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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19. 20:38

추울 때 들어가는 에스케다르 2024 riga_vilnius2024. 10. 19. 20:38





도착 다음날엔가 가장 기본 코스인 게디미나스-대성당광장-필리에스거리로 갔을때 너무 우중충하도 추워서 이 에스케다르 커피 바에 들어가 이상하게 코코넛향이 나는 말차라떼를 마시고 나왔던 적이 있다. 이 카페는 내 취향이라기엔 춥고 또 고풍스런 내부와 강렬한 그림들, 조화 화분들의 혼종 스타일이 딱 들어맞진 않아서 이후 다시 갈 마음은 안 들었는데 오늘 필리에스 거리에 나왔다가 추워서 다시 급히 들어옴. 필리에스 거리가 좀 응달인가... 올때마다 춥지ㅠㅠ 오전에 와서 그런가...








지난번 앉은 자리 맞은편에 앉았다. 그랬는데 이 자리는 의자, 거대 램프 등으로 시야가 가려지는 게 많아서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음.












멍해진 쿠야.







차를 안 마시고 나와서 춥고 머리가 아팠는데 여기는 디저트가 별로 없어서 플랫 화이트를 시켜봄. 여기도 좀 썼지만 무적 테이스트 맵보다는 연했다.






결국 설탕을 넣음. 여기는 봉지설탕 없고 카운터에 설탕단지가 있어서 거기서 각자 퍼서 넣게 되어 있음







역시 사라지게 된 라떼아트










쿠야의 두리번두리번...










여기는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의 잔이라 맘엔 안드는데 이 잔은 한쪽에 움푹 들어간 곳이 있어 여길 잡고 마시라는 디자인인가 싶었다. 이놈은 조금 귀여웠다. 근데 손잡이 없어서 잔이 뜨거워요ㅠㅠ



커피는 3분의1쯤 남김. 다음 카페들을 생각해서.







첨엔 한적했으나 인기많은 카페라 곧 사람들이 차기 시작했다. 나는 30여분 정도 앉아 몸을 녹이고 책을 두어페이지 읽고 일어섰다.

 

 

** 추가 : 저 커피잔을 보고 영원한 휴가님이 '에스케다르 배꼽 커피잔!' 이라고 하셔서 나는 그게 이 잔 이름인 줄 알고 '아 그렇게 부르는구나 이름이 있구나' 하고 끄덕끄덕했다. 생긴 걸 보고 즉석에서 말씀하신 거였음 :) 근데 배꼽잔 잘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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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프란치스코 성당(...으로 추정) 안뜰에서 찍은 것. 오늘도 햇살이 찬란한 아름다운 가을 날씨였다. 
 
...
 
 
오늘은 회사가 슈퍼갑과 관련되어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이었다. 10월 휴직을 하기 전에도 이것 때문에 너무 신경이 쓰였고 여행 와서도 관련된 업무와 자료를 챙겼다. 이것 때문에 친한 본부장이 휴직 미루라고 쓴소리도 했었다. 시차 때문에 좀 더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걱정했던 문젯거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여행 온 이후에는 큰 지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오늘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서 걱정했었다. 그래서 잠도 좀 설치고 새벽 6시 전에 깨버렸다. 인터넷 중계로 상황을 지켜보며 체크하고 조식 먹으러 가서도, 먹고 돌아와서도 계속 예의주시했다. 잠이 모자라서 머리도 아프고 피곤했다. 그래도 다행히 별일 없이, 우리 부서 업무에 대한 문제는 생기지 않고 잘 끝났다. 정말 다행이다.
 
 
하여튼 그래서 잠이 모자란 상태로 10시 반 즈음 방을 나섰다. 앞서 카페 3곳 포스팅을 별도로 했는데 오늘은 이 3곳 + 점심, 그리고 주변 걸어다니기 정도였다. 맨처음에는 12번 버스를 타고 테이스트 맵에 다시 가보았다. 여기 얘기는 따로 올렸으니 생략.
 
