소설의 초반. 동거하는 포주 사르바르에게 두들겨맞고 기분을 잡친 채 아파트 옥상에 담배를 피우러 올라왔던 마냐는 옥상에서 춤을 추고 있는 미샤를 발견한다. 일년 전쯤 미샤가 게냐에게 들렀을 때 마냐가 그를 발견하고 ‘저 사람 누구야, 너무 멋있어. 섹스 사말룟이야, 로켓이야!’라고 외치고 할머니 풍의 허브차를 끓여준 적이 있다. 이 도입부에서도 마냐는 그의 이름이 기억 안나서 로켓, 섹스 사말룟(사말룟은 비행기란 뜻이다)이라고 부르고 있다. 특히 로켓. 이 이야기는 로켓과 불꽃놀이, 담배와 차,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글에 언급되는 ‘제냐’는 게냐의 다른 애칭이다. 바냐는 게냐의 동생으로 사이가 좋지 않다. 마냐와는 이따금 자는 관계. 예전에 이 소설 중간중간을 조금씩 발췌했던 적이 있다. 바냐에 대한 언급, 그리고 이 파트 이후 중반부에서 함께 말보로 담배를 피우는 마냐와 미샤에 대한 이야기 등등.
 


마냐는 마리야의 애칭이다. 마리야 루스타모브나는 이름과 부칭을 함께 부르는 것이다. (루스탐의 딸 마리야) 보통은 존대를 할 때 부칭을 쓴다.


 
사진 출처는 캡션에 적혀 있듯 pavel demichev. 사실 이 발췌문과 딱 들어맞는 사진은 아니다만(마냐는 외진 곳에 살고 있으므로 옥상에 올라간들 저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지는 않을테니) 그래도 마음에 들어서 올려본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주머니에 들어 있는 담뱃갑을 만지작거리면서 나는 여전히 숨을 죽인 채 문가에 서 있었어요. 로켓은 난간에 기댄 채 어두컴컴한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어요. 아까보다 더 차갑고 센 바람이 불어왔고 로켓이 다시 기침을 했어요. 추워서 그럴지도 몰라요. 재킷도 없이 긴 소매 셔츠만 걸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하얀 날개처럼 보였던 거겠죠. 그때 로켓이 움직였어요. 다시 춤을 추려나 했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잠깐 허리를 굽히는가 싶더니 난간 위로 훌쩍 올라가는 거예요! 난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질렀어요. 그 사람이 뛰어내리려는 줄 알았거든요. 나도 모르게 옥상을 가로질러 난간 쪽으로 달려갔어요. ‘여보세요!’인지 ‘잠깐만요!’인지 하여튼 뭐라고 외치면서 두 팔을 쭉 뻗어서 로켓을 와락 붙들었어요. 너무 다급하게 낚아챈 나머지 한 손으로는 그 사람 셔츠 자락을 잡았지만 다른 손은 허리 아래, 아니, 엉덩이인가 허벅지 어딘가를 움켜쥐었던 것 같아요. 아니에요, 맹세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요!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게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거든요. 우리 아파트는 이래 봬도 10층 건물이에요. 옥상에서 떨어지면 즉사라고요. 사실 벌써 몇 명이나 떨어져 죽었어요. 마약 하다가 떨어진 놈도 있고 자살한 계집애도 있고. 사르바르 말로는 총 맞아 죽은 놈도 하나 있었대요.
 


로켓이 어찌나 빠르게 몸을 홱 틀면서 뒤를 돌아보았는지 내가 쥐고 있던 옷자락이 뜯어질 뻔했어요. 정말 깜짝 놀란 표정이었어요. 아 맙소사, 그때 난 깨달았어요. 이 사람 그냥 난간에 걸터앉아 바깥 구경을 하려던 거였나 봐요! 내가 바보처럼 굴었던 거예요. 게다가, 게다가 난 아직도 그 사람 옷이랑 허리 아래, 아니, 엉덩이인가 허벅지인가 하여튼 몸 어딘가를 손가락이 부러져라 꽉 움켜쥐고 있었거든요. 로켓도 한동안 뻣뻣해진 채 한 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어요. 눈이 동그래진 걸 보니 정말 놀랐던 것 같아요. 근데 나도 놀라고 창피해서 정신이 없었어요. 바보, 얼간이, 천치! 안 그래도 제냐가 얘길 했을 거잖아요. 자길 덮치려고 안달이 난 여자가 불쑥 나타나 엉덩이를 움켜잡고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할 거예요! 아, 그러고 보니 아직도 내 손이 거기에! 난 급하게 손을 떼면서 변명했어요.


