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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타스와 바르보라의 러브 스토리 카페(너무 이름이 길어서 제목엔 그냥 사람 이름만 넣었음)는 스티클리우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스티클리우 거리는 좁은 골목인데 디조이 거리에서 진입하는 쪽에는 천사 조형물을 달아두었고(시즌별로 장식 조형물을 바꾼다), 이 카페와 바로 근처의 포뉴 라이메(오래된 전통의 과자/케익 카페)가 어마어마한 꽃장식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그런데 포뉴 라이메가 내가 도착했을 무렵 공사를 하며 기존 장식을 뜯어내길래 뭔가 또 새로운 엄청난 장식을 하려나보다 하고 기대 아닌 기대를 하였으나 기본 베이스인 거대 마카롱 장식 외엔 추가 장식이 되어 있지 않아서(아마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새 장식을 하려는 듯하다) 이 아우구스타스 바르보라 카페만 아주 독보적으로 화려하게 보인다. 그래도 가을이라 이 색상과 장식은 한결 나은 것 같다. 재작년에 왔을 땐 온통 분홍분홍 꽃장식이 가득해서 너무너무 부담됐었다 ㅎㅎㅎ 이 컬러는 나쁘지 않다. 

 

 

몇번이나 이 앞을 지나가면서도 내가 요즘 선글라스나 변색렌즈 안경을 쓰고 다녀서인가 색깔 구분을 정확히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저 색채를 검정과 주황이라 착각하고는 '아니 저것은 너무나도 러시아의 성 게오르기 무공훈장 문양과 컬러 아닌가, 여기는 우크라이나 지지하는 곳인데 어떻게 저리도 대담하게...' 라고 걱정했었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 저것은 녹색과 오렌지색이었음. 흑흑... 여기가 그늘진 곳이라 그랬을 거야 엉엉... 

 

 

여기도 일종의 명소 카페이고 관광객들이 저 화려한 장식 앞에서 사진찍는 스팟이기도 한데 지금은 관광 성수기가 아니다 보니 카페가 전처럼 북적이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재작년 6월에 왔을 때 새벽의 문에 다녀왔다가 너무 지치고 더워서 여기 들어가 아페롤 스피리츠와 케익을 시켜서 먹었는데 스피리츠는 괜찮았지만 케익이 너무 작은데 돼먹지 않게 비싸고(8유로!) 게다가 맛이 별로라 크게 실망하여 올해는 여기 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외부의 분홍장미 장식도 너무 과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또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자 '아 그런데 또 안 가보면 나중에 섭섭할 거 같다... 다시 가보면 또 좋을 수도 있다' 라는 생각에 오늘 오후에 가보았다. 

 

 

여기는 여름보다는 좀 싸늘할 때 오는 게 더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카페가 작고 테이블이 몇개 없고 조명이 어두우며 커피와 차 외에도 칵테일이나 알콜 등 바 메뉴들이 있고, 테이블에는 초를 켜준다. 혼자 오는 것보다는 커플이 오는 쪽이 잘 어울리는 카페이다. 나는 이번에는 그냥 라떼를 주문했다. 케익은 주문하지 않음. 라떼는 매우 연하고 부드러워서 나도 마실만 했다. 커피의 진한 맛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좀 싱거울지도 모르겠다만 나는 만족함(진하면 힘들어하는 자) 어둑어둑한 겨울에 연인과 함께 오거나, 온기와 작은 빛을 찾아 잠깐 몸을 녹이고 가고 싶은 손님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재작년에 비해 이미지가 상당히 만회되었음. 역시 카페는 한번 가서 판단하면 안되는 것 같다. 

 

 

아우구스타스와 바르보라는 리투아니아의 로미오와 줄리엣 비슷한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그래서 카페 이름도 이렇게 로맨틱하게 붙인 것 같다. 케익도 아우구스타스 왕자, 바르보라 공주 뭐 이런 이름들인데 나는 전에 바르보라 공주를 먹었다가 실망했던 것 같음. (아닌가, 왕자였나? 가물가물... 기억에서 지웠나보다)

 

 

사진 몇 장. 내부가 어두웠고 역광이 들어서 많이 찍지는 못했다. 쿠야도 데려갔는데 이녀석도 역광을 받아서 생각보다 이쁘게 나온 사진이 없음. 쿠야는 역시 엘스카에서 제일 이쁘게 나오는 것 같다. 

 


 
 

 


 
 





 

 
 
 

 

저 장미들은 당연히 모두 조화입니다. 저게 자나 장미를 많이 닮았다. 나는 이따금 자나 장미를 주문했었는데(작고 동글동글한 화형이 귀여워서) 재작년 이후엔 자나 장미만 보면 이 카페의 조화 장식이 생각나서 '가짜 꽃...' 하는 느낌에 주문을 거의 안 하게 되었다. 자나 장미는 웬 날벼락인가 ㅠㅠ

 


 

 
 


 

 

 

 

재작년엔 웨슬리 스나입스를 닮은 남자분이 고독하게 독주를 드시고 계셨는데 오늘은 또 누군가 어떤 배우를 연상시키는 이 분이 혼자 앉아 계셨다. 

 


 
 

 

 

 

 

 

 

 

다 마시고 나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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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