 
테이스트 맵에서 나와서는 좀더 따뜻하고 해가 잘 드는 보키에치우 쪽으로 가기로 했다. 구글 맵을 보니 정류장이 꽤 떨어져 있어서 버스 타는 것과 도보가 시간이 비슷했다. 그래서 걸어갔는데 해가 나고 내리막이라 갈만했다. 이름이 길어서 외우기는커녕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J. Basanaviciaus 거리(리투아니아어 자판 없어서 철자 정확하지 않음)를 따라 쭉 내려가면 그 거리가 트라쿠 거리, 그리고 보키에치우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20분 정도 걷자 보키에치우에 도착했다. 원래 여기에 있는 ‘래빗 홀 가스트로 펍’이라는 곳에 가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다. 어제 생선수프가 먹고파서 검색을 해보니 여기서 핀란드 우하 같은 생선크림수프를 팔았다. 전에도 지나가다가 이름이 귀엽다고 생각해서 기억한 곳이었다. 그런데 펍 입구로 가보니 으악, 여기는 지하에 있었는데 너무너무 계단이 가파르고 아예 아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토끼굴이었다. 폐소공포증과 계단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그 아래로 내려갈 수가 없었기에 포기함. 저렇게 굴속 같은 지하로 내려가서 불이라도 나면 어떡해. 환기도 잘 안되고 갇힌 느낌 들잖아... 그래서 나는 핀란드 우하를 포기했다. 흑흑, 토끼의 영혼이지만 토끼가 아닌가 보다.
 
 
근처에 백스테이지 카페가 있었고(며칠 전 공사는 금방 끝났는지 다시 열었음) 여기서는 각종 브런치를 팔았으므로(심지어 김치 오믈렛이 있다고 해서 궁금했다) 가봤는데 역시나 만석이었다. 그래서 나는 음식 종류도 여럿 있는 슈가무어에 갔다. 배가 많이 고프진 않아서 프렌치 어니언 수프를 시킬까 했다가 홍합요리가 있어서 그것을 시켜보았다. 크림소스 화이트와인 홍합과 스파이시 토마토 홍합이 있어 고민하다 후자를 시켰는데 그냥 전자 시킬 걸 그랬음. 맛이 나쁘진 않았는데 전혀 맵지도 않거니와 좀 달았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래도 먹을만했다.
 
 
잘 먹고 나와서 영원한 휴가님이 3시쯤 오신다고 하셔서 그 사이 디조이 거리로 내려가 내 마음의 사원인 성 파라스케베 정교 사원에 가서 초를 켜고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다리도 아프고 화장실도 가고파서 디조이 거리에서 보키에치우로 꺾어지면 곧 나오는 이딸랄라 카페에 갔다. 처음엔 안에 앉았다가 영원한 휴가님이 오셔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광합성을 그야말로 실컷, 흠뻑 했다.
 
 
영원한 휴가님은 가족과의 일정이 있어 일어나시고 나는 보키에치우 거리 근처를 좀 돌아다니다 빌니아우스 거리, 그 뒷골목을 거쳐 토토리우 쪽으로 갔다. 키라스 카페도 야외에 사람들이 여럿 앉아 있었다. 5시가 다되어 있었지만 날씨가 좋기도 했고 이제 여행이 열흘도 안 남은터라 너무너무 아까워서 후라칸에도 들러 예쁘기만 하고 맛은 이상한 말차토닉을 조금 마시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는 후라칸 옆의 리미에 들러 물과 주스 등을 샀고 방의 프리지아가 다 시들었기 때문에 꽃 파는 할머니에게서 제일 작은 꽃다발을 하나 샀다. 들국화와 거베라 믹스인데 꽃이 시들시들했지만 방에 와서 시든 걸 다 따내고 하여튼 절반쯤은 살렸다. 꽃과 물을 들고 낑낑대며 드로가스에도 들러서 다 떨어진 치약을 샀고 방에 돌아왔다.
 
 
꽃을 다듬고 씻고 간단한 저녁을 먹었다. 거대 리미에서 사온 김치인 척 하는 김치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것을 곁들여 즉석국에 누룽지 마지막 남은 걸 털어먹음. 이 김치 좀 무서워... 아직도 남았는데 갈 때까지 먹어야 할 거 같아 ㅠㅠ
 
 
그리고는 오전에 계속 체크했던 회사 업무 관련해 후속 요청자료가 있어 메일을 확인하고 답신을 보내고, 또 다른 업무들을 확인하고 보니 어느새 늦어졌다. 게다가 오늘 카페를 여러 군데 갔기 때문에 메모를 다 쓰고 나니 이미 열시 반이네.
 
 
여행의 3분의 2가 지나갔다. 너무너무 아쉽다. 오늘 테이스트 맵에서 나와 한적하고 조금은 그늘진 J. Basanaviciaus 거리를 따라 걸어 내려가면서 문득 ‘언제 다시 이런 시간을 얻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런 시간이 올까? 그러자 좀 슬펐다. 항상 너무 바쁘고 일에 치어 살다보니 이런 여유를 다시 가질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다. 이번에 이렇게 나오기 위해서도 정말 엄청나게 스스로를 혹사했고 많은 불안감과 걱정을 안은 채 나왔기 때문이다. 흑흑, 하지만 지금 얻은 순간들에 충실해야지.
 