 
“ 아, 아.... 미안해요, 떨어지는 줄 알고... ”
 


로켓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아니, 이 민망한 상황에서 내가 그렇게 말을 했으면 뭐라고 대꾸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괜찮다고 하거나, 성을 내거나. 하여튼 반응을 해줘야죠. 근데 그 사람은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아까처럼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래도 동그래졌던 눈이 원래대로 돌아온 걸 보니 놀랐던 건 가라앉은 듯했어요. 대신 한 대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확 굳어졌다가 금세 가면을 씌워놓은 듯 무표정해졌어요. 차라리 계속 눈이 동그래진 채였으면 좋았을걸. 아니면 화를 내면 나았을 텐데. 난 너무 창피해서 마구 횡설수설했어요.
 


“ 그러니까, 담배 피우러 나왔는데. 있잖아요, 그 난간 위험하거든요. 금도 가고... 바람 불어서,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정말 무슨 일 나는 줄 알고, 지난주에도 601호 류샤가 거기서 떨어져... ”


 
갑자기 로켓이 웃었어요. 멍해져 있다가 뒤늦게 정신이 든 것 같았어요. 아니, 정신을 차린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나였겠죠. 그 사람이 웃으니까 정말 눈이 부셨거든요! 말문이 탁 막히더니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그제야 내가 그 사람이랑 거의 가슴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서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니까, 손만 뗐을 뿐 몸은 꼼짝달싹 못 하고 그대로 굳어져 있었던 거예요. 급하게 뒤로 물러섰을 때 로켓이 말했어요.
 


“ 고마워요, 마리야 루스타모브나. ”


 
세상에,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잖아! 딱 한 번 봤는데. 그런데 어떻게 내 부칭까지 알고 있는 걸까요? 내가 말했었나? 그랬을지도 모르죠, 하여튼 그때 난 완전히 만취한 여자처럼 굴었거든요. 게다가... 이렇게도 정중하다니. 레닌그라드에 올라온 이래 부칭까지 불려본 적이 처음인 것 같아요. 난 그냥 마냐인데. 마리야나 마샤라고도 안 해요. 다들 마냐라고 해요. 아빠만 날 만카라고 불렀죠. 이렇게 깍듯하게 마리야 루스타모브나라고 하다니. 난 당황하면서도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이게 뭔가요. 왜 이러는 거죠? 난 급하게 침을 꿀꺽 삼키고는 바보처럼 실실 웃으면서 말했어요.
 



“ 그냥 마냐라고 불러요. ”


“ 아, 맞아. 그때도 그렇게 얘기했는데 잊었네요. ”


 
로켓이 눈을 감았다 뜨더니 다시 살짝 웃었어요. 그러자 그 사람 이름이 퍼뜩 생각났어요.
 



“ 미샤. 맞죠? 날 기억하고 있었네요? ”


“ 기억하죠. 차도 같이 마셨는데. ”



