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신, 아주 짧은 메모 about writing2018. 1. 21. 21:04
" 나는 침묵이다. 나는 오로지 움직임을 보고 소리를 듣는 존재이다. "
약간 의역이 섞여 있지만, 조지 발란신이 했던 말이다. 팔로우하는 해외 무용잡지 트윗에서 오늘 읽음. 개인적으로 발란신의 안무 스타일과 작품들을 좋아해 본 적이 거의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취향 때문이고 대단한 인물이긴 하다. 그리고 이 말은 무척 가슴에 남는다.
아마도 내가 이전에 미샤의 입을 통해 이런 고백을 하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인물, 무용수이며 안무가, 그리고 좀처럼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도 않고 1인칭 시점의 소설로는 서술되어 본 적도 없는 인물. 그런 그가 거의 유일하게 자신과 춤에 대해 내밀한 고백을 하던 순간이었다. 그것은 위에서 발란신이 이야기했던 내용과는 다르다. 나의 미샤는 발란신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안무가이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 그들은 만나고 있다. 혹은, 내가.
그곳에서 난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냐, 마음도 아니고 몸도 아냐. 그곳에는 빛이 있고 어둠이 있겠지. 황혼도, 수면도, 어쩌면 눈보라도. 하지만 난 단지 움직임일 뿐이야. 계속해서 뛰고 날고 떨어지고 넘어지는 것 뿐이야. 멈추면 사라질 테니까.
이것이 미샤가 춤을 추는 이유이며 춤을 추는 방식이고, 또한 그가 넘어지고 추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미샤의 저 고백이 포함된 에피소드는 전에 발췌한 적이 있다. 링크는 아래 :
http://tveye.tistory.com/4720 (교조주의, 강령으로서의 예술, 세개의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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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루돌프 누레예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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