 
점심 먹고 나왔을 때 부모님과도 통화를 했다. 아빠는 감기 거의 다 나으셨고 엄마는 아직 목이 잠겨 있었지만 그래도 나아지고 있다고 하신다. 내일도 날씨가 좋다고 한다. 다행이다!

 

11,044보. 7.3킬로.

 
카페들 사진을 많이 올렸으므로 여기에는 나머지 사진 세 장만 더 올리고 마무리.
 
 
 

 
 
 
이게 토끼굴의 핀란드 우하를 포기하고 슈가무어에서 먹은 토마토 홍합. 냉동홍합살 발라놓은 것과 살이 붙어 있는 홍합을 섞어준 느낌이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냥 프렌치 어니언 수프 먹었으면 더 만족했을거 같긴 하다. 
 
 
 

 
 
 
성 파라스케베 사원. 이 사원 앞에는 화가들이 그림과 엽서를 팔고 그 곁에는 기념품 매대들이 여럿 있다. 맞은편에는 2년 전 여름 내가 하차푸리와 와인을 사먹었던 그루지야 식당 키오스크가 있다. 근데 가을이 되어 이제 영업을 안하는 듯. 아니면 테이크아웃만 하려나. 야외 테이블은 접었음. 
 
 
 

 
 
 
보키에치우에서 빌니아우스로 넘어오는 길에. 그냥 햇살과 가을빛이 좋아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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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10. 19. 04:04

말차토닉, 후라칸 2024 riga_vilnius2024. 10. 19. 04:04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 아쉬워 좀 쏘다니다가 게디미나스 대로와 토토리우 거리 교차점에 있는 후라칸 커피에 들어가보니 오늘은 자리가 많았다(어제는 만석이었음) 그래서 또 여기에도 들어갔다. 역시 비올 때보다 날씨 좋을 때가 더 예쁘다. 

 

 

재작년 여행 후 이 후라칸 커피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있는데 이 체인은 사진에 참 진심이다. 멋진 클로즈업 사진들을 많이 올린다. 그래서 혹하게 된다. 잔도 은근히 예쁜 걸 많이 쓴다. 체인인데 섬세하다. 그래서 카페인은 스타벅스, 후라칸은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별다방 리저브보다 여기가 더 이쁘고 섬세함. 

 

 

이미 오늘 무적 테이스트 맵의 사약 같은 플랫 화이트, 알고보니 에스프레소 샷이 들어갔던 이딸랄라의 더티 차이 라떼를 마셨기 때문에 카페인과 음료 용량 한계치였지만 레모네이드는 배가 불러서 마시기가 싫었기 때문에 전에 여기 인스타 사진에서 보고 '이쁘다'고 생각했던 말차 토닉이라는 것을 시켜보았다. 에스프레소 토닉(으로 추정되는)을 영원한 휴가님이 마시는 것을 보고(같이 있을 때 마셨는지 블로그에서 봤는지도 가물가물 아아 커피바보인 나) '토닉이 들어가면 무슨 맛일까?' 궁금했는데...

 

 

오늘 나는 알게 되었다. 으앙 토닉워터 넣으니까 맛이 시구나 ㅠㅠ 쓴 말차에 신맛 추가. 이것을 과연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쁘기만 하다... 라고 슬퍼함. 후라칸의 멋진 사진에 낚였음. 흑흑, 그래서 나도 후라칸처럼 좋은 dslr 렌즈는 아니지만 오래된 아이폰xs로 나름대로 이쁜 사진을 찍어주고... 이것은 조금밖에 못 마시고 남겼습니다. 하여튼 여기서도 앉아서 책을 좀 읽다가 들어왔다. 담에 여기 오면 역시 차를 마셔야겠어. 아마 내가 이것저것 섞인 맛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비빔밥도 별로 안 좋아하고 빙수도 안 섞어먹음. 