 
그리고 툴라 비스킷. 아껴뒀던 과자도 들고 갔었죠. 사실 그때 미샤는 차만 마시고 과자는 먹지 않았어요. 그건 기억나요. 딱 한 입, 그것도 귀퉁이만 잘라서 먹었죠. 하지만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마리야 루스타모브나라니, 세상에. 제냐가 정말 입이 무거운 녀석이란 게 증명됐네요. 내가 뭐하는 여자인지 전혀 말을 안 했나 봐요. 물론 언제 어디서든 해주고 싶다고 한 것도, 섹스 사말룟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것도 전해주지 않았던 게 분명해요! 망할 샌님 같으니. 그래도 지금 봐서는 차라리 다행이에요. 미샤가 날 어엿한 숙녀처럼 대우해주고 있으니까요. 부칭까지 챙겨 불러주고. 꼬박꼬박 존대를 하고. 어째선지 사내놈들이고 계집년들이고 날 보면 초면에도 무조건 반말을 하는데 말이에요. 내가 구르는 바닥이 그래서 만나는 인간들도 다 비슷비슷한 것들이라 그렇겠지만요. 아, 하긴 제냐도 나한테 말을 놓지 않아요. 대신 마냐라고 부르죠. 걔는 내 부칭 따윈 관심도 없을 거예요, 들었어도 잊어버렸겠죠. 제냐는 좀 냉정하다고 해야 하나, 주변에 무심한 타입인 것 같아요. 바냐는 안 그런데. 기분 좋을 땐 립스틱도 가져다주고 손톱만한 미니어처 향수도 갖다주면서 ‘마냐, 아줌마도 돈 벌려면 가꿔야지. 좀 찍어 바르면 지금보다는 예뻐 보이겠지’ 하고 농을 걸곤 해요. 못돼먹은 애송이지만 세심한 구석이 있죠. 바냐 생각을 하자 갑자기 위장이 콕콕 찌르는 듯 쑤셨어요. 망나니 자식들이 잘해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미샤는 아직도 난간에 걸터앉아 있었어요. 몸만 뒤로 틀고 있을 뿐 다리는 난간 아래에, 허공에 나가 있었어요. 어쩐지 뒷목덜미가 오싹한 느낌이 들었어요. 류샤 때문이에요, 601호 그 계집애. 바로 여기쯤에서 떨어졌을 테니까요. 이쪽 난간이 좀 낮거든요. 이라 아줌마는 걔가 스스로 뛰어내렸다고 했어요. 구두를 벗어놓은 걸로 봐서 누가 민 것 같지는 않다고. 이유는 아무도 몰라요. 빚을 졌는지 남자한테 버림받은 건지 뭐였는지. 걔는 마약 같은 건 안 했는데. 심지어 사내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본 적이 없었어요. 하긴 걔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애였으니까 내가 못 본 게 많겠지요. 학교 선생이었는데, 멀쩡한 직장에 다니던 아가씨였는데. 나랑은 대놓고 말을 섞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주치면 인사는 꼬박꼬박 했었는데. 치마를 입은 여자애가 구두를 벗고 난간 위로 올라가려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아마 기어 올라가야 했을 거예요. 류샤는 나보다도 키가 작았으니까요. 미샤는 구름처럼 훌쩍 올라갔는데. 그러자 또다시 목덜미 솜털이 곤두서고 온몸이 떨려와서 난 그 사람의 옷자락을 잡아당겼어요.
 




“ 그만 내려와요. 바람이 많이 불어요. ”


“ 여기가 시원하고 좋은데. 탁 트여 있고. ”


“ 안 내려오면 나도 올라갈 거예요. ”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걱정이 됐기 때문일 거예요. 아까 춤추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어요. 여전히 그 사람이 뛰어내리거나 헛디뎌 떨어질 것 같아서, 아니, 그보다는, 우스운 소리지만, 날아가 버릴 것 같아서 두려웠어요. 춤출 때 꼭 그런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옥상 바깥으로 휙 날아가는 것도 전혀 이상해 보일 것 같지 않았어요. 심지어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지도 않았어요. 로켓처럼 위로 계속해서 솟구쳐 올라가거나 새처럼 허공에 팔랑팔랑 떠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런 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러면 이 모든 게 꿈이라는 거잖아요.
 



미샤가 손을 내밀어 내 팔목을 꽉 잡으면서 말했어요.



