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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조지 마이클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을때 느낀 상실감은 오래전 장국영이 죽었다는 소식을, 그보다 더 오래전 리버 피닉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 비슷했다. 다만 더 크고 더 깊고 더 오래된 슬픔이었다.

 

나에게 조지 마이클은 사춘기 시절과 떼어놓을 수 없는 가수였다. 데이빗 보위를 그토록 좋아했지만, 내가 보위를 좋아하게 된 것은 성인이 된 이후였고 그래서 보위는 내겐 '좋아한다'기보다는 '존경하고' '경애하는' 예술가였다. 하지만 조지 마이클은 정말 '좋아한' 가수였다. 중고등학교 때 조지 마이클 노래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왬은 나보다 세대가 빠르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때에야 왬을 알았고 조지 마이클을 알았다. 왬 시절 조지 마이클의 아름다운 미성과 경쾌함, 그리고 솔로 시절 그의 근사한 보컬과 존재감을 대체할 수 있는 가수는 어디에도,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내겐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 당시 중고등학교 사춘기 소녀였던 나는 학교 근처와 동네 음반 가게를 들락거리며 파란색 껍데기의 '왬' 테이프를 샀고 이후 CD플레이어가 생긴 후에는 레코드 가게 아저씨에게 부탁해 당시로서는 구하기도 힘들었던 왬 1집 FANTASTIC을 간신히 구하기도 했다. 조지 마이클이 소니사와 분쟁을 겪으며 음반을 내지 못할땐 발을 동동 굴렀고 그가 엘튼 존과 함께 부른 돈 렛 더 선 고 다운 온 미가 레코드 싱글로만 발매되자 레코드 플레이어가 없다는 사실에 슬퍼했고 라디오에서 그 곡을 간신히 녹음해 닳도록 들었었다.

 

이후 조지 마이클은 재즈 앨범도 내고 보사노바 풍의 노래도 불렀다. 그것은 정말로 내 취향이 아니었다. 실상 조지 마이클이 정말로 내가 좋아했던 노래들을 불렀던 것은 90년대까지였던 것 같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었던 그 솔로 2집인 릿슨 위드아웃 프레쥬디스 앨범도 아주 좋아했었다... 조금 더 가자면 투 펑키까지도 좋아했다. 이후 지저스 투 어 차일드를 기점으로 그의 노래들은 좀 변했다. 나는 그 전 노래들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조지 마이클은 여전히, 정말 여전히 내겐 상징이었다. 사춘기 시절의 상징. 나의 꿈과 고뇌와 부드러운 어린 시절의 일부.

 

중학교때부터 열심히 소설을 썼었다. 그중 어떤 소설에서 나는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너무나 좋아해서 죽을때까지 그 노래를 들었고 총에 맞아 죽는 순간에도 그 노래를 듣고 싶어하던 유약한 소년을 등장시킨 적이 있었다. 그뿐인가. 어떤 소설에서는 심리적 분열로 괴로워하는 아웃사이더 청년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로 얽혀 있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조지 마이클의 A DIFFERENT CORNER를 부르게 했다. 실제로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너무나 좋아해서 죽을떄까지 이 노래를 듣고 죽는 순간에도 이 노래를 듣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것은 당시의 나 자신이기도 했다.

 

학교 앞 레코드 가게 아저씨는 내 얼굴을 알았다. 나를 보면 '조지 마이클 팬~' 하고 불러주셨고 어느날은 브로마이드를 선물해주시기도 하셨다.

 

꿈많던 사춘기 시절, 소녀에게는 많은 우상들이 있었다. 나는 할리우드 배우들을 좋아했다. 당시 여자아이들은 좋아하는 남자 배우나 가수들을 남편이라 불렀고 순위대로 첫번째 남편 두번쨰 남편이라 부르기도 했다. 나에게는 열번째 남편까지 있었던 것 같다.

 

1위 남편은 항상 변했지만(리버 피닉스, 톰 크루즈 등등 다양했다) 우습게도 2위 남편은 항상 공고했다. 조지 마이클이었다. 그렇게 나는 조지 마이클을 좋아했다. 남자라기보다는 가수로 너무나 좋아했고 노래를 너무나 좋아해서 첫번째 남편이 되기엔 어딘가 좀 이상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두번째 남편의 자리에 있었던 사람...

 

명복을 빕니다, 조지. 나는 당신의 본명을 외고 다녔죠. 조르지오스 카리아코스 파나요투라는 한 남자. 나에게는 영원히 내 사춘기의 일부. 나에게는 최고의 가수. 내 마음을 당신만큼 울려주고 감동시켰던 가수는 이제껏 없었고, 중고등학교 힘든 사춘기 시절 날 버티게 해주었던 그토록 힘있었던 가수도 없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노래들을 모두 테이프가 닳도록 들었고 수십개의 테이프들에 선곡해 복사해 들고 다녔고 친구들에게 선물했고 가사를 외웠고 해석을 했고 소설을 썼습니다. 나의 평생 소망 중 하나는 당신의 공연에 가는 것, 맨 앞자리에서 당신의 노래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몇년 전 료샤가 나에게 당신 콘서트에 가자고 했었죠. 나는 거절했습니다. 그때 나와 료샤 사이에는 좀 불편한 일이 있었고, 나는 이 나라, 이 조직, 나 자신에 얽매여 있었습니다. 나는 내 부르주아 친구처럼 자유롭게 런던과 파리로 날아갈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고 좋아하던 가수의 노래를 듣겠다고 훌쩍 휴가를 낼 수도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건 내 인생 큰 후회 중 하나로 남을 겁니다. 나는 날아갔어야 했습니다. 당신 노래를 들었어야 했어요. 내 옆에 누가 앉아 있든, 내가 어디에 있든, 그건 내겐 잊을 수 없는 선물이었을텐데... 이제 그런 기회는 영영 오지 않겠죠.

 

다시 한번 명복을 빕니다, 조지. 내가 처음으로 정말로 정말로 좋아했었던 가수. 당신의 노래와 함께 아침을 시작하고 당신의 노래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던 것을 어제처럼 기억합니다. 나는 당신을 정말로 사랑했습니다.

 

정말, 정말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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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의미로 arts 폴더에 왬 시절과 조지 마이클 솔로 시절 곡들을 몇곡 올려보려고 한다.

 

조지 마이클 추모 연서: http://tveye.tistory.com/5721
wham! 명곡들 : http://tveye.tistory.com/5722
조지 마이클 솔로 1집 faith 명곡들 : http://tveye.tistory.com/5723
조지 마이클 이후 명곡들 : http://tveye.tistory.com/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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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