 

 

 

 

 

 

근데 정말 이쁘긴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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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원래 10월은 이 동네에서 날씨가 안 좋은 시기인데 나는 올해 다행히 운이 좋았다. 햇살이 찬란한 날이 며칠씩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또 우중충하고 흐리고 추워지면 금세 괴로워진다만, 하여튼 해가 나고 하늘이 파래지면 기뻐서 '햇볕 쬐며 앉아 있을 수 있는 카페'를 찾게 된다. 생각해보니 게으른 나지만 한국에서도 햇살 받으며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있거나 집에서도 베란다에 카페 자이칙을 세팅하는 시기는 딱 10월, 짧고 찬란한 가을이다. 빌니우스에서 영원한 휴가님의 도움을 받아 몇몇 카페들을 돌아다녀 보고 얻은 조그만 결론. 해가 계속 잘 드는 카페는 엘스카! 그리고 오후 1시~2시는 보키에치우 거리의 후라칸, 3시 무렵은 같은 거리 끝에 있는 이딸랄라 카페! 그래선지 날씨 좋을땐 이 카페 앞 야외테이블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어제 영원한 휴가님과 잠시 앉아 볕을 쬐며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오늘 테이스트 맵에 갔다가 보키에치우 거리의 슈가무어에서 점심을 먹고, 디조이 거리를 좀 오갔다. 영원한 휴가님과 3시 전후 보키에치우 쪽에서 뵙자고 했고 디조이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여기인데다 웬일로 안도 한적해서(이미 두세번이나 만석이라 실패함. 첨 갔을 때도 엄청 북적거려서 그때 이미지가 별로 안 좋았었음) 얼른 들어갔다. 

 

 

사람 없을 땐 내부도 예쁘고 귀엽다. 너무 여러가지 스타일을 합쳐놔서 좀 정신없긴 하지만, 그래도 여백이 생기니 그런 느낌이 덜해졌다. 그리고 첨에 봤을 때 앉고팠던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서 얼른 거기 자리를 잡았다. 

 

 

 

 

 

 

여기의 플랫 화이트를 마셔서 정말 테이스트 맵보다 세배 연한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이미 무적 테이스트 맵에서 카페인 과다가 된 것 같았고 메뉴판에 '더티 차이 라떼'라는 것이 있어서 그것을 시켜보았다. 말차라떼는 지겨웠고 '그냥 차이 티 라떼겠지'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흑흑 나는 바보... 마셔보니 묘하게 코코아 맛이 났다. 시나몬향료를 뿌린 코코아 맛이네 하고 생각하며 검색을 해보니 아니 이것은 차이 라떼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한 거였다... 흐앙, 그래서 또 커피 카페인 추가. 그런데 우유가 많이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차이도 커피도 아니고 정말 시나몬 향료 코코아 같은 맛이었음. 라떼라서 양도 엄청 많았다. 맛이 나쁘진 않았음. 나중에 다시 가서 플랫 화이트 도전해봐야지.

 

 

 

 

 

 

시나몬 코코아 아니고 더티 차이 라떼. 

 

 

 

 

 

 

여기의 가격은 다른 카페들보다 센 편이다. 그리고 인기많은 이 카페 내부가 한적했던 이유는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야외에 앉았기 때문이다. 점원도 나에게 야외에 앉을지 안에 앉을지 물어보았다. 일단 창가 자리인 안에 앉음. 

 

 

 

 

 

한적한 틈을 타 내부도 구경. 파스텔톤 색채가 이쁘다. 

 

 

 

 

 

 

창가에 앉아서 시나몬 코코아 같은 차이 라떼를 좀 마시고...

 

 

 

 

 

 

 

 

 

책도 이어서 좀 읽었다. 그러자 영원한 휴가님이 오셨고 얼른 야외 테이블로 옮겼음. 이때부터 빌니우스 여행 이래 최고의 광합성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최고기온 12도라고 되어 있었지만(아침 1도) 바람이 불지 않았고 이쪽 자리가 워낙 볕이 잘 들어서 엄청나게 따스했다. 머리칼이 따끈따끈 데워졌다. 온몸으로 광합성... 눈 걱정이 되어 변색렌즈 안경에서 선글라스로 바꿔 끼고 앉아 볕을 쬐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영원한 휴가님이 조그만 캐러멜 초콜릿 디저트를 시키셔서 그것을 먹었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근데 내 더티 차이 라떼 때문인지(여기에도 내가 설탕을 넣었음 ㅜㅜ) 디저트 때문인지 아니면 내 향수 때문인지 자꾸 큰 벌이 날아와 엉겨붙어서 쏘일까봐 무서웠음... 나중에 옆 테이블에 케익을 여러개 시킨 손님들이 나타나서 그런지 벌이 그쪽으로 가서 참 다행이었다. 