 
“ 혼자 올라오긴 힘들걸요. 잡아줄게요. ”


 
미샤는 무슨 인형이나 강아지를 안아 올리듯이 날 난간 위로 올려주었어요. 아주 힘이 셌어요. 오른손만으로 날 끌어올렸거든요. 왼손은 내 허리에 살짝 댔을 뿐이었어요. 그리고 손이 정말 따뜻했어요. 한순간에 나는 난간 위에 앉아 있었어요. 이 위에 올라와 본 적은 처음이었어요. 사실 난간 근처에는 잘 가지도 않아요. 고소공포증까지는 아니더라도 높은 곳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데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머리가 엉망이 되거든요. 대신 벽에 기대어 앉는 건 좋아하지요.
 



바람은 잠잠해져 있었어요. 난간 윗면은 생각보다 폭이 넓어서 걸터앉기 편했어요. 하지만 발밑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적응이 되지 않았어요. 그나마 어두컴컴해서 아래가 거의 내려다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무섭지는 않았어요. 아마 미샤가 여전히 내 팔을 꽉 잡고 있어서일지도 몰라요. 미샤는 내 곁에 바짝 붙어 앉아서 정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주 잠깐이었지만 이 남자가 사실은 완전히 미친놈이라서 나랑 같이 뛰어내리려 하거나, 혹은 날 확 떠밀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에 사로잡혔어요. 잘생기고 섹시하다고 해서, 목소리가 근사하다고 해서, 손이 따뜻하다고 해서 믿을만한 남자라는 뜻은 아니지요. 자고 싶은 거랑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건 다르니까요. 나는 원체 산전수전을 다 겪었단 말이에요.
 
 
 


...







이 뒤로는 마냐가 자기가 겪은 ‘산전수전’에 대해 언급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발췌가 길어지기도 하고 약간 19금이라 여기서 줄인다.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7. 03:35

엘스카 커피 Elska Coffee 2024 riga_vilnius2024. 10. 7. 03:35





엘스카 커피는 필리모 거리와 다른 거리가 만나는 접점 삼거리 모퉁이에 있다. 재작년 필리모 거리를 걸어내려오며 신호 기다리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며 ‘와 저사람들은 앉아 있고 나는 걸어가고 있네, 나는 힘들다’ 라고 생각했고 ‘한번 들어가볼까‘ 했는데 외관은 엄청 미니멀리즘 같아서 안 들어갔었다. 그런데 돌아온 후 영원한 휴가님이 이 카페 화장실에 보위 사진이 있다고 하고 작년엔 여기서 러브라믹스 티포트도 사다주셔서 궁금해졌다. 숙소에서 멀지도 않았다. 테이스트 맵에서 숙소로 내려오는 길에 있기 때문에 오늘 밥 먹은 후 들러보았다. 이미 커피를 마셨으니 좀 과한가 했지만 올리비에 샐러드가 차가웠고 또 내려오는 길이 추웠던지라 카페로 쏙 들어가게 되었다.

 
 

어머나 그런데 여기가 너무 좋은 게 아닌가. 지금까지 빌니우스에서 갔던 곳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카페로 꼽히게 되었다. 아마 스타일 때문인 것 같다. 왜냐하면 커피를 마신데다 디저트는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아서 홍차 대신 추위를 달래기 위해 핫초콜릿을 마셨기에 음료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이곳 내부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딱 내가 좋아하는 카페 취향이었다.



돌아와서 사진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아, 여기는 본치 카페를 좀 닮았구나. 색채도, 몇몇 종류의 테이블과 의자, 소파를 배합한 스타일도, 조명도, 걸려 있는 그림들도. 과하지 않으면서도 아늑하고 빛이 잘 들어서 정말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카페였다. 카페 에벨의 편안함과 아늑함, 본치 카페의 스타일리쉬함이 섞여 있다고 해야 하나.



여기도 사람 많은 곳이라 아래쪽 홀에 앉았으면 덜 좋았을 거 같은데 마침 내가 반단 정도 복층으로 올라갔을 때 맨 안쪽 창가 자리가 나서 얼른 그리로 들어감. 앉고 나서 보니 이 자리가 제일 좋은 자리였다! 안쪽 콘센트도 있고 창가에 딱 붙어서 바깥 구경도 할 수 있고 홀 전체가 다 내려다보이고, 심지어 내 테이블도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케치, 책 읽기 좋은 단단한 목재 빈티지에 연한 무지개색 컬러가 들어가 있었다.



