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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러시아 사진들 뒤적이다 발견한 2013년 페테르부르크 사진들.

 

이건 당시 면세점에서 샀던 조그만 소니 똑딱이로 찍은 것인데 카메라가 너무 작기도 하고 소니의 색감은 나와 영 맞지 않아서 이때 좀 찍은 후 안 가지고 다녔다. 이따금 바보사업 행사를 할때 자료사진 촬영용으로 대충 찍으려고 썼을 뿐이다. 그래서 2013년에 페테르부르크 갔을때도 이걸로 찍은 사진들은 따로 폴더를 만들어 처박아놓고 잊고 있었다.

 

다시 봐도 화질도 색감도 맘에 안 들지만.. 하여튼 잊고 있었던 사진들이라 반가워서 올려본다. 너무 맘에 안 드는 사진 몇 장은 살짝 필터를 넣어 보정을 조금 했다. 이때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사이즈 설정을 실수해서 이렇게 기다란 비율로 찍혔다. 지나고 보니 좀 색다르긴 하다.

 

이건 2013년 9월에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이다. 2012년과 2013년에 갔을 때에는 한창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던 무렵이라서 페테르부르크 골목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이 글의 주인공 미샤와 그의 친구들이 주로 다니던 곳들이나 글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곳들을 산책하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이 골목도 그런 목적으로 다시 갔었다. 바로 루빈슈테인 거리이다.

 

루빈슈테인 거리는 네프스키 대로에서 뻗어나온 조그만 골목 같은 거리이다. 위치는 모스크바 기차역과 판탄카 사이, 블라지미르스카야 거리와 자고로드느이 대로 근방에 있다. 조그맣고 좁은 골목이지만 이곳은 요즘 페테르부르크의 소위 '힙'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다.

 

물론 내가 쓴 글에서 이 루빈슈테인 거리는 음식점 거리가 아니라 다른 배경으로 나온다. 루빈슈테인 거리는 미샤의 본편 우주 중 트로이가 나오는 장편에 종종 등장하는 곳인데, 이곳에 미샤의 오랜 연인인 의사 유리 아스케로프가 근무하는 시립병원이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유리 아스케로프는 서무 시리즈에서도 왕재수의 편지를 전해주러 온 베르닌에게 자신의 목걸이를 건네주는 것으로 특별 출연했었다) 실제의 루빈슈테인 거리에는 병원도 없고 상당히 조그만 골목이므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설적 허구이다.

 

어쨌든 그 본편에서 이 거리는 일종의 상징성을 띠는 곳이었다. 심리적 화자인 트로이는 일련의 질투심과 복잡한 감정 때문에 아스케로프를 종종 '루빈슈테인 거리의 의사'라고 칭한다. 소설의 몇몇 이야기도 그 병원에서 전개되기도 하고... 이전에 about writing 폴더에 발췌했던 미샤의 키로프 첫 시즌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가 폐렴에 걸려 입원했다가 아스케로프로부터 정체불명의 약물을 투약받고 돈키호테를 추러 나갔던 곳도 바로 이 거리의 병원에서였다. 

(그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94)

 

이 사진을 찍으며 산책했던 것은 그 장편을 모두 마친 후였는데, 오랜만에 루빈슈테인 거리를 산책하면서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 병원이 들어설만한 장소는 없었다 :) 하여튼 소설적 상상력의 공간으로 변형시킨 것으로 해두자. 나는 1970년대 소련의 레닌그라드를 생각하며 썼지만... 사진은 2013년 9월,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이다.

 

 

 

이건 루빈슈테인 거리는 아니고, 블라지미르스카야 거리. 이 길을 따라 쭉 가다가 루빈슈테인 쪽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페테르부르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비둘기들. 비둘기 외에도 까마귀와 갈매기가 많다.

 

 

 

연극 광고들이 붙어 있다. 그 이유는...

 

 

 

여기 유명한 MDT, 즉 말르이 드라마 극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엔 아마 말리 극장이라고 번역되었을 것이다. 예전에 엘지아트센터에서도 몇번 공연해서 연극 좋아하는 분들은 잘 아는 곳. 유명한 레프 도진이 이끄는 극장이다. 오른편을 보면 9월 공연작들의 리스트가 주욱 늘어서있다. 체호프의 세 자매를 비롯해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등 쟁쟁한 작품들이 줄줄...

 

 

 

건너편에서 전면을 찍어보았다. 그런데 구도가 완전히 비뚤어졌네.. 길이 좁아서 주차된 차들을 피해 찍을 수 없었음..

 

 

 

루빈슈테인 거리 11번지 표지판. 그리고 왼편에는 음식점 간판. 이 거리에는 근사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많다.

 

 

 

 

 

카페-바 '레오나르도'의 메뉴 간판. 따뜻한 닭고기를 곁들인 샐러드가 370루블,  에클레어 70루블 등등..

 

 

이건 수공예 선물가게.

 

 

 

여기도 카페 앞. 비즈니스 런치 간판이 붙어 있는데 그 앞 의자에 젊은 남자가 앉아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다가오는 여자도 그렇고 골목 풍경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페테르부르크' 느낌이라서 사진 찍었다.

 

 

 

 

 

 

 

 

 

거리 전경은 이렇다. 짧고 좁다. 지금이야 이렇게 차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지만 소련 시절엔 안 그랬을 것이다.

 

 

 

창가의 이 남자는 내가 좋아하는 창문 사진 찍다가 우연히 렌즈에 들어왔다.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과 전체적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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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