 

참, 영원한 휴가님은 플랫 화이트를 시키심. 나 때문에 궁금해서 시키신 것 같은데 막상 그 맛을 물어보는 걸 까먹었네. 정말 세 배 연한지...

 

 

 

 

 

빌니우스 최고의 광합성 :)

:
Posted by liontamer
2024. 10. 19. 03:37

무적 테이스트 맵 2024 riga_vilnius2024. 10. 19. 03:37

 

 

 

빌니우스에서 가장 커피가 맛있는 카페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이야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테이스트 맵을 꼽는다고 한다. 영원한 휴가님도 여기 커피가 확실히 맛있다고 하셨다. 재작년에 왔을 때도 여기를 추천해주셨는데 여기가 관광지에서는 좀 떨어져 있다 보니 그때는 들르지 못했고 이번에 도착해서는 며칠 안되어 택시를 타고 가봤었다. 커피가 유명한 곳이라고 하여 카푸치노를 마셔봤었는데 '악 나한테는 역시 쓰다!' 하며 설탕을 투하했었다. 커피의 맛도 강한데다 그날 날씨가 워낙 우중충했고 일요일이라 테이스트 맵은 손님들로 넘쳐났기 때문에 나는 '아아 여기는 나 같은 어린이입맛은 발붙이기 어려운 커피 엘리트들의 카페다' 라는 생각을 품은 채 아무 기대 없이 거리와 공원을 가로질러 내려가 엘스카를 발견하게 되었다. 

 

 

거의 2주만에 테이스트 맵에 다시 가보았다. 오늘 날씨가 좋았고 오전에 재도전해볼 마음이 생겼다. 게다가 나에게는 이제 비장의 무기 교통카드가! 숙소 근처에서 트롤리버스 12번을 타고 3정거장을 가서 콘스탄틴과 미하일 성당 앞에서 내려 몇분 정도 걸어가니 테이스트 맵이 나타났다. 날씨 좋을 때는 완전히 달라보였다! 게다가 금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전보다 좀 한적해서 1층에 자리도 있었다. 첨엔 중간 테이블 하나뿐이었지만 나중에 창가 구석자리가 나서 얼른 거기 가 앉았다. 확실히 1층이 2층보다 밝고 좋다. 2층은 복층이라 천정이 낮고 엄청 다닥다닥. 그러나 내가 앉은 자리도 카운터 근처라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정신이 없긴 했다. 

 

 

나는 플랫 화이트를 주문하고 진열장의 디저트들 중 무화과 타르트가 있어 그것을 주문했다. 그러자 점원이 치즈 뭐라뭐라 했다. 타르트에 치즈가 들어가는데 괜찮으냐고 해서 '치즈 들어가는데 뭐가 문제지?' 하며 괜찮다고 했다. 비건 디저트 찾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하면서. 근데 나 요즘 정말 언어능력이 퇴화되고 말도 못 알아먹고 하는 건 더 안됨. 아마 고트 치즈 얘기를 한게 아닌가 뒤늦게 때려맞춰보게 되었다. 두세 입 먹다보니 치즈에서 미묘한 맛이 났는데 그렇다고 보통의 센 고트 치즈의 그 강한 맛은 아닌데 하여튼 뭔가 미묘했기 때문이다.

 

 

 

 

 

 

 

타르트 먼저 받은 후 번호표 놓고 기다리는 중. 첨에 앉았던 중간 테이블. 화장실 앞이기도 하고 뭔가 가운데 있어서 어정쩡...

 

 

 

 

 

 

자리 옮긴 후. 여기는 커피 나오려면 꽤 기다려야 한다. 플랫 화이트가 등장하셨다. 지난번 카푸치노가 셌으므로 플랫 화이트는 좀 부드럽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으악, 역시 엄청 썼다! 지난번 후라칸에서 플랫 화이트 마시고는 '으앙, 여기가 테이스트 맵보다 더 쓴 거 같아요' 라고 했던 말을 취소하게 되었다. 쓰디쓰고 진한 맛이 아주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맛없거나 풍미가 없는 게 아니고 그저 커피 잘 못마시는 나에게는 너무 강하고 쓴 맛이 났다. 그런데 설탕에도 '나 꼭 넣어야겠니?' 라고 적혀 있는 빌니우스의 커피부심 커피엘리트 테이스트 맵... 흐흑... 그리하여 나는 이곳에 '무적 테이스트 맵'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게 되었음.