엘스카는 무지개가 상징인 것 같다. 재작년에도 지나가면서 이 무지개 무늬(깃발이었는지 장식이었는지 가물가물)를 봤어서 기억에 남았음. 그러고 보니 여기는 블라디보스톡의 카페마랑도 좀 비슷하다. (카페마에 무지개 테이블이 있다. 그리고 스타일도 비슷함) 역시 취향이란 한결같은 듯하다.



화장실에 가봤는데 이번엔 보위 사진은 없고 각종 낙서 스티커, 바스키아와 키스 헤링 모사 낙서가 있었다. 그리고 빨간 잔에 코코아를 줘서 더 좋아짐 :)
 




맘에 드는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무척 좋아하는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을 읽으니 행복했고 여행 와서 휴식하는 느낌이 딱 들어서 좋았다. 카페 에벨에서 느꼈던 기분이랑 좀 비슷했다. 앉아서 글 쓰고 싶어지는 카페였다. 그런데 이 자리가 아니면 그만큼 좋지는 않으려나.



내가 앉아 있는 동안에도 손님이 무지 많이 왔다. 내 옆자리 테이블엔 귀여운 갈색 푸들을 데려온 여인들이 앉았는데 푸들이 얌전하게 담요 깔고 엎드려 있다가 뭔가를 보고 웡웡 짖었다. 아 이것도 코기가 있었던 카페 에벨이랑 비슷하네.



여기는 숙소에서도 가까우니 가기 전까지 여러번 들를 것 같다. 그런데 홍차가 맛있지는 않을 것만 같음. 핫초콜릿은 나쁘진 않았는데 우유가 많이 들어서 연했다. 그리고 별로 뜨겁지 않고 미지근했다. 우유를 넣어줘서 그런가보다. 라떼도 그렇고 우유 온도를 너무 높게 하면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스팀밀크 넣을 때 좀 미지근해진다는 얘길 어디선가 읽었음. 나는 보통 우유 든 음료를 안 마시고 한국에선 밀크티도 아이스만 마시니까(그리고 아이스 딸기라떼 정도만) 이건 다 주워들은 얘기임.
 




맘에 드는 이쁜 카페니까 사진 많이. 또 가야지.








창 너머. 이건 첨에 앉은 자리.








외관. 바깥만 보고 미니멀리즘이라 착각했는데 지금 보니 창문과 조명 비치는 것도 좀 본치랑 비슷했네. 왜 미니멀리즘이라 생각했었지? 아마 저 야외 테이블과 의자 때문에 첫인상이 그랬나보다(그래서 그때 안 들어갔나보다)







내가 득템한 명당자리~ 파스텔톤 무지개컬러 빈티지 테이블~








이렇게 보니 정말 본치 카페 닮음. 미니 본치.












빨간 잔~ 역시 빨간색은 배신하지 않음.











왼편이 내 코트. 여행 온다고 지른 후드 달린 코트인데 저거 안 가져왔으면 진짜 추웠을듯. 내 취향 컬러가 아니라서 고민했었는데 풍덩해서 편하다.






그림들도 과하지 않아 좋음. 작은 그림들엔 판매가도 붙어 있었다. 카페 옆엔 갤러리도 있어서 혹시 연관되어 있나 궁금했다.







이 자리가 또 나면 좋겠다~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7. 02:57

테이스트 맵 Taste Map 2024 riga_vilnius2024. 10. 7. 02:57





테이스트 맵은 빌니우스에서 꽤 유명한 로스터리 카페라고 한다. 재작년에 첨 왔을 때 영원한 휴가님께서 카페들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추천 리스트를 짜주셨는데 관광지와는 좀 떨어져 있어 가보지 못했던 곳이다. 이번에도 ‘아 걸어가기 좀 힘들거 같은데’ 하다가 볼트를 타고 가보았다.

 


커피가 유명한 곳이니 나도 커피를 시켜보았다. 사실 조식 먹은지 얼마 안되어 차를 마시기 어려웠고(차를 마시면 케익이 먹고픈데 배가 불러서), 일년에 한번쯤 여행 와서 커피 맛있다는 곳에서는 카푸치노를 마셔보게 된다. 카페 에벨이나 헤드샷 커피, 카페마, 카페 첸트랄 뭐 그런 곳들처럼. 커피 잘 못마시는 나에게는 라떼가 더 낫지만 양도 많고 우유가 많이 들어있는지라 ‘그래도 카푸치노가 더 클래식하지 않나’ 라는 나만의 –좀 신빙성 없는- 기준으로 카푸치노를 시켰다.



사람이 엄청 많았다. 카페 입구가 좁았고 홀과 홀을 잇는 복도도 좁아서 사람들이 바글거렸고 셀프서비스도 아니다 보니 잔을 나르는 점원들이 고생이었다. 나는 2층으로 올라갔다. 천정이 낮은 복층 구조인데 다닥다닥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이 카페는 미니멀리즘 스타일로 되어 있어 인테리어 자체는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또 창가 쪽 구석 테이블에 짱박히자 콘센트도 있고 책 읽기는 나름 편해서 아이패드 가져왔으면 스케치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케치 안 한지도 엄청 오래됨.
 


카푸치노는 내 입맛엔 좀 쓰고 강했는데 여기는 설탕도 곁들여 주지 않았다. 커피부심이 엄청난 곳인가보다. 아래층에 가서 설탕 한봉지 가져왔는데 ‘정말 넣고 싶냐?’ 라고 적혀 있어서 ‘너무해’ 란 생각이 들었음. 근데 이탈리아에서도 카푸치노 시키면 설탕 준단 말이야, 아니면 넣으라고 옆에 쌓여있고... 다들 넣던데... 설탕을 한봉지 넣었더니 카푸치노가 매우 맛있어짐 ㅎㅎ 커피에 대한 조예는 없지만 맛있는 카푸치노라는 결론을 내림. 근데 나는 이것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카페 에벨 쪽이 더 좋긴 하다. 아마 내가 홍차도 부드러운 다즐링을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책 읽고 있으니 아이들이 자유시간을 갖는 틈새 타임에 영원한 휴가님께서 들러주셨다.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시키고 전에 내가 궁금해했던 파리 브레스트를 디저트로 시켜오심.



그런데 파리 브레스트 분명 뻬쩨르 카페 사진에선 엄청 이뻤는데 여기 나온 디저트는 납작하고 안 예뻤다 ㅎㅎ 크림은 아주 달달했다. 둘이 나눠먹어 다행이었음. 에스프레소 마끼아또가 맛있다고 하셨다. 이 카페에 자주 오시진 않으나 오시면 ‘아 여기 커피는 맛있다’라고 생각하게 되신다고 함. 나라면 ‘아 여기 차 맛있다’ 라고 생각하면 (가까울 경우) 자주 올 텐데 :)



 
여기도 러브라믹스 잔들을 썼다. 특이한 건 여기는 검정색 잔들을 쓴다는 것. 이것까지 정말 미니멀리즘이다. 그런데 여기는 검정색 잔이 잘 어울렸다. 내부 인테리어는 미니멀리즘이라 막 아름답진 않았고 또 사람이 많아서 사진 찍기가 어려웠기에 커피랑 잔 사진들 대부분으로 테이스트 맵 마무리.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은 빌니우스에 오시면 꼭 들러보세요~









이게 내 카푸치노. 설탕 넣기 전.








대기 번호. 손님이 많은데다 1층 홀 두개, 복층에도 자리가 있어 점원들이 고생... 근데 홀이 여럿이라도 넓진 않음.








디저트 진열장. 나는 카푸치노만 시켰는데 (커피 맛있는 데는 디저트 맛없다고 하셨던 영원한 휴가님 말씀이 기억나서), 이때도 파리 브레스트가 궁금했는지 사진에 들어가 있음 ㅎㅎ









이건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클로즈업해서 캐푸치노랑 같아보이지만 맨 위 사진 보면 큰게 내 카푸치노, 작은게 이거.