 

 

엉엉... 카페는 마음에 드는데 나한테는 너무 세다. 엘스카의 플랫 화이트는 여기보다 두배 연한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엘스카는 전반적으로 우유를 많이 넣어주고 커피도 부드러운 편이라 나도 곧잘 거기서 플랫 화이트나 카푸치노, 라떼 등 마실 수 있는 것 같음) 영원한 휴가님이 이딸랄라는 여기보다 세배 연할 거라고 말씀해주심(그리하여 나는 오후에 이딸랄라로... 응?)

 

 

 

 

 

 

한 모금 마신 후 급하게 집어온 설탕. 커피 잘 못 마시는 자의 마음을 사정없이 찔러대는 커피부심의 저 문구... 근데 나 사실 저거 두 봉지 넣고 싶었음. 한 봉지로도 쓴 맛을 도저히 잡을 수 없었음. 설탕 넣으니 그래도 마실만해졌지만 한 봉지 더 넣으면 더 나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커피초보는 소심하기 때문에 커피엘리트 점원들이 있는 카운터에 가서 설탕봉지를 또 하나 가져와 투하하지 못했음. 저럴수가, 커피의 수치다! 라고 손가락질할 것만 같아서 ㅎㅎㅎ 농담이지만 농담 아닙니다. 

 

 

 

 

 

 

설탕을 넣고 휘저어서 예쁜 라떼 아트도 다 날아가고... 맥심 커피 비주얼로 변해버린 무적 테이스트 맵의 (본시 아름다웠던) 플랫 화이트...

 

 

 

 

 

 

아직 설탕 넣기 전. 쓴맛을 보기 전. 

 

 

 

 

 

 

 

 

 

 

여기 앉아서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미운 백조들>을 이어서 좀더 읽었다. 그러다 위키로 줄거리를 좀 찾아보았고 절망함. 으앙,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좀 밝은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이것도 완전 암울한 얘기였어 흐흐흑... 단어를 중간중간 찾아보고는 있지만 극초반이고 좀 현실적인 배경이라 그렇게 읽기 어렵지는 않은데 이런 암울한 스타일 좀 괴로운데... 지금이라도 일단 이거 덮어놓고 나머지 두 권 중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 속편으로 갈아탈까. 근데 그 책이 제일 두꺼워... 이 책이 제일 가볍고 활자도 제일 큰데..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고 타르트를 먹고(치즈 향이 갑자기 확 느껴진 후에는 무화과와 라즈베리만 골라먹고 타르트지는 좀 남겼다) 손님들 구경을 하다가 좀 추워져서 한시간 쯤만에 나왔다. 오늘 밝은 날이라 카페 자체는 전보다 환하고 이뻤지만 내가 앉은 자리는 볕이 들지 않고 벽 쪽에서 냉기가 들어와서 좀 추웠다. 난방도 안해줬고. 그래서 따뜻한 곳을 찾아가기로 했음. 

 

 

카페 사진 몇 장으로 무적 테이스트 맵 이야기 마무리. 사실 쥬인에게 여기 원두를 사다줄까 했는데 아무래도 쥬인도 여기 커피는 많이 쓰다고 할 것 같아서 포기함. 

 

 

 



 

바깥 모습. 커피부심으로 승부하는 카페라 간판도 없고 글씨도 잘 보이지도 않음. 올 사람만 오너라 하는 엄청난 자신감! 근데 정말 손님들로 맨날 북적북적! 이 건너편에 카페인이 있는데 거기는 장사 잘 안될거 같음, 흐흑...

 

 

 

 

 

그래도 다른 때에 비하면 매우 한적했던 것 같다. 이러다 또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해서 나중엔 또 꽉 찼음. 사람 없을 때 얼른 찍어둔 사진 두 장. 

 

 

 

 

근데 여기 종이컵은 별로 안 예뻐서 갖고 올 마음이 안 생겼다. 대신 한국에 돌아가면 검정 러브라믹스 잔을 사고 싶어졌음. 이곳에서 내주는 검정 러브라믹스가 근사해서. 근데 사실 검정 러브라믹스는 커피랑은 어울려도 차랑은 안 어울릴 거야.

 

 

... 테이스트 맵 처음 갔을 때 이야기는 여기

 

moonage daydream :: 테이스트 맵 Taste Map (tistory.com)

 

테이스트 맵 Taste Map

테이스트 맵은 빌니우스에서 꽤 유명한 로스터리 카페라고 한다. 재작년에 첨 왔을 때 영원한 휴가님께서 카페들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추천 리스트를 짜주셨는데 관광지와는 좀 떨어져 있어

tvey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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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