생각보다 안 이쁘고 덜 맛있었던 파리 브레스트. 내가 뻬쩨르 카페 인스타에서 보고 이상을 품게 된 놈은 뭔가 하얀 크림이 몽실몽실 들어 있고 이쁜 비주얼이었는데 ㅎㅎ





 


앞 테이블들 손님들이 다 마시고 남겨둔 검정 잔이 이렇게 도열해 있으니 또 미니멀리즘 어울리고 이쁨. 근데 정말 작은 테이블들이 이렇게 다닥다닥이라 좁긴 했다.

:
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오늘 늦은 점심 먹은 후 두번째 카페 가는 길에 발견한 꽃집 장식. 참으로 무심하고 무성하다. 빌니우스 건물들에는 조화 꽃장식이 많은데 하나같이 엄청 무성하고 스타일 과잉이라 깜짝 놀라게 된다. 이녀석은 그런 꽃들은 아니지만 그 무성함과 막 모아두는 느낌은 비슷함. 문 앞에도 호박과 갈대 장식이 되어 있었는데 아마 가을/핼로윈 느낌인가보다. 
 


..
 


 
어제 많이 걸어서 너무 피곤했는지 9시까지 자고 또 잤다. 7시쯤 깼다가 도로 자기를 반복했는데 여행 와서 제일 많이 잤다. 더 자고 싶었는데 조식 먹으러 내려가야 해서 9시에 억지로 일어났음. 조식 신청을 해놓으면 끼니 챙기기가 수월해서 좋긴 한데 아침에 맘껏 게으름피울 수가 없다. 이러다 어떤 날은 안내려갈지도...
 


오늘은 다시 흐려지고 싸늘했다. 기온 자체가 아주 낮지는 않았으나 음습하고 흐린 날씨였다. 빌니우스 와서 이틀 연달아 많이 걸었으므로 오늘은 움직임을 최소화하기로 하고 재작년에 왔을 때 영원한 휴가님이 추천해주신 카페 중 안 가봤던 ‘테이스트 맵’ 에 가보기로 했다. 커피가 맛있는 곳으로 로컬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그런데 구시가지 쪽은 아니어서 길찾기가 좀 까다로웠고 많이 걸어야 하는 것 같아서 나는 ‘에이 볼트 불러~’ 하며 택시를 타고 갔다. 볼트로는 5분밖에 안 걸렸다. 숙소가 있는 게디미나스 대로를 따라가다가 꺾어서 공원 곁을 지나 쭉 올라가니 나왔는데 오르막이라 걸어서 갔으면 고생했을 듯(돌아올 땐 내리막이니까 걸어왔는데 추웠다)
 


카페 얘기는 따로 올리기로 하고... 카페에 앉아 책을 좀 읽고 있으니 영원한 휴가님께서 잠깐 들르셨다. 자택에서 그렇게까지 멀진 않아서 킥보드를 타고 오셨다고 함. 빌니우스에서 다시 보니 또 반가웠다.


 
카페에서 나와 근처의 정교 성당(성 콘스탄틴과 미하일 성당이라고 했다)에도 들어가 보았다. 성당은 정교 성당치고는 외관이 덜 화려했고(크기는 했지만), 내부에는 의자도 있고 조명이 밝아서 약간 카톨릭 성당이랑 섞인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니 새벽의 문 근처 정교 성당도 좀 그런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고 싶었던 우크라이나 음식점이 근처라 거기까지 안내해주신 후 귀가하셨다. 일요일이라 가족들 챙겨야 하는데 얼굴 보러 나와주셔서 고마웠다.
 


음식점 이름은 ‘보르쉬’였다. 당연히 보르쉬를 먹어야지~ 그런데 여기는 식당이 작지도 않은데 카운터 점원이 하나 뿐이었고 그나마 자리에도 잘 없어서 들어간 후 주문받을 때까지 15분 이상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다른 테이블 손님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메뉴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수프 외에는 펠메니, 치킨 키예프, 치킨 타바카, 거위구이, 달달한 블린, 그리고 올리비에 등 샐러드 정도였다. 그래서 보르쉬 작은 거랑 새우랑 연어 든 올리비에를 시켰다. 보르쉬는 맛이 깊고 맛있었는데 상당히 기름졌다. 나는 기름기가 덜하고 야채가 더 많고 비트 색이 더 빨간 걸 선호하긴 하지만 그래도 따뜻하고 맛있었다. 그러나 보르쉬를 다 먹고 나서도 한참 기다려서야 올리비에가 나와서 그사이 배가 찼고 수프 없이 올리비에만 먹기엔 좀 추웠다. 우리나라처럼 음식이 한번에 다 나오면 참 좋겠는데 ㅎㅎ 그래서 올리비에는 좀 남겼다.
 


샐러드를 먹고 나서 나왔더니 다시 추웠다. 거슬러 올라가다 필리모 거리를 쭉 따라 내려가면 두 번째로 가려던 엘스카 커피, 그리고 숙소가 있는 게디미나스 대로가 나오는 루트였는데 구글맵을 찍었더니 지름길을 알려줘서 공원을 가로질러 내려가게 되었다. 근데 이 길이 상당히 추워서 괴로웠음. 기억을 더듬어보니 재작년에도 이 필리모 거리는 넓고 바람불고 좀 힘들었다. 이웃 거리도 좀 그랬는데 아마 버스가 다니는 도로변이라 그런가보다. 응달 쪽은 이미 나뭇잎이 노랗게 변해 있었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공원을 지나자 엘스카 커피가 나왔다. 나는 이 엘스카 커피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또 갈 것 같다.
 


엘스카에서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을 4분의 3쯤 읽은 후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드로가스에 들러 바디로션과 립밤을 샀다. 수면양말도 사려고 했으나 한 켤레에 5.99유로나 해서 ‘우왁 넘해’ 하며 안 삼. 바디로션은 종류가 별로 없어서 무난한 뉴트로지나를 샀는데 세가지 종류가 있었다. 내가 산 이것보다 좀더 보습 잘되는 ‘아주 건조한 피부용’ 시카 바디로션이 있어 고민하다가 그런 건 흡수가 빨리 안돼서 이걸 샀는데 막상 목욕하고 발라보니 그냥 그거 살걸 그랬다. 내 피부가 그렇게 건조하진 않은데... 물 자체가 석회질이 있어 그럴지도.
 


목욕을 하고 좀 쉬다가 누룽지 따위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이제 오늘의 메모를 적고 있다. 오늘은 볼트를 타고 갔던데다 카페 두 곳, 식당 한 곳이 전부라 다리가 안 아프고 좋다. 발품 파는 건 다리 아프고 힘든데 역시 자본의 힘이란...


 
간밤에 예전에 쓴 글들을 좀 뒤적여보았다. 올해는 글을 쓰지 못해서 불만족스러운 나날이다. 연초부터 아빠가 아프시고 회사 업무도 너무 힘들어서 작년에 시작한 글을 1월에 마친 이래 새 글을 전혀 쓰지 못했다. 여기 와서 뭐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메모는 이렇게 줄인다. 사진들 아래 몇 장. 사실 오늘은 거의가 카페 사진들이라 나머지 사진은 별로 없음. 걸어내려오는 길은 좀 황량하고 썰렁했고 추워서 사진 찍기 어려웠음. 




오늘은 3.3킬로, 5,370보. 확실히 볼트 덕분.

 


 

 
 
이게 성 콘스탄틴과 미하일 정교 성당.
 
 
 




지름길 공원.






보르쉬. 뽐뿌슈까 빵을 준대서 ‘오 좋아 제대로야’ 하고 좋아했지만 마늘버터로 구운 브리오슈가 아니라 모닝빵 타입이었고 마늘기름을 따로 줌.






새우와 연어 든 올리비에. 좀 짰다. 난 기본 올리비에로 저렴하게 내주는게 좋은데 레스토랑들은 항상 거기에 소고기니 새우니 추가해 비싸져서 아쉽다.






드로가스 득템으로 마무리.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